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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
작품등록일 :
2022.11.05 23:33
최근연재일 :
2024.07.03 21:48
연재수 :
2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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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05
추천수 :
323
글자수 :
1,61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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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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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반격이 시작되는 건가요?(6)

DUMMY

블러드의 붉은 입술 너머로

끈적하면서 하얀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 이거 뭔데 이렇게 맛있어?"



"더 줄까?"



"응!"



붙잡은 두손에 힘을 불끈 주었다.



"한잔더 들어갑니다~"



"헤헤~ 감사합니다!"



커다란 항아리에 담긴 하얀 액체가

블러드가 들고 있던 컵 안으로

주르륵 흘러 내렸다.



'바나나를 너무 많이 집어 넣었나?'



하메네이에게 받은 여러 식료품 중

가장 빨리 변질 될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바나나 였고

대량으로 받은 바나나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바나나 우유가 떠올랐다.



'역시 목욕을 끝내고 마시는

바나나 우유가 최고의 우유지'



우선 젓소 같은 경우

이곳 환경과 맞지 않아

기르는게 사실상 불가능 했고

그대신 이곳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는

산양유를 우유와 대체 하기로 했다.


그렇게 얻은 우유에 바나나를 갈아넣고

맛과 색 그리고 향을 첨가하기 위해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대추야자 설탕을

소량 그것에 섞어 넣었다.



"크하~"



비록 일반적인 바나나 우유 와는 달리

바나나향이 진하게 나거나

깔금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바나나우유를 대체 할만한

물건인거 같아 나름 만족 스러웠다.


결국 그렇게 만든

바나나우유 한 항아리를

전부 비워낸 블러드는

발그레 한 볼을 한체

만족감에 잔뜩 취해 있었다.



"그럼 저녁도 먹고 바람도 쐴겸

밖으로 나갈까?"



"어? 벌써?

아직 저녁을 먹기에는 이르지 않아?"



비록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저녁식사라는 말에

블러드는 자연스럽게

내 목에 튀어 나와있는 혈관을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참아~

오늘은 일반적인 식사를 할거니까


나름 준비할것도 있고

조리 시간도 필요하니까


지금 나가면 얼추 식사시간을

맞출수 있을거 같아"



"그래..."



기대한 식사가 아니라

약간은 실망한 표정 이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밖으로 나가는 거라 그런지

블러드는 살짝 들떠있는거 같았다.



"우와~ 이런걸 언제다 준비해 놓은거야?"



그렇게 우리가 기지 밖으로 나왔을 때

목욕을 하는 동안

헌던은 저녁식사를 위한 야외 세팅을

모두 끝 마친 상태였고

그곳에는 밤사막의 추위를 막아줄

간단한 천막과

조리를 위해 준비된 모닥불 근처로

두툼한 양탄자가 길게 깔려 있었다.



"슬슬 시작해 볼까?"



조리를 위해 팔을 걷어 붙이고는

준비된 모닥불 위로 두꺼운 팬을 올렸다.


그리고는 그 위에

향신료 다발을 붓으로 사용해

팬 위에 올리브유를 골고루 바르고

다진 고기 패티들을 그 위에 올렸다.



치이익~



패티를 팬 위에 올리자

고기에서 흘러나온 기름과 육즙이

팬 위에서 달궈진 올리브유와 만나

마구 춤을 추며

사방으로 고소한 향기를 마구 발산했고

그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블러드 역시

그 향기에 침을 꼴각 삼켰다.



"헌던, 미안한대

거기 준비되어 있는 빵에

재료를 넣을거니까

정확하게 가로로 반을 갈라줘"



스르릉~



앞치마와 함께 칼을 들고 있는

헌던의 모습은

평소 책과 필기도구를 들고

업무를 보던

마치 학자와 같았던 헌던의 모습과

사뭇 대조적으로 느껴졌다.



스윽~



"이렇게 말인가요?"



"응, 그렇게 2개 만 더 준비해줘"



"알겠습니다"



마침 근처에는 나와 블러드

그리고 이 모든 이벤트를 준비했던 헌던과

이곳에 있는 블러드를 보좌하기 위해

그의 곁에서 꼿꼿이 서 있는

클레어가 있었다.



턱! 스윽~



"자 헌던이 준비해준 빵 위에

올리브유로 만든

자연산 마요네즈 소스를 바르고

그 위에 양상추와

방금 구운 두툼한 고기패티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산양유로 만든 치즈까지 올라가면


짜잔~ 라이즈표 햄버거 완성이요!"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재료가

하메네이가 준 마차 안에

다 들어 있었고

그나마 유일하게 없는 재료가

마요네즈 였는데 그것 조차

과거 마요네즈를 집에서 만들어 본

경험이 있었기에

마요네즈 또한 준비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나는 블러드~

또 하나는 클레어~


나머지 하나는 내꺼!"



그 순간 뒤편에서 힘들게

이 모든것을 준비했던

헌던이 눈에 들어왔다.



"헌던은 아쉽지만 언데드라...


그대신 나중에 필요한 서적이 있다면

내가 애들을 풀어서라도

꼭 구해다 줄께~"



하지만 헌던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렇게 완성된 햄버거들을

블러드와 클레어에게 전달해 주었고

햄버거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블러드와는 달리

클레어는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햄버거 접시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왜? 클레어는 햄버거가 별로야?"



"큼~ 그게 아니라...

포크와 나이프는 어디 있습니까?"



"아~ 이 햄버거는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 먹는게 아니고"



덥썩! 와구!



내가 먼저 시범을 보이기 위해

접시에 담겨 있던 햄버거를

두손으로 집어들어

크게 한입 베어 물자

클레어는 그런 나를 야만인 보듯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걱~! 우걱~!



"우이 러케 므그믄 드"



음식을 손으로 집어 먹는 것도 모자라

입안에 햄버거가 가득 든체로

말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클레어는 나에게 직접적으로

뭐라 하지는 못하고

그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 햄버거를 바라봤다.



꿀꺽!



"그러지 말고 한입 크게 베어 물어봐~


진짜 맛있어~!"



고기가 훌륭해서 그런 것인지

지금도 입술 주변에는

패티에서 흘러나온

기름과 육즙이 잔뜩묻어

반짝 거리고 있었다.



앙!



"주군~!"



그나마 믿었던 블러드 마저

내말을 듣고는

바로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었다.


하지만 입안에 위협적으로 보이는

날카로운 송곳니와는 달리

블러드의 한입은 생각보다 앙증 맞았고

그렇게 블러드가 할수 있는

최대한의 한입을 베어 문 그의 표정은

환희로 가득 차 버렸다.



"음~?! 이게 햄버거 라는 거야?!


뭔데 이렇게 맛있는거야?!"



"맛있어?


근대 이번 햄버거는 재료가 많이 부족했어

여기에 토마토도 들어가야 하고

양파도 들어가고 피클도 들어가면

더 맛있을 텐데..."



"아니야!

이것 만 해도 진짜 완벽해!"



내가 만들어준 야만적인 햄버거에

믿었던 주군 마저 극찬을 아끼지 않자

클레어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고

결국은 그도 햄버거를 집어

한입 가득 베어 물었다.



"클레어는 어때?"



"큼~ 생각했던 것보다 맛이 좋군요"



약간은 담백한 그의 말과는 달리

그의 입과 손은 너무나도 솔직했고

지금도 부지런히 햄버거를 먹는 블러드는

들고있던 햄버거의 반도 못 먹었지만

클레어는 어느새 들고있던 햄버거를

모조리 해치우고는

손가락에 묻어있던 육즙을

조심스럽게 핥고 있었다.



"클레어, 부족하면 하나 더 만들어 줄까?"



"그럼 라이즈님의 성의를 봐서

하나만 더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클레어는 내게 무언가 할말이 있는 듯

잠시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고기를 너무 익히지 말고

겉에 만 살짝 익혀줬으면 좋겠군요..."



"풉!"



그말을 남기고 얼굴이 벌게진 클레어

하지만 이곳에서

진짜로 음식을 먹을줄 아는 이는

다름아닌 클레어 인거 같았다.



"그럼 주문하신 대로

고기를 레어로 굽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그렇게 모든 저녁식사가 끝이났고

목욕도 끝났겠다

밥도 먹어서 배도 빵빵하겠다


블러드와 나는 모닥불 근처에 깔려있던

양탄자 위에 그대로 눕고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때? 또 오랜만에 부활한 소감이?"



"매일같이 이런 날만 있다면

영생이란 것이

꼭 나쁘지마는 않다는 생각?"



"왜? 영생하면 좋은거 아니야?"



"필멸자들에게 있어서는 꿈 같은 이야기지

하지만 막상 불사의 존재가 되서

이 세상에서 누릴수 있는

행복이란 행복을 질리도록 누리고 났더니

그 이후부터는 모든게 허무 하더라고

그리고 이런 허무가

끝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때부터 모든것들이 불행하다고

느껴 지고..."



"매일 같이 힘들었겠네~"



블러드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너는 어때?"



"나? 나야 좋지~

매일 같이 이렇게 평화로웠으면

소원이 없겠다."



"아니 그거 말고"



"그럼 어떤거?"



"전에 있었던 세계와 비교했을 때

이곳 세계에서의 생활은 어떻냐고"



피를 통해서 내 기억을

더듬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전에 있었던 세계의 기억까지

들춰봤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봤구나?"



"응, 꽤 오랫동안

상처 입고 누워있을 때도

매번 그 생각 뿐이였는걸"



"그럼 너가 봤을 땐 그곳이 어땠는데?"



"반짝반짝 커다란 건물들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높게 솟아 있었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것들이

부족함 하나 없이 풍요로웠어


하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이곳의 사람들보다

더욱 치열하게 살고 있었어

이곳처럼 사람들을 공격하는

마물들도 없었는데

어째서인지 그들 마음속에는

불안들로 가득차 있는거 같았고"



"정확하게 봤네

니가 본 그 세계가

원래 내가 살았던 세계야"



"매일같이 힘들었겠네~"



"풉!"



내가 블러드를

위로하기 위해 던진 멘트가

그대로 나에게 돌아올 거라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라이즈는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그러고 보니

다시 이전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딱히 해보지 않고 있었다.



"그런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거 같아"



"왜? 과거에서 본 라이즈는

나름 꽤 멋있었는데~"



"지금은 별로라는 말씀 이신가요?"



"아니~ 그게 아니고~


하얀색 조리복이란 것을 쫙 빼입고

커다란 건물에 당당히 들어서는 모습이

지금과는 달리 멋있어 보여서"



"그게 다 겉으로만

그럴사 해 보인거야"



조리과를 다니면서

나름 이름있는 호텔에 취직하기 위해

자격증이란 자격증은

모조리 취득했다.


그 덕분인지 아니면

단순히 운이 좋아서 인지

원하던 호텔에 취직을 할수 있었고

얼마 가지 않아

자격증만 있고

현장경험이 전무한 나를

이 호텔이 왜 뽑아 준 것인지

나름 답을 내릴수 있었다.



"야! 재료 준비 아직 멀었어!"



"거의 다 됬습니다!"



"거의? 음식 다 탄 다음에 가져오면

니가 다 책임 질거야?!"



"죄송합니다! 빨리 준비 하겠습니다!"



"아까 새우껍질 까 놓으라는거 다 했어?"



"아... 아직 다 못했습니다..."



"이야~ 그런데도

화장실 갔다올 여유도 있고

주방분위기 참 좋다? 그지?"



"재료만 준비 되는대로 바로 하겠습니다."



"내 말이 우습냐?"



"아닙니다. 바로 새우부터 하겠습니다."



"야! 재료 아직 멀었어?!"



사방에서 들리는 덜그덕 거리는 소리와

주방안에서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쉬지 않고 들려오는

나를 찾는 저 짜증스러운 목소리들



"와~ 이래서 젊은 것들은 안된다니까!"



고된 하루가 끝나고

퇴근을 위해 탈의실에 들어왔지만

여기서도 그 목소리는 끝이 없었다.



"네? 무슨 문제라도..."



"문제? 하~ 니가 문제다 니가 문제!

일이 끝났으면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와야 할거 아니야~


아~! 내가 버려야 겠구나!

얼른 옷 갈아 입고 내가 버리고 와야겠다"



그러고는 입고있던 옷을

다시 벗기 시작했다.



"제가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꼭 이렇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말을 듣는다니까"



"행님이 참으세요

요즘 아들이 정신 머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매일같이 일에 치이며

일이 끝나고 나서도

마무리 라는 이름아래

끝끝내 한번 더 일에 치여야만 했다.


그 날도 무거운 음식물 쓰레기통을

질질 끌며 쓰레기장으로 이동할 때

미쳐 바닥에 얼어있던 얼음을 보지 못했고

그것을 밟자 마자

음식물 쓰레기 통과 함께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뚜둑!



"윽!"



차라리 버티지 말았어야 했다.


넘어지는 쓰레기 통을 막기위해

몸에 힘을 주었고

그대로 쓰레기 통과 함께 넘어지면서

허리에서 강한 통증이 올라왔다.



"허억~ 허억~"



이미 온몸에는 쏟아진 음식물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있었고

허리에서 올라오는 통증 때문에

몸을 전혀 가눌수가 없었다.



"누가.... 누가 좀 도와주세요!"



나름 소리를 친다고 친 것이였지만

밀려오는 통증 때문에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그 순간 알수없는 부저음과

쓰레기 장을 가득 메우는

붉은 불빛이 내눈에 들어왔고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는

눈 앞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타이어가

이미 내 얼굴 앞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예전에 있었던 일 생각 하는거야?"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았는데

갑자기 떠오르네...


우리 그러지 말고 너가 봤던

다른 세계의 이야기나 해볼까?"



"아! 나 그것도 봤어! 핸드폰?

사람들이 손에 하나씩 들고 다니던거

그거 진짜 신기하더라

세상에 있는 모든 지식이

그 조그만한거 안에 들어가다니


그럴수가 있나?"



"봐 놓고 뭘 의심을 해~


참고로 그 핸드폰으로

더 많은 것을 할수 있어

예를 들어 시장에 직접가지 않아도

물건을 주문해서

하루 정도 지나면 집 앞까지

배달도 해주거든"



나같은 경우

온라인에서 물건을 주문하는 것보다

직접 장을 보는 것을 선호 했기에

내 기억에서 그러한 것들은

블러드 또한 보지 못한거 같았다.



"끝내준다~!


아! 그리고 너가 그 핸드폰으로

여성들 사진을 보는 것도 봤어

그런데 관심이... 웁!"



곧바로 블러드의 입을 가로 막았다.



"거기까지!

거기서 부터는 사생활이야~"



내 반응에 블러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 거렸다.



"그리고 나 그것도 봤고...

이것도 봤고..."



그렇게 우리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밤이 지나고 다음날 해가 뜰때까지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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