이기적 과학자-개정판-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SF, 대체역사

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최근연재일 :
2023.07.20 18:43
연재수 :
166 회
조회수 :
157,786
추천수 :
6,522
글자수 :
832,090

작성
22.06.30 17:24
조회
1,147
추천
40
글자
12쪽

1년 7개월차

DUMMY

청국 주재 영국 상무총감 찰스 엘리엇은 요즘 정보 수집에 여념이 없었다.


집안 대대로 군인이자 귀족이었기에 그는 어린 시절부터 당연히 자신의 갈 길 또한 군인이라 여겼다. 그래서 십대 후반부터 배에 올라 해군 사관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그는, 곧 그 선택을 후회하게 되었다.


“우웨에에엑!”


해군의 삶이란 장교에게나 사병에게나 똑같이 가혹한 것이기에 곰팡이 떠다니는 물과 백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단단한 밀가루를 구워 만든 돌, 녹색 고름같이 변한 염장고기를 먹고 마시면서 오만 곳을 돌아다닌 그는 곧 일을 때려치우고 다른 진로를 알아보고자 애썼다.


그러나 그는 유능했고, 책임감도 꽤 있었다.


“전역하겠습니다.”

“히히 못가.”

“역시 선장은 장정 꼬셔서 입대시키는 재주 하난 좋단 말이야. 천재적이야.”


그렇게 그는 전역하지 못하고 해군 장교로서 지중해와 동인도에서 각종 전열함 및 쾌속선, 그리고 서아프리카에서 병원선과 스쿠너, 다시 전열함에서 복무하며 결국 제독까지 찍고서야 전역할 수 있었다.


“이야 전역이다!”


“너 나하고 일 하나 같이 하자.”


오만 곳을 돌아다니면서 오만 배를 다 타본 그는, 배와 승무원에 관한 한 영국 안에서도 손꼽히는 전문가가 되고 말았다. 편안한 은퇴 생활을 즐기려던 그는 전역한 이후에도 그 경력을 눈여겨 본 외무성에 의해 영국령 기아나에서 행정을 맡게 되었다.


“이제 저도 50이 다 되어갑니다. 물러나기를 청하옵니다.”

“윤허하지 아니한다.”

“사직하고자 하니 허락해 주시옵소서.”

“불가하다.”


영국으로부터 4천 7백여 마일이나 떨어진 남아메리카의 기아나. 적도에 가까운 탓에 날씨는 찌는 듯 더웠고 있는 것은 사탕수수밖에 없는 그곳에서 그는 탈출할 수 없었다. 그는 절망하는 대신, 그 곳에서 열심히 일해 그의 유능함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제 그 곳에서 물러나도 좋소.”

“드디어!”

“청국으로 가시오.”


이번에는 무려 6천마일이나 떨어진 청국이었다.

일 잘한다는 소문이 어느새 그 곳까지 퍼져 청국 무역 총괄인 네이피어 남작 후임으로 가게 된 것이었다.


배와 뱃사람을 다루던 그였던지라 마카오와 광저우, 인도 및 영국 본토를 오가는 모든 영국 배와 뱃사람은 그가 관할하게 되었고, 그 이후 그가 일 잘한다는 소문이 영국 본토까지 흘러 들어가게 되었다. 외무장관 파머스턴 자작은 그를 청국과의 무역 뿐 아니라 다른 영국 전반에 관한 일까지 책임지는 청국 주재 영국 상무총감 자리에 앉혔힌 것이다.


“아악! 재미없다!”


그저 배를 관리하고 뱃사람을 다룰 때는 편안하고 즐거웠으나, 무역을 총괄한다는 자리는 그가 좋아하는 일만을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해군 장교 출신 공무원이었고, 뱃사람을 다루고 배를 다루는 것을 좋아했으나, 대청 무역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편 무역은 명예롭지도, 합법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역시 장교 출신 공무원이었고, 까라면 까야 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후...”


그는 보던 서류에 서명을 해서 마무리 한 후, 소파에 몸을 던져넣고 옆에 쌓여 있는 삼나무 꼬챙이를 한 개 집어 들었다. 시가를 한 대 꺼내 향을 맡고, 끄트머리를 시가 가위로 자른 후 삼나무 꼬챙이 끄트머리를 난로에 대서 불을 붙인 엘리엇은 그걸 들고 천천히 시가를 돌려가면서 불을 붙였다.


그렇게 시가를 피우면서 엘리엇은 생각에 잠겼다. 얼마 전 영국 본토로 써서 날린 편지에 관한 것이었다.


“I have resisted the commissioner's actual demands, countenancing the illicit trafic in opium, because they were utterly unjust ; and because their concession would have involved the abandonment of principles, which can never be yielded by a British officer, with any hope of maintaining a safe or honourable footing for British trade in this country.”

“나는 위원들이 요구한 아편의 불법 거래를 용인하라는 요구에 저항해왔다. 왜냐하면 그들의 요구는 완전히 부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양보를 한다는 것은 영국 장교로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인 이 나라에서 영국 무역을 위한 안전 확보나 명예로운 기반의 포기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불법 아편 밀매에 대해 눈감으라는 명령에 대한 항명성 편지를 파머스탄 자작에게 쓰면서 그는 더더욱 이 일을 때려치우고 싶어졌다.


그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청 황제가 부패한 관리들을 대거 숙청하는 혼란의 와중에 생겨난 틈으로 친영파 인물들을 밀어 넣기도 하고, 청의 아편 엄금령에 맞춰 아편을 파는 영국 상인들에게 당분간 몸을 사릴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아편을 파는 개새끼들, 아니 영국 상인들은 어쨌거나 여왕 폐하의 신민들이었고, 여왕 폐하에게 충성을 다하는 그는 여왕 폐하의 신민들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염병할 사생아 새끼들...”


나지막한 욕설과 함께 반쯤 피운 시가를 재떨이에 내려놓은 그는, 다시 하기 싫은 일을 꾸역꾸역 처리하기 시작했다.


격변하는 환경 속에서 주변 상황 변화를 수집하고, 올라오는 정보를 최종 분석하는 것 또한 그의 일이었다. 워낙 청나라 내부에서 일어났던 숙청의 규모도 컸고, 그 와중에 토지와 자본을 가진 사람들도 쓸려나가며 사회 구조도 격변이 일어났던 터라 기존에 구축했던 인맥이 터져나갔고, 그것을 재구축 하는 것만 하더라도 일이 많았다.


그 뇌물 좋아하던 관리들이 은자를 마다할 정도로 숙청의 규모와 강도가 엄청났던 것이었다.


“청 황제가 갑자기 미쳤거나 아니면 정신을 차렸거나...”


청국이 대놓고 군사력 증강을 하고 있는 것도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가 들어오는 것이, 마치 전쟁을 준비하는 것 같은 형국이었다.


“‘아편을 엄금하고, 내부를 단속하고, 은의 반출을 억제하라.’라니, 여기까지만 보면 정상적이지만...”


동시에 청국군의 새로운 총과 포가 보급되는 것이 보였고, 군선들 또한 제법 대형화되고 있었다. 그렇게 전쟁을 준비하는 중이라면, 그 전쟁을 누구를 겨누고 준비하는 것인지는 뻔했다.


조선과 일본은 아닐 것이니 청국이 적국으로 보고 있는 것은 당연히 대영제국일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청 황제가 변하고 나서 마을마다 용광로를 짓고 참새를 잡고 빨간 책을 뿌리고 하는 짓들도 그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있었다.


그는 본국에 여러 차례 때려치우고 싶다는 서신을 보내가면서도 일을 하나하나 처리하는 중이었다. 그는 머리가 빠개질 지경이라 시가를 피우고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때려 박아 마시는 것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조금 다른 정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 소문은 청국 남쪽 바다의 골칫거리였던 홍기방과 그 휘하 해적단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홍기방으로 대표되는 청 해적은 광저우부터 홍콩까지를 주 활동 영역으로 삼아 적게는 대여섯 척, 많게는 백여 척이 넘은 대선단으로 활동하며, 덩치가 커진 요즘에는 미국, 포르투갈, 심지어 동인도회사 소속의 대형 선박까지도 털어 배를 나포하고, 승객과 화물을 인질로 잡아 돈을 뜯는 것이 주요 사업일 정도로 질과 규모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영국 정규 해군정도는 되어야 상대해 볼 만한 그 해적단들은 심지어 최근에는 일본과 청국 사이를 오가는 배들을 대상으로 통행세를 징수하고, 통행세를 내지 않은 선박은 그대로 나포하는 영업을 할 정도로 크게 성장해 있었는데, 그들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래서 마카오에 주둔하던 해군 쾌속선 몇 척을 보내 그들의 본거지를 정찰해 보게 하였는데, 실제로 배 대부분이 사라진 상태인 것을 확인하고 급히 사람을 풀어 정보를 획득하게 하였다. 본거지에 있는 배 대부분이 어딘가로 이동하여 크게 한 탕 해먹을 계획이었다면, 그 칼 끝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 혹시 이쪽은 아닌지 확인해야 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뭐? 일본 해적들과 연합해서 조선을 치러 갔다가 전멸했다고?”

“그렇다던데요?”

“조선 해군이 그 정도로 강력했었나?”


포르투갈이나 영국도 4급, 5급, 6급 선박으로는 동수가 붙어야 하고, 3급 전열함은 되어야 압도할 수 있는 것이 청 해적이었다. 청국 수군으로는 감히 덤벼 볼 엄두도 못 내는 것이 청 해적이었는데, 그것들이 심지어 왜국과 연합으로 치러 갔다가 거의 살아남지 못했다는 것에 엘리엇은 꽤 충격을 받았다.


“상륙했다가 조선 육군에게 당했거나 해안 요새와 포격전을 벌이다 전멸한 것 아닌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알아볼까요?”

“빨리 알아보게. 조선은 분명 청국의 속방이라고 했었는데, 그런 속방이 그 정도 무력이 있다면...”


그래서 그들은 광저우 인근 해적기지, 나가사키와 베이징, 그리고 청-조선 국경에 있는 청국 관원 등등, 알아볼 수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파면 팔수록 믿기 힘든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십만톤에 달하는 철제 선박이라던가, 인간을 닮은 무엇인가가 그 배에 한 가득 타고 있다던가, 길이 백 야드에 2천 파운드짜리 포탄을 날리는 주포 수십여 문을 달고 있다던가, 영국에서도 상용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증기 기관차가 바다 위를 오가며 달린다던가 하는 소문은 와전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최근 국경에서 입수된 문건이라고 하는 것은 그 후폭풍이 두려운 것이었다.


“Bloody Hell! 뭐? 조선 시골에다가 우리가 몇십만톤이나 되는 배를 천주교 신자를 구원하기 위해 보내 조선 정부를 뒤엎으려 했다고?”


청국과 조선 정부 양쪽에서 각자 사본을 떴다는 그 문서는, 조선 내부에서 작성되어 청국 국경을 넘다가 청국 관원에게 걸려 압수되었다는 것이었다.


“아니, 천주교도 구원이라면 바게뜨 놈들이 신경 쓸 일이지 왜 내 쪽으로 보내었다는 말인가. 그 전에, 내 이름을 어찌 조선에서 알고 내 명의로 편지를 보냈지?”


생각할수록 의심가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혹시 이것을 빌미로 대영 제국과 일전을 벌여보기 위한 청국의 공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일단 조선에 있다는 그 정체불명의 선박을 알아봐야 할 필요성도 느꼈다.


엘리엇은 바로 본국에 짤막하게 보고서와 정찰 필요성을 강조하는 서신을 작성해 보내고, 조선까지 가는 바닷길을 잘 안다는 가이드를 몇 명 고용하여 배를 띄웠다.


전역은 하였으나, 그 또한 여러 배를 타고 군 복무를 했던 대영제국 해군이었고, 그 이전에 크고 강한 배에 끌리는 남자였다. 어차피 하기 싫은 아편팔이를 꾸역꾸역 억지로 지원하는 것도 질려가던 참에, 재미도 있고 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일이 생겼으니 어찌 안할 수 있었겠는가.


소문의 진위도 파악해야 할 것이었고, 그것을 위해서는 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가야 할 것이었다. 그리고 청국에 와 있는 영국인들 중, 배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바로 찰스 엘리엇 본인이었다.


"재미는 일을 할 때 고려할 상황은 아니지. 그렇지만 이 정보는...나를 미소짓게 하는군.“


그는 직접 그 문제의 함선을 보기 위해 조선을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5 1년 11개월차 -2- +4 22.07.22 948 34 11쪽
54 1년 11개월차 +8 22.07.21 965 42 10쪽
53 1년 9개월차 -2- +3 22.07.20 962 39 11쪽
52 1년 9개월차 +4 22.07.19 982 43 9쪽
51 1년 8개월 2주차 -2- +10 22.07.18 978 42 15쪽
50 1년 8개월 2주차 +2 22.07.15 1,004 43 14쪽
49 1년 8개월차 -2- +5 22.07.14 971 40 10쪽
48 1년 8개월차 +7 22.07.13 1,029 43 12쪽
47 1년 7개월 1주차 -2- +4 22.07.12 1,010 40 9쪽
46 1년 7개월 1주차 +1 22.07.12 970 39 12쪽
45 1년 7개월차 -7- +3 22.07.11 1,019 35 11쪽
44 1년 7개월차 -6- +4 22.07.07 1,048 40 14쪽
43 1년 7개월차 -5- +3 22.07.06 1,114 41 14쪽
42 1년 7개월차 -4- +7 22.07.05 1,097 44 13쪽
41 1년 7개월차 -3- +2 22.07.04 1,088 46 11쪽
40 1년 7개월차 -2- +3 22.07.01 1,112 48 12쪽
» 1년 7개월차 +2 22.06.30 1,148 40 12쪽
38 1년 6개월 3주차 +2 22.06.29 1,112 43 12쪽
37 1년 6개월 2주차 -5- +5 22.06.28 1,121 44 13쪽
36 1년 6개월 2주차 -4- +2 22.06.28 1,086 40 12쪽
35 1년 6개월 2주차 -3- +5 22.06.24 1,149 45 15쪽
34 1년 6개월 2주차 -2- +4 22.06.23 1,161 41 11쪽
33 1년 6개월 2주차 +6 22.06.22 1,218 46 15쪽
32 1년 6개월차 +6 22.06.21 1,231 43 17쪽
31 1년 5개월차 +11 22.06.20 1,275 46 12쪽
30 1년 4개월차 -2- +5 22.06.17 1,232 43 12쪽
29 1년 4개월차 +2 22.06.17 1,279 48 17쪽
28 1년 3개월째 +1 22.06.16 1,284 46 13쪽
27 1년 2개월 4주차 -3- +2 22.06.15 1,267 48 10쪽
26 1년 2개월 4주차 -2- +1 22.06.15 1,284 4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