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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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최근연재일 :
2023.10.1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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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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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단법과 호걸들 4 - 산명조 단호

DUMMY

대문 안쪽의 복도는 말 그대로 복도였다.


대문과 안쪽 문 사이에 존재하는 기다란 공간.


다만 빈 곳은 아니었고, 출입 허가증을 내어주는 자그마한 책상과 냉장고, 옷장이 있었다.


최소한의 의식주가 갖추어진 공간.


그렇다. 이 복도는 얼핏 보면 단칸방을 연상케 했다.


책상 앞에는 한 청년이 앉아 있었는데, 입장을 심사하는 담당자로 보였다.


한 가지 기묘한 점이라면 눈알 그림이 그려진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덮고 있었다는 것.


눈앞이 보일 리가 없는데도 그는 복도로 들어온 일행의 얼굴을 한 사람씩 정확히 바라보았다.


"산명조散明爪 단호라는 작자입니다. 불괴신 옥근과 마찬가지로 목사자와 친분이 있습죠."


팔씨름꾼이 루아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자기 집을 버리고 굳이 불편하게 단약사 민영의 집에 세 들어서 사는데, 지나가려면 저 사내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


루아는 단호에게 다가가 의자에 앉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봐, 단약이 필요한데 좀 얻을 수 있을까?"


"···."


단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루아가 못 들었냐면서 같은 질문을 또 하는데,


단호가 책상에 있던 종이 한 장과 펜을 집더니 엄청난 속도로 문장을 작성했다.


루아는 그가 쓴 글을 들여다보았다.


-약사님께선 패천논검에 참석하셔서 부재중이십니다. 내일 다시 방문해 주십시오.


"아?"


루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야, 패천논검은 끝났어. 그리고 나는 목사자 한수, 단약사 민영, 가이드 수희, 불괴신 옥근에게 인도받아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그 말에 단호가 루아를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그가 또 글을 써서 루아에게 보여주었다.


-그래서, 당신이 그들과 친분이 있으니 나더러 그냥 보내달라?


"응. 잘 아네."


단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루아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글을 써서 보여주었다.


-낯선 무림인이여, 나를 우롱하는 것이냐?


단호의 적대적인 분위기에 루아는 한숨을 쉬었다.


또 이렇게 되는 건가 싶었다.


자기 이름만 대면 만사형통이라더니, 한수가 거짓말을 한 게 분명했다.


"자격을 보이라는 거지?"


단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루아는 송하에게 대문 밖으로 잠깐 나가 있으라 하였다.


송하는 루아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서 팔씨름꾼과 함께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갔다.


이제 단칸방에는 단호와 루아 둘만이 남았다.


"그래서, 어떻게 증명하면 되는데?"


루아가 고개를 치켜들고서 단호를 비딱하게 바라보았다.


"네 집을 죄다 부숴놓으면 인정해줄 거야?"


단호는 대답 대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단호의 수가 불어나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분신술이었다.


콰득! 단호의 손이 책상을 뚫고 나와 건너편의 루아를 공격했다.


루아는 급히 몸을 틀어 피했지만, 허리에 베인 상처가 났다.


그 사이에 단호는 날아올라 분신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분신이 더 늘어나는데, 단호의 위치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루아가 주먹을 휘둘러 분신 하나를 쳐보았다.


분신은 연기처럼 흩어지고, 근처에서 다시 생겨났다.


예상대로였지만, 루아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단호에게 공격당한 허리 부근에 독이 퍼지고 있었다.


글귀가 적힌 종이를 단호가 들어 보였다.


-어서 나를 찾아봐라.


루아는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쳤는데, 분신이었던 건지 연기로 변했다.


다른 단호가 종이를 들어서 보여주었다.


-제시간 내에 나를 찾지 못하면 너는 살아서 빛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루아는 잠시 생각했다.


뇌령해방은 쓸 수 없다.


옥근과의 싸움에서 광골창을 완전히 소모한 바람에 뇌령해방을 통제할 수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란저와의 일전에서 겪었던 기연에 기대기도 힘들었다.


복도를 통째로 무너뜨릴 수단이 없으니, 정말로 자신의 감만으로 진짜 단호를 찾아내어야 했다.


루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봐도 전부 진짜로 보였고, 분신 하나하나가 기를 갖추고 있어 기로 찾는 것도 어려웠다. 평범한 무림인의 시선으로는 찾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곧 단호의 위치를 자연히 알게 되었다.


그녀의 진명에 깃든 해석할 석釋, 즉, 제석천의 기질이 그녀에게 해답을 알려주고 있었다.


단호라는 인간이 어떤 무림인인지, 어떤 무공을 어떤 식으로 다루는지···.


제석천에 좀 더 가까운 모습이 되니 그 권능도 강해졌다.


단호는 가장 구석에 먼지처럼 존재감 없이 처박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예전에 삼도문주 진림이 그녀에게 해주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당시 진림은 한 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한 달 내내 최소한의 의식주만 유지하며 살아가는 수행을 했었다.


마치 독방에 갇힌 죄수와도 같은 꼴을 자처하는 진림에게 루아는 왜 그런 짓을 사서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루아 아씨, 만전의 상태, 최고의 상태란 허황한 것입니다."


진림은 이 또한 수행의 방식이라며, 일부러 불편한 상태를 유지해서 어떤 불의의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수련법이라고 하였다.


실제로 구무림에는 그런 수련만 하면서 공력을 키우고, 상처를 입을수록 공력이 강해지는 무림인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 말을 듣고서 루아는 이렇게 생각했다.


'말도 안 돼···.'


당시 진림에게는 시험해보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면 그 말이 진실인지 알아볼 수 있을 성싶었다.


루아가 보기에는 단호가 바로 진림이 말했던 그 무림인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분신들을 주먹으로 뿌리치고 진짜 단호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리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었는지 단호가 깜짝 놀랐다.


그가 뭔가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루아는 그의 얼굴을 후려쳐 반대 방향으로 날려 버렸다.


임금 제帝, 제석천의 육체로부터 비롯된 강력한 힘.


진심이 담긴 그녀의 일격에 단호는 코피를 터뜨리며 쓰러졌고, 그와 동시에 분신들이 모두 사라졌다.


단호는 피를 토했는데, 검지에 피를 묻혀 힘겹게 글귀를 썼다.


-대단하군. 설마 날 찾아낼 줄이야.


그가 다음 장에 글귀를 썼다.


-하지만 내 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단호가 희미하게 웃었다.


"시험?"


루아는 얼음물보다 차가운 얼굴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팔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아직 안 끝났으면, 뭐 어쩔 건데."


그녀가 손에 힘을 주어 단호의 팔꿈치를 반대로 비틀기 시작했다.


"!!"


단호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그가 몸을 틀어 루아의 머리를 발로 찼지만, 루아는 거의 흔들리지 않았고 그의 팔을 놓지도 않았다.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너는 몸이 불편해질수록 강해지는 체질이지?"


"??"


루아가 대뜸 단호의 팔을 꺾어 부러뜨렸다.


"끄아아악!"


단호가 처음으로 육성을 내었다.


그와 동시에, 단호의 몸에서 공력이 대폭 증가하는 것을 루아는 느꼈다.


"역시 정말로 강해지는구나."


단호가 또 몸을 틀어 그녀의 관자놀이를 발로 찼다.


이번에는 충격이 매우 강해 루아가 튕겨 나갔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루아는 단호의 발을 한 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발목을 비틀어 버렸고, 단호는 또 비명을 질렀다.


그의 공력이 한층 더 강해졌다.


바닥마저 팰 정도로 어마어마한 기가 뿜어져 나오는데, 그 상태로 단호가 루아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루아는 급히 손을 들어 그의 주먹을 받았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이 일격에 머리가 터졌을 것이나, 루아는 손뼈 몇 개가 부러지는 선에서 회심의 일격을 버텨내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다른 손으로 단호가 내지른 팔을 붙잡았고, 손뼈가 부러진 와중에도 초인적인 정신력과 근력을 발휘하여 단호의 팔을 비틀었다.


단호의 팔은 또 반대 방향으로 서서히 꺾여갔다.


이대로라면 또 팔이 부러지고 다리 한쪽만 남게 될 것이다.


이 이상 싸워도 득 될 건 없다. 이쯤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리 생각한 단호.


"내, 내가 졌다~!"


그는 크게 목소리를 내어 패배를 인정했다.


"이제 안 돼! 그만 부러뜨려!"


"···흥."


그 말에 루아가 단호를 놓아주었다.


단호는 팔다리가 축 늘어진 채로 바닥에서 부르르 떨었다.


"빨리 해독제 내놔."


루아가 으름장을 놓았다.


"나머지 팔다리도 분질러 버리기 전에."


"아, 알겠어. 단약을 줄게."


"정말로?"


"정말로! 독단毒團도 내가 가진 게 있으니 그걸 주겠어!"


"빨리 내놔."


단호가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져 단약 2개를 꺼냈다.


"김송하! 이리 들어와 봐!"


그녀의 호통에 송하가 쭈뼛거리며 복도로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루아는 독약을 송하에게 넘겨주었고, 송하는 두 단약을 들고서 찬찬히 살펴보았다.


"어때?"


"하나는 해독제고, 다른 하나는 독약이네요. 안에 독 독毒의 진명이 들어 있어요."


"그럼 어서 빼내."


송하는 독단에 진명지를 붙이고서 독 독毒의 진명을 추출했다.


그러는 동안 루아는 단호의 모습을 살폈다.


"이거 눈 안 보인다는 것도 거짓말 아니야?"


루아가 두 손가락으로 눈을 찌르는 시늉을 하는데, 단호가 깜짝 놀라 몸을 뺐다.


"거짓말 맞네. 확!"


"으으으!"


"끝났어요."


"오, 좋아. 그럼 이제 2개 남았나?"


"네, 이제 9식 월공에 필요한 두려울 공恐과 10식 역로에 필요한 때 시時만 구하면 돼요."


"좋아, 그러면 나머지 둘 중 뭘 먼저 구하러 가지?"


"두려울 공恐부터 구하러 가보죠."


루아와 송하가 다음 계획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복도를 빠져나가려 했다.


"잠깐!"


그런데 단호가 두 사람을 멈춰 세웠다.


루아는 쌀쌀맞은 눈으로 그를 돌아보는데, 단호가 단호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강자여, 두려운 것을 찾고자 하느냐?"


"또 뭔 소리를 하려고?"


"쓸데없는 소리는 안 해. 너는 강하다. 이 산명조 단호가 인정하지."


"너한테 인정받아도 별로 기쁘지 않은데."


"천공광穿空光 소유라는 자를 찾아가 봐라."


"천공광 소유?"


"그녀도 목사자의 친구지. 소유는 이 몸보다도 훨씬 무섭다! 소유라면 너에게 진정 무서운 것이 뭔지 알려줄 것이다."


그리 말하며 단호는 소유의 주거지를 알려주었다.


그 장소의 익숙함에 루아와 송하는 서로 쳐다보았다.


"거기, 아까 지나갔던 장소지?"


"네에··· 그런 것 같아요."


루아는 단호를 돌아보았다.


제석천의 기질로는 사람의 기질만을 파악할 수 있지, 생각은 파악하지 못한다.


하지만 루아는 단호의 진지한 표정에서 그가 진심이라는 사실을 읽어내었다.


"고마워."


그래서 루아는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미안해. 어서 단약 먹고 회복해."


그리고 사과와 함께 다시 왔던 길을 돌아 나갔다.


손을 잡아 일으켜주지도 않고, 시원하게 복도를 떠나버리는 그녀의 등을 바라보며 단호는 조용히 웃었다.


"민영보다 재미있는 여자로구나. 으윽, 아프다···."


***


루아와 송하는 팔씨름꾼의 차를 타고 단호가 알려준 장소로 갔다.


그 장소는 놀랍게도 성읍마을이었고, 게다가 무존의 집 근처였다.


그곳은 교회였는데, 팔씨름꾼의 말에 따르자면 소유는 그곳의 수녀라는 듯했다.


루아가 근처를 지나가던 수녀를 붙잡고 소유가 여기 있는지 물었다. 수녀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지금 여기엔 없어요."


"어디로 갔는데?"


루아의 물음에 수녀가 한숨을 쉬었다.


"섭지코지 쪽으로 갔을 거예요. 소유는 교회 일은 죽어도 안 하거든요."


"그러면 왜 수녀 노릇을 하는데?"


"수녀 옷이 예뻐서래요."


"옷이 예뻐서?"


루아가 썩은 미소를 지었다.


"하, 이거 미친년이네."


좋지 않은 예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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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천수살법 이천 2 23.08.29 44 3 16쪽
82 천수살법 이천 1 +2 23.08.28 47 3 15쪽
81 이가살수문 2 +1 23.08.25 45 1 12쪽
80 이가살수문 1 23.08.24 45 2 13쪽
79 재정비, 그리고 신무림으로 23.08.23 56 2 16쪽
78 당산봉 전투 4 23.08.22 45 1 12쪽
77 당산봉 전투 3 +2 23.08.21 59 2 14쪽
76 당산봉 전투 2 23.08.18 49 2 15쪽
75 당산봉 전투 1 23.08.17 53 1 15쪽
74 항쟁의 두 번째 여명 23.08.16 53 3 13쪽
73 뇌단법과 호걸들 7 - 무존 강하나 2 +1 23.08.15 58 3 11쪽
72 뇌단법과 호걸들 6 - 무존 강하나 1 23.08.14 55 3 13쪽
71 뇌단법과 호걸들 5 - 천공광 소유 23.08.11 85 3 13쪽
» 뇌단법과 호걸들 4 - 산명조 단호 23.08.10 57 1 12쪽
69 뇌단법과 호걸들 3 - 불괴신 옥근 23.08.09 62 3 12쪽
68 뇌단법과 호걸들 2 23.08.08 67 2 14쪽
67 뇌단법과 호걸들 1 +2 23.08.07 63 4 12쪽
66 노요한과 사람들 3 +1 23.08.04 67 4 12쪽
65 노요한과 사람들 2 +1 23.08.03 72 5 12쪽
64 노요한과 사람들 1 +2 23.08.02 67 4 12쪽
63 무존과 세존 3 23.08.01 72 4 11쪽
62 무존과 세존 2 +2 23.07.31 61 3 13쪽
61 무존과 세존 1 23.07.28 64 4 12쪽
60 교환 +1 23.07.27 74 2 14쪽
59 광변발도공 영힐 2 23.07.26 60 3 11쪽
58 광변발도공 영힐 1 23.07.25 64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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