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위흑화(밤에 피는 검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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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래머
작품등록일 :
2023.01.1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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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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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31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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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초등학교로 간 마왕님.

DUMMY


1

시우는 쓰러진 남고생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남고생들은 단지 잠에 든 것뿐이었다.

남고생들이 덮고 있는 암귀의 시체에 눈길을 돌렸다.

생명의 불씨가 미세하게 남아있었다.


‘경이로운 생명력이군. 마물 중에서도 이만한 생명력을 지닌 개체는 없었는데.’


시우가 발로 톡 건들자 미약했던 불씨마저 완전히 꺼져버렸다.


“이봐, 이건 뭐하는 생물이냐?”


[인간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겁니다. 그것보다 이제 슬슬 복귀하시지요. 작업을 끝마쳤습니다.]


“빠르군, 복귀하도록 하지.”


시우는 남고생들을 내버려둔 채 놀이터를 빠져나왔다.


빌라로 돌아오니 집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방안으로 발을 들이니 문이 자동으로 닫히며 도어락 잠금음이 들렸다.

집 안에는 의식이 없는 시우의 부모가 두발로 서있었다.

목이 잘려나갔던 아빠는 목이 말끔히 붙어있었다.


“날 도와줄 도우미란 게 이것들인가?”


[후후, 당신의 도우미로 쓰기 위해 이들도 ‘함께 데리고’ 왔지요.]


신이 두 장의 서류 종이에 도장을 쾅! 찍었다.

그러자 시우의 부모 안에 잠들어있던 영혼들이 작은 파장을 일으키며 깨어났다.


“! 과연, 너희들인가?”


[전 마왕군 참모총장, 묘지의 사도 「익스」. <시우의 엄마로 환생>]

“으음, 여긴······?”


「전 마왕군 4번대 대장 심해의 패왕 「알파」. <시우의 아빠로 환생>」

“콜록! 콜록! 아이고 목이야, 응?”


막 눈을 뜬 두 사람은 낯선 환경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긴 어디야? 난 분명 인간부대랑 싸우다가······.”


“우악! 내 손 왜 이래??”


알파는 자기 손을 쥐락펴락하며 진짜 자신의 손이 맞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그럼, 도우미도 드렸으니 이만 이 연락은 끊겠습니다. 앞으로 저 둘과 함께 인간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시길.]


이 말을 끝으로 머릿속의 울림이 멈추었다.

시우는 막 잠에서 깨어나 경황이 없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둘 다, 다시 태어난 걸 축하한다.”


알파는 시우를 보자마자 인상을 험하게 찌푸리며 쏘아보았다.


“인간 꼬맹이잖아? 인간 주제에 감히 누구한테 말을 섞는······.”


“마왕님.”


익스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었다.


“새로이 태어나신 걸 축하드리옵니다.”


그리곤 멀뚱히 서있는 알파를 노려보았다.


“이 멍청한 심해어 새끼야. 얼타지 말고 예를 갖춰. 마왕님이시다.”


“어···어? 이 말투는 익스?”


익스의 말을 들은 알파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시우를 다시금 보았다.


“이 카리스마는 설마···마왕님?!”


시우가 풍기는 묘한 기력을 그제야 감지한 알파는 서둘러 무릎을 꿇었다.


“모,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됐다. 당연히 모를만했으니까. 그런데 익스, 넌 용케도 알아챘구나.”


“환생하기 전 이곳의 신이라는 자에게 대강 설명을 들었습니다.”


“엥? 신이라고?”


알파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너도 신과 만난 거냐?”


“네, 이곳에서 마왕님을 잘 보필하라더군요.”


“그래? 근데 알파의 반응을 보니 너에게만 말한 거 같은데.”


익스는 알파를 살짝 깔보는 눈으로 흘겨보았다.


“머리 나쁜 심해어한텐 얘기해봤자 시간낭비라더군요.”


“으잉??”


시우는 알파를 슬쩍 보더니 납득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는 두 사람에게 편히 앉으라고 명했다.

익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알파를 위해 이해하기 쉽도록 간단히 정리하여 설명해줬다.

알파는 멍한 표정으로 설명을 들었다.


“이해 됐어?”


“어······나름?”


“하아······그래, 아무리 너라도 80퍼센트는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알파의 얼빠진 얼굴을 보며 한숨을 쉬는 익스였다.


“어쨌든, 요점은 이거야. 오랜 기간 전쟁으로 지친 마왕님은 ‘휴식을 취하고 싶어’ 이 세계로 넘어오셨어. 그러니 우리의 역할은 마왕님이 인간생활에 잘 적응하여 편히 지내실 수 있도록 보좌하는 거야.”


“응? 그게 무슨 소리냐, 내가 이곳으로 넘어온 이유는······.”


[쉿!]


신의 짧고 단호한 경고가 머리에 울렸다.


“네? 무슨 하실 말씀이······.”


“아니다, 그냥 혼잣말이다.”


시우는 딴 곳을 보며 말을 흘렸다.


“그나저나 익스, 네가 있어서 몹시 든든하구나.”


“엑?! 마왕님 저는요?”


알파의 말은 가볍게 무시하고 익스랑만 얘기하였다.


“넌 ‘한때 인간이었으니’ 인간 생활은 누구보다도 잘 알겠지.”


“예전 세계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거 같습니다만······마왕님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

창밖으로 사람들의 발자국소리와 오토바이 엔진음이 들렸다.

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왔지만 방을 밝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전등불을 켜서 어두컴컴한 방안을 훤히 밝혔다.

강한 빛에 시우가 인상을 쓰며 손으로 눈을 가렸다.


“마왕님, 이제 일어나셔야합니다.”


그런 시우를 익스가 귓가에 속삭이며 말했다.

그러나 시우는 미동도 없었다.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인간 실격입니다.”


“그런 거냐.”


익스의 경고에 시우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부스스한 머리를 긁으며 하품을 길게 하였다.


“저를 따라오시죠.”


익스는 시우를 욕실로 데리고 왔다.

치약을 짠 칫솔을 손에 쥐어주었다.


“자, 저를 보고 똑같이 따라 해보세요.”


익스는 한 번도 양치질을 해보지 않았던 시우에게 양치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 외에도 세수나 머리감는 법 등 씻는 법을 가르쳤다.

시우는 군말없이 익스가 하라는 대로 따랐다.

시우는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으며 욕실을 나왔다.


“정말로 이 귀찮은 행위를 매일 아침마다 해야 하는 거냐?”


“그렇습니다. 인간 사회에 들어가려면 청결한 몸은 필수입니다.”


익스는 시우에게 오늘 입을 옷을 주었다.

날이 제법 더운 관계로 반팔과 반바지를 골랐다.

시우가 씻는 동안 익스는 티비를 켜 뉴스를 보고 있었다.


[다음 속보입니다. 어젯밤 서울의 한 놀이터에서 고등학생 세 명이 ‘암귀’의 습격을 받아 한 명이 사망하고······.]


어젯밤 발생한 사건이 뉴스에 나오고 있었다.


[기이한 형태의 암귀시체를 두고 경찰은 생존자인 두 학생을 대상으로 사건 경위를 조사할······.]


“드르렁~~크웍!!”


알파의 코골이 소리에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묻혔다.

시우는 양말을 신으며 아직까지 자고 있는 알파를 봤다.


“저 놈은 안 깨우는 거냐?”


“네, 저 새끼는 놔둬도 돼요. 어차피 오늘 밖에 나갈 일도 없을 거거든요.”


익스는 시우의 가방에 교과서를 챙기고서 어깨에 멨다.


“자! 준비가 끝난 거 같으니 이제 가볼까요?”


자고 있는 알파를 방치하고 둘이서 집밖을 나섰다.


“저희는 지금부터 학교란 곳에 갈 겁니다.”


“학교?”


“네, 어린 아이들을 교육하고 육성시키는 곳이에요. 이 세계의 아이들은 필수로 가야하는 곳이죠.”


시우는 육성이라는 말에 군사훈련을 시키는 장면을 떠올렸다.

익스는 시우가 다니는 학교의 이름과 반, 번호 심지어 담임의 이름 및 시우가 앉는 자리 위치까지 줄줄이 읊었다.


“많이도 알고 있는데? 그런 정보는 어떻게 얻은 거냐?”


“후후후, 이것 덕분이죠.”


익스는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김시우’, ‘박시연’, ‘김우현’이란 글자가 적힌 버튼 세 개가 있었다.

김시우 버튼을 누르자 개인정보 및 다양한 정보들이 주르륵 나왔다.


“신이 저에게 준 자료입니다. 저희 육체의 원래 주인의 정보라더군요.”


덧붙여 김우현이 알파, 박시연이 자신이라고 말했다.

학교가 보이는 횡단보도에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익스는 쭈그려 앉아 시우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마왕님, 잘 들으세요. 지금부터 마왕님은 11살짜리 남자아이에요.”


“11살밖에 안 됐나? 완전 애새끼로군.”


“맞아요. 매우 어린나이죠. 그리고 인간사회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는데, 바로 어린아이는 어른에게 예를 갖춰야 해요.”


시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살아생전 예를 받아만 보았지 예를 갖춰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히는데······.”


“갑자기 하라고 하면 힘들 거예요. 이건 앞으로 차차 배워가야죠. 그보다 당장 바꿔야할게 있어요. 바로 말투!”


“말투?”


“어른에겐 반말은 금지! 이 자리에서 전부 알려드릴 수 없으니 간단한 것부터 가르쳐드리죠.

지금부터 말끝마다 ‘요’를 붙이도록 하세요.”


“생각보다 간단하군···.”


익스가 시우를 노려봤다.


“···요.”


“잘하셨어요. 당장에는 어색할 테지만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주세요.”


“알겠어···요.”


시우, 아니 마왕에게서 난생 처음 들어본 존댓말이 익스의 심장을 강타하였다.

익스는 올라간 입꼬리를 손으로 가려 숨겼다.


‘어쩜, 좋아~~~!!!’


“왜, 그러지···요?”


“크흠! 아닙니다. 그보다 이걸.”


익스는 시우에게 자신이 직접 그린 학교의 약도를 주었다.

약도에는 교실까지 가는 경로가 표시되어있었다.


“이걸로 교실까지 찾아가시면 됩니다.”


“너는 같이 안 가는 거냐······요?”


“아쉽지만 저도 반드시 가야할 곳이 있어서요.”


횡단보도의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었다.

익스는 시우의 등을 밀며 얼른 건너게 하였다.

익스는 홀로 걸어가는 시우의 뒷모습을 보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마왕님, 인간애들이랑 잘 어울릴 수 있으실려나? 폭력만은 쓰지 않으셨으면 하는데······.’


신호가 다시 빨간불로 바뀌자 익스는 불안을 안은 채로 왼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3

시우는 익스가 준 약도를 토대로 무사히 교실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중간에 층수를 헷갈려 다른 반에 들어갔었지만 자신의 사물함이 없는 걸 눈치채고 재빨리 나왔었다.


‘김시우······여기 있군. 이번엔 제대로 찾아왔네.’


사물함이 있는 걸 확인한 후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시우의 책상은 온갖 낙서들로 덮여있었다.

입에 담기 힘든 비속어를 비롯하여 시우를 놀리는 듯 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지만 뜻을 모르는 시우이기에 별로 신경 쓰진 않았다.


‘그래서······이제 뭘 하면 되는 거지?’


시우는 멍하니 칠판만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야이, 거지새끼야.”


누군가 시우의 뒤통수를 세게 때리며 다가왔다.

뒤통수를 때렸는데도 시우의 머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


머리를 때린 아이는 마치 헬멧을 친 것 같은 감각에 어리둥절하였다.


“‘장혁’아, 왜 그래?”


“아, 아무 것도 아니야.”


4명의 남자아이들이 시우를 둘러쌌다.


‘뭐야, 이 애새끼들은.’


장혁이 시우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작고 째진 눈에 주근깨가 나있는 아이였다.

장혁은 손으로 시우 머리를 막 비비더니 손 냄새를 맡았다.


“우엑! 개 썩은 내!”


장혁은 토하는 시늉을 하였다.


“이 새끼, 집에 샴푸 살 돈도 없다던데?”


옆에서 얄밉게 생긴 애가 이상한 소문을 거론하며 놀려댔다.


“그렇게나 냄새가 심해?”


“맡아봐.”


하나둘씩 시우의 머리에 코를 가져다대며 냄새를 맡았다.

당연하게도 냄새 따윈 나지 않았다.

하지만 다들 썩은 음식 냄새를 맡은 것 마냥 리액션을 취했다.


“어우, 안 되겠다. 냄새 때문에 공부를 못 할 정도야.”


남자 무리는 킥킥 웃어대며 옷 탈취제를 꺼내 시우에게 뿌렸다.

머리가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지나치게 뿌려댔다.


“음~~이제야 향긋한 냄새가 나네.”


“이거 엄~~청 비싼 건데 널 위해서 이만큼이나 썼어. 고맙지?”


아이들은 이에 끝내지 않고 시우의 책가방을 열었다.


“우엑! 여기도 냄새가 장난이 아니네!”


“거기도 뿌리자!”


이번엔 가방과 책이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손이 비어있는 애들은 시우의 어깨를 주먹으로 치거나 뒤통수에 딱밤을 때리는 등 못살게 굴었다.

이에 시우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아까부터 거슬리게 하는 군. 죽이는 건 위험하니·········[손을 전부 잘라버릴까.]’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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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상) 토벌(3)-흑석 24.04.23 10 0 6쪽
6 5(하) 토벌(2)-흑석 24.04.21 8 0 6쪽
5 5(상) 토벌(2)-흑석 24.04.19 6 0 6쪽
4 4. 토벌(1) 24.04.15 8 0 12쪽
3 3화. 마왕은 학교에 잘 적응 중...? 24.04.08 10 0 12쪽
» 2. 초등학교로 간 마왕님. +2 24.03.31 14 1 12쪽
1 1. 마왕, 인간으로 부활하다 24.03.25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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