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와 천마의 세상에서 용사가 살아남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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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여행x
작품등록일 :
2022.05.13 20:46
최근연재일 :
2023.11.1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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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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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8쪽

1화-당신과 다시 만난다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루센마을-마을 입구의 낡은 집」


오전이 다 넘어간 늦은 낮 시간


오래된 흔들 의자 위에서 눈을 뜬 노파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현관 쪽으로 향했다.


천천히 걸어가며 벽에 걸린 달력의

날짜를 확인하니 오늘의 날짜는 4월 12일 그날이었다.


"4월 12일...."


"오늘은...그날이구나..."


"내 인생에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날"


오랜 시간 함께 수 많은 추억들을

함께 해주었던 소중하고 그리운 청춘 속 인연들


그들은 이미 세월이라는 흐름 앞에

그녀의 곁을 떠나 과거의 일부가 되었고


혼자 남겨진 노파는 그때 그 시절의 기억들을

회상하며 현관 문 옆 벽면 액자로 장식되어

걸려있는 세 장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사진 속 그대들은"

"그때의 앳된 그 모습을 간직한 채 여전히 웃고 있지만"


"그 모습들은 이제 나만이"

"홀로 간직하고 있는 과거의 흔적에 불과하다는 게 아쉽구나"


수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분수대 앞에서

함께 미소를 짓고 있는 선반 가장 위쪽의 사진과


맑은 하늘 아래 어린 여자아이를 안아 든 백발의 남자와

금발의 여자 아이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는 두 번째 사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번째 사진과

같은 머리 색의 두 남녀가 달빛 아래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사진까지...


그윽한 눈동자가 사진을 감싸 안았다.


노파는 사진 중앙에 서 있는

무리의 리더 격으로 보이는 남자를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수십 년 전 오랜 옛날 헤어진 이후

단 한번도 다시 만나지 못한 그를 말이다.


"그때...8년 여 간의 긴 여정을 함께한"

"이들 중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은 나 뿐인데..."


"그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살아 있기는 한 걸까?"


"당신을 처음 만났던 그날이..."

"내 인생의 모든 것이 바뀐 날이었는데"


세 장의 사진을 번갈아 바라보며

옛 추억에 잠겨 있던 노파는 갑작스레

열리는 현관문 소리에 놀라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끼익-'


세 명의 아이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였다.


"할머니!"


"미엘 할머니 안녕하세요!"


"할머니 오늘 얘가 저 때렸어요!"


"야! 그걸 왜 말해!!"


노크도 하지 않고 덜컥 문을 열고

들어온 아이들의 행동을

무례하다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노파는 자신의 집에 들어와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아이들의 행동이 익숙한 듯 해 보였다.


그녀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한 어투로 무슨 일로

자신의 집에 온 것인지 어투로 물어보았다.


"그래 그래~얘들아 오늘은 또 무슨 일이니?"


"어....사실 별일 없었어요 할머니!"


"그냥 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온 거에요!"


별일 없었다며 노파의 주변을 에워싼 아이들은

그녀가 방금 전까지 바라보고 있던

현관 옆에 붙어있는 사진들에 관심을 보여왔다.


"근데 할머니 이건 언제 찍은 사진이에요?"


"그러게요 엄청 오래된 것 같은데!?


"사진에 아는 얼굴이....한 명 있다!"


한 눈에 보아도 수십 년은 되어 보이는

옛 사진들에 흥미를 보이는 아이들


노파는 3장의 사진이 전부 40여 년이

넘는 과거의 것들이라며 그 속에 담긴

이들이 누구인지 알려 주었다.


"여기...뒷줄에 있는 남자가 네 할아버지인 라한이란다."


"앞에 있는 키가 큰 여자는 포트치나고"


사실을 알려주었지만 도리어

못 믿겠다는 표정들이 돌아왔다.


"에엑 거짓말!"


"40년이 넘었는데 왜 여기 엑스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어요?"


"맞아 맞아! 얼굴이 똑같은데?"


"그리고 우리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이렇게 잘생겼을리가 없어요.!"


아이들은 사진 속 배경이 수십 년 전이라는

노파의 설명을 납득하지 못했다.


이유는 사진 속 중앙 쪽에 위치한

검은 빛 머리카락을 지닌 남자 때문이었다.


그가 지금도 사진과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건 말이지..."


"엑스는 외모를 바꿀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서 그렇단다."


노파는 엑스라는 남자의 외모가 수십 년 전과

지금이 똑같은 이유를 이야기 해주려고 했으나

이미 아이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쏠려있었기에 전혀 집중해서 듣지 않았다.


"그럼 여기 엑스 옆에 있는 중앙의 은발의 남자는 누구에요?"


"아래에 있는 사진에도 저 은발의 남자가 찍혀있네!"


"그러게? 그리고 옆에 있는 이 예쁜 누나는 누구지?"


"궁금해요 할머니! 알려주세요!"


세 장의 사진에 모두 등장한

두 남녀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 아이들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한다면 며칠이고 와서

알려 달라 칭얼댈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할미는 다리가 너무 아파서 움직이기가 힘드니"


"저기 있는 소파에 앉으면 알려줄게"


"네에!"


초롱초롱 눈빛을 빛내는 아이들의 모습에

하는 수 없다는 듯 의자에 앉은 노파는

엑스의 옆에 서 있는 긴 검정색 코트를 입은 남자와

함께 있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주어야 될지 모르겠구나..."


"그래....역시 그와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부터 해주는 게 좋겠지?"


「48년 전-」


그날도 노예들은 그들을 인솔하고 있는

노예 상인들의 인솔에 따라 횡량하고 척박한 사막을 걸어나갔다.


"하아....하아....하아...."


평범한 사람은 하루를 채 버티는 것도 힘들 무더운 날씨에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한 몸으로 며칠째 모래 바닥을 밟아 나아가는 노예들


그들 사이에는 이제 막 10살이 된 어린 여자아이가 함께 있었다.


"하아...하아..."


변변치 않은 이름 하나 없었던 여자아이.


부모가 갚을 수 없었던 빚 때문에 상인에게 팔아넘긴 금발의 여자아이는

황금 빛 머리카락의 희소성 때문인지 꽤나 비싼 값에 상인에게 팔렸다.


"너무....더워....너무...더워..."


한낮 40도에 육박하는 사막의 더위는 며칠째 제대로 된 음식도

먹지 못한 어린 여자아이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날씨였기에

아이는 몸을 비틀거리며 조금씩 무리에서 멀어져 갔다.


"하아....하아....."


"하아.....하아......"


'풀썩'


쇠사슬에 발이 묶힌 채 대열의 맨 마지막 끝에서 따라가던

아이는 그만 엉킨 쇠사슬에 다리가 걸려 넘어지고 말았고

노예들의 다리에 연결된 사슬에 이끌려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질질 끌려갔다.


"아....아파!...아파!...아파!..."


"야! 뭐 하는 거냐!"


"당장 똑바로 일어나!"


뒷쪽에 서 있던 두건을 둘러 맨 노예 상인은

쓰러져서 질질 끌려가고 있는 아이의 다리에 채찍을 휘두르며

어서 일어나라 재촉해 왔고 아이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일어나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대열을 따라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아....하아......."


그로부터 30분이 지나고 아이는 진짜 너무

지쳐 다시 한번 모래 바닥 에 머리를 박고 쓰러졌다.


'풀썩'


"ㅁ...물,.....ㄴ...어느...아파..."


이제는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목은

조금이라도 좋으니 마실 수 있는 물을 달라고 신음하고

몸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며 자꾸 삐그덕거린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친 아이는

자신에게 내리치는 채찍질의 소리와 함께 정신이 아득해졌다.


"야!! 당장 안 일어나!?"


'촤악!- 촤악!-'


"지금...당...ㅈ..."


'뭐지...?몸이 안 움직여...'


맞고 있는 것 같은데... 몸이 안 움직여

그리고 아프지도 않아... 이게...무슨....느낌이...지?


아...모르겠다...지금은 그냥...눈이...감..겨


아무런 고통도 갈증도 힘듬도 느껴지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 홀로 누워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


그 이상한 느낌에 몸을 맡긴지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둠 속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맞아 그런거야"


"그래서 그렇단 말이지..?"


"아 내 무릎 위에 누워있는 이 아이? 글쎄?"


"음...아마 곧 일어나지 않을까?"


'번쩍'


"하아....하아....하아...."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아이는 몸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코트와

머리 위에서 은발의 머리카락에 푸른 빛의 눈을 지닌 남자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곤 당황했다.


누구지...? 이 사람은...처음 보는...사람인데...

옷도...노예나 주인들하고...달라


처음 보는 차림새와 외모를 지닌 그의 모습에

당황한 아이와는 달리 아이가 정신을 차리자

매우 기뻐하며 몸을 일으켜 세우는 남자


"이제야 일어났구나!"


"만나서 반갑단다 아이야"


"하아....하아....하아..."


혼란스러운 상황 때문인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남자는 아이를 내려놓고 자신이 들고 있던 물통을

아이에게 건네며 몸 상태가 괜찮은지 물어왔다.


"처음 봤을 때에는 몸이 많이 다쳤어서 걱정했는데....지금은 좀 괜찮니?"


몸 상태를 걱정하는 남자의 모습에

아이는 잠시 동안 앉았다 일어났다 점프했다를 반복하며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만져 확인하고

몸에 나있던 여러 상처나 흉터들이 전부 사라진 것과 더불어

하나도 아픈 곳이 없음을 깨닫고 기뻐했다.


"안 아파....하나도....."


하나도 아프지 않다는 아이의 대답에

남자는 마치 자신의 일인 마냥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다는 말이지?"


"혹시나 하고 걱정했는데.....다행이구나"


'쓰담-쓰담'


아이는 얌전히 앉아있다가 문득 노예 상인들에 대한 두려움에

고개를 돌려 다른 노예 상인들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어....근데....어디...있...지?


다른...주인님들....?


이대로 앉아서 쉬고 있으면 또다시 채찍으로 맞게 될까 봐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아이에게 남자는 무언가 달라진 게 없는지 물어왔다.


"아무래도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은 별로 쓸데없는 걱정일 것 같은데"


"뭔가 달라진 게 없니?"


"네 몸을 한번 확인해 보렴 아이야 ."


왠지 모를 여유로운 목소리로 자신의 몸을 확인해 보라는 남자의 말에

아이는 자신의 목과 발목 쪽 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뭐가....달라졌다고..?'


"...어?!...없어..."


목과 다리에 손을 가져다 댄 아이는 노예라면 원래 있어야 할

족쇄와 쇠사슬로 이루어진 마도구가 전부 풀려 사라져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해 했다.


내...목줄....내 다리에 있던...족쇄...가...없어..


어....어디로...간...?


매우 놀란 얼굴로 앉아 있는 아이에게

은발의 남자는 으쓱한 표정으로 자신이 전부 다 풀어버렸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며 앞에 있는 다른 노예들에게도

이제는 노예로 살아가지 않아도 되니 걱정하지 말라 말했다.


"너 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 몸의 구속구들은"


"내가 전부 해제했으니 걱정하지마렴 아이야"


"이제 넌 자유야."


"마찬가지로 그대들 또한 이제는 자유인이니"


"이제는 더 이상 노예로 하등한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제 더 이상 노예로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남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아이는 두눈을 멀뚱멀뚱 뜨고 앉아 있었고


그런 아이를 바라보면 남자는 환한 미소와 함께

기대어 있던 나무에 피어있는 노란색 꽃을 하나 따

아이의 귀에 걸어주며 앞으로는 자주 웃었으면 좋겠다 속삭였다.


"어린 아이는 웃을 일이 많아야 하는 법이란다 아이야"


"앞으로의 네 인생에는 웃음만이 가득하길"


아이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린 남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느냐 권유했다.


"그대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이야기 해 주지 않겠습니까?"


그의 권유에 노예들은 하나 둘씩 남자의 주변으로 모였고

그들은 자신들이 어째서 왜 노예가 되었으며 노예가 된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는 나라가 전쟁에서 패배해 남편을 잃고 노예가 되어서 끌려왔습니다."


"난 퇴역 군인으로 평범하게 살았으나..."


"내 남은 가족들을 전부 죽인 살인마 자식 때문에 너무 분노한 나머지 그만...."


"녀석을 죽이고 자수해 노예가 되었네."


"전....부모님이 노예셔서 저도 태어나자마자 바로 노예로 길러졌어요"


"................"


누군가는 필요에 의해

누군가는 선택에 의해

누군가는 옳지 않은 순간의 실수로 인해


노예가 된 사람들의 과거가 담긴 사연들을 들은 남자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생긴 문제들에 대해 고민했다.


어렵네 어려워...


단순히 노예 상인한테서 저들을 자유롭게

해주는 것으로 끝내려 했던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문제가 복잡하겠어


그의 손에 의해 노예라는 신분에서 해방되었다고는 하나

눈앞에 있는 이들은 몇분 전까지 적게는 인생의 절반을 많게는

평생 동안 노예생활을 하고 있었던 사람들


그런 이들을 그저 노예 생활끝! 이제 행복하게 사세요~

라며 마냥 냅두고 사라진다면


저들은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친

노예를 죽이러 온 노예 상인들에게 죽거나

다시 노예로 돌아가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될게 뻔했다.


쉽지 않네


확실히 쉽게 결론 날 문제는 아니라 이건가...


그 순간 심각한 고민에 빠진 그의 뒤로 나타난

이국적인 생김새를 가진 검은 빛 머리카락의

검은 눈동자를 가진 남자


엑스라는 이름을 지닌 이는

은발의 남자를 향해 시킨 일들을 전부 정리했다며 말했다.


"부탁 받은 대로"


"상인들은 전부 정리하고 왔어"


"이제 슬슬 움직이자고"


"그래? 잘했어 엑스"


상인들을 정리하고 왔으니 이제 그만 움직이자는

엑스의 말을 들은건지 안들은 건지

무릎 위에 아이를 앉힌 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은발 남자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엑스는

"뭐하냐?" 라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고


은발의 남자는 무릎 위에 앉아있는 아이를 들어 그에게 보여주며


"이 애 귀엽지? 오늘 내가 구한 아이야"


라고 표정을 무마 시키려 했다.


"귀엽다는 네 말에는 매우 동의하지만..."


"팔도 엄청나게 가늘고 몸무게는 정상 체중을 한참 벗어난 것 같은데"


"한 7살 정도 되었으려나?"


엑스가 아이의 몸 상태가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님을 언급하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반박하는 남자


"그래 네 말처럼 이 아이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몸 상태는 별로 좋지 않아"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이들을 그냥 두고 갈 수 있겠어?"


이대로 사람들을 두고 갈 수는 없다 주장하는 그의 말에

엑스는 순간 이야기의 논점이 흐려렸음을 이야기했고


"지금 이런 얘기 할 때가 아닌데..."


"야 됐고 일로 와 임마"


"잠깐만 이 녀석 좀 데려갈게요 여러분..."


그는 잠깐만 남자를 데려가겠다고 노예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그들의 목소리가 다른 이들에게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로 은발의 남자를 끌고 갔다.


"₩%@^@%@%^@@**&&"


#^@%%@%@%@%"


대략 500M 정도 다른 사람들과 떨어진 곳으로 간 둘은

약 10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내용을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누었는데


대화의 주제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대화 도중 엑스는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화 를 내기도 하고 미소를 짓기도 하였지만

은발의 남자는 일관성 있게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였다.


『10분 뒤』


"하아..."


나참...이 짓을 내가 또 해야 되다니


아무리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 봐도 그의 뜻을 꺾지 못했던

엑스는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은발의 남자에게

그의 말대로 하겠다고 인정하며 그를 보내주었고


"그래 마음대로 해라...."


"네 고집을 내가 어떻게 꺾겠냐 어휴"


"고마워 엑스"


대화를 끝내고 사람들의 앞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이들에게 미소와 함께 한 가지 제안을 건넸다.


"나는 노예라는 것이 싫습니다."


"노예가 존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모든 나라들의 구조가 싫습니다."


"세상에는 항상 태양의 밝은 빛을 받아 크게 자랄 수 있는 나무와 같은 사람들도 존재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 태양빛을 받지 못해 그림자 속에 숨어 지내는 것 밖에 없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난 오늘 그대들을 통해 알게 되었었습니다."


"나는 그대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대들이 불합리하게 살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나를 가르치신 내 선생(스승)께서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이정표 뿐 이니 넌 남에게 좋은 이정표가 되렴」


"이라고..."


"그러니 난 그대들에게 이정표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노예로서 다른 삶을 살 기회가 없었던 그대들에게...제가 새로운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니....저와 함께 하지 않겠습니까?"


제대로 된 글도 언어도 배우지 않고 노예로 삶을 살아온 이들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한 가지 사실 만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이에게는 그동안 봐온 다른 이들과 달리

노예에 대한 혐오의 눈빛이 없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그들은 망설임 없이 남자를 따라갈 것을 선택했다.


".....난 따라가겠소"


"저도...따라 갈게요."


"...그럼 저도"


누군가는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누군가는 남자가 말하는 「이정표」의 의미가 궁금했기에


누군가는 다시 노예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을 피해서


그들은 함께 여정을 떠났다.


"좋습니다. 그럼....우선 이 사막부터 벗어날까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여정을 시작하고 얼마 뒤-』


일행들 중 가장 나이가 어렸던 어린 여자 아이를 배려해

자신의 머리 위에 올리고 길을 걷고 있던 은발의 남자


"....그런가?"


"이제 그리 많이 안 남았네"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던 그는

머리 위의 아이에게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왔다.


"넌 이름이 뭐니 아이야?"


"혹시 내게 알려줄 수 있을까?"


상냥한 질문에

아이는 자신의 이름이 뭔지 몰랐기에 모른다고 대답했다.


"몰라....내 이름...."


"어릴 때 엄마가 나 팔았어....이름...잘 몰라..."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를 여인에게

기억이 있을 때부터 가축처럼 키워지다 이름도 없이 그대로 팔려버린 아이는

당연히 이름이라는 걸 가지고 있을리가 없었고


그런 아이의 사연을 들은 주변의 엑스를 포함한 다른 이들은

측은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미 않을 수 없었다.


"그렇구나...."


순간 이어진 잠깐 동안의 침묵


"........."


그 고요한 침묵을 깬 것은

남자가 외친 한 마디의 말이었다.


"그래! 미엘이 좋겠다."


갑자기 미엘이라는 이름을 외치는

그의 말에 집중된 이목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남자는

아이를 들어 안으며 그녀의 이름을 미엘이라 붙였다 이야기했다.


"네 이름은 미엘이야"


"..미..엘...?"


태어나 처음으로 타인에게 받아본 이름에 조금 놀라 두 눈을 깜빡 거리는 아이


"혹시...이름이 조금 마음에 안드니?"


"예전에 내가 들었던 일화에 나온 이름인데"


"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걸로 바꿔도..."


이름이 별로냐는 남자의 질문에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마음에 든다고 답했고


'도리-도리-'


"미엘...미엘...미엘.."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여러 번 말하고 있는 미엘을 바라보던 엑스는

아래에 있는 은발의 남자에게도 이름이 필요하다며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줄 것을 권유했다.


"그러고 보니까 너도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긴 하지?"


"미...엘 이라고 했지?"


"그 미엘아 네 밑에 있는 이 녀석의 이름을 좀 지어줄 수 있겠니?"


"그냥 막 생각나는 대로 지어줘도 괜찮으니까~"


그냥 막 생각나는 대로 지어줘도 괜찮다는 엑스의 권유에

은발의 남자는 어린애 귀찮게 하지 말라 며 엑스를 말렸고


"야야 뭘 또 애한테 그런 걸 시켜 걍 내가 적당한 이름을 ㅊ..."


"ㅇ...루.."


"이루."


미엘은 은발의 남자에게 이루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너의 기억 속에 남은 이름이었다.


"이루.....이루라...."


"괜찮은데?"


남자는 자신의 이름이 썩 마음에 들었던 건지 자신의 이름을

이루라 칭하겠다며 좋아했고

엑스는 생각보다 미엘의 작명 센스가 뛰어 났던 게

마음에 안들었던 것인지 혀를 끌끌 찼다.


"....흠"


"좀 구린 이름을 원했는데...까비."


그렇게 함께 대화를 나누며 걷다 보니

일행은 트리운 왕국의 국경 지대에 도착했다.


"여기는 신분증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두분만 출입하시죠"


"야 너 내가 누군지 아냐ㄴ!"


"이 %#%%@!!!"


"워워...진정하라고 이놈아"


이런 저런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들은 왕국의 검문소를 지나 중앙의

분수대가 있는 광장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고


쉬는 시간 동안 엑스는 사진기라는 것을 들고 와

단체 사진을 찍을 거니 다들 뭉쳐 있으라 말하며

일행 모두를 뭉치게 해 분수대 앞에 모여 사진을 찍게했다.


"자 찍는다~ 하나~ 둘 ~셋!"


'찰칵!'


노예 생활도중엔 상상도 못했던

모두가 미소를 지으며 찍었던 사진


이날 찍었던 단체 사진이 미엘의 현관 제일 위에 걸려 있는 첫 번째 사진이자

미엘이 처음으로 기억하고 있는 행복했던 기억이다.


"아이고....몇 십분 동안 계속 머리 위에 올리고 있으니까 좀 힘들긴 하네"


"미엘 이제 내릴게"


'따악!'


"아야!"


사진 촬영을 끝내고 미엘을 자신의 머리 위에서

분수대 아래의 의자로 내리려던 이루는 그녀와 머리를 부딪쳤고

눈을 마주친 미엘은 머쓱해하는 이루의 표정에 웃었다.


"하하! 아무래도 다음엔 조심해야겠네!"


"이렇게 머리를 계속 부딪쳤다간 지능이 떨어질 테니 말이야"


"푸핳...그게 뭐야..."


두 사람은 분수대 앞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지었고

우연치않게 광장 끝자락의 그늘 아래에 앉아서 쉬고 있다 그 모습을 발견한 엑스는


분수대에 걸터 앉아 서로 이마를 맞대어 웃고 있는 미엘과 이루의 모습에

상당히 흥미로워 하며 사진을 한 장 찍었었다.


"분수대 앞에서 물줄기와 두 사람의 모습은... "


"꽤나 흥미로운 장면이네"


"저건.....찍어야겠다."


'찰칵'


이때 엑스가 찍었던 이 사진은 나중에

이루가 떠나던 날 헤어지기 전 미엘에게 건네주었고


미엘은 훗날 모두와 함께 찍었던 첫 번째 사진 바로 아래에

이루와 함께 찍은 사진을 걸어두었다.


이것이 두번째 사진이다.


"자 그럼 또 한번 움직여 봅시다."


"그 전에 밥부터 좀 먹자"


"...그래~지금 당장은 돈이 모자랄 일은 없을 테니"


그날 이후 일행은 이루와 엑스의 통솔에 따라

수년 간 수많은 왕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


어업 농업 임업의 기본적인 단순 노동 뿐만 아니라.


"건축.의학.법학.무투.문학.수학.마학 등"

의 지식을 쌓아 나갔고


노예로서 주인이 시키는 일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직접 흥미를 느끼고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을 찾게 된 사람들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다양한 일 들을 배우고 공부해 자신의 꿈을 위에 떠나기도 하였다.


이것은 이루가 함께 여행하는 이들의 자유로운 선택의 권리를 보장했기 때문이었다.


"난 그저 이정표이자 선택할 방향을 제시할 뿐"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남고 싶으면 남는것 이것은 선택의 자유야"


물론 떠난 사람들 보다도 새롭게 이루와 엑스를 포함한

다른 이들이 구해서 데려온 노예들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일행은 계속해서 늘어났지만...


「그렇게 여향을 계속 이어나간지 3년차가 지난 어느 날-」


엑스가 갑자기 사라졌다.


갑자기 큰 변고가 생겨 제국으로 떠나야 한다는 편지를 남기고 떠난 것이었다.


"예...? 이렇게 갑자기...떠났다고요...?"


"대체 왜...?"



"이유가 뭐죠?"


이루를 제외하곤 아무도 사전에 알고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무리를 이끌던 두 사람 중 한 명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기 때문에 동료들은

이루에게 어떠한 연유로 엑스가 급하게 자리를 비운 것인지

그가 돌아오기는 하는 건지 이루가 이야기 해주기를 원했으나 그는


"나와 엑스의 고향인 제국에 큰 변고로 인해 혹시 모를 일들을 막기 위해 보낸 거니 엑스는 너무 걱정하지 마"


"뭐...애초에 저 녀석이 위험 할리도 없기는 하겠다만..."


라는 이해하기 힘든 말들을 반복하며 제대로 된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제국에서 큰 일이 일어났는데 그게 엑스가 떠난 이유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건가


위험할 리도 없다는 말은 또 무슨 뜻인가


자세한 설명을 회피하는 이루에게 일행들은

조금은 서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지만 별수 없었다.


무리의 리더이자 그들을 나락에서 구해준 당사자가

처음으로 숨기려하는 사실을 캐 물을 수는 없지 않겠나


"....언젠가는 이야기 해 줬으면 좋겠네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렇게 남은 사람들은 이루의 통솔에 따라 여행을 계속이어 나갔는데


그중에서는 이러한 일화도 있었다.


「여행 4년 차-」


"자 여기야 어때?"


그동안의 여행에서도 그러했듯

어느 날에는 수십 명이 넘는 노예들을 데리고 온 이루


"......"


그들은 처음에 자신들과는 다르게 속박 받지 않고 자유로워 보이는

일행들을 경계하며 그들과 자신들을 섞일 수 없는 존재들 인 것처럼 생각하였으나

이루를 포함한 일행들은 그들에게 늘상 그래왔듯 평소와 같은 태도를 취했다.


"이봐 오늘 밥은 좀 먹은겐가?"


"꼴이 이게 뭔가 완전 뱃가죽이 등에 달라 붙어 가지고.....좀 더 챙겨 먹게나"


"시라안 씨 옷이 많이 남았는데 입을래요?"


"어이 형씨 할일 없으면 이거나 들고 가시지"


".................."


『차별』『억압』『혐오 』『두려움』『모멸감』

노예로 살아온 모든 이들이 받아온 싸늘한 시선


"차이가 뭔지 알겠어?"


처음 그 말을 들었을때는 몰랐으나 시간이 지나자

그들은 그의 말이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자...여기 몸이 많이 추우니 이거라고 걸치세요."


"혹시 오늘 하루는 어떠셨나요?"


"좋은 하루 되세요!"


이곳의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귀족이나 평민이

노예를 벌레 보듯 바라보는 차별과 혐오의 시선이 아니라

그저 아프고 괴로운 시간을 보낸 사람에게 보내는 연민과 안타까움의 시선일 뿐


'왜...우리에게 이렇게 상냥하게 대해주는 거지?'


'이런...이런 경험은...처음이야...'


'뭔가...가슴 속이 간지럽고 싱그러운....'


노예라는 직책으로 인해 평생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하고

울타리의 바깥으로 밀어내진 삶을 살아가던 이들이

처음으로 자신들을 울타리 안쪽으로 끌어당겨주고 있는 이들을 마주했으니


그들은 당연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일개 노예에 불과한 자신들에게 왜 이런 대우를 해주는 거지?


혹시 일부러 이렇게 안심시키려는 건가?


배려와 도움이 어색하고 타인의 인정을 받은 기억이 없었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이란 상황에 의문을 가졌고

어째서 자신들을 평범한 인간으로 대해주는 것인지 물어왔다.


"당신들은...우리 같은 노예들을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건가?"


"우리를 구해준 저 사내도 그렇고....이곳의 인간들은...마치..."


"마치 우리를 평범한 사람처럼 대해 주는 것 같다....."


어째서 자신을 평범한 사람들처럼 대해주는 것이냐는 그들의 질문에 이루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앞에 서있는 남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야 너희는 평범한 사람이니까 평범하게 대하지"


"더 다른 이유가 필요해?"


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애들아 또 뭐 필요한 건 없니?"


"이것 좀 도와주세요!"


"좋아"


짧은 대화를 마치고 어린 아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놀아주고 있는

이루의 모습을 바라본 페리안이라는 남자는 그날의 일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 어떤 이들보다도 노예를 차별하는 것이 평민과 귀족이라 생각했으나..."


"어쩌면 나 역시 무의식중에 모든 귀족과 평민이 노예를 차별한다고 차별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귀족들과 평민들 만이 선을 그은게 아니라..."


"우리들 노예도 그들과 다르다 마음속애 선을 그은것..."


"그는...그리고 이곳에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미소지으며 내가 그은 선을 넘어와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그날 이후 그들은 점차 무리에 섞여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남을 배려하며 다른 노예들을 제일 먼저 구하러 다니기 시작했고


그렇게 불과 수십 에서 수백 명으로 시작한 여정은

종국에는 만 명에 가깝게 불어났다.


"자...그럼 여기서 여정은 끝 맺겠습니다!"


그렇게 8년의 시간동안 계속된 여정은


여행을 끝마치겠다는 이루의 종료 선언을

끝으로 라이오스 제국의 어느 영지에서 끝나게 되었고

이날을 기점으로 그들이 멈춘 영지엔 하나의 마을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자 다들 천천히 지으세요 너무 서두르다가 다쳐요 다쳐"


사람들은 자신이 오랜 세월의 여정 동안 쌓아온 지식과 능력을

바탕으로 집을 만들고 우물을 파고 마을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이루는 미엘의 의견을 받아드려


'은은하게 빛난다' 라는 뜻을 가진「루센마을」이라는 푯말을 마을 어귀에 걸어두었다.


"입구에 푯말도 다 세웠으니 이제 슬슬 돌려드리러 가 봐야 되겠네"


마을이 거의 완공될 무렵 이루는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비운 뒤 한달 만에 거지 꼴이 되서 나타났고

그는 마을 입구에서 자신을 찾아온 엑스와 오랜만에 재회해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또 보내 엑스?"


"여행은 즐거웠나 이루?"


"해야 할 일이 아직 끝난것도 아닌데 그런 말을 다하냐"


"뭐...그건 그렇지만"


그로부터 몇 주 동안 이루는 마을의 건축 공사에 신경 쓰며

마을 내부에 분수대를 설치하고 자신이

미엘과 함께 어떤 나무의 씨앗을 마당 앞에 심는 등

조금은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 나무가 그렇게 오랫동안 큰다고?"


"에...지금은 아주 작은 씨앗이지만..."


지난 8년의 시간동안 여행하며 조경에 관련된 공부를 통해 지식을 쌓아

특별한 나무의 씨앗을 마을 입구에 있는 자신의 집 앞에 심은 미엘


그녀는 이 나무가 수십미터가 넘는 크기로 자랄수 있다 말하머

나중에는 마을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많은 꽃을 맺을 것이라 장담했다.


"아마 나중에는 마을에서 제일 큰 나무가 될 거에요."


"그 정도로 큰 나무는....나도 본 적이 없는데 말이지"


"그거 정말 믿어도 되는 거야?"


"물론이죠! 이 나무는 사랑을 주면 줄수록 무럭무럭 자랄 거라고요!"



『약 2주 후-』


두달이 채 안 되는 시간 만에 완성 된 루센 마을을

이루는 허탈한 얼굴로 바라 보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법 너무 사기 아니냐?"


"무슨 마을 건축이 두 달도 안 걸리냐..."


허무하다는 표정으로 마을의 전경을 바라보는 이루에게

미엘은 오늘이 마을 건축 기념 축제 날이니

조금은 제대로 된 옷을 입고 오라고 권유했다.


"오늘은 건축 기념 축제니까 맨날 입는 그 망토 말고 다른 옷도 좀 입어요 이루"


"그 검은색 망토 좀 그만 입고요!"


"망토가 뭐가 어때서!"


"이건 내 트레이드 마크기도 하고 선생짐이 주신 거라고!"


"그래도 축제 때 입는 건 좀 그렇긴...한가?"


이루는 괜스레 투덜거리며 축제때 입을만한 옷을 찾기 위해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고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미엘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오늘 저녁 축제가 끝나면 그에게 고백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하아....또 이루의 얼굴을 보니까 얼굴이 빨개지네"


"이젠 나도 18살이야... 오늘 저녁에는 반드시 이루한테 고백해야지!"


여정의 처음 시작할 때에는 10살 짜리 아이에 불과했던 미엘은

어느덧 18살의 아름다운 숙녀가 되어있었고


그녀는 얼마 전 엑스와 나누었던 대화대로 계획이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가 내 고백을 받아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녕 어린 아이 장난으로 취급하면 어쩌지?


며칠 전-


늦은 저녁 자신을 찾아온 미엘에게 엑스는

하품을 내쉬며 밤늦게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하암.....졸려...."


"무슨 일이길래 날 찾은 거야 미엘?"


"뭐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거야?"


어떤 연유로 자신을 찾아왔냐 묻는 그에게

미엘은 대뜸 이루에게 고백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날렸다.


"엑스...."


"저 이루한테 마을 완공 기념 축제 때 고백할 거에요."


이루에게 고백한다는 미엘의 폭탄 발언에

엑스는 순간 벙찐 얼굴로 몇분동안이나 가만히 서 있었다.


"...?ㅡㅇ응?"


"흐으음...."


꽤 오랜 시간 동안 턱에 손을 올린 채

미엘의 말에 어떻게 답변해 주어야 할지 고민하던 엑스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미엘이 이루에게 고백하려는 것을 어째서

자신에게 먼저 말하러 온 것인지 물었다.


"네 뜻은 어느 정도 이해했어"


"근데 그걸 나한테 미리 말하러 온 이유는?"


왜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는 거냐는 엑스의 질문에

미엘은 엑스가 이루의 가장 친한 친구이니

축제 당일 저녁 이루와 자신이 단둘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축제 당일...."


"잠시라도 좋으니 이루와 제가 단 둘이 있을 수 있게 해주세요."


"이루는 너무 많이 바빠서 아마 축제 당일에도 제대로 즐기지 못할 거에요."


"전.....이루와 함께 축제를 즐기고 싶어요."


이루와 함께 축제를 즐기고 싶다는 미엘의 간곡한 부탁에

잠시 동안 머리를 굴리던 '엑스는 어떻게든 되려나' 하는 표정으로

이루와 미엘 두 사람이 함께 있을 시간을 만들어 보겠다 약조했다.


"음....어디보자...흠...그래"


"낮에는 안될 것 같고...아마 저녁 늦게 불꽃놀이 시간에"


"이루한테 미리 시간을 좀 비워두라고 얘기는 해볼게"


"정말요?! 정말 고마워요 엑스!"


"전 마저 일하러 갈게요!"


생각보다 쉽게 부탁을 승락해주자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환한 미소와 함께

서둘러 마을 공사 작업장으로 돌아가려는 미엘

그런 그녀를 잠시 멈춰세운 엑스는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며 질문했다.


"잠깐"


"....왜요?"


"네가 이루를 잘 안다면 그놈이 온전히 네게만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텐데..."


"그럼에도 넌 그 녀석에게 고백하겠다는 건가?"


그러자 돌아온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는 답변


"네!"


"그 질문은 오히려 반대로 답해드려야 겠네요."


"전 그의 그런 모습이 좋은걸요.!"


미엘은 그의 그런 모습조차 사랑한다 말하며 고개를 돌려 공사장으로 뛰어갔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엑스는 상당히 어렵다는 표정으로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어릴 때부터 이루를 곧 잘 따라서...뭐 알고는 있었지만"


"이제는 금발 녹안의 저런 미인이 녀석을 좋아하는 건가..."


"나이 차이가 무려 8살인데 말이지..."


"이걸 부럽다고 해야 되나 아니면 안타깝다고 해야 되나"


「며칠 후-마을 완공 파티 당일 4/12일 저녁6시」


미엘은 약속 시간 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각 이루의 집 후문 옆에 앉아서

그와 엑스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정기 회의가 빨리 끝나기 만을 기다렸다.



이제 회의가 끝나면 그다음 이루랑 같이 축제를 즐겨야지?


이루와 단 둘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었는데


헤헤.... 기대된다.


좋아하는 남자와 함께 축제를 즐길 생각에

기쁜 표정으로 후문 옆쪽의 쭈그리고 앉아있던 미엘은

이루의 목소리가 들려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이루의 목소리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그래 오늘 파티가 끝나고 나서 난 나일 바로 왕성으로 떠날 거야


순간 문틈 사이로 세어나온

내일 마을을 떠날 거라는 이루의 말에 미엘은 손과 발이 파르르 떨려왔다.


이루가....떠나...? 마을을...?


이렇게....갑자기..... 왜....?


하지만 그 뒤에 들려온 그가 마을을 떠나고자 하는 이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도운건 맞지만"


"결국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 건 아니니"


"이제는 노예제도 자체가 없어질 수 있도록 해야겠지."


또다시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 여정을 떠나겠다는 그의 말에

미엘은 혼란스러워하며 머리를 자신의 무릎에 파 묻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으나 그것은

그녀는 자신이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그의 선택을 막을 수 없었기에


"잠깐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으니 조금만 이따가 다시 진행하지"


"난 잠깐만 나갔다 올게"


그순간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뒷문으로 나온 이루는

문 옆에서 울고 있는 미엘과 눈이 마주쳤다.


"어...?!"


"미엘...지금.... 울고 있는 거야?"


"왜 그렇게 서럽게 울고 있는거야"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이루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미엘에게 손수건을 건네주며

왜 그렇게 우는건지 걱정했고


미엘이 그가 건네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내일 떠난다는 말이 사실이냐고 묻자


"내일 떠난다는 말이 사실 인가요 이루?"


이루는 방금 전 까지 자신이 했던 말들을 미엘이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침묵했다.


전부....들은 건가?


"꼭....가야 하나요...?"


"여기서 저희와 함께 있으면 안돼요?"


이미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알고 있어 이것은 그저 자신의 마음을 성토하는 것에 불과했다.


꼭 떠나야만 하는 것이냐는 미엘의 울분 섞인 물음에

이루는 처음 여정을 시작할 때 자신이 말했던 이정표에 대해 이야기 하며

이제는 자신이 다시 여행을 떠날 때가 되었다고 답했다.


"처음 여정을 시작할 때 내가 해던 말... 기억나니?"


"난 그저 이정표를 제시할 뿐이고... 모든 선택은 그대들의 몫이다."


"이제 이곳에는 더 이상 내가 필요하지 않아 미엘."


"다들 과거와는 다르게 자신의 생각대로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지"


"난 이제 이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누군가의 시선이 닿지 못해"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조금 더 혼자 여행하려고 해"


"그렇...군요...."


이미 결심을 굳힌 이루의 얼굴에 미엘은 자신이 오늘 이루에게 말하기 위해

수백 번을 넘게 머리 속으로 되새기며 연습했던 말들을 내 뱉을 수 없었고

그녀는 이루에게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억지로 미소 지으며 그가 무사히 잘 다녀오길 기원했다.


"몸 조심히.....잘...다녀오세요."


"전 언제나 이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억지로 밝은 척 해봐도 그와의 헤어짐이 아쉬워

또 다시 눈물을 흘리는 미엘에게 이루는 다시 한번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 주었고


"나참....그만 좀 울라니 까 또 운다 또"


왜 이렇게 안 들어 오냐는 투정을 내뱉으며 밖으로 나온 엑스는


"야 조금만 쉰다는 놈이 뭐가 이리 늦..."


서로를 마주보며 서 있는 둘의 모습에 조용히 다시 안쪽으로 들어갔다.


"......"


"얘들아 아무래도 회의는 조금 이따가 하자"


"지금 좀 바쁜 상황이니까."


"한 10분만 더줘"


눈물을 다 닦은 미엘은 이루에게 오늘 저녁 자신과 함께

마지막으로 불꽃놀이를 보러 가지 않겠냐 물어보았고


"이루....오늘 저녁에 저랑 같이 불꽃놀이 볼래요?"


이루는 미소와 함께 미엘의 부탁을 긍정했다.


"물론이지 그럼 나랑 심었던 나무 아래 에서 같이 볼래?"


"좋아요."


「저녁 9시 경- 불꽃놀이 시작 시간」


미엘과 이루는 두 사람이 함께 심었던 나무 아래에서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 터지는 불꽃들을 바라 보았고

미엘은 더 이상 그와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속 깊이 아쉬워 했다.


이루는....다시 돌아오기는 하는 걸까?


돌아온다면...언제 쯤 돌아오는 걸까?


그런 미엘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인지

이루는 자신이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다 약조했다.


"꼭 다시 돌아올게 미엘."


"그리고....내가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그때는 네 마음속에 있는 나에 대한 그 질문에 답을 찾아 올게"


"그러니...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줘"


"이루....? 설마....?"


밖으로 꺼내본 적 없이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속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니


미엘은 아직 말하지도 않았던 자신의 속마음을

이미 이루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워 하며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그의 약속에 기뻐했다.


하하....다행이다..'


"지금은 그거면 됐어요 이루...."


"당신이 돌아온다 했으니 전 그거면 충분해요."


「10시-」


불꽃놀이가 모두 끝나고

이야기는 잘 끝난 거냐며 마중 나온 엑스는


"이렇게 보니까 또 옛날 생각이 나는데?"


라며 미엘과 이루에게 어렸을 때 처럼 서로 안아보라고 시켰다.


아무래도 미엘과의 약속을 제대로 못 지켜준게 미안해서

추억꺼리라도 하나 만들어 주려는 것 같았다.


"둘이 안아봐"


"빨리!"


"사진하나 찍자"


어느새 손에 카메라를 든채

단호한 표정으로 둘이 껴안으라는 엑스에게 이루는


"야 그건 거의 6~7년 전 미엘의 몸이 많이 약했던 시절에나 내가 안거나 목마를 태우고 다녔던 거지..."


"다 큰 여자아이를 안아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하냐..?"


라고 무시하며 미엘을 바라보았는데...


"어...어? 전...아니...아니.. 괜찮아요..."


빨개진 미엘의 얼굴에 이루는

마지막에 헤어지기 전 한번 안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 뭐....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마지막으로 확인 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물론 미엘이 원한다면"


'.............'


'꼬옥'


'찰칵'


그렇게 미엘과 이루가 마지막으로 서로를 안아주는 장면을 엑스는 사진으로 남겼고

다음날 이루와 함께 마을을 떠나기 전 미엘에게 건넸다.


"자 어제 찍은 사진이야 받아"


그렇게 이루는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


-끝-


"이 정도면 이 가운데의 남자가 누구인지 이해할 수 있겠지 애들아?"


이야기를 끝 맺은 노파에게 아이들은

그 이후 미엘과 이루가 다시 재회한 게 맞는지 캐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에요?"


"할머니는 그 이루라는 사람이랑 다시 만났나요?"


"맞아요! 궁금해요! 어떻게 되었어요?"


이야기 이후에 일을 궁금해 하는 아이들에게 노파는


"그건... 비밀~"


이라고 말하며 집에 가기 싫다고 징징대는 아이들을 돌려보냈고

아이들은 노파의 곁에 달라붙어 있다가 하나 둘 부모님의 불호령에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에이....조금 더 있을래요!"


"맞아요 제대로 좀 알려주세요 할머니 이이~"


"안됩니다 우리 꼬맹이들!"


"가서 점심이나 먹고 오세요!"


"야 루텔! 너 안올거야?"


"유얀! 할머니 귀찮게하지 말고 빨리 돌아와!"


"히이잉.....ㅠㅠ"


'끼이익..쾅'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 집 안에 남은

노파는 닫힌 문 앞에 기대어 앉아 세번째 사진을 바라보며 작게 읇조렸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와 같이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면 좋았을 텐데..."


"................."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붙은 먼지들을 털어내곤

집 안쪽의 흔들 의자 위에 앉아 거동이 불편해진 몸 상태를 걱정했다.


으음....확실히 요새 몸이 별로 안 좋네....


이제는 집 앞의 저 나무를 보러 가는 것도 힘들어 졌어...


밖에 나가는 게 쉽지 않아 창문을 통해 문 밖의 거대한 노란빛으로 물든

나무를 바라보던 노파는 문 밖에서 누군가 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힘든 몸을 움직였다.


'똑똑똑'


"누구세요?"


현관까지 걸어 나가 누구냐는 노파의 질문에 문 바깥의 사람은


"이루입니다~"


라며 장난 섞인 목소리를 내었고


하아....엑스... 또 이런 질 낮은 장난을...


노파는 한심하다는 생각으로 문을 열어

문 앞에서 웃고 있는 흑발의 남자에게 그만 좀 장난치라고 짜증을 내었다.


"엑스! 장난 좀 그만 쳐요!"


"아무리 당신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이루 목소리로 장난 좀 치지 말고요!"


"그리고 다 늙은 노인네가 변신 마법으로 그렇게 젊은 척 하고 다니는 거 그것도

참 별로거든요?"


"엌.."


젊은 척 하고 다니는 게 별로라는 노파의 팩폭에

엑스는 큰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하고

풀이 죽은 목소리로 궁시렁거렸다.


"아니...그런 게 아니고....난 그저....너 좀...미리...아니다..."


"변명하지 마시죠?"


단호하게 서있는 노파의 모습에 고개를 떨군 엑스는 사과했고

미엘은 어쩔 수 없다며 그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에이...미엘 미안해 화 좀 풀어라 앞으로는 이런 장난 안칠게."


"알겠어요....다음부터는 이런 질 낮은 장난은 하지 마세요."


노파가 사과를 받아주자 집 안쪽으로 들어온

엑스는 오랜만에 만난 그녀의 거동이 힘들어 보이는 것을 눈치채고

그녀를 흔들 의자에 앉혀 집 옆의 거대한 나무로 향하고자 했다.


"오랜만에 온 건데 나랑 잠깐 나무나 보러 가자"


"갑자기요?"


"어"


두 사람은 노란색 꽃이 흩날리는 정원을 지나

마을 입구의 거대한 노란색 꽃이 가득한 나무 앞에 도착했고

미엘은 자신이 오래전 그와 함께 심었던 나무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너는.....지난 세월을 모두 간직한 채...계속해서 살아가겠지"


나무 아래에서 나무를 만지고 있는 미엘에게 엑스는 어떻게

자신이 이루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을 그리 정확하게 짚어 내는 건지 궁금해 했고


"근데 넌 어떻게 이루의 목소리를 그렇게 잘 아는 거냐?"


"나름 비슷하게 따라 했다고 자부하는데 말이지~"


미엘은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그의 목소리를 헷갈릴리가 있겠어요...? 라고 생각하며


"....그런게 있어요~"


라고 넘겼다.


수십 년 전 이루와 미엘 두 사람이 함께 심었던 나무는 어느덧

그녀와 이루의 키를 넘어 마을의 그 어떤 나무들 보다 커졌고

그런 거대해진 나무를 잠시 동안 지켜보던 엑스는

무언가 급하게 생각난 게 있다고 말하며 이만 가봐야되서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하며 뛰어갔다.


"....아! 맞다! 내가 중요한 걸 잊고 있었네?"


"미안 미안! 오늘은 좀 일찍 가볼게"


"진짜 중요한 일을 내가 까먹어 버려서 제국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


"진짜요..?"


" 오랜만에 보는 건데 이렇게 빨리요?"


"미안해 아주 중요한 일 이어서.."


아쉬워하는 미엘에게 엑스는 작게 어떠한 말을 남긴 채 미엘 앞쪽의 담장을 넘어 사라졌다.


"□□□□을...하기를 미엘!"


뭐라는 거야? 늙어서 잘 들리지도 않는데


미엘은 듣지도 못할 말을 남긴 채

정문도 아니고 울타리를 넘어서 사라진 엑스를 보고 역시나

이해하기 힘든 사람 이라고 생각했다.


수십년을 봐왔지만 그는 속내를 참 알기 힘든 사람이었다.


근데 왜 정문이 있는데 굳이 앞쪽의 울타리를 넘어서 뛰어가는 거지?


옛날부터 그랬지만...참 이상한 사람이야....엑스는...


다시 시선을 돌려 미엘은 자신과 이루가 함께 심었던

그때 그 나무와 오래전 그와 찍었던 사진들을 한 손에 쥔 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흔들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그녀의 기억엔 아직도 그와 나눴던 대화가 그의 얼굴이 그의 목소리가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는 죽었을까?"


"그는...행복했을까?"


"그는....날 그리워 했을까?"


오래 전 옛 기억에 빠져있던 그녀는

뒷편에서 들려온 한마디의 목소리에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미엘."


낮고 상냥한 그리고 적적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과 수년 간의 여행을 함께했던 어느 남자의 목소리가

자신을 어린 시절부터 구해주어 함께 여행을 다니고

마을을 만들고 이곳을 떠날 때 인사했던 그 목소리가


떠나간 지 수십 년이 넘었지만....언제 까지나 기억하고 있던

잊지 못했던 그 목소리가 자신에 뒤에서 들려온 것을


"내가 잘못들은 건가...?"


그래 내가 너무 늙어서 환청을 들었나 봐...


그것도 아니라면... 아마 엑스가 질 낮은 장난을 치고 있는 건가?


평생 단 한번만이라도 듣고 싶었던 그의 목소리였지만

지금은 그의 목소리가 들릴리 없다 생각했기에

미엘은 방금전 들려온 목소리를

자신이 잘못들은 것이라 생각하며 다시 한번 눈을 감았지만


"미엘"


그녀는 자신이 기대어 있는 나무의 뒤편에서 다시 한번 들려온 오래전

그의 목소리에 설마 하는 마음을 가지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오지 않았어.

돌아 온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지금 이 목소리도 당신이 아닐거야...

60년이 흐른 지금 당신이 그날 그때의 목소리를 가졌을 리가 없을 테니까


그럼에도....난 그럼에도 이 목소리를 수십 년 간 기다려 왔어

당신과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나날을 평생 기다려 왔어

내가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당신이 있을까?


그리고 그곳에는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노랑 색 꽃잎들 사이로

60년 전 그때의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루가 서있었다.


"오랜만이야."


".....너무 많이 늦어버렸네"


".....하하...바보"


의자에서 일어난 그녀는 그에게로 달려가 안겼다.




맞춤법 틀린게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가의말

2023/12월 31일 일단은 수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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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1부 외전 57화-여정(행)의 끝에서 23.09.20 38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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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1부 외전-53화 여행(6)불쾌한 결말 23.09.15 36 2 10쪽
214 1부 외전-52.5화 여행(5) 쉬어가는 설명 23.09.14 39 1 5쪽
213 1부 외전 52화-여행(4)선택에 대한 책임 23.09.13 35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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