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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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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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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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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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4)

DUMMY

※※※



“우선은 전장의 선택이다.”


막사 안.


널찍한 책상에 채 먹물이 다 마르지도 않은 지도를 놓고 당가주가 말했다. 둘러앉은 것은 백연과 검선, 당가주 본인과 마지막으로 당가 무인들의 지휘관.


“궁주는 멍청한 작자가 아닙니다. 가주님께서 원하시는대로 하시려면 그를 유인해야 하지요.”


흑린단주라 스스로를 소개한 이가 말했다.


“지금까지 전장이 성립되고 있는 것은 궁주가 언제든지 몸을 내뺄 수 있는 환경이며, 그 스스로가 전장을 통제하에 두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대로였다.


널찍히 펼쳐진 지도 위로 서주와 장강이 눈에 들어온다. 수라궁을 표현하는 나무토막 몇개가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늘어서 있다. 금방이라도 서주 전체를 먹어치울 것 같은 형태지만, 지형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장강을 기준으로 길쭉하게 펼쳐진 서주의 전장.


강폭이 좁아지는 길이 거의 없다. 아무리 작게 잡아도 백여장에 가까운 너비인데, 가장 좁아지는 구간에서나 강을 쉬이 건널수가 있다.


바로 그 지점이었다. 장강 이남과 이북을 오갈 수 있는 작은 지점을 두고 당가의 무인들은 전진해 벌판에서 수라궁을 상대하고, 강을 넘어 퇴각해 적들이 넘어오는 것을 막는다.


작은 길만 틀어막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막을 영역이 줄어드는데, 그로써 마치 성을 끼고 싸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처음 수라궁의 진격을 막고 이들을 여기까지 몰아낸 것이 기적과 같았다고.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상대의 퇴각을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싸움을 지속하다 목숨이 경각에 달할 것 같으면 도주하는 것을 저지할 수 없다는 소리.


“지금 궁주는 가주님과 검선 두분을 상대하며 느긋하게 힘을 빼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오래 걸릴지라도 지속되면 그가 이길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실제로도 그것은 사실입니다.”

“본래라면 며칠이나 버틸 수 있었습니까?”


백연의 물음에 흑린단주가 당가주를 힐끗 쳐다본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답한다.


“별동대의 지원이 오기 전에는 길게 잡아도 칠주야. 지원 도착 후에는 열닷새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짧군요.”

“가주님이 많이 소모되셨습니다. 성도에서 여기까지 수라궁을 단신으로 몰아내는 것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쓸데없는 말은 덧붙이지 마라.”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인 흑린단주가 숨을 내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여하간 간단합니다. 궁주를 죽이기 위해서는 그가 결코 도주할 수 없는 전장으로 몰아야 합니다. 본래 몸을 빼고자 마음먹은 절세고수는 격이 다르지 않은 이상 막기 어려우니 말입니다.”


백연은 잠시 지도를 살폈다. 그리고 이해했다.


수라궁과 당가의 무인을 표현하는 나무토막들. 그리고 지도에 점점이 찍혀있는 당가주와 수라궁주의 격전지들.


‘천독이 붙잡아두고 있군.’


일대 영역을 거대한 독의 권역으로 덮어버리는 식으로 전장을 구축하는 모양. 그 안에서 궁주와 일대일 격전을 벌이며 궁주가 다른 무인들에게 갈 수 없도록 하는 형세였다.


타당한 선택이었다. 당가주 본인의 전력은 같은편의 무인들조차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니.


한편 궁주도 마찬가지 생각으로 당가주와의 일대일을 받아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만일 당가주가 아군의 피해를 도외시하고 전력을 펼치면 그것은 수라궁에게도 재앙같은 일. 만약 있을지 모르는 궁도들의 피해를 감수하기보다, 그의 일대일로 당가주를 천천히 제압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터무니없이 당가주가 불리하다.’


당가주는 전투를 피할 수 없다. 수라궁주는 여차하면 몸을 뺄 수 있다.


그 차이가 무엇인가. 전장의 주도권이 궁주에게 있다는 소리였다. 지금 전선에서 잠깐 이렇게 돌아와 있는 시간도 궁주 본인이 일시적인 퇴각을 했기 때문이리라.


그가 나타나면 다시금 당가주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노릇.


‘......원래 이렇게 쥐새끼같나?’


백연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과거 사파의 무인들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납득했다.


‘그러니까 오래 살아남지.’


사파의 강자란 무릇 그런 법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교의 미치광이들이 상대하기 쉬웠던 것 같기도.’


적어도 놈들은 싸우다가 튀지는 않으니까. 교주가 내린 명을 오늘 당장 수행하지 못하면 혀를 깨물고 죽을 것 같이 굴던 놈들이었다. 왠지 그리웠다.


“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궁주가 몸을 뺄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네.”


검선이 말했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가장 확실한 것은 역시......”

“물리적으로 빠져나가기 힘든 공간을 구축하면 되겠군요.”


백연이 말했다.


소년의 시선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지금 이 순간.


오랜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한순간 소년은 큰 키의 사내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매일매일 무림인의 싸움이 아닌 전장의 싸움을 했던 나날들.


묵령검을 쥐고 전장을 누비던 검귀.


그는 천재적인 책사가 아니었다. 밥먹고 전장을 어찌 지휘할지만 고민하는 참모도 아니었다. 허나 과거 그의 곁에는 그런 놈이 하나 있었다.


‘제갈소백.’


-머리 아프니까 좀 꺼져라. 이 몸이 작전 짜고 있는거 안보이나.

-싸우러 나가는건 난데, 좀 보면 안되냐고.

-그럼 닥치고 구경이나 해라.

-근데 교를 상대로 그렇게 진을 치는게 맞아? 놈들이 마기를 뿌리면......

-조용히 보라고 한지 두호흡도 안지났다. 천재적인 책사를 뭘로 보는거냐 대체.


놈이 엮어내던 위험천만한 줄타기와 전략을 백연은 수도 없이 봐왔다. 아마 지금 그가 여기 있었다면 이리 말했겠지.


-보신경? 다 부질없다. 갇혀서 뒈지면 끝이야.

-호오.

-하늘을 걸을 수 있는게 아닌 이상 의미 없다. 이 협곡에 유인만 성공하면 그만이지.

-흐음. 네 조상님이 똑같은거 하다가 비와서 말아먹은거 아니야?

-제갈무후(諸葛武侯)께선 화공을 너무 선호하셨지. 난 네놈이 있는데 불을 왜쓰나.

-누굴 전략병기 취급하는거야 자꾸.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소년의 길쭉한 손가락이 지도 위를 따라 움직인다. 흑린단주가 움찔했지만, 당가주가 가만히 있자 금새 조용해진다.


“여기.”


백연이 지도의 한곳을 짚었다.


“이곳으로 몰아야 합니다.”

“장강을 끼고 있는 거대한 협곡이로군. 높이가 어느 정도지?”

“사람은 벗어나올 수 없을 정도입니다. 가주님이라 하셔도 불가에 가깝습니다. 벽 자체가 수직이 아니라 거꾸로 기울어져 있지요.”


흑린단주의 말에 당가주가 손을 모았다.


“양쪽이 뚫려 있다만.”

“한쪽을 막으면 됩니다.”


백연이 답했다. 어느새 투명하게 회전하고 있는 자색 눈으로 지형을 계산하면서였다.


“산을 무너뜨리죠.”


담담하게 선언한다. 그것이 지극히 쉽고 간단한 일이라도 된 것인 양.


“미리 준비하면 좀더 쉬울거고, 아니면 무공으로 일거에 붕괴시켜야 합니다. 지금의 저는 불가한데......”

“노부가 가능하네.”


터무니없는 작전. 터무니없는 내용. 하지만 소년은 초월에 가까워지는 무인들이 어디까지 강할 수 있는지 잘 알았고, 그것을 철저히 이용해먹을 생각이었다.


“좋습니다. 태극검은 넓은 범위를 찍어누르기에 적합한 무공. 그 범위를 이용하면 산사태를 인위적으로 일으킬 수 있겠군요.”

“그대가 원하는 규모의 붕괴는 미리 작업도 필요할걸세.”

“그래야겠지요. 바로 움직이는게 좋겠습니다.”

“헌데 그리 쉽게 약화가 되나?”

“제가 기운을 읽을 수 있습니다.”


소년은 태연히 말했다.


“땅기운이 짙은곳만 골라 지반을 약화시키면 됩니다. 내가중수법의 묘리는 사람에게만 통하는 것이 아니니.”

“......자네는 기감이 뛰어나군 그래.”


그렇게 어디를 전장으로 할지 정하는 것이 순식간이었다.


그러나 그 뒤부터가 진짜였다.


그들이 구축한 것은 전장의 설계. 도주가 불가능한 한판을 위한 거대한 결투장의 마련이었다. 즉 저곳에 어찌 들어가는지도 문제일 뿐더러, 수라궁주를 어찌 격살할지까지 생각해야 했다.


쉽지 않은 과제였다.


하지만 백연은 지도를 천천히 짚으면서 자신의 입꼬리가 움직이고 있는 것을 느꼈다.


참으로 오랜만에, 익숙한 전장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럼 이곳으로 유인할 방책도 필요합니다. 수라궁주 본인이 여기까지 진입하게 만들 요소가......”

“그건.”


당가주가 말했다.


“내가 해결하지.”


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독이 저리 말하면 가능한 것이다. 궁주의 유인책은 그가 신경쓸 일이 아니었다.


“하면 마지막은 역시 궁주와의 싸움이겠군요.”


전장에 진입하는 것은 수라궁주 본인과 천독, 그리고 검선과 백연 자신.


“셋이 하나를 상대한다......어디서 많이 들은 해묵은 격언입니다만.”


중얼거린 백연이 싱긋 웃었다.


“제가 셋인쪽은 참 오랜만이군요.”


그리 모인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눴다. 점차 사색으로 질려가는 흑린단주의 얼굴이 볼만 했으나, 백연은 신경쓰지 않았다.


무인들이 죽는다. 틀림없이 다른 무인들의 희생도 필요한 작전이다. 하지만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결국에 가장 목숨을 내거는 것은 천독 본인이니.


백연은 생각했다.


천독이 훌륭한 부친이라곤 생각지 않았으나, 그는 훌륭한 가주였다.


그렇게 한시진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


“하면 우선은 지형의 확보부터......”


검선이 말하는 순간.


뿌우우-


둔중한 울림이 허공을 타고 전해져 왔다. 수라궁주의 전장 현현을 알리는 소리. 그것을 들은 천독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가보도록 하지.”


그대로 기운을 몸에 휘감은 천독이 성큼성큼 걸어나가 표홀히 사라졌다. 잠시간 빈 자리에서 지도를 응시하던 백연이 일어났다.


그가 흑린단주를 쳐다보며 말했다.


“친구들을 좀 빌려가겠습니다.”

“......예.”


처음과 달리 그는 별다른 반발을 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당가 무인을 보며 백연이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



후우우우웅-


대기가 찢어진다. 저편 어딘가에서 싸우고 있을 전장의 소리가 아련하게 멀어진다. 질주하는 백연의 걸음을 따라 여러 무인들의 걸음이 뒤따랐다.


“이런건 또 오랜만이군.”


당소하가 말했다. 뒤를 따르는 이들도 한마디씩 덧붙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애초에 한자리에 모일 일이 별로 없으니까요. 게다가 이렇게 다같이 작전이라니......”


무영과 예린이었다.


동시에 백연의 옆에서 질주하는 팽악은 왠일로 생각에 잠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백연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뭐니뭐니해도 칠룡중 단순한 파괴력은 그가 가장 뛰어났으니까.


“칠룡을 한자리에 모아놓은게 암화라......재밌는데.”


유성의 말에 당소하가 입매를 비틀었다.


“둘은 없잖나.”


그의 말대로였다. 백연과 함께 달려나가는 경공 질주는 백연 자신까지 합쳐 여섯.


둘은 이곳에 없다. 처음부터 별동대에 합류하지 않은 이들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백연이 끌고 왔다. 사형이나 사저도 없었다. 그가 지금부터 행할 일은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상대하는 일이었기에.


절대적인 축기량과 내가중수법의 이해.


그 두가지만이 중요하다.


“요새 가끔 생각한다만.”


그때 팽악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사이에 푹 끼어드는 당소하의 핀잔도 함께였다.


“네놈이 생각이란 것도 하나?”


팽악은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백연은 놀랐다. 장족의 발전이었다. 이전같았으면 당소하의 도발에 걸려 말싸움을 했을텐데.


“기연이란 것이 세상에 인간의 형태로써 나타날 수 있다면, 그것이 네놈일 것 같군.”


백연을 향해 던지는 말이었다. 백연은 피식 웃음을 뱉었다.


“어째서?”

“네놈이 모두를 끌어당기는 등불이 되니까.”


팽악이 답했다.


“네가 나타난 이후 모두가 비약적으로 강해졌다. 몇년을 몇달로 압축한 듯이.”

“너희가 가진 자질이지.”

“그것을 끌어내게 만드는 것도 기연이다.”


그렇게 말한 팽악은 입을 다물었고, 백연은 볼을 긁적였다.


그렇게 질주하던 소년들은 어느 순간 거대한 산자락에 도착했다.


전장으로부터 이십리 가량 떨어진 협곡.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위로는 구름마저 맴돈다. 원체 높은 사천의 지대에서 더 올라간 협곡인 탓이었다. 그 형세를 가늠한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합하네.”


그렇게 산자락에 발을 들이고, 소년이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자연지기를 다루는 감각은 이미 능통해졌다. 감각을 더욱 멀리 퍼트릴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였다.


가볍게 발을 들어올린 백연이 그대로 진각을 내리찍었고.


사박.


부드럽게 내려밟은 발끝에서부터 진기가 물결처럼 퍼져나갔다.


“이쪽이야.”


산을 내달리는 걸음들이 재빨랐다.


백연이 감지한 것은 자연지기가 몰리는 장소들이었다. 땅기운이 크게 도사리고, 지반이 부드러운 곳들.


본래는 이런 곳에서 약초가 수십년간 진기를 머금으며 자라면 영약이 된다. 지금은 다른 용도로 쓰일 장소였다.


“예린부터에요.”


백연의 말과 함께 악가 암천화광창의 빛살이 일순 산등성이를 크게 비춰내었고, 이어서 태극혜검과 자하강기가 대지를 두들겼다. 이어 백연의 검이 땅을 큼직하게 배어내 공간을 만들면, 그 자리에 건곤연환탈백도의 거대한 도기가 떨어지며 대지를 진동시켰다.


그 여파로 산자락이 조금씩 금가며 갈라진다. 허나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기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천하의 절세 기재들은 사람 아닌것에도 내가중수법을 쉬이 적용시켰다.


안에서부터 뒤틀리는 지반이 느껴진다. 들썩이는 바위와 조금씩 가라앉는 땅거죽.


“여기는 이만하면 됐으니, 다른데로 가자.”


일행이 다시금 경공을 일으키며 움직였고, 당소하는 의문을 표했다.


“나는 뭐를 하지?”


백연은 그를 보며 씩 웃었다. 물론, 당소하도 할 일이 있었다.


“독 만들어야지.”

“......독을?”

“만독 시전해. 빨리.”



※※※



늦은 저녁.


공손령은 눈을 떴다.


온몸이 찢어질 듯 아파오는 격통은 곧 잦아들었다. 감각이 차단되는 느낌이 몽롱했다. 아마 당가의 독이 일으킨 여파겠지. 적당한 독은 곧 약이다. 지금의 경우에는 기쁜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인기척을 느꼈다.


“공손령.”


냉막하고 차가운 목소리. 언제 들어도 잊어버릴 수 없는 선명한 음성이 귓가에 틀어박힌다.


“일어나라.”


그녀는 깨달았다. 천독이 그녀를 위해 힘을 썼다는 사실을.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은 그녀가 당무혁을 바라봤다. 그녀의 남편이자 당가의 가주.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심하고 삭막한 눈은 언제나와 같았다. 그러나 그의 몸에서 나는 혈향은 며칠 사이 더 진해져 있었다. 바로 깨달았다.


그녀가 전장에 나서 대붕신수를 죽인지 며칠이 지났다. 그렇게 오래 정신을 잃었었나. 그간 당무혁은 수라궁주를 막아낸 듯 했고, 더 만신창이가 되었다.


“네가 필요하다.”

“......또 무슨 일입니까. 가주?”

“미끼가 되어라.”


툭 내던지는 음성. 그에 공손령은 천천히 미간을 좁혔고, 이내 이해했다.


“궁주를 죽이려 하십니까?”

“기회가 왔다.”

“하하......”


실성한 듯 흘리는 웃음이 짙었다.


“하여 저를 미끼삼아 함정을 파실 생각입니까.”

“그래.”

“......”


그녀가 당무혁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무감하기 짝이 없는 눈이었다. 그녀가 흐린 웃음을 짓고 그에게 물었다.


“......복수입니까? 제가 당신의 아이를 죽이려 든것에 대한?”


당무혁은 그에 답하지 않았다. 잠시간 그녀를 내려다보다 이내 말했을 뿐.


“너는 죽지 않는다.”


찰나.


공손령은 냉막하기만 한 그의 흑안에 무언가 스치는 것을 보았다. 그에 공손령은 크게 눈을 떴고,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하였다.


“자, 잠깐만. 무혁! 그럼 당신은......당신은 어찌 됩니까!”


당무혁은 돌아섰다. 펄럭이는 암녹색 장포 너머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언제나와 같이 메마른 목소리였다.


“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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