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병! 빌어먹을 헌터들이 다 내 뒤로 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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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르블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1:14
최근연재일 :
2023.09.19 22:21
연재수 :
1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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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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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6
글자수 :
694,692

작성
23.05.10 11:25
조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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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15쪽

1화 우주의 위기

DUMMY

종유석의 끝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차갑게 울려 퍼지는 어두운 동굴 안.


한줄기 흐릿한 빛만이 감도는 그곳에 인기척이 들려왔다.


물기가 배어 나오는 질척한 동굴 벽과 바위의 틈새를 손으로 더듬거리고 있는 한 남자.

솜털도 채 다 가시지 않은 뽀송뽀송한 얼굴.

스물 초반 남자의 검은 눈에 나이와 어울리지 않은 묘한 날카로움이 서려 있다.


가죽장갑을 낀 그의 손에 질퍼덕한 흙이 묻어났다.


“아이, 시팔! 도대체 어디야?”


장갑에 묻은 흙덩어리를 털어낸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버럭 짜증을 냈다.


가죽점퍼의 팔 부위에 면도날에라도 베인 듯 날카롭게 찢겨있는 자국.

어깨 위에 붙은 펜던트 표면에 K-guard 라는 글씨가 흐릿한 빛에 한순간 반짝였다.


이마에 배어 나오는 땀을 손등으로 문지른 그가 손을 허리춤으로 가져갔다.

칼집에서 검을 빼 든 그가 벽면 한 군데를 뾰족한 칼끝으로 쿡쿡 찔렀다.


“여기도 아니고...”


낮은 한숨을 흘린 그가 검을 다시 허리춤에 찔러 넣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공기 중에 부유하던 흙먼지가 입 안으로 들어와 입천장에 달라붙었다.

이빨에 씹히는 자글자글한 불쾌감에 남자가 ‘크윽’ 하고 침을 그러모아 ‘퉤’ 하고 내뱉었다.


그런 남자의 이마에 툭 하고 진흙 덩어리가 떨어졌다.


눈살을 찌푸리고 위를 올려다본 그가 손으로 이마를 한번 쓱 문질러내고 초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근처가 틀림없는데..”


한층 빨라진 손놀림으로, 남자가 손이 닿는 동굴 벽면 이곳저곳을 손바닥으로 다시 한번 꾹꾹 눌러보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한순간 맹수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좁은 동굴 안에 메아리쳤다.


부지런히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남자가 등 뒤로 고개를 돌렸다.


“뭘 꼬나봐. 이 개-쉐끼.”


어둠 속의 그림자를 노려보며 그가 허리춤에 있던 단검을 뽑아 역수로 쥐고 허공에 찍는 시늉을 했다.


“아가리 닥치고 가만있어라. 지금 당장 뒈지기 싫으면.”


“카르르르..”




그의 등 뒤 6-7미터 떨어진 곳에 뿌리가 반쯤 뽑혀 옆으로 기울어진 나무 한 그루.


흙더미 밖으로 빠져나온 나무뿌리가 마치 덩굴줄기처럼 사방으로 퍼져 있다.


그 흙더미 옆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꿈틀거리는 괴생명체.


날카로운 발톱으로 땅바닥을 긁어대던 중형 견 크기의 괴물이 다시 남자의 등 뒤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덩굴처럼 길게 이어진 나무뿌리에 목이 묶인 채,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도발하고 있는 놈의 형태는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생김새는 개나 늑대와 비슷하나 마치 물고기처럼 온몸을 촘촘히 덮고 있는 검은 비늘.

엉덩이에 달린 것은 복슬복슬한 꼬리가 아닌, 끝에 뾰족한 침이 박혀있는 가느다란 체인.


얼굴 한가운데를 꼭짓점으로 마치 다섯 개의 꽃잎이 벌어지듯 갈라져 있는 것이 놈의 주둥이일 터.

그런 놈이 포효할 때마다 그로테스크하게 벌려진 아가리 속의 시뻘건 근육질이 불끈거렸다.


머리 위에 뾰족하게 솟은 삼각형의 긴 귀와 그 뒤에 길게 올라와 남자를 향해 기울어져 있는 더듬이 한 쌍.


눈이 없는 대신 그렇게 진화한 놈의 감각기관은 남자의 얕은 숨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크극...크르륵!”


덩굴에서 목을 빼내려고 몸부림칠 때마다 놈의 몸을 덮고 있는 비늘이 파도치듯 벌리고 오므리고를 반복했다.


남자와 이미 한차례 혈투를 벌인 놈의 등과 어깨, 앞발에 한 뼘 정도 길이의 단검이 박혀있고 상처에서 배어 나오는 검은 액체가 비늘의 결을 따라 흘러내렸다.


벽을 더듬고 있던 남자의 손이 점점 위로 향하며 천정에 맞닿은 높이에 가까워질 때였다.


놈의 울부짖음이 극에 달하며 온몸을 뒤틀면서 발악을 해대기 시작했다.


“여기구나.”


놈의 반응으로 균열의 위치를 알아내게 된 그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찾아냈다.”


두 눈을 번뜩이며 빠른 손놀림으로 남자가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려는 순간이었다.


미친 듯이 몸부림치던 놈의 머리를 성기게 얽고 있던 덩굴이 벗겨져 버렸다.


“크아아아...”


다섯 갈래의 주둥이를 빳빳하게 펼친 놈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뒤를 돌아보는 남자에게 맹렬하게 덤벼들었다.


“...하필이면!”


질퍽한 바닥에 몸을 뒹굴어 놈의 공격을 피한 그가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의 손에 쥐어있던 칼날이 매섭게 허공을 가르고 날아가 몸을 돌리는 놈의 목 중앙에 박혔다.


“꺼억.....!”


급소에 일격을 당한 놈이 바닥에 모로 쓰러지자 그가 날렵하게 몸을 일으켰다.


가쁜 숨을 내쉴 때마다 놈의 배를 뒤덮은 비늘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허공에 떠 있는 인벤토리의 첫 번째 칸에 재빨리 손을 집어넣은 남자가 휴대용 플래시와 유사한 장치를 꺼냈다.

그리고 균열이 생긴 벽에 그것을 가져다 댔다.


쏟아져 나오는 붉은 레이저 빛이 벽의 표면에 닿자 갈라져 있던 틈새가 조금씩 봉인이 되기 시작했다.


“드뎌, 오늘이야말로.”


일그러진 표정 속에서도 그의 눈빛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번뜩였다.


1미터 정도의 균열이 조금씩 메워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갈라진 부분이 절반 남짓 남았을 때였다.


조바심을 애써 억누르며 집중하고 있는 그의 귓전에 아른거리던 놈의 거친 숨소리가 한순간 멎었다.


동시에 그의 눈앞에 글자가 나타났다.


[적이 사망했습니다. 아이템을 13번 슬롯에 넣으십시오]


“아... 씨이발..!”


입술을 짓씹으며 그가 짜증 섞인 욕을 뱉어냈다.


쪼그리고 앉아 괴물의 사체 속에 손을 집어넣고 마치 내장을 훑어내듯 놈의 뱃속을 긁어낸 그가 다시 손을 빼냈다.

움켜쥐었던 손을 펴자 시뻘건 핏덩이 속에서 푸른 빛이 새어 나왔다.


동굴 바닥에 고인 물속에 손을 담그고 한번 흔들어 내자 영롱한 푸른 빛의 큐빅만 그의 손바닥 위에 남았다.


손에 들린 큐빅을 바라보던 남자가 어쩐 일인지 13번 슬롯에 넣는 대신에, 그것을 움켜쥐고는 어두운 동굴 안쪽을 향해 돌팔매질하듯 힘껏 내던져 버렸다.


그리고 곧, 그의 시야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열, 아홉....”


거친 한숨을 내쉬고 나서 그가 마치 카운트다운 하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쿠쿵!”


공중화장실의 대변기 큐비클 안에서 마치 무엇인가 바닥에 떨어지는 듯한 둔중한 소리가 갑작스레 들려왔다.


“아, 씨팔! 뭐야?”


소변기에 볼일을 보고 바지 지퍼를 채우려던 중년 남성이 순간 깜짝 놀라 바닥에 주저앉았다.


딸깍....


똥그래진 눈으로 올려다보는 그 앞에 화장실의 문이 열리고 머리와 얼굴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남자가 걸어 나왔다.


무릎과 허벅지 부분이 가로로 뜯어져 있는 빈티지 청바지에 검은색 점퍼를 입고 있는 남자가 중년 남성을 흘끗 내려다보았다.


엉덩방아를 찐 채 입을 떡 벌리고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남성을 흘끗 본 후, 그를 무시하고 젊은 남자는 걸음을 옮겨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무표정한 얼굴로 등을 돌리고 있지만 서로의 눈이 마주친 짧은 순간 중년 남성은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눈빛에 야수와 같은 섬뜩함이 번뜩이고 있었던 것을...


등줄기가 오싹해진 중년 남성이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바지 지퍼도 열어 놓은 채, 마치 게걸음 걷듯 대변기 큐비클에 몸을 바짝 붙이고 걸음을 옮긴다.

거울을 통해 젊은 남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는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거울 앞에 선 젊은 남자가 거울 속의 자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거미줄이 엉겨 붙고 흙먼지를 뒤집어쓴 헝클어진 머리카락.

진흙이 덕지덕지 발라져 있는 이마.

날카롭게 그어진 볼에 난 상처에서 방울져 스며 나오는 붉은 핏방울.


자신의 몰골을 빤히 바라보던 그가 두 손으로 거칠게 머리를 털자 거울 앞이 흙먼지로 삽시간 뽀얗게 변했다.

옷소매로 입을 가리고 낮은 기침을 한 그가 수돗물을 틀고 얼굴에 묻어있는 진흙을 닦아 냈다.


둥글게 말아 붙인 손바닥으로 물을 받아 얼굴을 씻은 그가 다시 거울 속의 자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마치 물에 씻겨라도 나간 듯, 볼에 난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어져 있다.


“아! 다 된 거였는데. 시팔.”


중얼거리던 남자가 통증을 느낀 듯 얼굴을 찌푸리더니 점퍼를 벗어 물이 흥건하게 튀어있는 세면대 옆에 던져 놓았다.


이미 붉게 물든 남방의 소매를 걷어 올리자 날카롭게 그어진 팔 위에 난 상처에서 핏물이 배어 나와 손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런 상처에 익숙한 듯, 그가 옆에 놓여있는 점퍼 주머니에서 흰 붕대를 꺼내 한쪽 끝을 입에 물고 상처가 난 팔을 둘둘 말아 간결한 동작으로 매듭을 묶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는데...”


한쪽 입 끝을 치올리고 씁쓸한 웃음을 지은 남자의 얼굴에 한껏 그늘이 드리워지더니 다음 순간 사납게 일그러졌다.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뻗어 세면대의 양쪽 끝을 움켜쥔 그의 팔이 부르르 떨렸다.


“크흐....”


고개를 쳐들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듯한 거울 속 남자의 얼굴을 그가 빤히 들여다보았다.


“돌겠다. 진짜!”


비장한 눈빛을 한 그가 옆에 놓여있던 점퍼를 마치 낚아채듯 집어 들고 공중화장실 밖으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종각역 지하도를 따라 남자가 걷기 시작했다.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의 모습.

웃음을 가득 담은 또래의 얼굴들.


여친의 손을 꼭 잡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웃는 얼굴로 그를 지나치는 또래의 남자들.


이번 생에 그에게는 절대로 주어지지 않은 평범한 삶.

주위에 녹아 들어가 타인의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인생.


인터넷을 떠돌던 수많은 또래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고민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 여친과 헤어졌어요. 죽을 것 같아요.

- 재수생인데 공부하기 싫어요. 차라리 전쟁이나 터졌으면 좋겠어요.

- 이 학점으로 취업 힘들겠죠? 등골 휘게 일하시고 학비 대주신 부모님에게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까요?

- 취업 못하고 있어요. 벌써 수백군데 떨어졌네요.

- 남들은 몇억, 몇십억짜리 아파트 샀다는데 전 알바를 해도 월세도 못 내는 신세네요. 고향으로 내려가야 할까요? 서울에서 버텨보고 싶은데.


“복에 겨워 지랄도 풍년인 새끼들.”


피식 코웃음을 친 그가 다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종각역 4번 출구를 빠져나와 지상으로 올라오자 어두워진 도시가 그를 반겼다.


큰 도로 옆 프랜차이즈 카페 <별박스> 밖으로 환한 빛이 흘러나오고, 그 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종로 3가 쪽으로 향하는 대로를 걷는 그의 귀에 지나치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남친하고 주말에 1박2일 놀러 가기로 했는데 엄마한테 뭐라고 둘러대지?”

“그 얼굴로 어따가 드리대긴 드리대? 근자감 졸라 쩐다.”

“야, 진짜 내가 개꿀알바 하나 알고 있거든? 근데 그게...”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낸 남자가 손가락 끝으로 화면을 몇 번 터치한 후, 통화버튼을 눌렀다.


“주환아.”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 남자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기가 맴돌았다.


“종로에서 지금, 술 한잔 콜?”


친구의 대답에 그가 히죽거리고 웃었다.


“양꼬치 좋아. 양꼬치 오케이.”


통화를 끝낸 그가 휴대폰을 청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마치 기지개를 켜듯 두 손을 허공에 들고 한 바퀴 돌렸다.


점퍼의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종로 3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가 미시야 화장품 가게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온몸에 서늘하게 느껴지는 묘한 기시감에 그가 발을 멈췄다.


한순간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종로 2가 교차로, 버거 퀸 앞 건널목에 서 있는 세 남자.

검은 외투에 선글라스, 회색 패딩에 청바지, 그리고 검은 정장의 남자가 매서운 눈빛으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

패딩 밖으로 한순간 빠져나와 네온사인에 반짝인 동그란 검은 물체를 본 순간 그의 눈이 왕방울만큼 커졌다.


“아, 씨팔. x됐다.”


권총에 장착된 소음기라는 것을 직감한 그가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짓씹은 채, 몸을 돌려 다시 종각역 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별박스를 지나 보신각터의 앞을, 행인들을 피해 날다람쥐처럼 날 듯이 빠져나갔다.


다행히 타이밍 좋게 종로 1가 교차로의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순식간에 길을 가로지른 그가 왼쪽으로 방향을 바꿔 양판문고로 들어가는 계단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돌려 을지로입구역으로 향하는 길과 청계천을 따라 난 길을 그가 재빠르게 비교한다.


몸을 돌린 남자가 청계천을 따라 난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한가지.

을지로 쪽보다 도로 위의 사람 숫자가 적다는 것.



온두라스 대사관 앞을 지나칠 때였다.


청계천이 끝나는 부분에 두 남자가 서 있는 것이 그의 눈에 보였다.

갈색 가죽조끼를 입은 남자와 검은 마스크를 끼고 있는 키가 큰 남자.

꽤 먼 거리지만 그를 알아본 그들이 서로 바라보며 빙긋 웃고는 그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어떻게 내가 이쪽으로 올 줄 알고...’


희멀건 웃음을 지으며 느긋한 손놀림으로 가죽조끼 안쪽에서 펜을 꺼낸 남자가 고개를 까딱거렸다.


더 생각할 틈도 없이 대사관 옆으로 난 골목길 안으로 젊은 남자가 뛰어들었다.


“인벤토리!”


현실 세상에서는 절대 사용금지라고 했다.

하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순간 허공에 빛이 흐르더니 반투명한 작은 사각 상자들이 물 흐르듯 그의 눈앞에 스르륵 나타났다.


손을 뻗어 붉은빛이 아른거리는 단도를 꺼낸 그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골목 안으로 두 남자가 들이닥쳤다.


“...안돼!”


허공을 향해 단도를 쳐든 남자를 향해 가죽조끼의 남자가 외쳤다.


“스으으윽....!”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허공이 갈라졌다.


“이런 씨이팔!”


미친 듯이 달려오는 사내들의 구둣발 소리를 들으며 남자가 갈라진 공간의 틈 안으로 몸을 던졌다.





하필이면 왜곡된 공간의 끝이 11층 건물 옥상에 있는 테라스 위의 하늘.


“으아아아아아아....!”


틈새를 뚫고 나오자 눈앞에 내려다보이는 광경에 남자의 입 밖으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허공에서 사선으로 대포알 같이 낙하하는 젊은 남자의 몸이 테라스의 난간에 등을 기대고 하늘을 올려다보던 남자를 향해서 정면으로 돌진했다.


피할 겨를도 없이 정면으로 충돌한 두 남자.


난간 위로 튀어 올라 허공에서 한 바퀴 맴돈 두 남자의 몸이 건물의 아래를 향해 수직으로 추락했다.


폭탄이라도 터진 듯, ‘쿠쿵!’ 하는 소리에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있던 차주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 씨발...!”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울상이 된 그가 납작해진 자신의 차 위에 곤죽이 된 채 두 손을 늘어뜨리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깨진 머리통에서 피가 흘러나와 박살이 난 차의 유리창 위로 두 줄기 냇물이 되어 흘렀다.


“꺄아악....”


주변 건물에서 밖으로 뛰어나온 사람들이 비극의 장면을 목격하고 비명을 질렀다.


맞은편 건물에서 뛰어나온 여자가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싼 그녀의 눈에, 손가락 사이로 차 옆, 도로의 바닥에 누워있는 젊은 남자가 보였다.


“누구, 구급차 좀 불러요!”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그녀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저 사람 방금 움직인 것 같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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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4

  • 작성자
    Lv.22 mj*****
    작성일
    23.05.10 11:51
    No. 1

    역시 클라스 어디 안가시네요ㄷㄷㄷ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30 커피마신z
    작성일
    23.05.17 17:23
    No. 2

    잘보고 갑니다...꾹.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커피마신z
    작성일
    23.05.17 17:23
    No. 3

    잘보고 갑니다...꾹.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별뿌리는달
    작성일
    23.05.17 20:34
    No. 4

    오메. 이런걸 글빨이라고 하는 군요 =)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3 월가인
    작성일
    23.05.18 10:17
    No. 5

    재밌어요 ㅎ 건필하실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드렁큰댕댕
    작성일
    23.05.18 19:09
    No. 6

    모든 꽃이 봄에 피지 않는다는 말을 보고 힘을 얻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10 블랙리스트
    작성일
    23.05.18 20:32
    No. 7

    필력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건필하시고 대성하십쇼! :)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Personacon 옐로이
    작성일
    23.05.18 22:35
    No. 8

    숨도 못쉬면서 쭉 읽었습니다. 역시 엄청 필력이 좋으시네요 오늘 읽은 내용들 많이 배우고 갑니다. 표현력이 좋아질것같습니다 !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18 유닛라인
    작성일
    23.05.19 11:31
    No. 9

    추천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진웅비
    작성일
    23.05.20 00:54
    No. 10

    작가님의 놀라운 필력과 표현력에 감탄하고 갑니다.

    제가 피드백을 드려도 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도 많이 부족하기에요. 그래도 같이 도전하는 입장에서 의견을 드려보자면.

    제가 익숙치 않아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장면전환을 따라가는 게 조금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읽어서 이해를 해야했어요. 그것 말고는 마치 내 눈으로 직접 보듯한 생생한 표현력이었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작가님 응원합니다! 계속 정주행 하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1

  • 답글
    작성자
    Lv.36 르블랑
    작성일
    23.05.20 10:41
    No. 11

    안녕하세요.

    피드백 넘 감사드립니다. 제가 완전 초보라 배운 것 없이 시작해서 여러 면에서 너무 부족합니다. 많은 지도 부탁드립니다. 덕분에 좀 더 신경쓰고 다듬어야 할 부분을 배웠습니다. 소중한 조언 감사합니다. 홧팅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베르겐
    작성일
    23.05.25 17:10
    No. 12

    감탄하고 선작했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작가님.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31 비월천어
    작성일
    23.05.29 20:36
    No. 13

    작가님 정주행 계속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16 루루코스모
    작성일
    23.09.12 16:24
    No.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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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13화 지하요새 잠입(5) +1 23.09.05 103 4 11쪽
113 112화 지하요새 잠입(4) +1 23.09.04 111 5 11쪽
112 111화 지하요새 잠입(3) +1 23.09.01 105 5 10쪽
111 110화 지하요새 잠입(2) +1 23.08.31 109 5 10쪽
110 109화 지하요새 잠입(1) +1 23.08.30 122 4 10쪽
109 108화 흑마법 연구소(18) +1 23.08.29 118 4 10쪽
108 107화 흑마법 연구소(17) +2 23.08.28 122 4 13쪽
107 106화 흑마법 연구소(16) +1 23.08.27 125 5 10쪽
106 105화 흑마법 연구소(15) +2 23.08.26 123 4 10쪽
105 104화 흑마법 연구소(14) +1 23.08.25 125 5 10쪽
104 103화 흑마법 연구소(13) +1 23.08.24 126 4 10쪽
103 102화 흑마법 연구소(12) +1 23.08.23 128 4 10쪽
102 101화 흑마법 연구소(11) +1 23.08.18 124 5 10쪽
101 100화 흑마법 연구소(10) +1 23.08.17 130 4 10쪽
100 99화 흑마법 연구소(9) +1 23.08.16 163 5 10쪽
99 98화 흑마법 연구소(8) +1 23.08.14 13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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