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포인트 4,214,221
#047화. 내 포인트 4,214,221
커뮤니티.
Community.
‘공동체’를 뜻하는 단어.
그리고 공동체란, 특정한 사회적 공간에서 공통의 가치와 유사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을 이르는 사회학 용어다.
“커뮤니티···?”
- 예, 좀 낯설지요?
[업데이트가 진행 중입니다··· 7.9%]
그런데, 왜 학노는 자신의 이름을 커뮤니티라 소개하는가?
“아무래도 좀 그렇지?”
- 인간들이 왜 공동체를 이루어 마을을 형성하고, 도시를 형성하고, 나아가 국가를 형성하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습니까?
“학교에서 배웠던 거 같은데··· 사회계약설? 200년 전이라 잘 모르겠네.”
- 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기엔, 다른 차원의 인간들도 다 모여 살지 않나?”
- 지구는 아주 큰 차원입니다. 70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곳은 많이 없지요. 제가 좀 유명한 신이라, 다른 차원도 영향을 받습니다.
“···.”
왠지 재수 없는 이유지만.
“···아니, 근데. 만화책에나 나올 법한 신선의 모습을 하고, 이름이 커뮤니티라고?”
- 허허, 이건 제 진짜 모습이 아닙니다.
“네 진짜 모습은 뭔데?”
- 상대방의 생각에 따라 다릅니다. 대협 같은 경우는 처음 본 ‘초월자’가 신선이었기에, 제 모습도 신선이고요.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그럼··· 네가 초월자라면.”
성현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간다.
왠지 모르게 패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학노. 그가 직접 밝힌 진짜 이름 네 글자.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 보았던 ‘????’.
“네놈이 신이라는 말이구나.”
결론은 금방 나왔고.
- 예. 제가 ‘지구’의 신입니다.
그 말을 들은 성현이.
“이런 신발놈!”
휘익-!
곧바로 커뮤니티에게 주먹을 휘둘렀다만.
우드득-
무언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잡아채기라도 하는 듯, 나가지 않는 주먹.
- 허허허, 제 말이 진짜인지 확인이라도 해 보시···.
그래도.
‘때린다!’
우우웅-!
성현이, 막대한 내공과 강력한 ‘의지’를 싣자.
- ···려는 겁니···.
빠악-!
- 커헉!
[업데이트가 진행 중입니다··· 14.3%]
신놈의 얼굴에 박히는 주먹.
- 이건 좀··· 예상 밖이네요.
한 대 맞은 커뮤니티가 얼떨떨한 얼굴로 성현을 봤다.
- 정말··· 강한 무력에, 대단한 정신력입니다. 제가 ‘수호자’를 잘 골랐네요.
하지만, 이내 웃음을 띠는 커뮤니티.
“아부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난 웃는 얼굴도 때려.”
성현이 반발력을 억지로 무시하고 신을 때리느라 뻐근해진 팔을 풀었다.
“그리고 넌 좀 맞아야지.”
눈앞의 재수 없는 녀석을.
- 저를 왜요?
“네놈이 진짜 신이면··· 이 세상이 망해가는 것도, 우리 가족이 게이트 브레이크로 이 세상을 떠난 것도. 내가 지금 이 개고생을 하고 있는 것도, 전부 네 잘못 아니냐?”
몇 대는 더 때려야 기분이 풀릴 거 같았기에.
- 그거 제 잘못 아닌··· 아, 반쯤은 제 잘못이겠네요. 인간들의 자유의지를 너무 존중했으니.
“이 새끼가 남 탓하네?”
- 진짠데···.
“설명해 봐, 그럼.”
- 그게··· 좀 긴 설명이라, 시간이 안 될 거 같은데요?
신놈이 시선을 돌렸다.
[업데이트가 진행 중입니다··· 17.6%]
성현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고.
“그럼, 네놈이 하고 싶은 얘기는 뭐야?”
- 근데, 저 그래도 명색인 신인데··· 존댓말 같은 건 없으십니까?
“하겠냐?”
신놈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시간 없다며? 말이나 해, 이 새끼야. 바뻐어-!”
성현이 신을 한 대 더 때리려다 겨우 참았다.
- 아마 제가 무슨 말을 할지는 예상하실 거 같습니다.
“도와달라고? 종말을 피할 수 있게?”
- 예.
“대가는?”
살짝 당황하는 신놈.
- 어차피 저를 도와서 ‘종말’을 막지 않으시면, 대협도 죽으시는데요?
“가스라이팅하냐?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 이 새끼가··· 어디서 날로 먹을라고.”
절멸자 그 광신도 녀석과 신관복 차림의 앨리스, 그리고 멸망한 세계에서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차원을 지키겠다’는 말만 연신 내뱉던 다른 차원의 수호자를 생각해 볼 때.
- 아니 보통 ‘신’ 정도 되는 존재가 나오면 다들 무릎부터 꿇던데···.
지금 이건 자신이 원하는 전개가 아니었던 모양.
“세상일이 맘대로 되냐, 인마? 그런 게 됐으면 너랑 나랑 만나지도 않았어.”
물론, 성현의 성격엔 어림없었지만.
- 하긴 뭐··· 대협은 항상 그랬죠. 언제든 손해 보고 사시는 분은 아니셨으니까.
[업데이트가 진행 중입니다··· 32.4%]
잠깐 고심하던 신놈이 입을 연다만.
- 가족. 다시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 말에.
“너, 잘 생각하고 말해.”
다시 어깨를 푸는 성현.
“입 잘못 놀리다 진짜 죽을 수도 있어.”
우우웅-
무시무시할 정도의 내공도 끌어올렸고.
“그분들을 가슴에 묻고 산 지 200년이 넘었어. 지금 와서 뭐하자는 거야?”
평소의 장난스러운 표정도 지웠다.
“그런 뜨뜻미지근한 말을 하기엔, 너무 시간이 흐르지 않았나? 내가 왜 그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지?”
신놈이 웃는다.
- 지구는 왜 돌아오셨습니까?
“쉬러 왔지. 편한 침대에 누워 치킨이나 뜯으면서.”
- 그런 건 무림에서도 하실 수 있었을 텐데요.
“넥플릭스랑 너튜브가 없잖아.”
- 그렇게 말씀은 하셔도···.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재수 없는 얼굴로.
- 사실은 고향이, 가족이··· 그리우셨던 거 아닙니까?
“···지랄은. 난 신분세탁도 했어.”
- 하지만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은 바꾸지 않았죠.
“이 새끼가···.”
부웅-!
성현이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다.
- 케흑!
[업데이트가 진행 중입니다··· 41.6%]
아까보다 더 쉽게 맞는 주먹.
“무슨 가스라이팅 하냐?”
볼을 감싸 쥐고 실실 웃는 신.
- 두 번이나 맞을 줄은 몰랐네요.
“세 번도 때릴 수 있어.”
- 그 전에 진정하시는 게? 저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신놈의 말에 성현이 메시지 창을 봤다.
[업데이트가 진행 중입니다··· 47.8%]
맞는 말 같았다.
- 그러면, 소원권··· 하나면 어떻습니까?
빠악-!
- 케흑!
쳐맞는 말.
“이 새끼가 지금 뭐 술 게임 하는 줄 아나··· 소원권 하나?”
- 아니, 그딴 소원권이 아니라 진짜 소원권입니다. 뭐든 빌 수 있는 거요.
신놈의 표정이 좀 억울했다.
- 대협이 생각하는 것처럼 신이 전지전능한 게 아니에요. 그런 건 ‘창조신’이지, 우리는 따지고 보면 각 차원을 유지하는 쪽에 가까운데··· 소원권 하나도 꽤 거창한 거예요.
“무능한 걸 돌려 말하네.”
- ···나 정도면 신 중에 그래도 유능한 건데··· 70억이 넘는 사람도 관리하고···.
제 딴에는 그 정도면 관대한 포상이라 생각한 모양이지만.
“그렇게 유능하면 다른 수호자 찾든가.”
- 다른 후보자가 없을 거 같습니까!
“나만 한 후보자는 없겠지.”
- 그걸 어떻게 자신하십니까?
“니가 구우우우욷~이 날 찾아온 이유가 있을 테니까.”
원래 협상이란 아쉬운 쪽이 베팅을 올리는 법.
- 그렇긴 한데···.
신놈이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인다.
- 알겠습니다, 뭘 원하십니까?
“일단 소원권 하나에, 내가 다시 가족을 보는 건 베이스로 잡아.”
- 그럼··· 감당해야 할 인과율이 너무 많습니다!
“싫으면 다 같이 죽든가. 난 살 만큼 살았어.”
그러다 다시 화들짝 놀랐고.
- 70억의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제가 이만큼 대협의 사정을 봐 드리고 있는데!
“지랄하지 마라. 이거 원래 니 일 아니냐? 나한테 그딴 말하기 전에 니가 처음부터 니가 관리를 잘 했어야지.”
- 그, 그건···!
“니가 내 사정 봐주는 게 아니라 내가 네 사정 봐주는 거야. 나도 그 정도 보상은 있어야 더 힘내서 일하지.”
명색이 세상을 구하는 일인데, 날로 먹으려고 하는 신놈도 재수 없었고.
성현이 무슨 전설의 용사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수호자’라는 막중한 임무를 강제로 떠안은 거니.
- 하··· 진짜, 소원권 하나만 해도 어려운 일인데···.
그래도.
“세상을 구하는 건 쉽겠냐? 저승사자놈이 그러던데, 세상이 수호자가 필요할 만큼 막장으로 돌아가면, 어차피 다 종말 엔딩으로 끝난다던데?”
- 그건··· 그렇긴 합니다. 저희 세계도 사실상 종말 직전이라···.
“그러니까 인심 좀 쓰라고. 우리 같이 빠이팅 해야 할 거 아니냐.”
결국, 성현의 말에 수긍하는 신.
- ···알겠습니다. 소원권 하나에 가족까지. 그리고 뭘 더 원하십니까?
[업데이트가 진행 중입니다··· 58.7%]
성현이 잠시 업데이트 창을 봤다.
‘한, 2분 정도 남았나?’
이렇게 짧은 시간에 결정할 문제는 아닌 듯싶었다.
“너, 이 업데이트 끝나도 다시 볼 수 있나?”
- 예. 제가 상태창에 저랑 연락할 수단을 하나 넣어드리죠. 다만, 직접 보는 건 당분간은 좀 힘들 겁니다.
“왜?”
- 제가 아직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 거기다 중국 문제까지 좀 해결해야 해서, 힘이 좀··· 달립니다.
“쓸모없는 자식.”
- 아니··· 나 진짜 그래도 유능하단 소리 좀 들었는데···.
“그래서 세상이 이 지경이 됐지.”
- ···.
성현의 극딜에 입을 삐죽 내미는 신놈.
[업데이트가 진행 중입니다··· 64.4%]
그놈과 마주할 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면 이렇게 하지.”
성현이 긍정의 뜻을 내비치자.
“일단 수호잔지 뭔지 하는 임무에 충실은 하마.”
- 드디어 제 마음을 알아주시는 겁니까!
크게 기뻐하는 신놈.
“단, 소원 하나와 가족을 제외하고 내가 원하는 건 모든 일이 끝났을 때 말하도록 하지.”
신놈이 살짝 질린 표정을 짓다가, 수긍한다.
[업데이트가 진행 중입니다··· 72.8%]
더 이상 성현을 설득할 시간도 없었기에.
-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하겠습니다.
“그리고. 종말을 막는 건 내가 알아서 한다. 네놈은 차원 유지나 잘해.”
- 그건 바라던 바입니다.
신놈이 업데이트 창을 바라본다.
[업데이트가 진행 중입니다··· 81.4%]
거의 시간이 다 됐다.
- 마지막으로 물어보고 싶은 건 있습니까?
“물어보고 싶은 거야 널렸지만··· 종말, 게이트만 막아내면 되나?”
- 각성자의 피가 마력 그 자체인 것처럼, 몬스터의 피도 마력 그 자체입니다. 그 피가 뿌려진 대지는, 자연히 마력을 얻게···.
신놈의 손 위로 어딘가 구멍이 숭숭 뚫린 지구의 모습이, 홀로그램처럼 떠오른다만.
“예, 아니오로만 좀 대답해. 무슨 신이 설명충이야.”
- ···게이트가 생기는 족족 클리어하시고, 차원의 근원도 챙기시다 보면 됩니다.
곧, 신놈의 시무룩한 모습과 함께, 홀로그램도 사라졌다.
[업데이트가 진행 중입니다··· 94.8%]
어차피, 업데이트 시간도 거의 끝났고.
- 대협.
신놈의 얼굴이 진지하게 변했다.
- 염치없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눈빛엔.
“나는 내 할 일을 할 테니.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걸 해.”
성현도 꽤 진지하게 답했고.
- 그럼, 보중하시길.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렇게, 신놈과의 만남이 끝나는 줄로만 알았는데.
- 띠링!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상태창 복구가 끝났습니다]
[불안정한 연결로 인해 획득하지 못한 경험치를 계산합니다]
아직 뭐가 남았을 줄이야···.
“어?”
그러고 보니 잊고 있던 하나의 사실.
[시스템이 삼류 무림인, ‘마위황’ 처리를 확인합니다]
[시스템이 삼류 무림인, ‘초운형’ 처치를 확인합니···]
게이트에서 열심히 사냥하는 각성자들이 어떻게 힘을 키우겠나?
[시스템이 엘리트 무림인, ‘흑백쌍사’ 처치를 확인합니다]
[시스템이 네임드 무림인, ‘전대 천마’를 처치를 확인합니다]
[시스템이 네임드 무림인, ‘정파제일검’ 처치를 확인합니···]
상태창이 있다는 건.
[시스템이 플레이어, ‘이명준’ 처치를 확인합니다]
[시스템이 플레이어, ‘구동범’ 처치를 확인합니다]
[시스템이···.]
당연히 ‘레벨 업’도 있다는 말이니.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
[최고 레벨에 도달했습니다]
[남은 경험치는 잔여 스탯 포인트로 전환됩니다]
200년 만에 보는 메시지가, 눈앞을 가득 채울 때.
[복구가 완료되었습니다]
[잔여 포인트를 사용하세요]
샤아아악-!
깨어져 나가는, ‘흑백’의 세상.
“이, 이놈···! 대체 뭘 한 것이냐!”
그제야 움직일 수 있게 된 상제가, 성현을 바라본다.
“근원을 어찌한 게야!”
성현이 신놈을 보는 동안 그는 시간이 멈춘 상태였을 테니, 그로서는 사실상 성현이 근원에 손을 댄 직후의 상황인 것.
“허···?”
하지만, 성현은 상제 놈의 발악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이, 이거 쓰발··· 버그 아냐?”
고절한 경지에 오라, 웬만한 일에는 평점심을 잃지 않는 그의 정신도 흐트러지게 할 만큼.
[잔여 포인트 : 4,214,221]
···눈에 보인 포인트가 너무 많았으니까.
- 작가의말
네. 사실 성현이 혼자만 상태창이 오프라인이라, 레벨 업을 못 하고 있던 거였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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