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역량 평가
아니나 다를까 내가 일정을 확인하는 순간 CTO님이 있는 채팅방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CTO(개발본부): 다음 주 화요일 진행되는 역량 평가는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범위도 넓고 부담을 갖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문제를 다 알려 드리는 것도 부담이 될 것 같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주요 키워드를 아래 링크에 공유해 놨으니 공부하실 때 참고하세요.
CTO(개발본부): https://000.000.000/keywords
'맞다! 역량 평가 ~ 회사 적응하느라 역량 평가 있었다는 것을 완전히 놓치고 있었네.'
CTO(개발본부): 그리고, 역량 평가 결과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본인이 어느 정도 공부했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니까 너무 부담 갖지는 마세요.
'저렇게 말하니까 더 부담된다.'
CTO님이 요약해 준 키워드들을 보니 전체 공부할 대상 범위가 다 포함되어 있다.
한 주가 마무리되고 해서 퇴근하는 집 근처 마트에 들러 4캔에 만 천원하는 맥주를 집어 들었다. 편의점에 새로운 맥주가 나타나면 항상 맛을 봐야 하는 성격이 이여서 오늘도 새로운 맥주를 선택했다. 이름이 '골드 맥주'. 캔도 금빛이다. 집에 들어와 간단히 씻고 맥주를 들이켰다. 한 주 동안 너무 집중해서 일한 나머지, 한 캔을 마시고 나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이 새로운 맥주가 좀 쎄네'
잠이 쏟아져서 눈을 감았다 뜨니 벌써 토요일 아침이다.
'자고 일어나니 눈앞에 상태 창이 보였다.
Level 1. 개발자 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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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올라온 소설들 보면 이런 상태 창이 나타나고 초능력이 생기더구먼. 그러면서 레벨 업도 되고 막 그러더구먼.
나에겐 그런 상황은 없네. 젠장!'
집에서 공부하려니 집중도 안 된다. 그래서 회사에 나가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사무실에 도착했더니 개발자 한 명도 출근해 있었다.
"오 ~ 궁신입님도 출근하셨네요. 일이 많아서 나오신 건가요?"
"아니요. 그냥 집에서 집중도 안 되고 해서 그냥 회사에서 공부하려고 나왔어요. 성박님은요?"
"저도요. ㅜㅜ"
말이 끝나기 무섭게 궁신입은 에어팟을 귀에 꽂았다.
'공부하는 데 방해하지 말아야겠네. 나도 공부를 해야지.'
동영상 강좌 두 개를 보니 다시 눈이 스르르 감겼다.
'좀 자고 해야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궁신입님이 내 어깨를 꾹꾹 눌렀다.
"저기 ~ 배 안 고프세요? 우리 씩씩버거나 먹을까요? 계속 주무시려면 주무시고요."
"아닙니다. 같이 가실까요? 거기 배달 안 되죠?"
"아마도 안될 거 같아요."
"네 가시죠."
사무실을 나와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궁신입님은 업무도 하고 공부도 하는 거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긴 하지만, 필요 없는 것을 배우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게 싫었으면 이 회사도 오지 않았죠."
"면접 때 물어보시긴 하시더라고요."
"네 CTO님이 뽑은 분들은 다 물어봤어요. 동의하신 분들만 합격하고 입사했죠. 그리고 IT 회사에 있으면 계속 공부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공부할 게 너무 많네요."
"차근차근히 해야죠."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강남역이라 가게 안은 많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쉑쉑버거는 밀크쉐이크와 함께 먹어야 한다고 해서 거금(?)을 들여 햄버거 세트를 먹었다.
'햄버거 먹는데 거의 2만 원이 드는구나 ...'
***
주말에 공부만 하고 나니 좀 아쉽긴 했지만, 시간은 빨리 갔다. 드디어 화요일 저녁이 되어서 모두 대회의실로 이동했다. CTO님이 회의실에 먼저 오셔서 시험지를 자리에 세팅해 놓았다. 가장 맨 뒷자리부터 자리가 채워지고 있었다. 자신감은 없었지만,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문제들을 훑어보고 있으니 CTO님이 입을 열었다.
"자 ~ 갖고 오신 A4 지에다가 가장 상단 우측에 본인 이름 쓰시고 답을 적으시면 됩니다. 다 하셨으면 저에게 제출하시고 사무실로 가시면 돼요."
시험을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지났다. 그때까지 아무도 나가지 않고 있었다. 옆자리 개발자가 일어나더니 CTO님께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갔다. 그러자 하나둘씩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서 답을 제출하고 나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렇게 빨리 풀지? 나는 5분의 3 정도 밖에 못 풀었는데?'
한 시간 삼십 분이 지나자 나와 최근에 경력 입사한 선배 둘만 남았다.
CTO님이 나와 경력 선배가 문제를 풀고 있는 자리로 와서 작성해 놓은 답안지를 보며 이야기했다.
"오. 공부 열심히 하셨나 보네요. 한 시간 반 동안 열심히 풀고 계시네요."
"네 이제 거의 다 풀었습니다. 문제는 쉬운데 답이 어렵네요. ㅎㅎㅎ"
너스레를 떨며 자리에서 일어나 답안지들을 모아 놓은 종이 더미 위에 내 답안지를 올리고 회의실을 나왔다.
몇 분 후 답안지 뭉치를 들고 있는 CTO님이 개발본부 개발자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 와서 전체 개발자들에게 공지했다.
"시험 보느라 고생하셨고요. 삼삼오오 모이셔서 저녁에 한잔하고 싶으신 분들은 한 잔씩 하세요. 경비 처리해 드릴게요."
그러자 옆자리 개발자가 나에게 같이 치맥이나 하자고 부추겼다.
"저희 치맥 하러 갈 건데 같이 가시죠. 맥주 안 드시면 `치사`이라도 하세요. 아니면 `치콜`이나"
"그럴까요?"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궁신입도 끼어들었다.
"저도 데리고 가 주세요."
이렇게 모인 개발자들은 회사 근처의 둘둘 치킨으로 이동하여 팀장님, CTO님, 개발언어, 치킨 등을 안주 삼아 시험 뒤풀이했다.
***
다음날이 되자 한 명씩 CTO님 방을 들어갔다 나왔다. 나온 사람들은 본인의 시험 답안지를 들고 있었다. 옆자리 개발자도 CTO님 방을 들어갔다가 나왔다.
"잘 보셨어요? 뭐라고 하시진 않으시던가요?"
"네 ~ 뭐라고 하셨죠."
그 말을 듣자마자 나도 그다지 시험을 잘 본 것도 아니라서, 걱정되는 말투로 물어봤다.
"뭐라고 하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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