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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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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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6.0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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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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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생각보다 할 만한데?

DUMMY

[경험치가 충족되었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Lv.25]


파티가 해체되고 리안은 사냥을 이어갔다.

거미 소굴의 권장 레벨은 20~30.

그 혼자서도 어렵지 않게 사냥할 수 있는 몬스터뿐이었다.


배고플 때는 돌 빵을 씹고.

졸릴 때는 사람이 없는 깊은 안전 구역에서 잠을 청하면서.

마치 던전의 모든 거미를 박멸하겠다는 기세로 사냥을 이어갔다.


‘슬슬 지루하군.’


하루종일 징그러운 거미만 보고 있자니 질릴 수밖에 없었다.


‘인벤토리는 아직 여유 있어.’


정산할 타이밍은 아니었지만. 잠시 햇빛이라도 쐴까 싶어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쿠구구구구-!!!


갑자기 동굴이 무너질 듯 진동하기 시작했다.


[경고. 던전의 규칙을 어긴 무례한 침입자가 있습니다.]

[마녀 아라크네가 몹시 분노하여 거미 소굴에 저주를 내립니다. 제단을 지키는 수호자를 처치할 때까지 던전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리안이 들어온 지 딱 24시간이 지난 시점.

한울의 걱정이 실현되고 말았다.


쿠구구궁-!


“뭐야? 지진인가?”


“대피해야 하는 거 아냐?”


아직 메시지창을 확인하지 못한 유저들이 영문을 몰랐며.


“설마 아니지?”


상황을 정확히 아는 이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리고 막혀있는 동굴 벽에서 부터 기이한 생물체가 튀어나왔다.


'거미잖아?'


형체가 다소 달라보이긴 했어도 이곳에서 나오는 거미 정도야.

괜히 긴장했다며 조금 맥이 빠졌는데.

그의 눈앞에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눈썰미(D)로 적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성공합니다.]

[유령 거미-유체] Lv.50

특성 : 영체, 마비독, 집단주의


'레벨이 50이라고...?"


차원이 다른 레벨에 리안이 크게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형님, 저게 뭡니까?”


누군가의 목소리가 동굴에 울리고.


“씨발, 어떤 새끼냐?”


이 사태를 짐작한 유저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너희지? 아까부터 계속 사냥하고 있던데!”


“아니야, 우린 겨우 10시간이라고!”


아라크네의 분노는 거미 소굴에서 하루를 머물러야 볼 수 있는 히든 이벤트.

클리어 시 막대한 경험치와 희귀한 장비나 특수 재료들을 획득할 수 있지만.

악마에게 제물로 바쳐진다는 컨셉 탓에 사망 패널티가 살벌하게 변했다.


"이틀 동안 밖에서 뭐하라고!"


사망 패널티가 무려 두 배로 증가하는 것.

그들에겐 재앙이나 다름없었으며.

유저들이 벌벌 떠는 것도 당연했다.


“어디야? 아씨, 설마 또 드라곤 길드냐?”


“아까 혼자 다니는 사람 본 것 같은데 그 사람 아님?”


“그럼 뉴비가 실수한 건가? 그래도 이건 용서하기 힘든데.”


사람들은 원흉을 찾기 시작했다.

아라크네의 분노는 그냥 머무른다고 발동하는 건 아니다.

일정량의 숫자를 사냥해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이 존재했고.

그렇기에 유저들은 이 상황을 누군가의 의도적인 테러 행위라고 생각했다.


“일단 다들 여기로 모이세요!”


“야, 저기로 가자.”


“됐어, 그냥 포기해, 그러는 게 맘 편하다.”


던전 내의 유저들이 혼비백산하며 각자 이 현황을 어떻게 모면할지 선택했다.

한곳에 뭉쳐서 버티려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위기 상황에서 로그아웃했는지 영혼이 빠져나간 듯 덩그러니 서 있는 유저들도 많았다.


‘이게 대체 무슨 난리야.’


사단의 원흉 리안 또한 상황을 주시하며 입구로 향했다.

그는 애초에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몰랐다.


‘얌전히 사냥이나 할 것이지, 하여튼 여기저기 사고나 일으키고 있네···!’


그는 스스로 화를 불러온지도 모른 채.

하필 자신이 있을 때 사고가 일어나다니, 재수가 없다면서 엄한 사람들을 욕했고.

이내 곳곳에서 비명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푸른 빛깔의 반투명한 거미들이 유저들을 습격한다.

규모가 큰 집단에 속하지 못한 소수의 유저부터 당했는데.


“꺄아아악-!”


“살려줘!”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그들은, 거미줄에 휘감기더니 고치가 되어 줄줄이 안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리안의 차례 또한 점점 다가왔다.


위기를 감지한 그가 제일 먼저 한 행동은 바로 귀환서를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파티원들의 손에 잘만 찢기던 양피지가 질긴 가죽처럼 찢어지지 않았다.


[현재 해당 지역에서 귀환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Tip. 위험한 환경에서 마을 귀환서 사용이 제한되니 주의해주세요.]


‘여기서 죽을 수 없어!’


그는 달아나는 것을 포기하고 거미들과 결사의 항전을 펼치기로 결정.

싸움을 시작했으나, 상황은 결코 좋지 않았다.


‘벤 것 같지도 않네.’


유령거미는 말 그대로 영체를 지닌 몬스터.

물론 데미지는 들어가는 듯했지만.

살을 써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 정말 실체가 없는 유령과 싸우는 기분이었다.


그 특성 탓에 공격을 하면서 여러 차례 반격을 당했는데.

그럼에도 리안이 이렇게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은 가호의 지분이 있었다.


[패싸움의 달인이 최대로 발휘됩니다. 모든 전투능력이 소폭 상승하고 적의 카운터 데미지가 감소합니다.]


몰매를 맞는 것도 패싸움이라는 걸까.

한계까지 아주 옹골차게 써먹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큰일이다. 끝이 안 보여.’


동굴 벽과 천장을 기어 다니며 리안을 에워싸는 거미들.

그 수가 많은지라 그의 양손은 쉴 틈이 전혀 없었다.

공중에서 흩날리는 거미줄을 베어내느라 정신이 없는데.

잠시 한눈을 팔면 곧장 아래에서도 공격을 시도해왔다.


“큭···!”


발목을 물려는 녀석을 서둘러 반으로 갈랐지만.

대응이 늦어버리고 말았다.


[유령 거미의 ‘마비 독’이 발동합니다. 마비 독이 중첩되어 더욱 효과가 증가합니다.]


‘이건 답이 없다.’


마비가 아니더라도 리안이 끌려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방금 전에 끌려간 유저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결코 좋은 꼴은 아닐 것이라 익히 짐작할 수 있었다.


‘결국 이번 생의 최후는 거미 밥인가. 젠장.’


절망스러운 형세지만 그는 이를 악물며 저항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노력이 가상했던 것일까.

스무 명 가량의 대규모 인원이 리안에 지척으로 다가왔다.


“저기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위험한 것 같은데 모두 지원해주세요!”


제일 앞에 서 있는 한 남성의 외침에 뒤에 있는 유저들이 나섰다.


“파이어 애로우.”

“라이트닝 볼트.”

“윈드 불릿.”


마법사와 궁수가 일제히 유령거미들을 요격한다.

유저들이 합심하여 펼친 오색찬란한 마법과 화살 비가 리안의 주변으로 쏟아지고.

적중당한 유령거미들 대다수가 형체가 무너져내리거나, 몸을 가누지 못해 바닥으로 쓰러진다.


“돌격!”


“와아아아!”

“저건 건들지 마! 내가 찜해놨으니까.”

“먹는 놈이 임자다!”


뒤이어 전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뛰쳐나오며.

유령거미들을 열심히 썰기 시작했다.


‘...살았다.’


죽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을 무렵.

아까 돌격을 외쳤던 자가 리안에게 다가와 안부를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다행히 그런 것 같습니다.”


리안은 반말이 아닌 존댓말로 리더의 말을 받았다.

배운 것은 바로 실천하는 편이었다.

원정대의 리더가 주위에 있는 거미줄 잔해를 살피며 물었다.


“혼자십니까? 다른 파티원들은 어디 계시는지?”


“먼저 갔습니다.”


“하긴, 이런 사단이 일어났으니 무사하긴 힘들죠. 제가 괜한 질문을 했네요.”


말을 약간 다르게 해석한 것 같았지만.

리안은 괜스레 길게 늘이기 귀찮았기에 정정하지 않았다.

이에 리더는 미안하다는 듯 말하며, 이후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물었다.


“저희 공략대에 합류하시겠습니까? 물론 강요하는 건 아닙니다. 입구에 생존자들이 계시니 그쪽으로 가셔서 저희가 공략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셔도 무방합니다.”


리안은 사건의 전말을 정확힌 몰랐지만.

그들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공략대를 만들어 왔다는 사실은 눈치챌 수 있었다.


“합류하겠습니다.”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면 힘을 보태지 않을 이유가 없다.

리더는 리안의 합류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그···.”

“리안.”


리안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리더의 눈빛을 보고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네, 리안 님. 방금 거미들과 전투 때문에 생명력이 없으시죠?”


그의 질문에 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겨우 살아남은 상태인 데다가 현재 걸린 마비 독 중첩 때문에 생명력 재생도 너무나 더디었다.


“신관은 없습니까?”


“아쉽게도 없습니다. 리안 님은 저기 부근에서 마법사님들을 지켜주세요.”


이 많은 인원 중에 신관 하나가 없다니, 과연 희소한 직업다웠다.

리더가 정해준 자리로 가자, 리안과 비슷한 처지의 전사들이 그곳에 모여있었다.


“마법사들은 좋겠네. 고기 방패 하나 추가돼서.”


“조용히 해. 초면인데 그딴 식으로 좀 말하지 말고.”


“나도 앞에서 막타 먹어서 경험치 빨고 싶은데.”


“닥치라고 했다···. 저기 안녕하세요.”


그들과 데면데면하게 인사를 나누었고.

리안이 속한 원정대는 점차 더욱 깊숙한 곳으로 이동해나갔다.


‘어마어마하군.’


쪽수의 힘은 정말이지 위대했다.

혼자서라면 일대일도 장담 못 할 몬스터들을 어렵지 않게 물리치며.

원정대는 파죽지세로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생각보다 할 만한데?”


“이정도 인원이 모였는데 힘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인원이 워낙 많다 보니 리안이 활약할 상황이 오질 않았다.


“이거 클리어하겠는데? 저 양반 엄살 존나 떨었네.”


“그거 거짓말 아니라고. 진짜는 보스 몹이라니까?”


“또, 또 새끼 호들갑 떨기는. 내가 포기하지 말고 해보자고 했지? 성공하면 나한테 고맙다고 절이나 해라.”


이전에 봤었던 던전 보스룸, 원정대는 거리낌 없이 문을 열었다.


“으. 저건 뭐냐.”


“아까 붙잡힌 사람들이겠지.”


그림자가 짙어 회색으로 보이는 거미줄이 벽면과 기둥을 감싸고 있었으며.

천장에는 고치들이 종유석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곰보다도 거대한 크기의 거미와 인간의 상체와 거미의 하체를 지닌 괴생물체.


[여왕 거미] Lv.40

특성 : 산성 독, 끈끈한 거미줄, 재빠른 움직임


[아라크네의 종속, 제단의 수호자] Lv.50

특성 : 영역, 날렵한 육체, 곡예


두 보스 몬스터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사이좋게 있었다


“이건 상정 외인데.”


원정대의 리더가 다소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보스 몬스터가 공간을 같이 쓰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 마주치자마자 영역 다툼을 벌이기 마련이었는데.


“이전 파티가 보스를 사냥하다가 도망쳤나 봅니다.”


여왕 거미가 바깥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서로 다투지 않게 되었다.


“괜찮습니다. 순서대로 사냥하면 문제없습니다. 저희 전력은 충분해요.”


리더가 원정대의 동요를 잠재우고 보스 레이드를 준비했다.

각자 상태를 점검하며 대비하는 사이.

리안과 그 주변인들은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멀뚱히 구경하고 있었다.


‘손대지 않고 해결된다면 좋은 일이지.’


이런 생각은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는지 부상자들은 팔짱까지 끼고선 관망하고 있었다.


“다들 공격하세요!”


한꺼번에 퍼부어지는 기습 공격.


캬아아아-!

한방 크게 얻어맞은 거미 여왕이 사납게 울부짖으며 덤벼들었고.

생명력이 높은 전사들이 앞장서서 길목을 틀어막았다.


“오른쪽에서 옵니다!”


다리를 치켜세우기도 전에 리더가 보스의 공격을 예상하며 외쳤는데, 정확히 들어맞았다.

불발로 끝이 난 공격이 지나가고 여왕 거미는 이번에 몸을 잔뜩 웅크렸다.


“독액 발사입니다! 직격되지 않도록 피하시고, 전사님들은 여왕이 다니는 바닥도 조심하세요!”


리더의 말이 끝나기가 녹색 액체가 공중에 흩뿌려졌다.


“길이 막혔잖아?!”


“이걸 어떻게 피하라고?! 으악!!!”


독 웅덩이를 갇혀버린 전사 두 명이 여왕의 다리에 꿰뚫린다.

단번에 목숨을 잃진 않았으나 신관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니만큼,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거미줄! 피해욧! 구석으로!!!”


천장의 고치 몇 개가 흔들리더니 아래로 낙하했는데.

그중 하나는 마법사 무리의 정중앙에 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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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발 나까지만 23.06.13 168 2 13쪽
32 네 말대로 잠이나 잘 걸 그랬네 +1 23.06.12 167 4 12쪽
» 생각보다 할 만한데? 23.06.09 167 3 12쪽
30 설마 하루종일 하겠어 +2 23.06.08 174 4 13쪽
29 원래 도적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23.06.07 176 4 12쪽
28 그냥 혼자 다닐 걸 그랬나 23.06.06 179 4 11쪽
27 혹시 따로 원하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1 23.06.05 186 3 13쪽
26 또 같이 게임하자 23.06.04 184 4 14쪽
25 드디어 모든 걸 되찾았다 23.06.03 190 4 12쪽
24 너무 수상한데 +2 23.06.02 199 4 13쪽
23 제법 치네 23.06.01 198 3 12쪽
22 넌 좀 반응이 재미없다 23.05.31 196 3 12쪽
21 잭팟 23.05.30 196 3 11쪽
20 까비요 23.05.29 210 3 13쪽
19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23.05.28 220 2 12쪽
18 이거 거짓말이지? 23.05.27 221 3 12쪽
17 이 새끼 왜 이래 23.05.26 232 3 12쪽
16 더럽고 치사해도 이기면 그만이야 23.05.25 247 3 13쪽
15 이제부턴 너희가 날 즐겁게 할 차례야 23.05.24 245 4 13쪽
14 하나도 남김없이 정화해야 한다 23.05.23 265 3 12쪽
13 참 요란스럽게 구네 23.05.22 276 4 14쪽
12 무슨 자신감이지 23.05.21 277 5 13쪽
11 파이어볼 23.05.20 286 5 13쪽
10 요즘 유행인가 23.05.19 294 5 12쪽
9 이거 순 사기꾼 새끼 아니야 23.05.18 323 5 12쪽
8 얘 어디 갔는 지 아시는 분 23.05.17 344 7 14쪽
7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23.05.16 356 5 11쪽
6 그건 힘들겠는데. 23.05.15 381 5 13쪽
5 좀더 해보면 알려나 23.05.14 412 6 12쪽
4 본래 입문은 간단한 법이지 23.05.13 48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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