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검의 연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해품글
작품등록일 :
2022.07.03 19:15
최근연재일 :
2022.10.09 17:3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5,821
추천수 :
553
글자수 :
531,864

작성
22.07.11 17:27
조회
114
추천
9
글자
12쪽

5화 .. 자성의 별

DUMMY

한달음에 달려온 자영이 그녀의 어머니 주원의 품으로 뛰어 안기며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 어머니 이번엔 너무 오래간만에 오신 거 아니에요? 별만 바라보시면, 어머니 딸은 누가 돌봐요?

혼자서도 잘 지내는지, 어머니 없이 그동안 누구에게 기라도 죽은 건 아닌지 ... 정말 궁금하지도 않으신 거예요?“


“ 기가 죽었다고? 우리 자영이가? 어미가 없을 때, 누굴 또 심술궂게 괴롭혀 준건 아닌지 물어보려고 했다.”


그녀의 품속을 파고들 듯이 안긴 자영의 표정은 더없이 평안해 보였다.


“ 이제 막 간천대에서 오시는 길이에요?”


허리에서 딸의 꽉 쥔 두 팔을 풀어 잡고, 좀 전까지 정리하고 있던 딸의 침상으로 이끌어 나란히 두 모녀가 눈을 마주보며 앉았다.


“ 이번엔 얼마나 계시다가 가실 거예요 어머니?”


“ 곧, 가야 할 것 같다.”


그보다 다른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주원이 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아직까지 제 엄마 앞에서는 응석받이 이기만 한 자영을 한동안 따스하게 바라보았다.


세상을 흐르는 별의 모양을 살피는 그의 어머니 주원 상선은 , 천계의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간천대에서 머무르는 일이 많았다.


간혹, 세상의 재앙이 될 별의 기운을 찾게 되면, 신선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부분까지는 구중천의 몇몇 신선들과 함께 선기의 힘으로 별의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오백만년 만에 돌아오는 자성의 별의 저주 같은 힘은, 세상 그 어떤 힘으로라도 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 여러 일들을 논의 하느라, 태선궁에 들러서 천제와 이야기를 나누고 오는 길이란다,"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아이처럼 신이 난 표정의 자영이, 어머니 주원의 얼굴만 들여다보고 앉아 있었다.


"영아 너도 이제, 더 이상 혼인을 미룰 나이가 지나지 않았니? 이렇게 어수선한 너를 누군가 옆에서 든든하게 지켜준다면, 어미도 묵은 걱정거리 하나는 덜게 될 텐데.“


주원의 에둘러 하는 말에, 뜻밖에도 자영이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수줍은 미소와 함께 더 없이 초롱한 눈을 빛내며 대답하였다.


“ 네, 어머니. 이제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옥호 사형이 요즘 뭐가 그렇게 매일 바쁜지 ... 제가 항상 중천까지 찾아 가려니까, 슬슬 심술이 나려고 해요.

이러다가 진짜 미워질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제가 곁에서 좀 더 잘 보살펴 줘야 하겠죠.

그런데, 사형은 우둔하게 아직 혼인하자고 말도 꺼낼 줄 몰라요. 그러니 이참에 어머니께서 모른 척하고 해결을 좀 해주고 가셔요.“


딸의 반응에 말문이 막혔지만, 서글픈 눈빛을 띠던 주원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 요즘, 별의 흐름이 심상치가 않구나!

오백만년마다 구중천 주위를 지나가는 별들 중에는, 서로를 당기는 힘이 아주 강한 자성의 성질을 가진 별이 천계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마주 서게 되지.

이순간이 되면, 두 별이 서로를 당기는 힘 사이에 갇힌 모든 계들은 그들이 준비해 두었던 결계가 약해지고, 봉인되었던 사악한 기운들이 빠져나와 구중천을 지배하게 된단다."


정말 전설 같기만 한 주원의 말에, 자영이 열심히 귀를 기울여가며 듣고 있었다.


“그러니, 그 전에 최대한 천계의 기운을 강하게 준비하고, 혹시나 뚫리게 될 봉인들을 대비하기 위해 천군들의 군사력도 미리 대비를 해야 하지."


이야기를 듣던 자영의 얼굴색이 잠시 어두워졌다. 하지만 금새 얼굴 한가득 미소를 찾은 자영이, 주원의 두 손을 잡아 흔들며 경쾌하게 말을 이었다.


“ 어머니 걱정 마세요! 상신들의 힘으로도 어쩔 수없는 별의 기운이 닥치면 우리의 천제이신, 대 사형이 충분히 해결해 낼 거예요. 그런데, 그별은 결국 어떻게 되어요?”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짓던 주원이 계속 말을 이었다.


“ 중간에 낀 천계가, 선기의 힘도 가장 크니, 마기의 힘에도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거야. 하지만 천계가 잘 버텨주기만 한다면, 마주섰던 두별이 서로 어긋나면서 다시 서로를 밀어내는 방향의 힘으로 바뀌고, 두별은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가게 되지.

그리고 다시 자성의 별은 서로의 반대 방향을 향해, 어둠속을 돌아서 오백만년 후쯤엔 다시 이곳에서 마주서게 된단다."


주원이 잠시 말을 멈추고, 눈앞의 자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영아...!"


“ 네. 어머니.”


잠시 동안 주춤하던 주원의 이야기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이어졌다.


“ 지금 천제께는 네가 필요하시단다!”


맑은 선학처럼 동그란 두 눈을 반짝이며 입술까지 쫑긋 내밀고 듣는 딸에게, 주원은 이제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 지금까지 천제는 누군가를 계속 기다리셨고, 마침 구중천의 모든 신선들이 얼마 전에 천제가 원하던 상소를 올렸지.

그래서 그 상소를 이제, 천제는 받아 들이실거야”


“ 무슨 상소인가요?”


주원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 머지않아 천계에 큰 일들이 생겨날지도 모르니, 상선들과 상신들은 걱정이 많은 게지. 천궁의 기를 강하게 다지기 위해

천제의 원신인 황룡과 너의 원신인 청룡이 함께 교합하길 많은 신선들이 원하고 있단다.“


이 말에 잠시 망연해진 딸을 위해, 어머니는 딸의 하얀 볼을 어루만지기 위해 다정한 손길을 뻗치고 있었다.


하지만 주원의 손길을 피해 자리에서 불쑥 일어난 자영이,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그녀의 어머니를 내려 보고 서 있었다.


“ 어머니, 대사형에 대한 제 마음은 이런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백룡의 원신인 명요를 기다려야 하는 거잖아요?

흉흉한 별이 다가온다고 하니까, 지금은 다들 겁이 나서 생각하는 게 엉망이 된 거라고요!

대사형도 분명, 옥호 사형에 대한 제 마음을 알고 있는 걸요.

분명 아버지께서 계셨더라도 이런 혼인은 원치 않으셨을 거예요. 아버지께서는 제가 원하는 삶을 살길 바라셨을 거라구요!“


어떤 말에도 여유 가득한 그녀였지만, 어머니를 향해 원망의 눈길을 보내는 눈동자엔, 촉촉함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청룡의 원신인 그녀의 아버지가 원시 마존과의 대결에서 소멸한 이후로, 주원은 그녀의 남편을 사랑했던 마음을 그대로 담아 그들의 딸에게 사랑을 쏟음에 부족함이 없었다.


“ 영아 !”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 두 모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잠시 후, 굳은 듯이 앉아있는 자영의 두 손을 잡아 쥔 주원의 손길에, 작은 힘이 느껴졌다.


“ 많은 신선들이 바라는 이 일을 그냥 모른 척 넘겨 버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야. 천제의 존엄을 무너뜨릴 수도 있지. 우린 천제의 존엄은 지켜 드려야해“


이미 많은 생각을 한 후인 것 같았다.


“아직, 상선과 상신들이 올린 상소에 무슨 이유인지 천제가 정식으로 답을 내린 건 아니야.

그러니, 그전에... 네가 이곳에서 떠나야해. 그리고 구중천에서는 네가 잊혀 질 시간이 필요하겠지 ... 그러려면...”


어미의 심정으로, 딸에게 이런 말을 내뱉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 정령이 되어, 구중천에서 너의 존재를 잊어버릴 동안... 인간계에서 많은 시간을 흘러 보내야 할 거야.

그렇게 ... 정령이 되어 백만 년의 시간이 흘러갈 동안 너는 이곳의 모든 기억을 묶어둔 채, 천기성이 극에 도달하는 백년에 한 번씩만 네 기억을 아주 잠깐씩 느낄 수가 있게 된단다.


... 어쩌면 잊는 것에 익숙해지면, 상제의 기억도 희미해 질지도 모르겠구나!"


주원의 심정에는 아랑곳없이 그녀의 말을 듣는 동안, 오히려 자영은 막다른 곳에서 길을 찾은 것처럼 안도의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 하지만, 이렇게 까지 해야 할까...영아...?”


주원상선의 목소리가 많이 갈라졌다.


감정의 냉철함에 있어서, 두 모녀는 참으로 닮아 있었다.


자영이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주원상선을 바라보았다.


“ 죄송해요 어머니. 하지만 어머니도 이렇게 하셨을 거잖아요?

그리고 전 절대 제 기억에 지지 않을 거예요. 옥호사형은 제 기억이 아니라, 영혼 속에 이미 담겨있는 걸요 ! “


힘들게 고개만 끄덕이던 주원이, 허공으로 가볍게 손을 저어 한 손에 작은 돌조각이 달린 목걸이를 불러내었다.


“ 운명을 다한 별이 마지막으로 흩어지며 떨어진 조각이란다. 자신을 품은 이에게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룰 수 있게 해 준다는구나!

난 이미 네 아버지를 만나서 이렇게 너를 얻게 되었으니, 어미의 소원은 이루어 진 셈이다.

이제 너의 소원을 여기에 걸어보려무나.“


아기 새 마냥 주원의 품속으로 파고드는 자영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 감사해요 어머니...”




****





인간결의 낮은 언덕에서 바라보는 중천의 모습은 신선의 눈으로 보기엔 희뿌연 영혼의 모습이었지만,

안으로 들어서게 되면 하계 인간세상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것처럼, 어느 곳이든지 분주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여린 인간들의 모습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인간세상에서 몇 번의 윤회를 겪고 난 후의 영혼들이 인간계의 생이 다한 후 이곳에서 머물며,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들이 다시 만나야 할 인연들을 기다리며 인간계 에서와 같은 삶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부는, 그들이 생전에 함께 살았던 이들이 이미 죽고 사라진 그들을 마음에 품어주는 그리움 이었고, 한 번씩 인간계에서 제사라는 명목으로 보내어주는 음식들과 기억이었다.


그들은 지난 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을 하고, 인간계에서 못 다한 연속적인 삶을 이곳에서 이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세상 속으로 윤회의 과정 속에 들기를 반복하였다.


그렇게, 영혼들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윤회를 거듭하면서 많은 수련과 이치를 통달하면, 드디어 구중천의 신선으로 거듭난 후 이곳에서 그들의 영원한 생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옥호 와 자영이 나란히 앉은 언덕 뒤로 어느새 인간세상의 저녁풍경과 같은 모습으로 노을이 내려앉고 있었다.


인간결 안의 세상을 한동안 바라보던 자영이 옅은 한숨을 내쉬며, 상제에게 살며시 기대었다.


“ 저들의 삶은 온통 기다림뿐인 것 같아요. 인간계에서도 헤어지고 이곳에서도 윤회에 들기 위해 또 헤어지잖아요...?”


평상시와는 다른 그녀의 모습에서 불안감을 느낀 옥호가, 그에게 기댄 여인의 어깨를 살포시 품었다.




“ 구중천에서, 이곳의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고 했었잖아?

만나고 싶은 사람을 기다리며 사는 인간들이 행복해 보인다고 했던 것 같은데...? ”


그의 말에는 관심 없이 그녀가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인간은, 그들의 의지대로 삶을 선택할 수가 없잖아요. 이곳에 와서 전생의 기억을 이어 간다지만, 또다시 윤회에 들면 어떤 기억도 허락되지 않죠.

난 저들이 이런 바보 같은 테두리 안에서 헤매는 게 딱해요.

인간세상이든 중천이든 한곳에서만, 기억을 잃지 말고 오랫동안 그들이 함께 하고 싶은 인연들과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묵묵히 옥호가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 그녀가 품고 있을 슬픔이 무엇일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보 같은 신선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구나! 아니면, 대사형 이든지...’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23 하윌라
    작성일
    23.08.16 11:46
    No. 1

    저라면...천제와 혼인합니다. 사랑은 변하기 마련이고, 다른 곳으로 이동도 잘하지요. 나를 원하는 사람과 혼인하고, 그 사랑을 받으며 사는 것이 여인의 행복입니다. 자영씨 고민하지 마시고, 이 인간의 말을 들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해품글
    작성일
    23.08.16 23:38
    No. 2

    맞아요,, 담엔 이 쫙으로 내용 바꿔서 한번 써 버릴까 봐요~ㅋㅋㅋ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만월검의 연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 6화 .. 긴 이별 +4 22.07.12 107 9 15쪽
» 5화 .. 자성의 별 +2 22.07.11 115 9 12쪽
4 4화 .. 영연각의 사내들 +3 22.07.10 156 10 11쪽
3 3화 .. 흔들리는 마음 +2 22.07.09 225 10 14쪽
2 2화 .. 인간계의 나체귀 +2 22.07.08 355 10 14쪽
1 서문.. 반월검의 주인 +8 22.07.07 719 19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