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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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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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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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본업 (1)

DUMMY

“이 미친 사장. 무슨 자신이 생겨서 트라우마에 대가리를 들이박는 거야?”

“하, 하지만 그, 그날 사장님은 이, 이겨내셨어.”

“하아······.”


주은서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녀 역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최현민이 모두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직접 본 것이 아니기에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최현민이 거짓을 고할 것 같진 않았다.


또한 그것이 진실인 증거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그날에 대한 일은 소문으로 퍼져 있었다.

방금 만난 경비병들이 이야기하듯이 말이다.


‘물론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사장님에 대한 평판이 나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하지만 그것보다는 실패, 이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지금과 같은 방식을 반복하다가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는커녕 그의 정신이 망가져 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결국 쓰러졌잖아요. 못 이기고. 그건 이겨낸 게 아니라 그냥 버텨낸 것뿐이에요.”

“하, 하지만 버틸 수 있다는 건 곧 이겨낼 수 있다는 뜻, 아, 아닐까?”

“물론 그걸 견뎌낸 사장님의 정신력은 대단하죠. 그리고 오빠 말처럼 그걸 토대로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갈 길을 찾을지도 몰라요.”


그날 분명히 김윤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냈다.

물론 그 시간은 무척이나 짧았으며, 직후 곧바로 쓰러졌다.


그러나 스스로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잠깐이나마 버텨낸 것 그것만으로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그것은 길을 보여주었다.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이런 방법도 아니고요. 오빠도 사장님을 잃고 싶지 않잖아요?”

“그, 그렇지······.”


최현민이 자신의 등을 향해 눈을 살짝 돌렸다.


“기, 길잡이 모두가 그럴 거야.”

“그래요. 물론 저도 그렇고요. 그러니까 지금 같은 방법은 안 돼요. 다른 방법을 찾아보죠.”

“으응······.”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김윤은 망가져 버리고 말 것이다.


‘이미 반 정도는 망가져 있지만.’


주은서가 김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생각대로 그는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날의 죄책감이 그를 계속해서 옥죄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것으로 인해 그는 광적으로 모두를 위한 일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래야만 자신이 속죄한다는 듯이 말이다.

자신은 돌보지 않았다.


그날도 그러했다.

자신을 구해주었을 때도.

그를 업은 최현민을 구해주었을 때도.

그리고 빚은 아직 갚지 못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도와줘야죠.”

“응?”

“아니에요. 가게로 가요.”


최현민과 주은서는 그대로 길잡이로 향했다.



***



악몽이었다.

그가 의식을 잃자마자 그를 휘감은 꿈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마주해야 했던, 마주하려던 광경이었다.

하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던 광경이었다.


모두가 죽었다.

그가 보았던 모두가 죽었다.

이름을 모르던 이들부터, 그의 가족까지.


김윤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피로 물든 그것은 무언가를 꽉 쥐고 있었다.

그것에는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온도가 느껴졌다.

잘려 나간 두 손이었다.


“으아아아악-!!”


김윤은 비명을 내지르며 그것을 내던졌다.

그러자 새카만 어둠이 일어나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김윤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킬 수 있을 것 같았어?”


동시에 그 어둠은 분열하며 여러 형체를 이루었다.

모두 김윤이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길잡이의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속죄될 거 같아? 네 그 죄가?”


김윤은 흔들리는 동공에 그들을 담았다.

새카만 어둠으로 이루어졌으나 알 수 있었다.

그들이 피로 물들어 있다는 것을.

팔꿈치 아래로 있어야 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들이 김윤의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는 것을.


“안 돼-!!”


김윤이 비명을 내지르며 꿈에서 깨어났다.


“으아아아악!”


그러자 곁에 있던 누군가도 연달아 비명을 내질렀다.


“까, 깜짝이야······.”


길잡이의 막내, 이서준이었다.


“여, 여긴······?”

“가, 가게에요.”

“가게?”

“네.”


이서준의 답에 김윤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새로 지어진 길잡이의 건물, 그중에서도 그의 방이었다.


“내가 왜 여기 있지?”

“어······ 기억 안 나세요?”


이서준이 그가 이곳에 있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런가······.”


트라우마를 다시금 정면으로 맞으려고 했던 그.

그러나 그 결과는 지금과 같은 상태였다.

방어기제로 인한 것인지, 단기 기억 상실마저 일어난 상황.


‘아직은 불가능한 건가······.’


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김윤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아니, 당장만 불가능할 뿐이다.

그는 가능성을 보았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노력할 것이다.


김윤이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애들은? 다친 데는 없지?”

“아, 네. 지금 다들 가게에 계셔요.”

“그래.”


이어 방을 빠져나와 가게 로비로 향했다.

과거보다 조금 커지고 깔끔해진 공간이 그를 맞이했다.


“일어나셨어요?”


로비에 들어서기 무섭게 주은서가 그를 반겼다.

물론 최현민도 마찬가지였다.


“사, 사장님.”


허우진 역시 말은 없으나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건넸다.


“미안, 나 때문에 위험했지?”

“알긴 아나요?”

“하하······.”


김윤이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뭐, 됐고. 당분간은 요양 겸 서준이랑 가게 잡일이나 하세요.”

“응······? 내가 사장인데?”

“어차피 비밀 지도 의뢰도 없고, 할 일도 없잖아요. 왜요, 아니면 또 포탈에다 들이박을 테니까 구해줘야 하나요?”

“그, 그건 아니고······. 나는 지도 제작자잖아? 그러니까 원래 하던 일을 하러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슬쩍 가게 문을 바라보는 김윤.

그리고는 슬그머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은서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녀에게서 흘러나온 마력이 황금빛으로 변하며 건물을 휘감았다.


“우리 말로 하자?”

“말을 안 들으시잖아요?”

“현민아!”

“네, 네?”


김윤이 최현민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것에 담긴 뜻은 전해지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전해졌다.


“하하······.”


하지만 거부한 것이었다.

최현민이 실없는 웃음을 흘리며 눈을 피했다.


“죄, 죄송해요.”


그의 요양을 위한 감금 생활의 시작이었다.


첫날은 견딜만했다.

확실히 그의 몸은 휴식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연달아 받은 비밀 지도의 의뢰로 피로가 상당히 쌓인 상태.

그 때문에 첫날은 잠을 푹 자는 것으로 보냈다.

덕분에 피로는 얼추 씻겨나갔다.


둘째 날은 조금 지루했다.

하지만 치유를 받았다고 한들 완쾌가 아니었기에 마력을 통해 추가적인 회복에 집중했다.

동시에 자신의 능력을 점검했다.

물론 전부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

기억의 재현, 그것의 실체화에 경우 건물 내에서 할법한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셋째 날, 그는 가게에 있는 창고를 돌아다니며 물품을 확인하고 정리를 도왔다.

주은서가 시킨 대로 잡일을 도왔다.


이어 넷째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다섯째 날이 되는 날이었다.


“으으윽······.”


김윤이 기지개를 켜며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는 이제 지루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지루해서 죽어버리겠어.”


상처는 모두 회복됐다.

외상은 물론 내상도 마찬가지다.


물론 건물 밖으로 나간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그에 대한 사나운 시선은 여전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 안에 갇혀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아니,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그는 그 시선을 피해 도시 바깥으로 나갈 것이니 말이다.


“아공간 조사도 계속해야 한단 말이지.”


그의 본직이 그것이었으니 말이다.

최근 도시가 소란스러워 의뢰가 늘어남에 따라 소홀해진 일이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인간이 멸망을 피해 이 공간에 들어온 지 벌써 8년.

그런데 아직도 그들은 이곳에 대해 그 어떠한 것도 아는 게 없었다.

온통 새하얗고 드넓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그렇기에 더욱이 중요한 일이었다.

지상은 몬스터로 뒤덮여 돌아갈 수 없는데, 이 공간마저 위험한 곳이라면 그들은 진정으로 멸망을 맞이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러니 이 공간에 기억을 읽을 수 있는 그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탈출해야겠어.”


김윤이 자신의 짐을 주섬주섬 챙겼다.

코트를 챙겨입고 식량을 챙겨 개인용 아공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종이를 챙겨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이 정도면 은서랑 현민이도 이해하겠지.”


무려 4일이나 가게에서 있어주었다.

그러니 그들도 인정해줄 것이다.


김윤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정문을 향해 다가갔다.

아직 이른 아침,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시간이었다.


끼이익.


하지만 문 앞에 있는 황금빛 벽은 여전했다.

주은서의 고유 스킬로 인해 만들어진 벽이었다.

퇴근 후에도 그것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김윤은 그것을 향해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를 밀어내는 힘이 느껴졌다.

그를 배제하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역방향으로 결계도 펼치고 성장했네.”


김윤은 그것을 살피며 오히려 감동하며 감탄을 뱉었다.

과거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나가는 건 너희를 위한 일이라고.”


그리고는 마력을 일으켰다.


‘배제 구역. 웬만한 방어 스킬보다 높은 효율을 보이는 스킬이지.’


그것은 벽을 유지하는 마력만 있다면 그 어떠한 것도 배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력을 쏟아부어 양과 밀도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어 스킬과는 조금 다른 스킬인 것이다.

그저 이 황금빛 벽만 만들고 배제할 것을 설정하면 끝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그 어떠한 공격에도 결단코 부서지지 않는 것이 이 벽이었다.

때문에 그녀가 수호라는 길잡이의 이명을 지닌 것이었고, 그러한 의뢰를 나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그러나 김윤에게는 방법이 존재했다.

그의 고유 스킬은 기억을 다루는 것이니 말이다.


김윤의 마력이 황금빛 벽을 타고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그것이 품고 있는 기억을 헤집었다.


‘실전에서는 못 써먹을 방식이지만.’


지금은 상관없다.

지금은 시간은 많으니 말이다.


김윤이 이 벽이 만들어졌을 때의 기억을 뽑아냈다.

그것에는 주은서가 마력을 다룬 방식 등이 담겨 있었다.


‘물론 고유 스킬은 고유 마력 패턴이 있어야 사용 가능하니 따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마력을 다루는 방식을 안다고 해도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력의 운용법을 안다면 약간의 조작은 가능했다.


‘아주 약간의 조작이지만 효과적이지.’


예를 들어 지금처럼 배제 방향을 내부가 아닌 외부로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김윤의 마력이 벽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것에 담긴 운용 방식을 비틀었다.

그러자 김윤의 몸이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의해 바깥으로 끌려 나가기 시작했다.


“좋아!”


문제는 그 힘이 너무 거세다는 것이었다.

마치 당겨진 활시위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는 듯이, 배제 구역이 김윤의 등 뒤로 파고들며 그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강한 힘으로 말이다.


터어어엉!


“우와아아악!”


덕분에 김윤은 쏜살같은 속도로, 아공간의 하늘을 가르며 도시 바깥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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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본업 (2) 23.10.04 82 3 12쪽
» 본업 (1) 23.10.03 84 3 12쪽
40 헛수고 (2) 23.10.02 84 3 12쪽
39 헛수고 (1) 23.09.28 83 2 12쪽
38 기억과 길 (3) 23.09.27 96 4 11쪽
37 기억과 길 (2) 23.09.26 77 4 12쪽
36 기억과 길 (1) 23.09.25 94 4 11쪽
35 마력초 공장 (4) 23.09.22 89 4 12쪽
34 마력초 공장 (3) 23.09.21 91 4 12쪽
33 마력초 공장 (2) 23.09.20 110 3 12쪽
32 마력초 공장 (1) 23.09.19 103 4 11쪽
31 세 개의 길드 (3) 23.09.18 107 4 12쪽
30 세 개의 길드 (2) +1 23.09.15 10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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