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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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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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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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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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넌 좀 반응이 재미없다

DUMMY

고요한 새벽 시간.

아침을 깨우는 햇살이 마을 곳곳을 비춘다.


“끄응!”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일어난 거지꼴의 남성.

리안이 곧장 마을 구석에 있는 우물로 향하고.


촤악-.


물 한 바가지를 머리에 쏟았다.


‘어제 너무 늦게까지 사냥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피곤하네.’


평소라면 충분한 휴식 시간이었을 텐데.

몸이 찌뿌둥하게 느껴졌다,


‘컨디션 관리가 낮아져서 그런가. 이렇게까지 티가 날줄이야.’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하루빨리 복구할 필요성을 느꼈지만, 아직 명확한 방법은 모르는 상황이었다.


‘잠을 더 자야 하나···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해보고 일단 서두르자. 해가 뜬 지도 꽤 됐으니까.’


그에겐 아침에 상훈과 만나기로 했었다.

어제 헤어졌던 신전으로 바삐 걸음을 옮길 무렵.


꼬르륵.


[*경고, 포만감이 10 이하입니다. 0이 되면 사망합니다.]


‘아침도 챙겨야겠군.’


세상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돌 빵 몇 개를 산 뒤 목적지로 향했다.


‘아직 접속하지 않은 모양이네.’


신전의 입구를 주시하며 남은 빵을 해치웠는데.

현재 그가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바로 성훈과 그의 시간 개념에 제법 차이가 있다는 점이었다.


‘언제 오는 거냐.’


장소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채, 근처를 서성이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방울이 져 뚝뚝 떨어지던 물기가 완전히 마르고 나서야 성훈이 나타났다.


“하이요!”


반갑게 인사하며 그가 등장한 시각은 오전 9시.

리안이 기다린 시간만 무려 3시간이었다.


“오늘도 힘차게 달려봅시다!”


남의 속도 모르고 잔뜩 신이 난 성훈이 앞장서며 나아갔고.

리안도 묵묵히 그를 뒤따랐다.


“리안님, 아침은 하셨습니까?”


“네가 오기 전에 먹었다.”


한참 전에 말이다.

성훈이 실실 웃으며 하루 동안 소화할 일정을 발표했다.


“오늘 목표는 레벨 20 달성입니다. 시간이 남으면 항구 도시까지 가볼 거에요!”


숙달된 유저라면 넉넉하게 이틀 안에 튜토리얼을 끝낼 수 있겠지만.

성훈은 하루 정도의 터울을 가지며 여유롭게 할 계획이었다.


어제 다람쥐 가족을 죽이고 도토리를 약탈하며 모은 천 골드가량의 자금.

성훈은 먼저 떠돌이 용병의 집에 들러 창잡이의 기본 스킬이라 할 수 있는 이연격을 배웠다.


이어서 곧바로 깊은 숲속으로 거침없이 움직이는데.

리안은 성훈의 행동에서 어김없이 의문이 느꼈다.


‘장비를 안 사나? 방어구도 없이 맨몸으로 사냥하겠다고?’


성훈은 대장간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사냥터로 향하고 있었다.


‘대체 이번엔 무슨 짓을 할 생각이냐.’


저번과 비슷하게 이번엔 여우굴이라도 찾아 나서는 걸까.

어떤 악랄한 꼼수를 벌일지 심란한 마음이 들었는데.

다행히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깊은 숲 길목에 도착한 성훈이 인벤토리에서 장비들을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한 것이다.


‘뭐지?’


새로 구입한 것 같은 깨끗한 갑옷들.

품질로 봐선 적어도 천 골드로 살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장비의 등장에 리안이 대놓고 물었다.


“그것들은 뭐지? 나 몰래 장비를 구매해둔 건가?”


“네? 아, 이것들이요? 초보자 패키지 상품인데요.”


“패키지 상품···?”


성훈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는데.

의외의 질문인 양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형이 선물해준 상품은 경험치 부스트와 초보자 전사 패키지.

경험치 부스트는 말 그대로 초보자 기간 동안 획득 경험치가 상승하는 것이고.

전사 패키지는 레벨 10을 달성하면 주어지는 보급 장비들이었다.


“그건 어디서 구할 수 있지? 나도 구매할 수 있을까?”


리안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자세히 보니 첫 만남 때 주노가 입었던 장비와 똑같았다.

리안은 패키지 상품이 유저가 지닌 일종의 특전으로 여겨 질문했는데.


“네? 어, 어 그게···.”


성훈이 말까지 더듬으며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었다.


‘NPC가 보통 이런 걸 물어보나?’


그는 리안의 질문이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게임 속 NPC가 캐시 상품에 관해 묻다니 듣도 보도 못한 광경이었다.

‘역시 라스트 월드는 대단해’라며 넘어갈 수도 있었으나.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기분 나빠.’


팔뚝에서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불쾌한 골짜기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하하, 현금으로 구입하면 됩니다.”


기분 탓이겠지.

과민 반응이라 치부했지만.

이어지는 리안의 물음에 그는 진심으로 웃을 수 없었다.


“현금은 어디서 구할 수 있는데?”


“······일하면 급여로 받을 수 있어요.”


“무슨 일을 말하는 거지? 퀘스트?”


“...”


내용만 보면 마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아이의 순수한 질문 같았지만.

듣는 입장에선 정신이 어지러웠다.

성훈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그런가 알았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고 리안은 질문을 그만두었다.

그렇게 어물쩍 넘어가자 성훈은 내심 안도할 수 있었다.


‘더 깊이 질문하면 안 되겠군.’


알려줄 수 없는 민감한 영역이라는 뜻일까.

리안의 눈엔 정말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침입자나 다름없는 손님들 주제에.


‘나는 알면 안 된다는 거냐?’


그렇게 서로에 대한 불쾌감이 쌓인 채 사냥이 시작되었다.


“흐앗!”


성훈이 기합을 뱉으며 힘껏 창을 찔렀지만.

그가 노렸던 여우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회피에 성공했다.


“어쭈, 이걸 피해?”


다시 한번 창을 내질렀지만 빗나갔고.

여우는 홱-하고 그의 얼굴을 할퀴고 지나갔다.


“으익, 아니 왜케 빨라?!”


성훈의 곁에서 리안이 그 모습을 조용히 관찰하고 있었다.

다람쥐 때 마구잡이로 휘두른 것만 봐도, 전투에 익숙하지 않아 보였는데.

제대로 확인하니 더욱 부각되어 보였다.


‘어제 처음 창을 잡은 건가?’


디딤발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창에 실리는 힘이 약했고.

찌르는 자세도 매우 어설펐다.

덩치도 작고 공격력도 약한 다람쥐야 쉽게 사냥했으나.

여우를 상대로는 다소 힘겨워 보였다.


‘정말 형편없군.’


그도 창을 써보지 않아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성훈보단 잘할 자신이 있었다.

보급 장비가 아니었다면 성훈은 이미 저승길에 올랐을 것이다.


“연습 끝났다. 새꺄.”


연신 얻어맞으며 헤매던 성훈이 창을 세게 붙잡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실제로 적응을 마쳤는지, 여우의 몸통에 창을 명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 이제야 좀 알겠네.”


성훈이 환히 웃으며 외쳤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창.

멋모르는 리안이 보기에도 매우 깔끔한 찌르기였다.


‘분명 팔이 고정되지 않았는데, 저게 정확히 들어간다고.?’


리안의 눈에 상훈이 오른팔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왼팔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필시 창끝이 살짝이라도 흔들렸을 터.

하지만 그 궤적은 목표 지점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기본 시작 자세만 제대로 갖추면 얼추 공격이 되는 것 같군.’


이것은 가상현실에 익숙치 않은 유저들을 위한 보조 시스템이 작용한 탓으로.

그들이 상상하는 이상적인 움직임을 최대한 보정하는 기능 덕분이었다.


‘하지만 딱 그 정도다.’


여태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조금 전까진 자세조차 잡지 못했다는 소리였다.

아무리 가상현실이라도 해도 이상과 똑같이 할 수는 없는 법.

결국 수행원이자 파일럿은 게이머.

보조 기능은 정해진 범주를 벗어날 순 없었다.


“아, 씨. 또 왜 이래?”


한참이나 이르게 지른 창이 여우를 빗겨나간다.

보조 기능은 어떻게든 맞추기 위해 속도를 지연시키려 했지만, 어림없는 일.


“으악!”


억지로 교정한 것 같은 엉성한 움직임이 펼쳐진다.


“적당히 까불어!”


하지만 그걸로도 무술과 인연이 없는 이들도 사냥을 즐기는 데 문제가 없었다.


‘PVP라면 꽤 다르겠지만.’


유저들끼리의 결투라며 꽤 크게 차이가 날것이며.

실력 여하에 따라 의외로 쉽게 승부가 갈릴 수도 있어 보였다.


“이연격!”


고작 여우 한 마리와 대등하게 전투를 펼치는 광경.

그 장면이 리안의 눈엔 썩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만 보면 참 괜찮은데 말이야.’


어제처럼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보다 서툴지만 이렇게 직접 부딪치면서 사냥하는 것이 비겁하지 않아 훨씬 보기 좋았다.


리안 또한 겁 없이 덤벼오는 적들을 사냥해가며 시간을 죽이는 사이.

성훈은 늑대까지 어렵지 않게 잡아내며. 15레벨까지 한걸음 남아있었다.


“리안님. 1업만 더하면 15레벨입니다. 그때 사냥터를 옮기죠.”


사냥 속도가 빠르지 않았지만, 레벨업 속도는 리안보다 훨씬 빠른 듯했다.


‘경험치 부스트란 것이 효과가 상당한가 보네.’


리안은 구매 방법을 끝내 알아내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고.

저번 생에서 주노가 어떻게 그리 빠르게 성장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늑대를 잡은 성훈이 15레벨을 달성하고, 돌아갈 채비를 하려는데.

그 순간 리안이 나직이 내뱉었다.


“너는 네임드를 처치할 생각이 없나 보군.”


“네임드? 아- 회색 늑대 렌달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건 제가 잡는 건 무리일 것 같아서 포기하려고요.”


성훈은 내심 가보고 싶었으나, 괜히 죽었다가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서 포기했었다.

다음 육성에서 보자고 마음먹고 아쉬움을 삼키고 있을 때.

리안이 그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네가 사냥하지 않겠다면 내가 사냥하겠다. 괜찮겠지?”


“그럼요. 네 괜찮아요. 마음껏 하세요.”


성훈은 흔쾌히 승낙했는데.

갑작스러운 리안의 요청에 다소 엉뚱한 생각도 있었다.


‘혹시 여기가 분기점인가? 내가 직접 사냥하겠다고 말해야 했나?’


성훈이 무슨 생각을 하든 딱히 큰 의미가 담겨 있지 않았다.


‘알았으면 어제 한 번에 사냥했을 텐데.’


리안은 그저 일을 번거롭게 만들어 다소 짜증이 났을 뿐이었다.


* * *


리안이 야심 차게 네임드를 잡겠다고 선언했지만.저번 생에서도 우연히 마주쳤을 뿐,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했기에.

성훈한테 안내를 맡겨야 했다.


“여기 부근이라고 하는데, 저쪽에 빈 공터가 보이네요!”


이미 네임드에 대한 정보를 숙지한 성훈은 렌달이 있을 장소를 찾아냈고.

리안의 눈에 익숙한 정경을 보였다.


‘그래, 여기였지. 저기에서 웅크리고 있었어.’


감회가 새롭다는 듯이 풀밭을 바라보는 리안.

성훈이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10분이면 등장한다고 하니까, 잠깐 기다려보죠.”


그들은 잠시 기다리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5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허공에 둥그스름한 포탈이 생성되었는데.


아무리 봐도 네임드가 리젠되는 모습은 아니었다.


“성훈, 저게 뭔지 아나?”


갑작스럽게 나타난 포탈을 향해 리안이 삿대질을 하며 성훈을 불렀는데.


“헉, 잠시만요. 상태창!”


성훈은 황급히 상태창을 띄우고, 서둘러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포탈에서 인간의 형체가 뚜렷하게 나타나더니, 안에서 누군가가 빠져나왔다.


[‘세리’님이 난입하였습니다.]


복면 차림의 여성 유저는 가볍게 지면에 착지하며 눈웃음을 지었다.


“휘유~. 난입 거부 설정 안 한 귀여운 뉴비가 요기 있네?”


“거부 설정했잖아! 왜 안 사라져!”


성훈이 기겁해서 소리치는데.

세리는 그런 그를 비웃었다.


“지금 거부 설정한 거야? 아이고, 이걸 어째? 난 이미 와버렸는걸!”


그 모습에서 리안은 문득 저번 생에서 준호와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 “혹시 난입한 유저신가요?”

- “...”

- “하, 입 닫고 있는 거 봐라. 죽빵 마렵네.”

- “난입은 거부 설정해두었으니까. NPC같은데.”


당시엔 들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으나.

직접 경험해보니 이 사건이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어느 정도 유추해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난입(闌入)이었군.’


리안은 사라지는 포탈과 그 사이에서 튀어나온 인물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님아. 제발 그냥 돌아가 주시면 안 될까요?”


성훈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간곡하게 부탁했지만.


“이 재미난 걸 그만두라고? 히히. 그러기 싫은데?”


세리는 깔깔 웃으며 거절했다.

여기 눌어붙어서 시달릴 것을 상상한 성훈은 눈앞이 아찔해졌다.

웃음을 멈춘 세리가 우두커니 서 있는 리안을 바라봤다.


“근데 옆엔 친구야? 넌 좀 반응이 재미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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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발 나까지만 23.06.13 168 2 13쪽
32 네 말대로 잠이나 잘 걸 그랬네 +1 23.06.12 167 4 12쪽
31 생각보다 할 만한데? 23.06.09 166 3 12쪽
30 설마 하루종일 하겠어 +2 23.06.08 174 4 13쪽
29 원래 도적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23.06.07 176 4 12쪽
28 그냥 혼자 다닐 걸 그랬나 23.06.06 179 4 11쪽
27 혹시 따로 원하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1 23.06.05 186 3 13쪽
26 또 같이 게임하자 23.06.04 184 4 14쪽
25 드디어 모든 걸 되찾았다 23.06.03 190 4 12쪽
24 너무 수상한데 +2 23.06.02 199 4 13쪽
23 제법 치네 23.06.01 198 3 12쪽
» 넌 좀 반응이 재미없다 23.05.31 196 3 12쪽
21 잭팟 23.05.30 196 3 11쪽
20 까비요 23.05.29 210 3 13쪽
19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23.05.28 220 2 12쪽
18 이거 거짓말이지? 23.05.27 221 3 12쪽
17 이 새끼 왜 이래 23.05.26 232 3 12쪽
16 더럽고 치사해도 이기면 그만이야 23.05.25 247 3 13쪽
15 이제부턴 너희가 날 즐겁게 할 차례야 23.05.24 245 4 13쪽
14 하나도 남김없이 정화해야 한다 23.05.23 265 3 12쪽
13 참 요란스럽게 구네 23.05.22 276 4 14쪽
12 무슨 자신감이지 23.05.21 277 5 13쪽
11 파이어볼 23.05.20 286 5 13쪽
10 요즘 유행인가 23.05.19 294 5 12쪽
9 이거 순 사기꾼 새끼 아니야 23.05.18 323 5 12쪽
8 얘 어디 갔는 지 아시는 분 23.05.17 344 7 14쪽
7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23.05.16 356 5 11쪽
6 그건 힘들겠는데. 23.05.15 380 5 13쪽
5 좀더 해보면 알려나 23.05.14 412 6 12쪽
4 본래 입문은 간단한 법이지 23.05.13 48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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