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담자의 사기극1
이제 마음 가는대로 금자 걱정없이 무어든지 할 수있다.
그날 부터, 식사는 무조건 큰 객잔에서 했다.
대식이는 좋은 음식에 입이 벌어져 어쩔 줄을 모른다.
돈이 어디서 생겼는지는 묻지도 않는다.
알 수 없는 일이 공자님 주변에서 자꾸 생기니, 이제 그러려니 한다.
음식점 앞의 걸개들에게 동전을 뿌려 매담자들이 이야기 팔러 오면 그 곳이 어디인지 반드시 연락 하도록 해두었다.
서문 객잔! 그곳에서 죽치고 있으니 수시로 연락이 온다.
연락 올 때마다 제일 먼저 온 걸개에게 동전 하나씩 쥐어 주니, 그야말로 번개 같이 연락이 온다,.
매담자들이 상상 이상으로 꽤 많다.
걸개들이 우르르 몰려오다 이제는 자기들끼리 약정이 되었는지 한 놈씩 대표로 연락을 한다.
매담자들이 똑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같은 이야기라도 옮길 때마다 조금씩 살을 붙인다.
이런 저런 잡스러운 이야기를 두어 편 듣고 나서, 마침내 천면 서생을 처치한 협객의 이야기를 하는 매담자가 판을 벌일 것 이라는 연락이 왔다.
천면 이, 백면을 말하는 것이라는 건 짐작할 수 있다.
실화에 가까운 이야기는 실명을 말하지 않는 것이 매담자들의 도리이니 이름은 각색하는 것이 불문 률이다.
요즈음 젊은 매담자들이 대세라더니 이 매담자도, 이제 겨우 이립을 넘은 젊은 사내다.
매화 노인은 이미 이 바닥에서 희귀 동물이 되어 사라지고 없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세상이 변해간다.
이야기를 들으러 온 건지, 잘 생긴 젊은 매담자를 보러 온 건지, 주위의 기녀들과 처자들이 꽤 몰려들었다.
이미 이 이야기를 한차례 다른 곳에서 들은 사람도 또 다시 보고 싶어 찿아온다고 하였다.
자리가 없어 들어오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린 손님들도 꽤 있다.
나는 대식이를 시켜 항상 점소이에게 좋은 자리를 잡아두게 했다.
돈질에 장사 없다.
이건 전생이나 무림 세계나 똑 같다.
매담자가 멋들어진 걸음으로 나타나 합죽선을 “촤악!” 소리 나게 펼치며 한차례 인사를 한다.
매담자는 젊은 데다
‘잘 생김주의’라는 단어가 생각날 만큼 용모가 뛰어나다.
검을 차고 있다는 건 오늘 하는 이야기가 무림의 검객에 대한 이야기임을 암시하려고 그리 한 것일 것 이다.
이야기 파는 매담자가 하층민들의 직업이라는 건 이제 즉시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
용모나, 의상이 아주 최고급 수준이다.
점점 고급진 예인(藝人) 취급으로 격상되어가는 매담자라는 직업이다.
사내는 합죽선을 한번에 ‘착’소리가 나게 멋 드러지게 몇차례 펼친다.
이것도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다.
이 한 번의 소리와, 몸 동작은 사람들 시선을 끌어당기는데 큰 효과가 있다.
기녀들이 이 손짓하나에 얼이 빠져 꺅꺅거리고 오라버니! 소리를 연창한다.
나지막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목소리로 서두를 꺼낸다.
<이 이야기는 천면 서생과, 그에게 농락당하고 죽거나 머리를 깍고 산으로 가야했던 불행한 여인들, 그리고 목숨을 건 추적 끝에 그 놈을 처치한 한 협객의 이야기요!>
이 장면에서 바로 바람잡이의 추임새가 들어온다.
“흠, 이건 백면서생 그놈과 독고 영 검객 이야기가 확실하네.”
짐작했던 장면이 한 치도 틀리지 않게 연출이 되니, 어이가 없다.
바람잡이는 혼자 중얼거리지만 매담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조용히 있는 사람들의 귀에는 다 들린다.
단박에 미리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해설하는 놈에게 욕을 하는 사람이 생긴다.
“씨바알놈! 왜 미리 이야기의 비밀을 이야기해! 재미 없게.”
매담자는 부채로 얼굴을 한번 가렸다가 표정을 만들어 바로 이야기에 돌입 한다
얼굴이 창백해지며 여자처럼 변했다.
‘흠, 저놈이 변검 중 최고의 기술인 운기 변검을 쓰는군!, 저건 내공이 상당해야 쓸 수 있는 건데...’
죽은 백면서생이 저것을 제대로 구사하는 놈이었다.
내기를 얼굴의 특정 부위에 몰아넣어 용모를 변화 시킨다.
<아아, 슬프다..평생을 요조 숙녀로 공자, 맹자의 말씀을 따라 부끄러움 없이 살아 왔건만, 천면! 천면 서생 그놈에게 속아 몸도 바치고, 재산도 다 사기질 당하다니...이제 살아 갈수가 없구나.>
이 장면에서 그놈은 기녀들이 주위에 제법 있는 것을 알고 약을 판다.
<환락가의 기녀도 자신이 지켜야할 것을 위해 그리 열심히 살지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다는 말이냐!>
<어리석구나,좋은 가문의 조신한 처자라는 평판을 내 스스로 시궁창에 쳐 박았구나!>
기녀를 두고 하는 좋은 맨트에 기녀들의 얼굴이 금방 펴진다.
기녀들이 동전을 펼쳐둔 두건 속에 마구 던진다.
벌써 은자도 하나 보인다.
<하늘이시여! 정조를 유린하고, 재산까지 가로 채간 그놈! 그놈을 죽여 이 원한을 갚을 길은 없다 말입니까!>
<이 강호에 협객은 다 사라졌구나!>
<여기 저기 선을 대어 보아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구나! 비정한 강호여!>
잠시 침묵하다 하늘을 올려보며 비장한 표정으로 또 외친다.
<아, 있구나 하늘아래 단 한 사람 이 원한을 갚아줄 사람이...! 신협 한 고영! 그 사람이라면 내 이 원한을 갚아 줄 거야.>
“흠, 이건 신룡 독고 영 말하는 거잖아!”
“거 좀 조용히 합시다. 미리 이야기해서 김빠지게 하지 말고...”
“저 새끼는 김 빠지게 하는 선수놈이네.”
끝 장면을 미리 보거나, 짐작하여 터트리는 얄미운 새끼들, 한창 궁금증이 오르는데, 김 빠지게 그런 거 씨부리는 놈 정말 패 죽이고 싶다.
“알았소, 입 다물 것이오!”
18놈, 저거면 할 말 다 한 거지, 이제 매담자 주둥이가 장난질 할 거고...
<혈서! 그녀는 자신의 피로 혈서를 쓰서 신협 한 고영 검객에게 보내는구나!>
“저런 얼마나 한이 맺히면 혈서를...”
매담자는 다시 합죽선을 얼굴에 가져다 댄다.
다시 얼굴이 변했다.
이번에는 아주 협의에 찬 사내 무사의 얼굴,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다.
저 정도면 운기 변검에서 백면 신공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기술이 상당한 놈이다.
누가 백 면술이고, 천면 술이고, 전수해 주기만 한다면 금방 새로운 백면서생이 탄생 될 것이다.
<아아, 불쌍한 여인이여, 혈서로 내게 호소를 하다니... 이 세상에 악인이 이다지도 많다 말인가! 죽여도, 죽여도 악인이 기어 나오는구나! 내 이 세상에 악인이 한명도 남아있지 않을 때까지 이 검을 놓지 않을 것이다.>
<아버님이 장자인 내가 무슨 일을 당할까 저리 말리시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한다 말이냐!>
이 장면에서 매담자는 웅장한 표정으로 검을 뽑아 치켜든다.
검에 무슨 칠을 입혀 놓은 건지 검신 전체가 은빛을 눈부시게 뿜어내며 객장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아아, 아직도 이 강호에 협객은 사라지지 않았어! 내 마음이 다 웅장해 지는구나!”
“컄, 저런 남자라면 하루만 같이 살아도,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
줄거리와 상관없는 이런 추임새는 욕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흥을 돋운다.
또다시 합죽선
이번에는 약간은 비루하게 보이는 종복의 얼굴.
<공자님! 북경의 처자 하나가 또 목을 매었다 합니다.>
<공자님! **세가의 공자님이 천면서생 그놈을 잡으려다, 목숨을 잃었다 합니다>
<공자님! 이번에는 사천의**세가의 홀로된 미망인이 재산을 다 빼았기고 은장도로 자결했다 합니다>
<공자님! 그 죽일놈이 어미와 딸을 동시에 농락하고 이를 서로에게 알려, 두 사람이 자결 했다합니다>
“저런 18놈! 어미와 딸을 동시에!”
“짐승이네, 짐승이야.”
다시 합죽선
<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내 감시 무사를 베어 넘기고서라도 그놈을 잡으러 갈 것이다.>
“협객은 협객이야! 누가 요즈음 협객이 사라졌다 했나, 그놈 때리고 싶다”
이놈은 매담자들이 중요한 순간에 이야기를 끊어먹고 돈을 울궈내는 절단신공인 요전법(要錢法)을 이때 처음 사용했다.
한참을 침묵한다.
관객 몇 명이 돈을 던지지만 여전히 침묵.
“이거 너무 빠른 절단 신공이네..”
“뭐 빨라, 이제 처음인데...그래도 저 매담자가 요전법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 편이네.”
할수 없이 동전을 던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동전이 수북히 쌓이자 다시 이야기는 이어진다.
매담자들이 다 돈 벌려고 하는 짓인데 돈을 울궈내는 가장 중요한 요전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낙양에서처럼 매담자의 목적이 꾸릿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으니, 아주 돈독 오른 놈처럼 수작을 떤다.
‘독고 가문이 한 수 위로군’
물론 자발적으로 돈을 던져 주기도 하지만 요전법을 쓰고 안 쓰고에 따라 수입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매담자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천면 서생을 쫓다가 죽어 나간 무사들의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협의에 찬 이야기들이 사람들 마음을 훔쳐간다.
<청야문의 청 구평이 죽었소>
<백 결문의 백 연우 검객이 죽었소>
<천용문의 천 구현 검객이 죽었소, 천 구현 검객은 사랑 하는 연인을 그놈에게 잃고 무공이 일천 함에도, 죽음의 구덩이로 걸어 들어 갔소>
<신수문의 며느리가 자결 했소>
<가령문의 임신한 며느리가 그놈에게 간살을 당했오, 신랑은 폐인이 되었소>
“세상에, 임신한 여자를 간살해? 천하의 악적이네.”
....
.....
끊임없이 불행해진 가문의 이야기를 읊어댄다.
여자들이 애달픈 이야기에 훌쩍이고 사내들은 협사들의 죽음에 분노한다.
“백면인지, 천면인지 그놈이 아주 나쁜 놈 이었네, 나는 그 소문 들었어도 예사로 생각했어!”
매담자의 이야기가 점점 무르익는다.
다시 검을 뽑아 하늘로 고추 세우고 눈부신 은빛을 객잔에 반사한다.
<강호에는 협의를 위해 검을 뽑는 무인이 이리도 없다는 말이냐!>
<한 고영은 이제 가문의 담을 넘기로 결심하였도다!>
<아아, 마침내, 가문의 담을 넘은 한 고영 공자는 북망산에서 천면 서생과 맞부딪치는구나! 우리의 협사는 악적 천면 서생을 과연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당연히 잡아서 이 강호에 인간의 도리가 살아있음을 보여줘야지!”
매담자가 절단 신공을 발휘할 때마다 동전은 계속 쌓인다.
드문 드문 은자도 보인다.
수입이 대단하다.
다시 합죽선.
잘생겼지만 어딘가 야비하게 보이는 얼굴!
이번에는 천면인가 보다.
<하하, 이 어린놈아 네 무위로 나를 잡겠다니 가소롭구나! 나는 이미 벽을 넘어 절정에 들었다. 너는 잘해 봐야 겨우 일류수준이네..살려 줄 테니 돌아가라! 나도 젊은 사내 놈은 잘 안 죽인다.>
“허, 그래도 악적이 한 가닥 양심은 있네,”
“믿을 수없어, 무언가 꾸리한 생각이 있는거지.”
합죽선!
<아아, 그러나, 우리의 협객이 죽음을 두려워할 것인가! 아니다! >
<하늘이시어, 우리의 협객, 한고영 에게 힘을 주소서!>
다시 합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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