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서바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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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2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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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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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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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쓰레기인 줄 알았더니

DUMMY

'레벨 C는 실제 어느 정도 수준일까?'



무대로 올라가기 직전까지 참가한 경쟁자들의 등급 평가를 바라보며 도연무는 생각했다.




[이유철 연습생의 등급은, B입니다.]




상대평가이니 여기 출연한 사람들의 평균에 맞추는 걸까?




[오늘 최초의 A네요. 방유원 연습생, 축하합니다!]




처음 탄생한 A등급 발표에 금발머리가 감격한 얼굴을 감싸며 내려가고 있었다.



무대의 결과가 나올수록 도연무의 생각은 한가지 결론에 가 닿고 있었다.



'프로그램 등급보다 상태창의 기준이 높다.'



아무리 봐도 그의 스테이터스를 측정하는 빌어먹을 시스템 창보다 두근돌 심사위원들의 눈이 훨씬 낮은 건 분명했다.



처음에는 두근두근 아이돌 심사위원들이 뒤로 돈이라도 먹고 저러나 싶었다.

특히 나애리라면 그러고도 남으니까. 나애리가 로비를 안 받았다면 이상하게 생각했을 거다.


그러나 F로 가야할 수준의 무대도 C, D로 보내주는 걸 보고 내 스탯창과 이 프로그램의 등급이 꼭 일치하진 않을 수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모르겠네.' 대기실 전광판으로 나오는 연습생들의 평과결과에 살이 쪽 내려가 가늘어져 있는 도연무의 턱 아래를 문지르며 생각했다.



어쨌건 지금 이 밋밋한 C급 외모도 이곳에선 준수하다 해야할 테니까.


골치 아프고 불필요한 생각들은 고개를 저어 멀리 치워버렸다.



'어떻게 알거야. 수준을 아는 연습생들이라곤 세븐 스타즈 애들 뿐이었는데.'


어쩔 수 없이 살게 된 지금 몸뚱아리의 신체 능력을 다시 확인했다.



[도연무, Lv.8]

- 보컬 : B

- 춤 : C-



두근두근 아이돌은 항상 1차 레벨 평가 후, 일주일에서 열흘간의 트레이닝 합숙훈련을 진행한다.


즉, 오늘 이후에도 스탯 포인트를 쌓을 시간은 남아있다는 것이다.


전생에 중소에서나마 이미 데뷔해 굴러봤던 나로써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이돌 그룹 멤버를 뽑을 때 중요한 건 '춤' 항목이란 걸.


노래야 가수이니 당연하다 해도 영 안되면 메인보컬한테 대부분 시키면 된다. 하지만 무대에서 수납되지 않을만큼 춤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그룹으로 내보내는 건 무리가 있었다.


단 한명의 암초가 배를 난파시킨다. 시즌 1, 2 모두 레벨 테스트는 그 암초를 거르기 위한 용도로 사용됐다.


데뷔한 사람들 중에 노래가 부족한 사람은 있어도 뚝딱이는 없었으니까.


거기다 걸그룹도 아닌 보이그룹. 내가 시청자라도 팀 전체의 퍼포먼스 수준을 끌어내릴 멤버를 우선적으로 탈락시킬 거니까.


솔로도 아닌 '그룹'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푸른 심장은 어쩔 수 없는 선곡이었다. 도연무 게을러터진 놈이 진작 구직해 소속사만 있었더라도 굳이 이런 여자 노래를 선곡하진 않았을 거다.


개인 연습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무대를 채워야 하는 것만 불리한 게 아니었다.


한명이라도 유명 가수의 히트곡이 있는 소속사라면, 신입 연습생이 입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연습해왔을 그 노래와 춤을 갖고 나오니까.


각자 회사를 대표해서 나온 연습생들을 위해 사내에 있는 가장 노련한 전문가들이 준비해준 컨셉을 들고, 무대 직전까지 사내 안무가와 보컬 선생들에게 수없이 교정을 받고 나온다.


기획사의 도움은 커녕 전문적인 트레이닝 한번 받아본 적 없는 일반인 연습생들은 애초에 머릿수 채우기 용도나 다름없었다.



‘그거야 물론 내가 정말 아무 경험도 없는 개인 연습생이었을 경우의 이야기지만.’



세븐 스타즈로 연예계 밑바닥에 10년간 굴러온 이정무로써의 판단에서도 개인 연습생은 레벨평가부터 패널티를 갖고 있었다.


남자 아이돌 중에 솔로가 얼마나 된단 말인가. 발라드 가수를 제외한다면 국내에서 인지도 있는 남자 솔로 가수의 수 자체가 희박하다. 거기에 어느정도의 춤 실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형 남자 솔로를 꼽는다면 아예 세명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


한마디로, 수십명의 개인 연습생이 거의 똑같은 노래들을 갖고 경연하게 생긴 거였다.


내가 방송국 놈들이라도 보결 선수나 다름없는 일반인 참가자들이 똑같은 곡으로 하는 무대들을 두개 이상 방송에 써주진 않겠지.


아주 특출하게 잘 하는 놈만 내보내거나, 특이하게 못 하는 놈을 잡아 웃음거리를 만들거나.


그러다보니 남은 선택지가 선곡의 중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여자 솔로 가수의 노래.


푸른 심장은 내 기준에 지금의 수준으로도 소화에 무리가 없는 곡이었다. 고음이 끝도 없이 올라간다는 것 말고는 박자도 기교도 평이하디 그지없는 무난한 노래.


뭐, 어디까지나 이정무로써 연습생 시절을 보낸 내 기준으로 '평범한 연습생'이라면 누구나 해낼 수 있는 거지만.


B등급의 보컬 능력이면 노래로 나애리에게 욕 먹을 일은 없었다.



'한국인은 고음만 시원하게 올려주면 잘 하는 줄 아니까.'



관객한테 임팩트 주기에도 좋고. 음정과 박자가 미묘하게 틀렸어도 3옥타브만 내면 다 까먹고 좋아하니까.


어쨌건 경연에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것보다 좋은 건 없으니까.




무대에 오르기 직전, 도연무의 몸으로 환생한 후 빌어먹을 시스템 놈에게 받았던 선물을 소환했다.




"특성, 불타는 재능 활성화."



- [상급 특성, 불타는 재능 Lv.0]

- 일정시간 원하는 스탯 1개에 대해 능력치가 300% 증가합니다.

- 제한시간 : 한시간

- 원하는 스탯 항목을 선택하세요

1. 보컬

2. 춤

3. 외모



가장 떨어지는 항목에 투자하는 게 당연했다.



"상급 특성, 불타는 재능을 춤 항목에 사용한다."



- 플레이어가 스탯 영역을 '춤'항목으로 지정했습니다.

- 상급 특성 버프로 선택 영역 능력치가 한시간동안 300% 상승합니다.

- 일시적으로 춤 스탯이 C->B-로 상승합니다

- 재사용까지 일주일간의 쿨타임이 소요됩니다

- 정말로 레벨업을 하시겠습니까?



뻔한 질문을 하는 상태창을 향해 도연무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당연한걸. 그러기 위한 서바이벌이었으니까.


민망한 단어를 작게 입을 벌려 읊조렸다.



"레벨업."



- 상급특성, 불타는 재능이 활성화됐습니다

- 시스템의 권능으로 춤 스탯이 B-로 한시간 동안 등급 상승합니다.

- 플레이어의 레벨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 3초뒤, 시스템과 플레이어의 신체 능력에 대한 동기화가 진행됩니다.

- 3,2,1,... .


잠시 후 찾아온 머리가 아찔해지는 고통 속에, 도연무는 전신의 근육에서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힘을 느꼈다.



**



둥둥둥둥둥....


[Ah-

얼어붙은 푸른 심장

잠들어 있는 마음을

Ah, Ah

깨우는 당신의 손길—]



EDM 신디사이저의 전자음악이 흘러나올 때부터 당혹했던 심사위원들의 눈이 도연무의 입술에서 도입부 첫 소절이 흘러나오는 순간 이제 경악에 차오르고 있었다.


시원하게 쭉 뻗어 올라가는 하이노트. 메인 스튜디오를 꽉 채우는 시원한 고음이 한번의 이탈도 없이 안정되게 저음으로, 다시 고음으로 자유롭게 변주되고 있었다.



"이거 백보컬 삽입한 건가?"


긴가민가 자신을 바라보는 나애리에게 옆자리 재키박이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질려버린 얼굴에 당혹이 역력했다.


푸른 심장은 예고도 없이 3옥타브 라까지 치고 올라가는 걸로 극한의 고음이 도입부에 나온 뒤, 그 고음 하이라이트가 중반 이후 반복될 때까지 내내 잔잔한 멜로디가 베이스를 이루는 단순한 구성의 노래였다.



[Ah, Ahh—-

난 이제 Never Ever

Ah—

두번 다시 그때로

그때론 돌아가지 않아]


잠시 포즈된 순간에 맞춰 도연무의 한 발이 스테이지를 밟았다 다음 순간 공중으로 도약한 다리가 정적을 찢는다.


가볍게 착지한 뒤, 스탠딩 마이크에서 뽑아낸 마이크를 한 손으로 던졌다 다시 낚아채 거꾸로 잡은 도연무가 스테이지의 정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심사위원과 눈이 마주친 도연무가 그대로 한쪽 눈을 가볍게 감고 자신만만하게 웃어 보인다. 해사한 웃음이 전광판에 가득 채워진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대로 작은 몸이 제자리에서 한바퀴를 가볍게 돌았다.

이후로는 원곡에 없던 창작 안무가 리드미컬하게 이어졌다.



[얼어붙은 푸른 심장

약속을 믿고 나아온—]



스탭을 밟는 내내 흐트러지지 않는 호흡. 신디사이저와 일렉 기타를 삽입해 좀 더 경쾌하고 가볍게 편곡된 노래에 원곡 무대에 없던 안무를 가미했다.



[Ah, Ahh-

Oh 얼어붙은 푸른 심장

항상 혼자 꾸던 꿈

느닷없는 touch로

환상이 아니라고 알려주었어]



격한 춤이 아니더라도 몸을 동시에 움직이는 내내, 이탈 한번 없이 매끄러운 고음이 반주 사이를 갈랐다.



'몸이 가벼워'



스탭을 밟는 내내 스스로도 놀라울만큼, 굳어있던 전신의 근육이 해방된 것처럼 자유롭게 움직였다.


도연무의 몸에 들어온 후로 그를 가장 괴롭게 했던 부자유스러움과 불편함이 싹 제거된 느낌.


온 몸이 날아오를 듯이 상쾌했다.


[도연무, Lv. 11]


일시적으로 상승한 레벨 11의 능력치가 항상 감옥에 갇힌 듯 답답하던 전신에 활력을 부여했다.



레벨 평가는 보컬, 댄스, 랩 각자의 장점을 돋보일 수 있는 자유곡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한가지만 보여주면 끝난 뒤에 몇배로 깨지기 쉽다는 함정이 있었다.


노래만 들려준 연습생은 춤을, 춤만 췄던 사람은 노래나 랩을 다시 하도록 무대가 끝나고 심사위원들에게 더 까다로운 평가를 받아야 했으니까.


그래서 고민 끝에 도연무가 선택한 해답이, 댄싱 라이브(Dancing Live).


가만히 서서 노래하는 것보다 춤 추면서 하는 게 난이도가 몇배로 올라가는 게 당연하니까. 기성 가수들도 춤 추면서 라이브로 노래를 소화하는 아이돌 그룹은 손에 꼽아야 한다.




그런데 연습생이 그 3분 내내 가벼운 안무나마 몸을 움직이며 노래도 동시에 안정적으로 소화가 가능하다면.



'A등급이지.'


자신만만하게 도철중에게 받은 USB를 재생하는 내내 즉석에서 만들었던 안무를 추면서 생각했다.


집에서 나오기 전까지 밤을 세워 이 곡을 편곡했었다. 썩어도 준치가 아니라 한 대를 내려와 돼지가 되더라도 슈퍼 아이돌의 아들답게 살을 다 빼고난 도연무의 작달막한 키와 몸에 이 노래만큼 분위기가 어울리는 건 없었으니까.



확실히 근력과 오랜 기간 연습이 기반돼야 하는 파워가 필요한 남자 아이돌의 춤에 비해 가볍고 춤선이 중요한 여자 가수의 선곡과 안무가 도연무의 몸에 맞았다. 어쨌든 이 돼지새끼는 살만 안 찌면 몸선 자체가 곱고 키에 비해 비율도 좋으니까.




숨을 몰아쉬며 노래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스탭이 멎었다. 한팔을 가슴에 붙이고 청중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한 자세 그대로 멈춘 도연무가 숨을 몰아쉬었다.


숨을 헐떡댄 채로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지금 체력에서 소화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나애리가 아무리 돈을 처먹었더라도 이걸 C 이하로 내려보낼 순 없을거다.



노래가 모두 끝난 뒤, 도연무는 숨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들었다.


심사위원들의 질린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격한 댄싱 라이브를 마치고 숨을 몰아쉬던 도연무가 빙긋 만족스럽게 미소지었다.



'쓰레기인 줄 알았더니'



아무래도, 이 시스템은 그의 생각보다 능력이 꽤 좋은 녀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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