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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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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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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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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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식탄지공 이열 3

DUMMY

벽력독립창 비기 광골개립.


창인지 번개인지 모를 그것은 단숨에 이열이 서 있던 자리를 덮쳤다.


눈과 귀가 어지러워질 정도로 강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먹구름 위로 이열이 뛰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루아의 공격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먹구름 속에서 푸른 전기가 격렬히 튀더니, 한 갈래로 합쳐지듯이 모여 공중에 있던 이열을 추적했다.


그리고 그것이 이열의 근처에 이르자, 한 번 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창은 한 자루였으니, 당연히 공격도 한 번에 그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꿰뚫는 비기. 가히 필살必殺의 영역이 아닐 수 없었다.


폭발 너머로, 두 팔을 교차한 채로 추락하는 이열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예상치 못했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하다.


신무림의 창시자 세존 노요한의 슬하에 있는 3명의 딸.


그들이 노요한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공공연히 퍼져 있을 뿐, 그들이 어떤 무공을 다루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이 나라의 정보 대부분은 그들이 통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 한 가지, 뇌제雷帝라고도 불렸던 노요한이 그랬듯, 그 딸들도 마땅히 번개를 다룰 것이라는 분석이 존재했다.


다만 그 번개를 어떤 식으로 다루는지에 관해선 추측만 무성할 뿐이었으나, 그것이 오늘 밝혀졌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루아의 무공이 무엇이든 간에 암살은 성공할 수 있었다.


아까 내가 침대에 누워 있던 그녀에게 초풍을 날리는 것을 주저하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거부했다. 살수로 사는 것을 포기하고 루아에게 붙었다. 그렇기에 루아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나 또한 그녀가 도와준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살렸다.


지금부터 내가 쏘는 것은, 이 기적을 이어가기 위한 차탄.


"열식烈式에 비할 바는 안 되지만···."


나는 쥐고 있던 쇠구슬을 엄지 위로 올렸다.


검지, 중지, 약지, 소지를 다루는 열식탄지공과는 다른 물건.


이것은 엄지의 기예.


월식탄지공月式彈指功.


바람을 가공하는 월하추풍인, 그 원리를 쇠구슬에 적용한다.


나는 왼손을 입 가까이에 두고, 입김을 불어 쇠구슬에 둘렀다.


나의 입김은 회오리의 성질을 갖고서 쇠구슬을 팽팽 돌렸다.


사출. 그것을 엄지로 튕겨 쏘아 올렸다.


쇠구슬은 밤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곧이어 엄청난 회전력에 의해 아래로, 이열의 머리를 향해 급격히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마치 기울어진 초승달의 형상.


열식烈式에는 없는, 오직 월식月式에만 존재하는 회전탄이었다.


"이월!"


츠팡!


이열이 고함과 함께 오른손을 허리춤에 휘둘렀다.


그러자 일반탄이 하늘로 빠르게 솟아올랐다.


이열은 마음만 먹으면 구슬집에서 구슬을 집는 것과 거의 동시에 쏘는 것이 가능했다.


그 시차는 불과 0.02초밖에 되지 않았으니, 만약 그가 서부 시대에 총잡이로 태어났으면 이견의 여지 없이 최강이었을 것이다.


다만, 오늘처럼 그 시절에도 무공이란 게 존재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일반탄이 회전탄을 튕겨내는 걸 보며, 나는 왼손 검지에 입김을 불었다.


발도, 3호검 초풍.


월하추풍인의 가장 예리한 칼날을 왼손에 두른 채로, 나 또한 현대의 기마병이 되어 용맹하게 달려 나갔다.


나는 이열의 이름을 외치지 않았다.


지금이 딱 좋았다.


그가 나의 회전탄에 정신이 팔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지금이 딱 좋았다.


—!


초풍은 이열의 몸을 소리 없이 가르고 지나갔다.


그 즉시 핸들을 옆으로 틀어 차체를 기울이고, 전륜 후륜 브레이크를 동시에 잡아 제동을 걸었다.


나와 루아를 태운 바이크가 번개와 먼지를 흩뿌리며, 벽돌 바닥을 세차게 미끄러져 갔다.


바이크는 얼마 못 가 멈추었고, 나는 이열의 뒤통수를 향해 읊조렸다.


"너는 이제 5분 뒤에 갈라져 죽는다."


그러자 이열이 뒤를 돌아 나를 보았다. 그의 표정은 평온했다.


"월아, 왜 바로 죽이지 않았지?"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99명의 유언을 수집했니? 나도 그렇게 똑같이 죽일 수 있을 줄 알았어?"


"알고 자시고, 이미 죽였어."


나는 시선을 내려 옷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멈춰야 할 때를 모르고 죽이기만 하다간 언젠간 똑같이 죽는 거야. 그리고 너는 이제 그날이 온 거지."


"알아. 초풍으로 날 베었겠지."


이열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져 갔다.


"월아, 나는 너를 잘 알아.


상처가 벌어지지만 않으면 돼. 너를 빠르게 죽이고 운기를 하면 살아남을 수 있어.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노루아를 죽이지 않고 내게 반역한 그 순간, 너는 이미 죽은 거야!"


서부의 총잡이처럼 빠르게, 이열은 다시 한번 구슬을 뽑아냈다.


이열이 미친 사람처럼 소리 지르며 일반탄을 날렸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열의 쇠구슬은 나를 맞추지 못했다.


구슬은 나와 루아를 크게 빗겨나가며 어둠 너머로 실없이 사라져 갔다.


그리고 곧이어, 이열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것을 루아와 함께 바라보았다.


그는 성대가 찢어지며, 머리와 몸뚱이가 위아래로 나뉘었다.


머리는 밤하늘로 치솟아 올랐고, 곧이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탄지사 이열의 삶이 끝난 것이다.


나와 루아가 지켜보는 앞에서, 그의 몸뚱이가 앞으로 쿵 넘어졌다.


이제 주변은 조용해지고, 나뭇잎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끝났다.


나는 바이크에서 내려, 머리만 남은 이열에게 다가갔다.


나의 둘째 형이었던 존재.


"이열, 나 또한 너를 잘 알지."


그를 내려다보며 읊조렸다.


"너처럼 오만한 인간에겐, 초풍은 항상 빠르다."


나는 품에서 검은 수첩을 꺼내 펼쳤다.


붉은 피와 검은 먹으로 채워진 수첩 안에서, 유일하게 순백을 간직한 마지막 페이지.


나는 수첩 용수철에서 볼펜을 꺼내 들어, 수첩에 최후의 먹을 새기기 시작했다.


[20XX/2/14]

[이름 : 이열]

[문파 : 이가살수문]

[무공 : 열식탄지공]

[유언 :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노루아를 죽이지 않고 내게 반역한 그 순간, 너는 이미 죽은 거야!"]

[100]


원래 노루아가 들어갔어야 할 자리에 이열이 대신 들어갔다.


방향은 다소 달라졌지만, 이것으로 나는 자유가 되었다.


남의 허락 따윈 필요 없다.


나 이월이, 나 자신에게 자유를 부여하리라.


나는 완성된 수첩을 하늘 위로 던져 올려, 초풍으로 무수히 난도질했다.


수첩은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산산이 흩어졌다.


***


폐허가 된 저택을 바라보던 내게, 루아가 조용히 다가왔다.


기마병의 위세를 자랑하던 아까와는 달리, 머리카락 색이 다시 검어졌고 옷도 잠옷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월."


"···."


"저기 널린 시체들, 참살당한 내 사람들, 모두 너와 네 가족이 벌인 짓이야."


"···."


"원래대로라면 난 너를 죽여야 해."


"알아."


"넌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보아하니 원래 하던 일도 다 끝난 것 같은데."


"이제 삶에 미련이 사라졌다고 말하면, 죽일 거야?"


"아마도."


나는 그 말에 피식 웃었다.


"그럼 아직 말하면 안 되겠네."


"살고 싶어?"


"응, 염치없지만, 난 아직 15살밖에 안 되거든."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별이라곤 하나도 없는 더러운 하늘이었다.


"아직 보고 싶은 게 많아.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그러고는 저택 저변에 흩뿌려진 시체들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많이 죽였지. 나도, 형도, 내 가족도."


"···그래서?"


"그래서 속죄 비스름한 거라도 해보려고."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천추경이 죽기 전에 남긴 부탁부터 처리해 보려고."


"추경의 부탁?"


"어. 죽을 때까지 너를 지키라는 부탁 말이야."


"···."


루아의 보호자 99명을 죽여놓고 루아 본인은 죽을 때까지 지켜주겠다니, 내가 생각하기에도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루아는 의외로 당당하게 나왔다.


"그러면 네가 책임지고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 줘. 루나 언니, 루미 언니, 아버지,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을 만큼."


그녀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가족과도 같은 사람들을 잃은 그녀에게 사죄한다.


그녀의 곁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에게 사죄한다.


그리고,


앞으로 덮쳐올 모든 역경으로부터 그녀를 지킨다.


그것들을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바람에 내 옷가지가 나부꼈다.


"알았어. 둘이서 바람처럼 살아가자고."


***


지금부터 나오는 내용은, 현대의 어느 고명한 무림인이 자신의 하나뿐인 제자에게 해준 옛날이야기이다.


본디 무공과 무림인이란 대륙에만 존재했던 개념이다.


무공이란, 기氣와 내공이 가미된 오묘한 무술을, 무림인이란, 무공을 익혀 단련한 인간을 일컬었다.


그들은 무리를 지어 깊은 깨우침을 추구하기도 하고, 제자를 양성하기도 하고, 돈을 받고 누군가를 도와주기도 하고, 그저 쌈박질과 노략질을 일삼기도 했다.


광활한 사막, 평야, 고원을 넘나들며 수많은 문파, 방회, 녹림, 종교 단체 따위가 세력 다툼을 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때때로 똘똘 뭉쳐 백성들을 나라의 핍박으로부터 지켜주기도 하고, 나라를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지켜주기도 했다.


이는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새겨져 있던 의와 협의 정신에 의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던 그들의 1000년 역사는,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종말을 고했다.


그들이 지키려 했던 국가와 인민들 모두가 광기에 빠진 채로 자국의 문화와 역사를 부수었는데, 그때 무림의 온갖 문파들도 멸문에 이른 것이었다.


살아남은 일부 무림인들은 대륙에 남아 무술 도장의 사범이 되거나, 바다 너머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 중 일부가 바다 너머의 땅 제주도에도 흘러 들어왔는데, 그들이 그곳의 원주민들에게 무공을 전수해 주었다.


비록 그 이주민들의 핏줄이 후세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무공만은 제주도에 남아 원주민들이 이어 나갔다.


훗날 반도 내륙에 탄생한 '신무림'과 대비되어 '구무림'이라 불리게 되는 반도 최초의 무림이 그렇게 탄생했다.


***


지리산 중턱.


풀숲에 가려지고 나무줄기에 칭칭 감긴 돌로 된 저택.


천수상좌千手上座 이천李天이라는 살수가 이곳의 주인이었다.


이천은 천 가지의 암살법을 꿰고 있었다고 하며, 그 지식을 본인의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어 뛰어난 살수들을 양성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본인의 자식들은 특히 공들여 키웠으며, 그 수준은 신, 구무림을 통틀어 비할 데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세력 다툼 때문에 콩가루 집안이 되어 버린 신무림맹주 노요한의 일가에 비하면, 자신은 자식 농사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노라고 이천은 나름대로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오늘, 자식 중 하나가 큰 사고를 쳤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노루아의 암살은 실패했고, 여섯째가 둘째를 참살했다고 합니다."


돌로 된 기물들과 탁자, 방을 은은히 밝히는 등불들, 그 안에서 집무를 보고 있던 이천에게 첫째 아들 이염李饜이 보고를 올렸다.


참담한 내용이었음에도 이천은 묵묵히 듣기만 했을 뿐 화를 내거나 하진 않았다.


이염의 보고가 끝나자, 이천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대리석 책상 위에 두었다. 그의 주름진 손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번엔 그가 흐느끼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월이가··· 열이를 죽였다구···?"


"예에."


이천은 연령도 체통도 생각지 않고 비참하게 울었다.


"으흑흑··· 월이가 얼마나 집안이 불편했으면 그랬겠냐. 나는 그것도 모르고···."


어찌나 구슬프게 우는지, 곁에서 지켜보던 이염도 가슴이 먹먹해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이염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공손히 물었다.


"그럼, 월이를 놓아주시겠습니까?"


"···."


그런데, 그 질문을 들은 이천이 울음을 뚝 그쳤다.


"염아."


"예, 아버지."


"내 칼이 못 쓰게 된 것은 슬픈 일이지만, 내 칼이 남의 것이 되면 화가 난다."


"예."


"그러니 그 전에 부러뜨려서 못 쓰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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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하품하생下品下生 2 23.06.12 138 5 13쪽
25 하품하생下品下生 1 23.06.09 145 5 12쪽
24 쟁탈전 삼參 - 종언과 회자정리 +2 23.06.08 148 5 13쪽
23 쟁탈전 삼參 - 백살존과 백살존 23.06.07 150 5 13쪽
22 무엇을 위해 바람은 부는가 3 +2 23.06.06 153 7 15쪽
21 무엇을 위해 바람은 부는가 2 +1 23.06.05 168 6 11쪽
20 무엇을 위해 바람은 부는가 1 23.06.02 155 8 13쪽
19 쟁탈전 이貳 - 원공수라검 원지원 2 23.06.01 162 5 13쪽
18 쟁탈전 이貳 - 원공수라검 원지원 1 23.05.31 183 8 14쪽
17 쟁탈전 일壹 - 정주폭렬공 류지열 2 +1 23.05.30 230 7 14쪽
16 쟁탈전 일壹 - 정주폭렬공 류지열 1 +2 23.05.29 236 12 14쪽
15 병급 작명공 김송하 2 23.05.26 252 13 14쪽
14 병급 작명공 김송하 1 23.05.25 303 14 16쪽
» 열식탄지공 이열 3 +3 23.05.24 346 17 13쪽
12 열식탄지공 이열 2 23.05.23 336 14 12쪽
11 열식탄지공 이열 1 +2 23.05.22 370 16 13쪽
10 벽력독립창 노루아 2 +2 23.05.19 357 19 10쪽
9 벽력독립창 노루아 1 23.05.18 351 21 11쪽
8 석산검 진림 2 +1 23.05.17 356 19 13쪽
7 석산검 진림 1 +1 23.05.16 386 20 11쪽
6 환림비검 최서용 2 23.05.15 445 25 16쪽
5 환림비검 최서용 1 +3 23.05.12 520 27 11쪽
4 만상발도공 조황현 2 23.05.11 542 32 10쪽
3 만상발도공 조황현 1 +1 23.05.10 650 34 12쪽
2 문둥검 문영화 +5 23.05.10 903 38 13쪽
1 이십사수매화검 천추강 +7 23.05.10 1,617 4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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