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피아니스트의 영혼이 들어왔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케븐
작품등록일 :
2023.05.10 13:41
최근연재일 :
2023.06.25 23:5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6,662
추천수 :
372
글자수 :
205,830

작성
23.06.21 22:37
조회
68
추천
6
글자
11쪽

선장과 선원

DUMMY

[와, 이게 고등학생들이라고? 나는 이때 뭐했지?]

[이 멤버 그대로 밴드 하나 만들면 안 되나요? ㅠㅠ]

[보컬 음색이 너무 예쁘다. 가수라고 해도 믿을 듯]


영상의 댓글들은 하나 같이 칭찬하기 일색이었다.

이것을 본 선배들의 반응은···.


“봐!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아 나 눈물 날 거 같아.”

“말도 안 돼···.”


환한 미소를 짓는 서아와 억지로 눈물을 참는 민섭, 그리고 믿기지 않는 듯 바라보는 승아, 모두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영상 채널 엄청 유명한 데 아니야?”

“학교 축제는 왜 왔던 거지? 물론, 우리야 좋긴 한데···.”

“우연 아닐까요?”


의아해하는 선배들에게 노헌은 웃으며 대답했다.


“하긴 비가 갠 하늘이 맑은 법이라잖아, 힘든 일이 지나갔으니까, 이제 좋은 일만 남은 거지.”

“그런가?”


납득하는 서아와 민섭.

그러나, 이건 우연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노헌의 계획.

그와 승아가 도서관 앞에서 만났을 때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음악을 계속할 수 있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승아의 표정을 본 순간부터 노헌은 고민하고 있었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나처럼 스카우트를 당하면 좋을 텐데···.’


만약 선배들에게 소속사가 생긴다면 지원받을 기회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스카우트가 되려면 일단 유명해져야 했다.

그래야 실력이든 뭐든 증명할 수 있을 테니까.


‘SNS? 아니면 오디션?’


당장 떠오르는 것은 두 가지.

그러나, 현재 승아는 포기하기 직전, 어떻게든 이번 축제 때 실현 가능한 것이어야만 했다.


‘생각해보자, 나는 그때 어떻게 스카우트를 당한 거였지?’


지금으로부터 반년 전, 천예고등학교 때를 떠올려 보았다.

그 순간, 머릿속에 한 줄기 빛처럼 스쳐 지나가는 기억.


‘맞아, 그 영상 덕분이었지?!’


<전공자 압살해버리는 레전드 중학생>


지금은 이미 300만 조회 수를 훌쩍 넘긴 영상.

근처에 있던 사람이 우연히 찍어 사이트에 올린 그것은 단숨에 노헌을 유명인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럼, 이번에도 이 방법을 쓰면 되지 않을까?’


안 그래도 이 영상 덕분에 자신의 영상 채널이 더 커졌다고, 채널 주인에게 감사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다.


‘우리 밴드부라면 분명 사람들도 좋아할 거야!’


선배들은 모두 전공을 준비했던 사람으로서 실력이 출중했다.

만약 축제 영상을 노헌 때처럼 올려준다면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 노헌은 확신했다.


그렇게 채널 주인에게 보낸 문자.

물론, 일방적으로 올려달라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다.


[잘하면 제 피아노 영상 조회 수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저 축제 공연만 보러 와달라고 부탁했을 뿐, 영상을 올릴지 말지는 어디까지나 그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노헌의 예상대로.


“어땠어요?”

“이야~ 정말 최고였어요! 이거라면 분명 뛰어넘을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감사하죠, 이런 훌륭한 공연도 찍을 수 있게 해주시다니.”


그는 축제 공연에 만족하곤, 영상을 올렸다.


<천재만 모인 고등학교 밴드부 공연 미쳤다···>


이것의 결과물이 바로 100만 조회 수였다.


“우리도 영상 채널 하나 만들까?”

“커버 곡 올리면 괜찮을 거 같은데.”


그런 말을 주고받으며 교실로 돌아가는 서아와 민섭.

노헌 역시 자신의 교실로 돌아가려던 순간―


“고마워.”


승아가 자신을 바라보았다.


“네? 뭐가요?”

“영상··· 네가 부탁한 거지?”

“아, 아닌데요?”


등에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노헌은 애써 대답했다.

그렇지만, 승아는 영상이 올라온 순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포기는 축제가 끝난 뒤 해주세요.”


도서관 앞에서 노헌과 마주쳤던 날, 그가 했던 말이었다.

사실 처음 들었을 땐 그저 자신을 위로해준 거라, 생각했지만, 이 영상을 본 뒤로 생각이 바뀌었다.


‘틀림없어, 노헌이가 부탁한 거야.’


자신을, 서아와 민섭을 위해서 그가 한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그 채널의 현재 최고 조회 수인 영상에 노헌이 출연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생각을 증명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일인데, 그는 자신이 한 일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혹여나 이 모든 것이 밴드부의 실력이 아닌, 노헌 덕분이라고 생각할까 봐.

선배들의 자존감마저 지켜준 것이다.


‘그래, 노헌이가 그리 생각한다면 밝히는 건 오히려 실례지.’


승아는 눈치챘던 것을 머릿속 한구석으로 치워버렸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기에.


“나 노래 계속할 거야.”


이미 포기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마지막이라고 결심했던 무대에서 바라봤던 풍경이 잊히질 않았다.

지금까지 했던 공연 중 가장 뜨겁고 즐거웠던 순간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비록 다른 장소에 있지만, 함께 즐겨주었던 100만 명의 사람이, 마지막으로 끝까지 믿어주었던 노헌이, 승아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렇게 많은 관심과 믿음을 받았는데 어떻게 포기하겠어···.”


지금 당장은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혀 있지만, 몇 년이, 아니 몇십 년이 지나도 언젠가는 꼭 밴드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 버렸다.


“다 네 덕분이야, 고마워 노헌아.”


환하게 미소 짓는 승아.

그녀를 본 노헌은 울컥 마음이 벅차올랐다.


‘다행이다···.’


포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설령 현실이 가로막더라도, 끝까지 해냈으면 했다.

포기하던 그녀에게서 자신의 옛날 모습이 비쳐 보였기 때문에.


결국, 다시 일어선 그녀의 모습은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 기세를 타서 우리 밴드부로 오디션 나갈까 하는데 어때?”


승아의 희망찬 목소리에 노헌이 대답하려던 순간.



【안 돼.】



보다 못한 현묵이 입을 열었다.



♪♪♪



노헌이 밴드부에 들어간 거까지는 괜찮았다.

클래식이 아닌 장르더라도, 감정을 살리는 연습에는 도움이 됐으니까.

게다가 밴드 연습은 어디까지나 학교 동아리 시간에만 했을 뿐, 학교를 마친 후 콩쿨 연습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연습 끝나고 도서관 가면 될 거 같네요.”

【좋은 자세야.】


노헌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연습을 빼먹지 않고 틈틈이 진행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학교 끝나고 음악실에서 같이 연습하죠.”


승아와 나머지 연습을 시작했을 때부터가 문제였다.

안 그래도 콩쿨은 겨우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콩쿨 연습을 줄이고 밴드 연습을 늘린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사정이 있으니까.’


그래도 현묵은 이해했다.

신 씨 세 남매의 사정은 그 역시 똑같이 듣고 있었으니까.

노헌이 그들을 도우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축제만 끝나면 원래대로 콩쿨 준비 열심히 하겠지.’


현묵의 생각대로 다시 콩쿨 연습을 하기 시작한 노헌.

하지만, 한 번 연습을 놓았더니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연습하는 게 어디야.’


그렇게 만족하며 점점 집중력을 회복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차였다.


“다 네 덕분이야, 고마워 노헌아.”


밴드부의 영상이 올라가고, 훈훈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승아.


“그래서 말인데, 이 기세를 타서 오디션 나갈까 하는데 어때?”


그녀의 입에서 툭 튀어나온 말은 차마 예기치 못한 것이었다.


안 그래도 콩쿨까진 이제 고작 2주도 안 남았고, 그 이후엔 편입 준비를 해야 했다.

오디션 같은 것에 신경을 할애할 시간 따윈 없었다.


지금까지 봐왔던 노헌은 꽤 분위기에 잘 휩쓸리는 성격이었기에 이대로 가다간 저 제안을 수락할지도 몰랐다.



【안 돼.】



그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용납할 수 없었다.

설령 노헌과 대립하는 일이 있어서라도.


“···오디션은 조금 더 생각해봐요.”


다행히 현묵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노헌은 한 발짝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분명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학교가 끝난 후 연습실.


“선생님, 오디션까지만 도와주면 안 될까요?”


노헌은 끝난 줄 알았던 이야기를 꺼냈다.


“저 아니면 피아노 반주할 사람이 없기도 하고, 같은 밴드부니까―.”

【노헌아, 지금 콩쿨까지 2주도 안 남았어, 그리고 끝나면 바로 편입 준비해야지, 무슨 오디션이야?】


차마 표현하진 않았지만, 현묵은 너무나도 답답했다.


“그래도 선배들은···.”

【콩쿨 준비도 빼먹으면서 연습도 돕고, 영상까지 올려서 도와줬잖아. 대체 언제까지 도와줄 생각이야?】


오디션이 끝날 때까지? 스카우트가 될 때까지? 아니면 그들이 밴드를 만들 때까지?

이렇게 가다간 한도 끝도 없었다.


【지금 네가 집중해야 할 상대는 그 친구들이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이야.】


아무리 친하더라도 공과 사는 지켜야 했다.

자신의 인생이 먼저지, 타인의 인생이 먼저는 아니지 않은가.


【옛말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어, 그렇게 따라가다 보면 나중에도 그 친구들 밴드에서 피아노 반주하고 있을걸?】


밴드를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었다.

그저 노헌의 꿈을 다시 한번 기억나게 해주려는 것뿐이었다.


【노헌아, 네가 되고 싶은 건 피아니스트 아니었어?】

“···맞아요.”


지금껏 한 몸에서 공존하고 있는 두 영혼이 이렇게 대립한 적이 없었다.

노헌도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추었지만, 그것보단 현묵의 인내심이 강했기에 이루어질 수 있던 것이었다.


【나도 이렇게까지 말하고 싶진 않아. 하지만, 우리는 지금 한배에 탔잖아.】


선장과 선원.

단 두 명만이 타 있는 배.

그러나 둘은 서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현묵이 있어야 배가 방향을 잃지 않았고, 노헌이 있어야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내 말을 무조건 들어야 할 필요는 없어, 다만 상의 정도는 하자는 말이지.】

“죄송합니다···.”

【죄송할 거까진 아니고, 앞으로는 나한테도 네 생각을 좀 말해줘.】


떨어지고 싶어도 떨어질 수 없는 입장으로서 현묵은 괜히 노헌과 불편한 사이가 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랬기에 최대한 그를 이해하려 노력해왔던 것이었다.


‘다행히 한시름 돌렸네···.’


평소보다 세게 말한 감이 머지않아 있었지만, 다투지 않고 잘 넘어갈 수 있었다.


【자, 그럼, 다시 차근차근 연습해 보자.】


콩쿨까지 남은 시간은 단 10일.

그 안에 잃어버린 집중력을 되찾아야만 했다.



♪♪♪



‘노헌이가 요즘 바쁜가?’


지난 벚꽃 데이트 이후, 하린은 그와 연락을 안 하는 날이 없었다.

그저 단순한 일상 얘기일 뿐인데, 노헌의 몰랐던 면을 알게 되는 것이 즐거웠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연락이 뜸해졌다.


‘아, 곧 있으면 콩쿨이구나.’


3일 뒤, 토요일에 있을 콩쿨.

그의 실력이 이번엔 얼마나 달라졌을지 궁금했다.


“···보고 싶다.”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한 마디.

어쩐지 본인이 말하고도 부끄러워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쇼팽 콩쿨에서 리나 만나면, 노헌이 소개해줘야겠다.’



하린은 아직 노헌과 리나가 무슨 사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피아니스트의 영혼이 들어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비밀 (수정) +4 23.06.25 91 6 11쪽
38 탑의 정상 +2 23.06.24 65 6 11쪽
» 선장과 선원 +2 23.06.21 69 6 11쪽
36 축제 +3 23.06.21 79 6 12쪽
35 밴드부 탈퇴? +3 23.06.18 79 8 11쪽
34 벚꽃이 흩날리던 밤 +3 23.06.16 90 8 11쪽
33 데이트 신청 +3 23.06.15 88 9 11쪽
32 쇼팽 콩쿨 +2 23.06.13 98 7 11쪽
31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3 23.06.11 100 7 11쪽
30 나은과 나비 (2) +2 23.06.09 90 9 12쪽
29 나은과 나비 (1) +3 23.06.07 88 10 12쪽
28 재회 +2 23.06.06 98 7 12쪽
27 All in +2 23.06.05 104 8 12쪽
26 엇갈림 +2 23.06.04 119 8 12쪽
25 졸업식 +2 23.06.03 112 8 11쪽
24 김준서의 목적 +2 23.06.02 121 9 12쪽
23 피아니스트의 대답 +2 23.06.01 122 11 11쪽
22 소년의 답장 +2 23.05.31 135 10 11쪽
21 걱정이 너무 많아 +2 23.05.30 138 11 12쪽
20 독일에서의 만남 +2 23.05.29 151 9 12쪽
19 그거 거짓말이지? +2 23.05.28 154 11 11쪽
18 리나의 선생님 +2 23.05.27 147 12 12쪽
17 랩소디 인 블루 +2 23.05.26 174 10 12쪽
16 싸라기눈 +2 23.05.25 173 9 11쪽
15 기적 +2 23.05.24 186 11 12쪽
14 두 번의 사과 +2 23.05.23 184 10 12쪽
13 그래도 나는 +2 23.05.22 193 11 12쪽
12 이미 늦었어 +2 23.05.21 205 11 11쪽
11 여정의 끝 +3 23.05.20 223 13 11쪽
10 천재와 범재 +2 23.05.19 217 1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