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과학자-개정판-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SF, 대체역사

madscient
작품등록일 :
2022.05.12 17:13
최근연재일 :
2023.07.20 18:43
연재수 :
166 회
조회수 :
157,895
추천수 :
6,522
글자수 :
832,090

작성
22.07.27 18:34
조회
914
추천
40
글자
11쪽

1년 11개월차 -5-

DUMMY

찰스 엘리엇이 저번에 다녀간 때문인지, 국밥 때문인지 아니면 청국에서 선빵을 얻어맞은 때문인지는 몰라도 영국인들은 사영에게 퍽 호의적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사기를 치고 최대한 뽑아먹으려고 했던 태도에 비하면 천지차이였다.


그들은 오는 길에 격침했다는 청국 배로부터 입수했다는 청국 황제의 서신을 사영에게 건네주었고, 청국 고위 관료도 배에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seed plant, two bombs and a star’가 무엇입니까?”

“...아, ‘양탄일성’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보군요. 어디 봅시다...”


사영은 일단 청 황제의 서신을 읽어본 후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급히 그 입수했다는 글을 읽어보았다. 내용은 저번 밀사단이 이야기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그 어조가 훨씬 강경하고 급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간 그만 보고 빨리 단일화를 하자는건가. 말이 단일화이지 사실상 흡수하겠다는 뜻 아닌가.”


무제한으로 해 주는 인력과 자본, 자원의 공급이라는 청 황제의 제안은 분명 솔깃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대가로 황제가 요구한 것은 핵개발이었다. 그것도 대놓고 조선을 합병한 후, 조선 땅에 핵 시설을 만들고 그곳에서 양탄일성(两弹一星), 원폭과 수폭을 뜻하는 두 개의 탄과 인공위성을 쏠 수 있는 로켓 하나를 만들어 낸 후, 그것으로 세계정복을 하자는 것이었으니,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위험 부담이 큰 제안이었다.


“게다가, 나는 생물학자였으니... 핵이라고 아는 것은 동위원소 써서 마커나 만들 줄 알지 그 이상은 무리인데..”


핵추진 함선이라고는 해도 거의 자동화되어있는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 있어 이 배의 원자력 발전소를 돌리고,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이나 중성자를 이용한 멸균이나 생물 시료의 가공 등등이 가능하긴 했지만 그 이상은 어려웠다.


‘혹여 내가 기억을 좀 더 되찾는 와중에 관련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재처리되는 연료는 최대한 발전에 써서 버텨야지, 핵실험을 하겠답시고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을 정제해서 밖으로 빼내는 짓거리는 하기 힘들겠지. 연료 떨어지면 나도 그대로 정지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핵융합 발전이 가능할 때 까지 테크를 올리거나, 최소한 20세기 수준의 화력, 핵발전소를 지을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저 원자로만이 유일하고 안정적인 사영의 에너지 공급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술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점들만 고려하더라도 이 제안은 거절해야 할 제안이었다. 게다가 이 근처에 핵 시설을 짓고 여기서 개발을 최대한 빠르게 해서 제품을 만들어 쏴보자는 것은 더더욱 마음을 굳히게 만들었다.


‘이건 미친 짓이야. 나는 여기서 빠져 나가야 되겠어.’


사영은 마음을 굳혔다. 저번에 찰스 엘리엇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영국도 못 믿을 족속이기는 했으나, 적어도 걔들은 지구 반대편에 있기는 했다.


“바로 옆집 개새끼보다는 지구 반대편 개새끼들이 위험성은 좀 덜하겠지.”


옆에 있던 박규수가 말했다.


“병법36계에 원교근공(遠交近攻)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먼 나라와 손을 잡고, 가까운 나라를 치는 것은 춘추시대로부터 삼국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유용함이 익히 입증된 계책이지요.”


이제는 완전히 회복되어, 아니 더 나아가 어느정도 젊어진 정약용도 내 의견에 동의했다.


“또한, 이렇게 된 이상 청국 오랑캐를 저 영길리 오랭캐로 하여금 견제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이제이(以夷伐夷)라 할 수 있으니, 그들을 적당히 움직여 청국을 치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싸우지 않고 이길 수도 있으니 상책 중 상책으로 여겨집니다.”


“이이제이와 원교근공이라.”


청은 이미 침략을 시작했고, 청의 전령은 영국이 오다가 털어먹었으니 이제 당분간 청 황제와의 연락도 끊긴 셈이다.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살아남고 가능하다면 여기 사람들과 기반 시설들도 지킬 수 있을 만큼은 지켜보면서 영국과 손을 잡는 방법이 나으리라.


그리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면, 정약용의 말대로 당분간은 영국측과 좋은 관계로 지내면서 그들더러 청국을 견제하게 하는 것도 좋은 의견이겠다.


‘문제는 영국도 지금 선빵을 맞고 이쪽으로 도망왔다는 것인데... 과연 영국이 청국을 상대할 수 있을까?’


사영은 일단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부터 이야기해주기로 했다.


“이 글자 ‘핵(核)’을 seed로 이해하셨었나 보군요. 이것은 nucleus에서 따온 말입니다. 생각하시는 것처럼 마약을 생산하는 식물은 아니고, 기존에 알려진 어떤 방법과도 다른 방법으로 열에너지를 얻는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이것을 평화롭게도 쓸 수 있고, 혹은 강력한 폭탄을 만드는 데에도 쓸 수 있죠.”


“그게 얼마나 강력하길래 세계 정복을 언급할 정도입니까?”


“이 배를 1년동안 전속력으로 움직이는데 필요한 핵연료가 약 4톤 정도인데, 그 중 실제로 열을 내는 부분은 120~150kg정도 될 겁니다.”


그러자 엘리엇은 매우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 질문했다.


“그게 파운드로 따지면 어느정도입니까?”

“어...”


그것 때문에 놀라는 것이었냐.


“대략 270~330파운드정도 될 겁니다.”

“이 배는 무게가 얼마나 나갑니까?”

“1억 6천만 파운드가 조금 안되겠군요.”


그들은 잠깐 무언가 생각해보는 것 같더니, 이해는 안가지만 납득한 얼굴로 다시 이야기했다.


“강력하군요. 그럼 그 star는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그 폭탄을 쏘아 보낼 수 있는 로켓을 뜻합니다.”

“아, 그 콩그리브 로켓같은 것을 크게 만든 것인가보군요. 청나라가 로켓을 가장 최초로 발명했다는 이야기는 청국 관리 여럿으로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이미 로켓은 있으니, 폭발물을 좀 쎈 것으로 달고 싶었나보군요?”


조금 쎈 폭발물정도로 이해한 모양이다.


사영도 정확하게 설명을 하자면 일단 핵분열부터 설명을 해야 하고, 핵분열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물질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 단위와 그 구성 단위를 이루는 원소로서의 성질을 가진 가장 기본적인 최소입자, 그리고 그 기본적인 최소입자를 이루는 양전하를 갖는 핵자와 전하를 띄지 않는 핵자까지 설명을 해야 할텐데... 그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사영은 그 설명에 시간을 쏟는 대신, 그들의 허실을 알아볼 겸 조금 긁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일전에 청국 황제가 보낸 전령도 이미 비슷한 제안을 저에게 해온 바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기로는 귀국이 힘은 강력하나 문화는 미개하기 이를 데 없어 청국의 차와 비단, 도자기에 환장하여 그것들을 사들이는데 천만 은을 쓰고 있다고...”


“확실히 청 황제라면 매우 오만하고 예의를 모르는 자이니 그렇게 이야기 했을 수 있었겠지요.”


“문제는 영국이 청국에서 사가는 것은 많은데, 영국의 물산은 질이 좋지 않고 먹는 것들도 쓰레기 같은 것들만 먹고 마시는 터라 청국에 팔 수 있는 것이 없어 고민하다 마약을 풀고 사기를 쳐서 큰 이득을 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영국 음식은 욕할 수 있소.”


시뻘겋게 변한 얼굴로 웨스커가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 외의 이야기는 참을 수 없겠군요. 그래서 그 다음에 뭐라고 하던가요?”


“그래서 조만간 일전을 벌여 청국 내 영국인들을 다 쳐 죽이고 정의구현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더 나아가, 영국이 비록 천하에 힘을 과시하고 있으나 그 숫자는 한 줌도 되지 않으니 청국의 인원과 이 곳의 기술력을 합하면 능히 동양에서 양이들을 몰아내고 더 나아가 세계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확실히 엘리엇 경이 귀하와 접촉한 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긴 합니다. 청 황제가 귀하에게 그런 제안을 했었다면, 그 다음 우리가 귀하와 접촉한 것이 두렵기도 했었겠군요.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여겼고, 그래서 입막음도 하고 시간도 벌 겸 우리를 기습해서 저 바다에 묻어버리려고 했던 것일까요? 그렇다면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닌데... 잠시 실례해도 괜찮겠습니까?”


“그러시지요.”


웨스커는 양해를 구한 후, 자신의 배로 돌아갔다. 잠시 후, 웨스커의 배 안에서 마치 사람을 산 채로 갈고리에 꿰어 걸기라도 한 것처럼 처절하고 긴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난 후, 그는 다시 돌아와 말했다.


“귀하의 말이 거의 사실인 것 같더군요. 청국 황제가 무제한적인 인력과 예산, 자원 지원도 약속했다고 하면서 그 여러 가지 기술을 제공받고 개발하기로 한 것도 사실이라는 것을 저 청국 전령이라는 자가 좋은 방법으로 확인해줬습니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었다.


“일단 찰스 엘리엇 경도 무사히 탈출하는데 성공했고, 곧 인도에 도착할테니 조만간 청국을 응징하기 위해 동인도 회사 소속 선단과 여왕폐하의 해군이 청국을 응징하기 위해 출발할 것입니다. 저도 마카오에서 우리 상인들을 구조하는데 성공했고, 일단 청국 해역에서 벗어났으니 당분간 환자들을 치료하고 물자를 재보급하며 배를 좀 수리했으면 하는데, 지원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저도 귀하의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모셔다 드릴 수 있습니다.”


“저희도 지금 청국이 침략해왔다고 하고, 청 황제의 목표가 조선 뿐 아니라 여기까지인 것이 확실하니, 그쪽과도 협상을 진행하여 평화롭게 전쟁을 끝내는 방안이 있습니다만?”


청이 꼬운건 꼬운것이고, 일단 딜은 딜이다. 기왕 청국과 척을 져야 한다면, 그에 준하는 합당한 무엇인가를 영국으로부터 받아내야 할 것인데..


“청 황제가 무제한적인 인력, 자금, 자원 지원을 해 주고, 이곳에 그 폭탄 시설을 세우겠다고 하셨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는 고민하다가 다시 한번 이야기를 꺼냈다.


“어차피 청이 조선을 먹고, 여기까지 내려오면 귀하도 곤란한 상황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닙니까? 귀하와 귀하의 배야 청국의 무기로는 흠집도 나기 어렵다고 해도”


“저야 청 황제가 탐내는 기술이 있으니 크게 곤란한 상황은 없을 것입니다. 혹여 귀하와 귀국의 함선에 지원을 해 주었다가 귀국이 청국 전령과 전령선을 해한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그 후폭풍이 더 두렵군요.”


그는 마침내 손을 들고 말았다.


“저는 그리 큰 권한이 없습니다. 부디 인도적인 측면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물자를 재보급하며 선박 수리를 지원해주십시오. 저도 귀하의 전쟁 준비를 돕고, 전쟁에 참여하겠습니다. 그리고, 청국과의 전쟁 이후 배상에 대해서도 협상하여 문서로 남겨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기적 과학자-개정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5 1년 11개월차 -2- +4 22.07.22 949 34 11쪽
54 1년 11개월차 +8 22.07.21 966 42 10쪽
53 1년 9개월차 -2- +3 22.07.20 964 39 11쪽
52 1년 9개월차 +4 22.07.19 983 43 9쪽
51 1년 8개월 2주차 -2- +10 22.07.18 978 42 15쪽
50 1년 8개월 2주차 +2 22.07.15 1,004 43 14쪽
49 1년 8개월차 -2- +5 22.07.14 973 40 10쪽
48 1년 8개월차 +7 22.07.13 1,030 43 12쪽
47 1년 7개월 1주차 -2- +4 22.07.12 1,011 40 9쪽
46 1년 7개월 1주차 +1 22.07.12 971 39 12쪽
45 1년 7개월차 -7- +3 22.07.11 1,019 35 11쪽
44 1년 7개월차 -6- +4 22.07.07 1,049 40 14쪽
43 1년 7개월차 -5- +3 22.07.06 1,115 41 14쪽
42 1년 7개월차 -4- +7 22.07.05 1,097 44 13쪽
41 1년 7개월차 -3- +2 22.07.04 1,089 46 11쪽
40 1년 7개월차 -2- +3 22.07.01 1,112 48 12쪽
39 1년 7개월차 +2 22.06.30 1,148 40 12쪽
38 1년 6개월 3주차 +2 22.06.29 1,113 43 12쪽
37 1년 6개월 2주차 -5- +5 22.06.28 1,122 44 13쪽
36 1년 6개월 2주차 -4- +2 22.06.28 1,086 40 12쪽
35 1년 6개월 2주차 -3- +5 22.06.24 1,149 45 15쪽
34 1년 6개월 2주차 -2- +4 22.06.23 1,161 41 11쪽
33 1년 6개월 2주차 +6 22.06.22 1,218 46 15쪽
32 1년 6개월차 +6 22.06.21 1,232 43 17쪽
31 1년 5개월차 +11 22.06.20 1,275 46 12쪽
30 1년 4개월차 -2- +5 22.06.17 1,233 43 12쪽
29 1년 4개월차 +2 22.06.17 1,279 48 17쪽
28 1년 3개월째 +1 22.06.16 1,284 46 13쪽
27 1년 2개월 4주차 -3- +2 22.06.15 1,267 48 10쪽
26 1년 2개월 4주차 -2- +1 22.06.15 1,286 4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