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서바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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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태수
작품등록일 :
2022.05.2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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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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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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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상금 대신 센터라니 가성비갑이네

DUMMY

"하핫, 형 그러니까 병아리같아요."




'뭐래, 이게.'




깊은 분노를 양 눈에 가득 담아 노려보는 나를 머리 하나는 더 위에서 내려다보는 놈이 연신 웃어댔다.


기껏 해준 교습이 아깝게도 무대 위에서 아예 굴러버린 담아인이 뭐가 좋은지 연신 웃고 있었다.


그러고도 B를 받은 게 놀랍지만 막상 담아인은 이 삭막한 곳에서 나와 같은 방이 된 게 기쁘단 생각만 하는 것 같았다.


닭장같은 숙소 방 안. 이층 침대 아래에 캐리어를 놓고 짐을 풀었다.



'어떻게 방도 같이 쓸 수가 있지.'



등급에 따라 숙소를 무작위로 잘랐는데 A등급이 워낙 한줌이라 B등급 두개 반 중 우리에게 같은 층의 더 하급 방이 주어졌다.

이것도 차별이다. A등급 8명은 4인실. B등급 18명은 6인실 숙소에 우겨넣어졌다.


A등급 8명. B등급 18명. C등급 28명. D등급은 38명으로 하위 등급으로 갈수록 피라미드가 넓어지는데

맨 밑바닥 F등급은 A보다 적은 7명이다. 모아놓으면 한명 한명 눈에 띄기 좋도록.


사람도 아닌 불가촉천민이란 소리다.


이 7명의 퇴출 1순위는 캡슐호텔같이 생긴 방에서 뻐근한 몸을 이끌고 연습하다 정식 레벨 평가가 방송된 후 커뮤니티에서 '이번 시즌 불가촉 천민 7명'의 명단으로 리스트업되어 멍석말이 당한다.


기껏 방송 나간다고 주변에 자랑하고 왔는데 시청자들에게 조롱당하다 투표로 숙청 당하는 것이다. 이후로는 동네망신밖엔 남지 않았다.



최상위 신성 계급 A등급은 와인 냉장고가 있는 4인조 초호화 숙소에서 거품 목욕까지 제공된다.


B등급은 평범한 닭장 숙소. C등급부터는 침대가 없다.


식당도 두곳으로 나뉘어서 B등급까지는 호텔 뷔페식 라운지에서 식사가 제공되지만 C등급부터는 건설 노가다 현장 함바집 수준의 식당에서 싸구려 고기를 먹는다.


철저한 계급주의의 두근돌은 모든 좋은 것은 상위등급이 우선적으로 제공받고 하위 계급들이 순차적으로 남은 것들을 줏어가는 생존 서바이벌이었다.


밥은 각자 윗 계급이 먹고 난 뒤에야 가서 남은 것들을 먹을 수 있기에 사내놈들 수십명이 다 먹고난 다음에야 가서 식사할 수 있는 F등급은 합숙 내내 고기 한점 못 먹고 식당을 나가기가 일쑤였다.


캡슐 호텔에서 불편하게 잠 들었다 눈 뜨면 부실한 식단으로 배를 채우니 연습에 기운이 날 리 없다.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사람이 위축돼서인지 F등급을 받으면 자발적으로 퇴소하는 연습생이 반 이상이었다.



'역시 나애리같은 쓰레기가 환장할만한 프로그램답지.'



애초에 이런 프로그램에서 일할 생각을 하는 것부터 보통 부실한 양심의 보유자가 아닌 이상 힘든 일.


쓰레기들만 모여서 만든 프로가 자극성과 잔학성으로 히트치다 보니 제작진은 이제 언론의 비난 따위는 '개나 줘라'하고 코웃음치는 수준이었다.


무슨 상관인가. 연습생들을 굴리고 괴롭힐수록 광고가 점점 더 빵빵하게 들어오는데 안 굴릴 이유가 없었다.



'반드시 A등급을 받아 4인실로 가고 말리라.'



사내놈들이 옆에서 옷을 훌렁훌렁 벗어 재낄 때마다, 열정 어린 무대 후 땀 냄새로 가득한 8인실 방 안에서 생각했다. 이층 침대라 윗놈이 방구라도 뀌면 질식사할 수 있는 환경이다.



'아버님, 제가 이렇게 삽니다.'



전생의 내 원룸 몇배는 되는 도연무의 방이 벌써 그리워져, 뻐꾸기 주제에 남의 몸의 아버지를 찾았다.


닭장 침대의 1층을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 놈들을 보다보니, 어쩐지 부자 사기단이 절대 못 간다고 뜯어 말린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니가 가라, 1층 침대."

"헐, 진짜요?"




별 것도 아닌 선의에 감동이 일렁이는 담아인의 소같이 시꺼먼 눈동자를 보니 부담이 몰려왔다.


'네가 방구 꼈을 때 숨 막혀 죽을까봐.'


이정무일 때도 세븐 스타즈 놈들이 시도 때도 없이 공기 오염 시키는 걸 피하고자 가장 먼저 숙소에서 탈출했던 나다.


한 방 안에 닭장같은 이층 침대가 꽉꽉 메워진 공간이 곰팡내 가득하던 세븐스타즈 숙소를 연상시켜 평생 없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갑자기 생길 것 같았다.




"아니, 아직도 안 가고 뭐하는 거야?!"



짐 풀고 옷 갈아입자마자 스탭이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와 빨리 대강당으로 집합하라고 고함쳤다.



'뭔가 교도소같군.'



이건 교도소 옷이고 말이지. 내가 우겨서 참가한 서바이벌인데 왜 이리 죄수 수용소같은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웬지 여기서 우승하면 아이돌 데뷔가 아니라 456억을 받을 것만 같다.



'진짜 그냥 돈으로 줬으면 좋겠네.'



애초에 우승 혜택이 센터가 뭐냐. 그거 해서 뭐한다고.



'그러고 보니까 내가 세븐 스타즈 센터였나?'



7명일 때부터 사진 찍으면 가운데 서긴 했었지. 근데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나중에 3명 됐는데.



문을 열고 나오니, 마침 우리 방문 앞 초호화 특실에서 A등급 연습생들이 나오고 있었다.

핑크색 트레이닝복에 감싸인 어깨와 하늘을 향해 쭉 내민 가슴팍들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워낙에 명수가 적다보니 한 층에 방 2개를 배정받았는데 우리 방이 하필 A등급과 같은 층에 있었다.


순위대로 자를테니 이 방 애들이 B등급에서도 꽤 상위권이란 거겠지.


담아인이 으스대는 핑크색 아메바들을 보다 이를 악 물고 내 귀에 속삭였다.



"형, 저 꼭 A등급으로 올라가서 센터할 거에요."

"어, 그래. 열심히 해라."

"이잇! 형은 너무 욕심이 없어요. 기왕 나왔으면 1등해서 센터하는 걸 노려야지."



심드렁하게 보이지 않으려 애써도 역시 대꾸하는 목소리에 퉁명스러움이 감춰지지 않는다. 하지만 저 우승혜택은 도저히 탐나지 않는다.


한국 아이돌 그룹에서 센터하면 도대체 뭐가 좋은지 모르겠네.



첫번째, 사진 찍을 때 가운데에 선다.

...어차피 다른 애들도 개인컷 다 나오잖아. 사람은 왼 얼굴이 보통 더 카메라를 잘 받는데, 그래서 잘 나오는 각도로 사진 찍히기 위해 일부러 대형 오른쪽에만 서는 애들도 있었다. 선우명남이 그랬지.



7명이던 시절, 공계 올리는 단체사진에서도 어쩌다 자기가 가운데 자리에 서게되면 몰래 와 내게 사정했었다.



'형, 저는 왼쪽 얼굴이 더 잘 받아서 좀 그래요. 형은 콧대도 높으니까 저랑 자리 바꿔주시면 안돼요?'



그 놈의 가운데 자리도 다른 놈들이 시켜서 내가 서게 될 때가 많았었지.


물론 그걸 모르는 선우명남 팬들은 그렇게 생각 안했었지만.



[이정무 오늘도 센터 욕심 쩐다]

공계 올리는 사진에서도 지가 센터 붙박이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명남이 구석에서 안쓰럽게 브이하는 거 실화냐

ㄴ ㄹㅇ 좀 공식 센터면 다른 데에선 양보 좀 하라고

ㄴ 여윽시 센터에 환장한 놈 욕심만 그득그득한 거 보소

ㄴ 이정무 센터병 유명하잖아ㅋㅋㅋㅋㅋ


"... ."


갑자기 잊고 있던 옛날 생각에 기분이 더러워졌다.

가운데 선다고 얼굴이 더 크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역시 장점이 뭔지 모르겠다.



두번째, 무대에서 가운데에 선다.


말이 되나. 대형 계속 바뀌는데 인원이 수십명도 아니고 많아야 10명 좀 넘는 애들 사이에서 한명만 어떻게 계속 한가운데에 서서 춤 추는데?


내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요즘 애들 센터 센터 찾는 것만 보고 있으면 저게 뭐라고 저리도 센터 갖고 난리를 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괜히 나 혼자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아저씨가 된 것 같아 섭섭함이 느껴졌다.


제이티브이라는 대기업의 마수에 억지로 세뇌당하는 기분이랄까.

오디션 프로란 게 생기기도 전부터 센터로 아이돌 생활 시작했던 나로썬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 프로그램의 우승혜택이 상금 대신 센터인 이유는 하나 뿐이었다.



'이 양아치 새끼들 돈 아끼려고 상금 대신 감투 하나 만들어 준거네.'



속으로 궁시렁대며 쉴 새 없이 조잘대는 담아인의 말을 한귀로 흘려보냈다. 고등학생이라 그런지 애가 기운도 좋고 말도 많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코너를 돌 때였다.




"억!"




갑자기 튀어나온 덩치가 내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단단한 돌같은 어깨에 코를 그대로 들이박았다. 남의 콧대 부러지는 줄 알았네.




"아 죄송합니.. ."




내 코를 들이받은 놈이 말을 하다말고 자기보다 훨씬 아래 있는 내 머리통부터 발끝까지를 한번에 쭈우욱- 눈으로 훑는다.



'죄송합니...?'



그게 다야?

사람을 쳐놓고 말이 짧다. 잠시 후 한쪽 입꼬리를 올린 녀석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복도에서 있을지 모르는 카메라를 의식해 정중하게 사과했지만 잠시 후 들린 고개에 입꼬리에 걸린 명백한 비웃음.


지금 그게 다냐고 자신을 노려보는 내게 위아래 핑크색 옷을 두른 아메바 같은 녀석이 웃으며 손가락으로 복도를 가리켰다.




"아, 근데 여기 B등급은 엘리베이터 금지돼 있어요. 계단은 저쪽."




잠시 후 다른쪽 어깨로 내 등을 한번 더 치고 유유히 걸어가는 갈색 머리의 뒷모습을 말 없이 노려보았다.


아니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쫓아가려는 나를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불러세웠다.




"헐, 우리 같은 층?"

"... ."




핫핑크색 옷조차 금발과 찰떡같이 어우러지는 기적같은 외모의 방유원이 뒤에 서 있었다.



우르르 나오던 A등급들과 따로 떨어져 느릿느릿 걸어오던 방유원이 나를 보자마자 살갑게 다가와 팔을 붙잡았다.


과하게 반색하는 모습이 마치 특별활동 시간에 전교에서 유일한 친구를 만난 왕따를 연상케 했다.




"저희는 걸어서 내려가야 되는데 괜찮으세요?"




담아린이 내 반대편 팔을 붙잡으며 방유원에게서 끌어당겼다.




"뭐하러 걸어가. 내가 A등급인데. 나랑 같이 가면 되지."

"헐, 굿 아이디어."




담아인이 바로 내 팔을 놓고 내 작달막한 몸을 방요원에게 슬쩍 떠밀었다.

엘리베이터 탑승 한번에 잘 도와주는 고마운 형을 팔아넘긴 담아인이 내 오른편에 딱 붙어 섰다.




'잠깐, 이런 친목 관계.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데.'



양 손에 꽃이 아닌 양팔에 180이 훌쩍 넘는 꽃미남 연습생 둘을 끼고 강당으로 걸어가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무리 살을 빼봤자 도연무는 어차피 도연무. 퉁퉁한 호박에 줄 좀 몇개 그었다고 갑자기 수박같이 환골탈태하고 그러지 않는단 거다.


눈꼬리가 축 처져서 좀 순하고 착해 보일 뿐, 그저 밋밋하기 그지 없는데 피부만 광 날 것 같이 좋아 아주 빤질빤질한 얼굴.


이전 이정무의 얼굴에 익숙하던 내 외모 기준에선 이런 놈도 아이돌을 꿈 꾸네 싶은 수준의 외모였다.


그런데 그런 내 기준에도 눈이 부신 미남 둘을 양쪽에 끼고 걷는다면.

과연 카메라에 잡혔을 때 어떤 그림이 나오겠나.



'안돼, 비교된다.'



아무리 이 프로그램 팬들이 마음에 드는 연습생들끼리 눈곱만 한 친분 조각이라도 찾아내 멋대로 묶은 조합 단위로 덕질하는 일이 많다지만.


도연무 얼굴로 저런 놈들과 있는 게 찍혀봤자 좋은 말 들을 것 같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히 방유원. 저런 놈이 옆에 딱 붙어 있으면 투샷 잡혔을 때 참으로 좋은 그림이 나오겠다.



'떨어져, 이 새끼야.'



숙소에서 성인남자 걸음으로 15분 정도 떨어진 강당으로 가는 내내 차마 떨궈내지 못하는 내 두 팔을 양 옆에서 잘 생긴 놈들이 한 짝씩 들고 끌고 갔다.


양쪽에 180 훌쩍 넘는 아이돌상 사이에 서 있으니 잘 나가다 내 머리통 부근에서 가운데가 푹 꺼지는 모양새가 그야말로 V라인이다.


견딜 수 없는 수치스러움을 참으며 강당으로 가야했다.



'하루빨리 나보다 못 생기고 쓸 만한 놈을 찾아내 갈아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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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쓰레기인 줄 알았더니 +2 22.06.02 554 29 11쪽
13 13화- 다시 태어나도 +2 22.06.01 542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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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입은 화의 근원 +2 22.05.28 606 21 20쪽
9 9화- 원수는 서바이벌에서 +3 22.05.27 679 26 11쪽
8 8화- 센터좌座 쟁탈전 (2) +5 22.05.26 720 2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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