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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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최근연재일 :
2023.10.1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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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3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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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살법 이천 3

DUMMY

어릴 적, 이 집에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하나 있다.


아버지가 우연히 집을 비운 날, 7남매가 우연히 아무 의뢰도 받지 않았던 날.


우리 7남매는 지리산 밖으로 나가서 놀았다.


계기는 맏형 이염이 꺼낸 말이었다. 모처럼 7남매가 다 모였으니 다 함께 놀자는 논지였다.


"다 같이 친목대회를 여는 거야. 하하핫."


"나는 패스."


이열은 어젯밤 클럽에서 번호 딴 여자애를 보러 가야 한다면서 뺑기를 부렸다.


"어림도 없지. 어딜 혼자 빼려고."


그러나 이염은 그의 귀를 질질 잡고 끌었다.


솔직히 그때까지는 다들 이열과 다를 바 없는 생각이었는지 태도가 영 소극적이었다.


"웩, 친목대회라고 하니까 늙은이 같아···."


이연은 혀를 빼며 그런 말까지 했다.


그러자 이염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용어가 문제야? 음, 그러면 그냥 소풍은 어떠냐?"


"그것도 싫어. 산 타는 것 같잖아."


"연아,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시내로 가서 뭐든 하면서 놀자는 거지."


"그럴 거면 소풍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되지."


"아, 그런가? 하하핫. 나도 제대로 놀아본 적이 없어서."


이염이 멋쩍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었다.


"이런 건 열이가 잘 알지? 뭘 하고 놀아야 잘 놀았다고 할 수 있지?"


"형, 쪽팔리는 소리 좀 하지 마."


이열이 짜증 내며 머리칼을 검지로 빙빙 감았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놀면 돼. 옷 구경해도 되고, 먹을 거 찾아 다녀도 되고, 노래방을 가도 되고, 영화를 봐도 되고, 나처럼 클럽에 가도 되고."


"오, 좋은데? 그러면 그거 전부 다 해보면 되겠다!"


"뭐, 뭐라고?"


이열뿐만이 아니라 형제 일동 그의 발언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이염은 이천의 호법으로서 놀 시간을 거의 갖지 못했기에 영 서툰 발언만 일삼았지만, 그래도 형제들과 함께 놀고 싶어 한다는 정성은 엿보였다.


"염이 오빠 말이 아주 틀리지는 않아."


이제껏 침묵하던 원이 누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런 날이 자주 찾아오는 것도 아니잖아. 모처럼이니 같이 놀러 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나는···."


"음, 나도 찬성."


이원의 말에 이연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동의했고, 그러자 다른 형제들도 하나둘씩 감화되어 이내 전원 이염의 말에 찬성하게 되었다.


"좋아, 그럼 출발이다!"


이염은 즐겁게 웃으며 남매들을 데리고 지리산 밖으로 나갔다.


우리는 이열의 조언대로 식당에 가기도 하고, 노래방에 가기도 하고, 오락실에도 가고, 방 탈출 카페도 가고, 공원에서 공놀이도 했다.


그냥 남들도 하는 평범한 친목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평범한 친목이었기에 우리에게는 오히려 신선한 경험이었다.


매일매일 훈련의 반복에, 형제들끼리도 경쟁뿐이던 나날.


이렇게라도 해야 우리가 혈육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문득 슬퍼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는 좋았다.


다른 형제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단 하루뿐이었지만, 가족의 애정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


"왜···."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분명 이천을 쳐 죽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아직도 숨이 붙어 있었다.


"왜 살아 있는 거야."


"큭큭."


이천은 목에서 피 끓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내가 예전에 가르쳐주지 않았더냐. 살수에게는 죽음뿐만 아니라 삶도 중요하다고."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절단되었어야 할 사지가 모두 붙어 있었다.


"뇌단법의 초식은 10개뿐이지만, 거기서 파생되는 무공은 굉장히 많다. 신무림인의 수만큼 다양한 살법이 존재한다고 생각해라."


그가 계속 말했다.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지 않는 한, 너와 나 같은 경지에 이른 고수라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죽을 수 있다는 말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나는 만들었다.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초식을."


이천이 눈을 번뜩거렸다.


"11식 사왕死王을."


"11식?"


"모든 허점을 없애고 뇌단법을 완벽하게 만들 초식이지."


"당신이 뇌단법의 새로운 초식을 만들었다는 거야?"


"단편적인 초식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뇌단법 자체를 완성할 생각이다."


이천이 차분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노요한은 완전무결한 무공을 만드는 일을 포기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배우는 순간 불사가 되는 무공을 만드는 데에 성공하면 완전무결한 경지에 충분히 이를 수 있다고 본다.


불사의 무공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죽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전에 있었던 죽음뿐만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죽음의 유형까지.


나는 그걸 위해 많은 살법을 배웠고, 많은 생사결을 했고, 이가살수문이라는 살수 조직을 만들기에 이르렀지."


"우리 가문이··· 뇌단법의 완성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우리 가문, 우리 형제는 네가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는 거냐?"


"그렇다."


"그걸 위해서 나와 형제들을 낳은 거냐?"


"그렇다."


사람이 아니라 사물을 대하는 듯한 말투.


이천 본인조차 사물이 되어 버린 듯한 말투.


다정함, 차가움, 뜨거움, 그런 일말의 감정이라도 느껴졌던 아까와는 전혀 달랐다.


수희가 일대제자 시절 그에게서 느꼈다는 차가움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나는 이제야 제대로 이해했다.


데이터의 수집을 위해 자식을 낳고 살수로 키우는 인간.


"미래에 귀족이 되고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을 그만두기 위해서 오늘 살수 노릇을 한다는 이야기도 거짓이었군."


"너희를 안심시키기 위해 지어낸 말이었지. 물론 실제로도 가능할 이야기이긴 하다만."


"···."


나는 혐오하는 눈길로 그를 흘겨보았다. 그는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


"그런데도 데이터가 불완전했지만, 이번에 노요한이 후계자 항쟁을 일으킨 덕에 정말 많은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


전쟁을 일으킨 덕에, 라고?


"항쟁을 이용했다는 거야?"


"그렇다."


내가 현지나 루아의 일로 슬퍼하던 와중에, 이천 이 인간은 데이터가 많이 모인답시고 싱글벙글거리고 있었다는 말인가.


나와 형제들뿐만이 아니라, 우리와 관계없는 희생자들까지 모조리 그의 연구를 위한 소재였다는 건가.


"이천."


나는 증오를 담아서 물었다.


"사람의 생명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완전무결한 무공을 위한 데이터."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


그 단어 선정과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무기질적이었다.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당장 그의 목을 범람으로 썰어 버리고 싶었다.


"이천."


나는 다시 한번 물었다.


"대체 당신은 어쩌다가 그런 인간이 된 거지? 당신의 근원은 뭐지?"


나는 계속 말했다.


"애초에 인간이기는 한 거냐?"


"···."


이천의 발성 기관은 아무런 대답도 출력하지 않았다.


"대답해!"


나는 성질이 나서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범람이 튀어 나가 이천의 몸뚱이를 베었다.


피가 후두둑 쏟아지고, 이천은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분명 반으로 가를 작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피만 많이 흘렸지 여전히 죽지 않았다. 몸을 대각선으로 길게 가르는 자상이 생겼지만, 그것이 생명의 위독함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천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동요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나를 죽이려 하다니, 역시 너는 살수의 싹수가 있구나."


"···."


"발도는 암살술. 그 이치를 정확히 꿰고 있다. 본디 발도란 서로 독대하던 자리에서 기습적으로 검을 뽑아 상대방을 살해하는 수단으로···."


"닥쳐, 그딴 설명은 시키지도 않았어!"


그의 목을 베었다. 역시나 떨어지지도 죽지도 않았다.


"이제 조금 남았다. 조금만 더 데이터를 모으면 모든 유형의 죽음을 예측하고 구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나는··· 모든 죽음을 극복하고 모든 존재를 뛰어넘으며, 세존마저도 뛰어넘게 된다.


이제 필요한 데이터는 단 2가지. 뇌단법을 모두 익힌 일대제자를 살해하는 데이터, 그리고 여래를 살해하는 데이터."


이천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여래의 힘을 가지고 있지? 꺼내라. 너를 죽여서 여래의 데이터를 얻고, 일대제자의 데이터는 수희를 죽여서 얻어야겠다."


수희마저도 죽이려 한다니···.


이 쓰레기 새끼.


수희는 죽게 두지 않는다.


그녀 역시 내 사부다.


세존도 이천도 그녀를 지키지 않는다면, 나라도 지킨다.


"여래의 힘은 없어."


"뭣이?"


"밖에 두고 왔거든. 지금 여기에는 이월뿐이다."


나도 이천에게 손을 들이밀었다.


"일대제자의 데이터는 나로 대체해라. 그리고 여래의 데이터는 노요한을 죽여서 얻어라."


나는 이천의 손을 억세게 움켜쥐었다. 그의 손은 시체처럼 차가웠다.


"그건 두렵나? 사람 죽이는 기계인 당신도 노요한에게 덤비는 건 두렵나?"


"···."


"왜 그렇게까지 죽음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거지? 왜 그렇게 뇌단법의 완성에 집착하는 거지? 세존마저도 뛰어넘는다고? 실은 노요한을 이기고 싶은 거냐?"


내가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쳤다.


"그 심장 안에 질투나 열망 같은 감정이 남아 있는 거냐?"


이천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자세를 잡고 섰다.


"이천, 너는 아직도 가면을 쓰고 있어. 그 가면도 벗겨주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번엔 진짜로 죽여주마. 살수 이월로서 너를 암살의 목표로 간주하겠다."


"쿠, 키, 킷···."


이천의 얼굴이 좌우로 각각 이상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왼쪽은 입꼬리도 올라가고, 눈꼬리도 올라가고 이도 드러내어 도전적인 인상.


이와 대조적으로 오른쪽은 입꼬리와 눈꼬리가 내려가고 입도 다물어 차분한 인상.


한 얼굴에 두 감정을 가진 존재.


하지만 그런 건 별문제도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이천이 양손에 각각 물과 불을 두르기 시작했다는 것.


통천과 제화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


분명 순수한 뇌단법은 한 번에 한 초식밖에 못 쓸 텐데, 이천은 그걸 극복하고 있었다.


"백무白无."


이천이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겹쳤다.


그러자 새하얀 연기가 전방으로, 세로로 퍼져 나갔다.


연기는 칼날처럼 예리했는데, 풍양보로 그것을 피했다.


진식의 출력이 담긴 연기는 내 뒤에 있던 모든 나무, 바위, 건물을 자르고 부수었다.


연기는 멀어질수록 부채꼴로 범위가 늘어났고, 그 궤도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를 소멸시켰다.


마치 피자의 한 조각을 떼어 먹은 것처럼, 부지 일부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한 가지 초식만 사용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출력이었다.


"이것도 받아보아라."


이천은 왼쪽 주먹에 불꽃을 둘러 내게 휘둘렀다.


8식 진·제화의 출력이 담긴 주먹. 마치 운석이 쇄도하는 듯한 위력이었다.


"크으윽!"


나는 그것을 두 손으로 막으며, 8식 제화로 열기를 버텼다.


좌우로 퍼져 나가는 불길은 주변의 나무를 모조리 불태웠고, 내 발치의 모든 땅을 패게 했다.


제화를 멈추는 순간 순식간에 뼈째로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릴 위력이었다.


그러나 이천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곧장 오른쪽 주먹을 휘둘러 온 것이다.


2식 쇄강이었다.


'젠장!'


제화를 펼치며 동시에 2식 진·쇄강으로 신체를 강화하는 일은 내게는 불가능했다.


"크허억!"


나는 온몸에서 피를 뿜으며 멀리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허억···."


치명타였다.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충격에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벌써 끝났느냐?"


이천이 공중으로 떠올라 내게 다가왔다.


"범···람!"


이천의 발목을 노리고 범람을 날렸지만, 이천은 그냥 맞아주었다.


맞았는데 조금의 상처도 나지 않았다.


추풍인의 기원인 1식 뇌단과 6식 비람을 동시에 발휘하여 막아낸 듯했다.


이천은 11식 사왕과 뇌단법의 완성을 위해, 진식을 포함한 모든 뇌단법을 익힌 자와 여래를 죽이는 데이터를 원하고 있다.


그 말은 즉, 뇌단법이나 여래의 힘을 사용하면 사왕을 뚫고 그를 죽일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었다.


그렇지만 여래의 힘은 쓸 수 없다. 이런 몸 상태로는 송하가 있는 지리산 아래까지 내려갈 수 없기 때문이다.


뇌단법도 통하지 않는다. 나는 한 번에 하나의 뇌단법밖에 못 쓰는데, 이천은 한 번에 두 가지의 뇌단법을 사용하니까.


일단 비람으로 내 몸을 공중에 띄웠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바람의 힘에 의존해야 했고, 자연히 내 몸은 옷걸이에 걸린 듯 축 늘어졌다.


이 상태로 할 수 있는 것은 추풍인을 멀리서 날리는 것뿐.


그러나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초식을 날린다고 하여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의미는 없지만, 이천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기에,


나는 범람을 날렸다.


생각하고 행하는 게 아니라, 그저 살아남고자 하는, 생명으로서의 반사적인 행동에 지나지 않았다.


당연히 이천은 범람을 몸으로 받으며 계속 다가왔다.


결국은 헛된 행동이었고, 나는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그런데,


작고 단단한 무언가가 날아와 이천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이천의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꺾인 고개는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는 죽지도 떨어지지도 않고 공중에 멈추어 섰다.


그는 관자놀이를 검지로 후볐고, 피에 젖은 쇠구슬을 꺼냈다.


그리고 고개를 천천히 돌려 쇠구슬을 날린 범인을 돌아보았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알 수 있었다.


이연이었다. 그녀가 이은의 도움을 받아 몸을 숨긴 채로 이천을 기습한 것이다.


'연이 누나, 굳은 몸을 다시 풀었구나.'


하지만 이천 역시 기를 감지함으로써 그녀의 존재를 눈치챘고, 그녀를 향해 쇠구슬을 돌려주었다.


이연은 뛰어올라 쇠구슬을 피하려 했지만, 쇠구슬은 바닥에 박히는 순간 폭발을 일으켜 불꽃으로 이연을 덮쳤다.


이연은 비명을 지르며 흙바닥에 엎어졌다. 그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천은 한 손에 바람을 모으고, 그 바람에 불꽃을 둘러 이연에게 던지려 했다.


6식 진·비람과 8식 진·제화의 조합. 터지는 순간 이 일대가 통째로 사라질 재앙 그 자체였다.


"쿨럭!"


그런데, 이천이 갑자기 각혈하며 바람을 흩트렸다.


흩어진 열풍은 주변 지형을 맹렬히 불태우고 녹였다.


"꺄악!"


이연은 비명을 지르기는 했으나, 열풍에는 맞지 않아 무사했다.


이천은 당장 이연을 공격하지는 못했다.


연식탄지공. 이연이 날린 맹독탄猛毒彈의 독이 이천의 몸 안에서 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천은 처음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3식 극병으로 독을 치유하려 했다.


6식 진·비람과 3식 극병을 동시에 사용하는 상황.


지금이다.


지금이라면 그를 공격할 수 있다.


8식 진·제화.


6식 진·비람을 해제하여 내 몸뚱이는 땅으로 떨어졌지만, 그 상태로도 제화는 날릴 수 있었다.


'가라!'


나는 불꽃을 이천에게 쏘았다.


불꽃은 이천을 덮쳤고, 그는 깜짝 놀라 내 쪽을 돌아보았다.


진식의 어마어마한 화력에 그의 피부가 단숨에 오그라들고 벗겨져 안쪽의 근육층이 드러나는데, 그는 곧장 3식 극병을 멈추고 8식 제화를 발휘하여 불을 견뎠다.


"으헉."


그러나, 이연이 심은 독기가 아직 덜 가셨는지 또 각혈했다.


"당연히 그 정도로는 안 되지··· 그냥 독이 아니라 맹독이란 말이야, 아버지!"


이연이 피맺힌 목소리로 내뱉었다.


"당신이 나를 독이 든 욕조에 며칠 동안 가두면서 가르쳤던 거잖아. 응? 그때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아?"


"이연!"


이천이 이를 악물고 이연을 돌아보았다.


이연도 물러서지 않고 그를 당당히 노려보았다.


"그렇게 쳐다보면 어쩔 건데, 응?"


이연이 나를 돌아보았다.


"당신이 나를 노리면, 그 순간 내 든든한 동생이 당신의 숨통을 끊어 놓을 거야!"


"크윽."


이천은 협공을 버틸 수 없었는지 6식 진·비람을 포기하고 제화와 극병으로 몸을 보호했다.


뇌단법은 출력이 대단히 높고 초식마다 성질도 상이해서 중복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이는 진식과 실식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근원 초식이 같다는 전제하에서, 뇌단법과 파생 무공은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추풍인의 사용 중에 뇌단이나 비람을 함께 사용할 수 있듯이 말이다.


따라서 이천은 아직 제화나 극병에 관계된 무공을 쓸 수 있었지만, 비람과 뇌단을 동시에 쓰지 않는다면 진식의 출력이 담긴 내 추풍인을 온전히 막아낼 수 없었다.


지금이라면 그를 죽일 수 있다. 나라면 가능하다.


진·제화를 끊고, 그 순간 바로 추풍인으로 그를 난도질 한다.


죽지 않아도 계속 죽인다.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고 싶어질 정도로 죽인다.


그에게 이용당한 모든 사람을 대변하여 그를 죽인다.


"이월···!"


내 살의를 눈치챈 건지, 이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가 내게 등을 돌렸다.


그는 나와 대적하기를 그만두고, 발로 뛰어서 숲으로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거냐!"


나는 당장 그를 쫓으려 했다.


그런데 그때,


"진陣!"


우렁찬 외침과 함께 실들이 나무 사이사이에 빽빽이 둘렸다.


이천은 실 안에 갇혀 오지도 가지도 못하게 되었다.


"동생들아, 내가 도와주러 왔다!"


맏형 이염의 든든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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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동맹 23.08.31 39 1 13쪽
» 천수살법 이천 3 23.08.30 45 1 18쪽
83 천수살법 이천 2 23.08.29 44 3 16쪽
82 천수살법 이천 1 +2 23.08.28 47 3 15쪽
81 이가살수문 2 +1 23.08.25 46 1 12쪽
80 이가살수문 1 23.08.24 45 2 13쪽
79 재정비, 그리고 신무림으로 23.08.23 56 2 16쪽
78 당산봉 전투 4 23.08.22 46 1 12쪽
77 당산봉 전투 3 +2 23.08.21 59 2 14쪽
76 당산봉 전투 2 23.08.18 49 2 15쪽
75 당산봉 전투 1 23.08.17 53 1 15쪽
74 항쟁의 두 번째 여명 23.08.16 54 3 13쪽
73 뇌단법과 호걸들 7 - 무존 강하나 2 +1 23.08.15 58 3 11쪽
72 뇌단법과 호걸들 6 - 무존 강하나 1 23.08.14 56 3 13쪽
71 뇌단법과 호걸들 5 - 천공광 소유 23.08.11 85 3 13쪽
70 뇌단법과 호걸들 4 - 산명조 단호 23.08.10 57 1 12쪽
69 뇌단법과 호걸들 3 - 불괴신 옥근 23.08.09 62 3 12쪽
68 뇌단법과 호걸들 2 23.08.08 67 2 14쪽
67 뇌단법과 호걸들 1 +2 23.08.07 6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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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노요한과 사람들 2 +1 23.08.03 73 5 12쪽
64 노요한과 사람들 1 +2 23.08.02 67 4 12쪽
63 무존과 세존 3 23.08.01 73 4 11쪽
62 무존과 세존 2 +2 23.07.31 62 3 13쪽
61 무존과 세존 1 23.07.28 64 4 12쪽
60 교환 +1 23.07.27 74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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