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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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pd
작품등록일 :
2023.05.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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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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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뒤통수의 세계.

본 콘텐츠에 등장하는 국가, 지역, 명칭, 지칭, 브랜드, 성명, 계급, 언어, 등 북과 관련된 모든 상황과 내용은 허구이며, 창작된 것으로 실제와 완전한 차이가 있으며, 남쪽의 정치, 경제, 명칭, 성명, 기관, 기업, 종교, 지역, 명칭, 등과 상황설정 등 모두 허구이며, 창작된 것임을 밝힙니다.




DUMMY

<뒤통수의 세계.>




세계는 림진아의 거친 언행에, 기분이 언짢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거친 말을 들은 세계.


차가 수동이라 클러치 밟고 기어 넣느라, 기분 나빴던 순간은 이제 세계의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세계의 머릿속엔 온통 오랜만에 만져본 이 원시적인 클러치와 스틱에 온 정신이 쏠려 있었다.


혼자, 운전하고 아파트로 향할 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윗사람을 태우고 가다 보니, 운전에 신경이 쓰였다.

어찌 되었든, 윗사람을 의전하는 모양새였기에, 세계도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다.


운전에 집중하면서도 세계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림진아의 말.


- 꼬라지 하곤,


‘분명, 그 말은 드라마 대사 중 하나였는데, 환상의... 그 뭐더라 환상의...’


세계는 드라마 제목을 생각하느라, 신호가 바뀌는 것을 너무 늦게 보는 바람에 급정거했다.

건널목 앞에서 간신히 멈춰서고 안심하는 세계였으나, 순간 세계의 머리에 날아온 림진아의 손바닥 그리고. 쏟아지는 육두문자.


“야, 이 미친놈아, 너 운전을 발로하니? 얼굴로 해? 발바닥에 지뢰가 터질 놈, 혁명적으로 눈깔에 짧은 못 박을 놈 같으니라고, 어떻게 더 정신 차리게 2번 4번 갈빗대를 요지로 발골해 줄까? 어? 운전을 그따위로 하냐. 미친놈아! 죽을 뻔했잖아.”


세계는 육두문자가 귓속을 파고들자, 헛웃음이 나왔다.


“요지, 핫.”


세계의 헛웃음에, 림진아는 어이없다는 듯, 세계의 뒤통수를 또 가격한다.

순간, 욱해 차를 한쪽으로 세운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는 세계.


세계가 차에서 내리자, 림진아도 뒷자리에서 내린다.

세계는 화를 삭이려 바람을 쐬듯 차를 등진 채로, 한숨을 내쉰 후 림진아를 바라보자, 림진아도 세계를 째려보듯 응시하더니, 성질이 나는지, 소리쳤다.


“야, 너 죽고 싶어?”


림진아가 지른 큰소리에 세계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세계는 차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던 거리를 좁혀, 림진아가 있는 반대편으로 천천히 걸어가더니,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돈, 권력, 계급, 출신성분을 따지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람 사는 곳인데, 당신은, 어떻게 그리 안하무인입니까?”

“...”


세계의 말에 진아는 처음 겪는 일인지, 할 말을 잃은 듯 세계를 빤히 보았다.

그런 진아를 보며, 세계는 생각 없이 한마디 더 뱉는다.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뭐?”


세계가 무심코 뱉은 말에 진아는 발끈했다.


“뭐라고? 내가 어리다고? 미쳤냐? 너 머리가 없어? 생각이란 걸 못 하니? 너!! 뭐 하는 자식인데, 나보고 나이를 들이대. 어? 넌 얼마나 처먹었어, 아니 그보다 너 이름이 뭐야! 빨리 말해. 너 오늘 죽었어.”


세계는 림진아가 던지는 막말이 북한사람이 아닌 한국인에게 당하는 기분이 들어서일까? 화가일기 시작했다.

때문에, 평소의 세계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을 말들일 텐데, 자꾸만 속에서 울컥거렸다.


“뭐? 뭐라고?”

“죽여버린다고!! 내가 뒤에서 죽을뻔한 건 아니? 안전띠도 안 했는데, 그렇게 급하게 서버리면, 난 그냥 골로 가는 거잖아. 운전을 그따위로 하는데, 죽여야지 살려? 날 죽이려 한 너를? 내가 왜? 너!! 이름이 뭐냐니까.”


진아의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었다.

세계는 순간, 화가 가라앉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 그건...”

“그러니까, 넌 죽어야겠지? 이름 빨리.”


진아는 차 문을 열더니,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그리곤, 바로 전화할 듯이 세계를 노려보았다.

세계는 미안한 마음에,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강세계라고 합니다. 림진아 총괄부장 동지.”

“강세계? 동무는 내가 누군지 잘 아는데도 그따위로 운전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나한테 가자미 눈깔 뜨고 따지려고 한 거야? 이거 순 똘아이 아냐? 강동무! 아버지는 어디 중앙당 출신이라도 되는가 봐? 아. 정말 열받아.”


진아의 속사포 같이 쏘아대는 말을 듣고 있는 세계는 이상하게도, 진아가 말하는 이 순간은 꼭 평양이 아닌, 서울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진아의 거친 말은 계속되었지만, 세계는 왜인지 모를 편안함에, 화는 사라지고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떠나고 싶었던 나라, 끝내고 싶었던 삶, 그곳에서 받아온 고통, 그런데, 지금 그런 건 중요치 않고, 그때가 그립다. 왜일까...’


세계는 진아가 하는 서울말이 너무나 정겹고 기분 좋았다.

비록 진아가 세계에게 쏟아내는 말은 거칠고 육두문자도 섞여 있었지만, 너무나 오랜만에 듣는 서울 말투가 좋았다.


그냥, 듣고 있어도 좋았다.


찌푸렸던 세계의 얼굴은 어느덧 웃음을 띠는 밝은 얼굴이 되었다.

그런, 세계의 얼굴을 본 진아는 아직 풀리지 않은 화가 더욱 올라와 결국 폭발했다.


선글라스를 벗어 세계에게 던져 버렸다.

진아가 던진 선글라스는 한류스타 지상욱과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강세계의 얼굴로 날아들었고, 세계는 순간적인 반사신경으로, 고개를 돌려 피했지만, 뺨에 스치고 말았다.


세계는 선글라스를 피하려 돌렸던 고개를 원위치하며, 선글라스를 집어 던진 림진아의 얼굴을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으나, 표정은 아직 웃음 띤 얼굴이었다.


진아는 온몸에 휘감고 있는 화로 인해, 자신의 얼굴을 세계가 보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세계의 매서운 눈빛이 진아의 얼굴을 스캔하자, 그 얼굴로 인해 어떤 사람이 떠올랐다.


세계가 망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중국 투자자와 미팅 자리에서 에이전트 회사 소속으로 통역을 맡았던 사람이...


.

.

.

.


***********


3년 전.


* 베이징(북경) 중국.


검은색 슈트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강세계가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세계와 함께 일하고 있는 이사가 에이전트 회사의 대표, 그리고 직원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와 먼저 자리하고 있었다.

세계가 함께 일하는 이사를 알아보고 자리로 이동하자, 세계를 본 이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계를 맞았다.


“강대표, 여기 오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지?”

“네? 네.”

“그래, 다행이네. 소개할게. 여기는...”


이사는 함께 앉아있던 에이전트 회사 대표와 직원을 소개했다.

세계와 에이전트는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고, 통역에 관련해 세계가 묻자, 투자자 쪽에서 통역을 데리고 온다고 말하자, 세계는 크로스 체크가 필요하니, 우리 쪽 통역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의견을 내었고, 에이전트사 대표는 세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급하게 전화해 통역을 불렀다.


다행히도, 투자자가 도착하기 전에 통역사가 도착했다.

그녀는 젊고 예쁜 얼굴에, 어떤 옷이든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는 세계를 포함한 어떤 남자가 보아도 한눈에 반할 외모였다.

그녀는 에이전트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통역사로 직원이라 했다.


이름은 임진아였다.


그녀는 자신이 한국 사람이라 소개했고, 중국에 유학 중인데, 10년이 되었다고 했다.

세계는 그녀의 말을 의심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물론, 세계는 이들로 인해 자신이 망하게 될 것이란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투자자가 자리했고, 그들은 세계에게 한화로 150억원을 투자하겠다며, 구두 약속을 했다.

세계는 이후로 몇 번을 더 베이징을 드나들었고, 그때마다 에이전트사 대표와 직원 그리고 임진아가 동석했다.


최종 조건은 드라마가 편성되기 전 기획 단계에서 시놉과 연출진이 확보되면 20억을 넣기로 하고, 드라마가 편성이 되면, 잔액 130억을 입금하겠다며 계약서에 명시하고, 세계와 투자자 그리고 에이전트사는 사인하고, 계약을 맺었다.


에이전트사는 당시 투자금액에 15%의 투자 성공 피를 주기로 했다.


이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및 콘텐츠 관련 매체의 기사로도 게재되었다.

때문에, 완성도 있는 시놉시스를 구매할 수 있었고, 인지도 높은 작가와 계약도 성사되었다.

그리고, 스텝도 꾸린 상황이었다.


대출과 국내 투자를 유치해 선지급 명목으로 끌어온 자금이 10억이었고 방송사에서 받은 퇴직금과 집과 차 등의 부동산을 담보로 빌린 금액이 5억 총 15억원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세계는 중국 투자자와 편성 전 계약금으로 20억원을 받기로 계약했기에, 초기 투자된 15억원은 바로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국내 세팅을 끝내고, 계약 이행을 위해 투자자를 만나러 간 날 베이징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에이전트사가 20억을 갖고 튀어버린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같은 조건으로 다른 제작사와도 계약하고, 계약금을 갖고 튀었다는 것이었다.


에이전트사는 세계에게 했던 방식으로 4개의 한국 제작사와 중국 투자자를 상대로 약 100억원을 챙겼다는 말이 있었다.


결국, 인터폴을 통해 수사도 했었지만, 에이전트사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


세계는 빚더미에 앉아 그대로 망하고 말았고, 그 죄책감에 업계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고 매일 죽음을 향해 치닫는 삶을 살아야 했다.


.

.

.

.


**********


현재.


평양시 대동강동 태학 거리.


진아의 얼굴을 보며 3년 전 과거의 일이 떠오른 세계였다.


‘그래, 림진아, 임진아, 성이 달라 전혀 다른 사람이라 생각했고, 여기는 북이니, 남쪽 사람이 이곳에 들어와 살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 아무런 의심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하다. 상황과 형편을 떠나, 있는 그대로 만을 보면, 분명하다. 림진아! 그때 중국 투자자 통역 담당이었던 임진아.’


세계는 림진아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리곤, 소리치고 말았다.


“임진아!!!”


세계가 큰소리로 진아의 이름을 외치자, 움찔하는 진아였다.

그리곤, 선글라스를 쓰고 있지 않음을 깨닫고, 당황하며, 세계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살며시 돌렸다.


‘서, 설마, 설마. 저 사람이 그 강세계야? 드라마제작사 대표? 망했다는? 저 사람이 그 사람일 줄이야. 어떡하지? 왜 북으로 넘어온 거야? 아니 그보다, 어떻게 살아남았지? 에라 모르겠다. 일단은 모른척하자.’


진아는 돌렸던 고개를 다시 돌려 세계를 직시하며, 소리쳤다.


“뭐? 이게 미쳤나. 내가 누군지 몰라? 강동무 직속상관인 총괄부장이야! 제작 총괄부장!! 존칭 똑바로 하라고!!!”


진아의 뻔뻔함에, 세계는 입을 닫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랐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 한마디.


“이런, 미친.”

“...”


진아는 세계의 입 밖으로 나온 말을 들었으나, 대꾸하지 않았다.


‘그래, 여기서 내가 지랄을 해 봐야 뭐가 달라지겠어. 이곳은 달라질 수 없는 곳이다.’


세계는 과거의 일을 따져봐야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했는지, 힘빠진 모습으로 운전석 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


아무 말 없이 차에 오른 세계를 본 진아는 자신이 행한 뻔뻔함이 먹혔다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뒷좌석에 올랐다.


뒷좌석에 진아가 탄 것을 확인한 세계는 천천히 출발했고, 얼마 되지 않아, 정치선전국 건물 앞 너른 주차장에 도착했다.


진아는 조용히 그리고, 빠르고 민첩하게, 차에서 내려 세계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세계는 허탈한 기분과 힘이 빠진 육체를 힘겹게 차에서 끌어내고는 사무실로 향했다.


진아가 언제 건물 상층 자신의 업무실에 올랐는지, 업무실 창으로 힘겹게 사무실로 들어서는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계가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진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진아는 세계가 보이지 않자,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서랍을 열어 서류철을 하나 꺼내 펼쳐보다 책상을 손으로 내려쳤다.


- 쾅!!!


“미치겠네, 진짜 강세계였잖아. 어떡하지?”


진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주먹을 꽉 쥐었다.


“뭐야, 생각해 보면, 나도 피해자였잖아. 난 그저 아르바이트비 받고 통역한 것밖에 없다고, 내 알바비도 안 주고 튄, 그놈들, 나도 잡고 싶다고. 나도 피해자라고!!”


순간 진아의 목소리가 커지자, 밖에 있던 진아의 비서가 급히 진아의 업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림진아 총괄부장 동지 무슨 일 있으십네까?”


비서의 등장에 순간, 놀라 당황한 진아, 애써 침착한 척하며, 비서를 돌려보낸다.


“아, 아무 일도 아니니까, 나가서 일 봐.”

“...”


진아의 말에, 비서는 밖으로 나가고, 문이 닫힌다.

진아는 다시 고심에 빠진다.


“강세계.”


.

.

.

.


세계는 힘 빠진 모습으로 터덜터덜 사무실 안으로 향했다.




문화가 세상을 바꿉니다. 텍스트는 그 시작입니다. 많은 애독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4화. 뒤통수의 세계.

림진아? 임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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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화. 미스터리의 세계. 23.05.30 29 0 12쪽
7 6화. 제작의 세계. 23.05.29 23 0 14쪽
6 5화. 대동강의 세계. 23.05.26 26 0 15쪽
» 4화. 뒤통수의 세계. 23.05.24 35 0 13쪽
4 3화. 평양의 세계. 23.05.23 38 0 15쪽
3 2화. 선전의 세계. 23.05.22 39 0 13쪽
2 1화. 북쪽의 세계. +3 23.05.12 64 1 14쪽
1 프롤로그. 한강의 세계. +2 23.05.12 11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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