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의자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자마츠
작품등록일 :
2023.09.12 03:02
최근연재일 :
2024.09.19 00:31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14
추천수 :
5
글자수 :
1,205,982

작성
24.04.07 19:44
조회
5
추천
0
글자
19쪽

1-030: 010411 두 친구의 내재된 힘

DUMMY

[B: 근데 에르제는 왜 위층에서 안내려오고 있냐? 오랜만에 우리 봤는데 반갑지도 않나?]


[V: 조금 서운하다.. 아래층에서 밥먹어도 되잖아. 예쁘게 밥먹는 모습 보고 싶은데..]


친구들이 오랜만에 와서는 인사도 안하고 방에 박혀있는 에르제가 괜히 서운한 모양이었다. 특히 빅토르가. 배가 너무 고픈 상태라 아마 방안에서 음식들을 허겁지겁 먹고 있을 에르제를 생각하면, 그렇게 좀 깨는 모습을 보면 빅토르가 어떻게 생각할지 좀 궁금했다. 나름 에르제도 알게모르게 자기 이미지 관리를 좀 하는 편이라니까?


잠시 후, 식판을 들고 내려오는 에르제에게 식판을 건네받은 나는, 싹싹 비운 식판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배부르면 좀 남기라고 육고기며 해산물요리며 잔뜩 만들어주었는데, 차마 그걸 다 비울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남보다 조금 덜 먹던 평소 식성을 감안하면, 진짜진짜진짜 배가 고팠던 것이다.


그래도 예민했던 성격이 풍부한 영양을 제공받게 되니 꽤나 여유로워진 것 같았다. 두 친구들에게 활짝 웃으며 늦게나마 인사를 한 에르제는, 내가 가게일을 도우는 동안 두 친구들과 안부를 나눴다. 오랜만에 온데다가, 이전보다 더 다정다감하고 잘 웃는 그녀를 보며 빅토르가 한심해 보일 정도로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에르제가 어떤 생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끔씩 그곳을 본 나는 에르제가 노골적으로 보리스보다 빅토르에게 깊은 관심을 표해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설마.. 에르제도 빅토르가 좀 마음에 든 걸까?


보리스가 눈치없는 녀석이 절대 아니었다. 눈에 띄게 자기는 거의 안쳐다보고 빅토르만 생긋 웃으며 바라보며 1대1대화를 나누듯이 하자, 보리스가 살짝 삐졌는지 이렇게 말하는 게 들렸다.


[참.. 저도 빅토르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그리워했었는데, 너무 차별하시네요.. 마법사님]


[하하, 착각이에요, 보리스. 저도 아르세비치 군을 얼마나 그리워했는데요.]


[거짓말. 저는 어쩌다 한번씩 쳐다보시고, 빅토르는 10분내내 눈맞춤하셨잖아요. 빅토르랑 나틸리만 엄청 그리워하셨던 거 맞죠? 그렇죠?]


유치하긴! 자기도 우리들 중 가장 에르제를 별로 안그리워했으면서, 정작 자기만 좀 무시받는 것 같으니 괜히 속상한 것 같았다.


손님이 다 빠지고 여유가 생긴 내가 보리스의 귀를 잡아당기며 옆자리에 앉았다.


[아유, 유치해! 빅토르랑 좀 많이 대화했다고 그걸로 삐진거야? 에르제 입장에선 그럴만하지! 너보다 빅토르가 에르제한테 훨씬 더 잘해줬잖아! 주는 만큼 받는 거 몰라? 보리스?]


[생각해보니 그렇긴 하네. 빅토르가 워낙 법사님을 좋아하니 법사님도 진심을 느끼셨나봐.]


삐지긴 했지만 장난조였고, 실제로 우리들만큼 에르제에게 호감을 느끼지는 않는 보리스가 킥킥킥 웃으며 말했다.


[좋아하다니요? 빅토르, 설마 날 좋아해요?]


에르제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노골적으로 그렇게 말하자, 빅토르가 웃으면서 말하면서도 맞은편에 있는 보리스의 다리를 발로 찼다. 이윽고, 둘끼리 테이블 아래쪽으로 아주 싸움이 났다. 민증이 나온 성인인데도 아직도 중학교때처럼 싸운다니까?


[하하, 당연히 친구로서 정말 좋아한다는 말이죠. 그런 말을 하려던 거지? 보리스?]


[그래! 임마! 그런 뜻 맞으니까 발로 좀 차지마, 이새끼야!]


[하하하! 여전히 서로 친해보여서 너무 보기 좋아요.]


이 언니는 이런 짓을 친우애의 표시로 생각하는 건지 웃으면서 말했다. 이윽고 발싸움이 멈췄고, 빅토르는 앞에 놓여진 탄산음료를 한잔 시원하게 비우더니, 정말 말하고 싶었던 말을 곧바로 에르제에게 말했다.


[에르제, 나틸리에게 어떤 임무를 도와달라고 말했다면서요?]


에르제가 나를 방긋 웃으며 바라보았는데, 무언으로 벌써 거기까지 말한거냐며 묻는 것 같아서 미안해서 슬픈 미소를 지으며 말할 수밖에 없었다.


[N: 미안해요, 에르제. 친구들이 여기에 왜 남느냐고 물어보길래..]


[E: 휴.. 맞아요, 어떤 임무가 있죠. 그래서 물어보고 싶은데요.. 빅토르, 검술을 배운 지 몇년 정도가 됐다고 했죠?]


[V: 거, 검술요? 검술은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배웠어요.]


[E: 어떤 훈련을 했나요?]


[V: 음.. 우리 아버지께서는 하루에 오랜시간 훈련을 시키진 않으세요. 특히 성장기엔, 몸을 너무 혹사시키면 되려 몸이 성장을 못한다고 딱 세시간만 시키셨죠. 그 외엔 몸에 좋은 걸 엄청 먹이시고 무엇보다 잠을 엄청 많이 재우셨어요. 잠을 많이 자야 키가 크고 뼈도 성장하신다나?]


[B: 네, 저나 나틸리도 빅토르 아빠한테 3년간 훈련받았거든요? 쟤처럼 3시간은 아니고 2시간씩? 주말에도 별로 훈련을 안시키셨어요. 근데요.. 그 시간에 정말 빡빡하게 굴리시죠! 저희 둘 다 처음엔 정말 죽을맛이었어요! 빅토르보다 분명 약하게 훈련을 시키는데도 좀만 더 하다간 죽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일주일 버티고 도저히 못하겠어서 포기하려고 하는 걸 빅토르가 아버지를 설득해 강도를 좀 낮추게 해서 3년간 한 거에요. 낮췄는데도 끔찍하게 힘든 건 변함없었죠..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들이고, 친구들끼리 같이 훈련해서 따라간거지, 그게 아니었으면 절대 못받았을 거에요.]


[N: 그래! 뭣도 모르는 어린애니까 이게 정말 힘든 줄도 모르고 억지로 따라간거지! 그래도, 3년간 말릭 아저씨한테 배워서 도움은 크게 됐잖아. 너, 중학교 1때 안톤보다도 키도 작고 비실비실했는데, 3년 후엔 빅토르보다도 더 키가 커지고 싸움도 좀 하게 되서 함부로 건드는 사람들 없어지게 됐잖아.]


[B: 그렇긴 하지. 3년간 방과후가 정말 지옥같았지만 그 덕분에 몸은 엄청 건강해졌지. 안톤 이새끼도 우리랑 같이 훈련을 받았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키도 지금보다 5센치 이상은 커지고 뼈도 더 튼튼해졌을 텐데, 참.]


[N: 걔가 그런 훈련 받을 시간이 어딨니? 공부할 시간도 빠듯해서 밤 늦게까지 공부하던 앤데.]


[B: 잠이라도 좀 많이 자지, 성장기때 밤에 잠을 안자니 그렇게 비실비실하지, 안타까운 놈..]


[V: 안톤은 안받아서 다행인거야.. 아마 1시간만 받았어도 뼈 하나 부러지고 난리났을걸?]


[E: 예? 안톤이 누구에요? 여러분?]


에르제를 앞에 두고 에르제가 전혀 모르는 친구 이야기를 한 걸 깨달은 나는, 너무 미안해서 바로 원 주제로 돌아갔다.


[N: 아, 멀리 중부지역으로 떠난 고향친구에요. 모르는 사람 이야기해서 미안해요. 어쨌든, 빅토르 아버님한테 중학교때 3년만 배웠는데도 몸이 정말 튼튼해지더라구요. 하물며,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훈련을 받고 있는 빅토르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겠죠. 검 쓰는 건 별로 보진 못했지만, 일단 주먹으로는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상대할 수 있는 애들이 없을 정도였어요.]


[V: 아아.. 그날, 늑대랑 싸울때 나틸리가 처리해버려서 검술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없었구나, 그러고보니. 저 검 잘써요. 중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배운걸요.]


[E: 그러면, 오오라는 쓸 줄 알아요?]


오오라가 뭐지? 난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빅토르는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V: 아니요. 아버지가 오오라를 쓰는 것까진 잘 모르시나 봐요. 그래서 조만간 북부대륙으로 가서 빛의 오오라 쓰는 거 배우러 가야 되요.]


[E: 그래요? 어둠의 오오라를 써도 되잖아요? 톨트림 출신이니까 가능할텐데..]


[V: 배우면 쓸 수야 있겠죠. 하지만 배울 곳이 전혀 없어서 문제죠.. 죽음의 기사단이 쓰던 검술은 30년전 왕정이 파괴될때 다 실전되버려서, 배울 곳이 전혀 없어졌어요. 그렇다보니, 이젠 선택지가 빛의 힘을 쓰는 검술밖에 없어지게 된 거죠.]


[E: 불,물과 바람의 힘을 쓰는 검술은요? 남부대륙에서도 배울 수 있잖아요.]


[V: 정말 어이없는 말인데요.. 아버지가, 전 어둠이나 빛의 힘만 강하대요. 다른 속성 힘은 몸에 거의 내재되어 있지 않대요. 아.. 물의 힘만 쓸 줄 알았어도, 어떻게 건너편 대륙으로 갈 필요 없이 여기에 남을 수 있을텐데..]


빅토르는 울상인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만 한게, 그 빛의 검술 배운다고 가족과 헤어져 배를 이주일 넘게 탄 후 또 3주일간을 도보나 기차로 에도르까지 가야했다.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들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몇년간을 외롭게 외국살이를 해야 하니, 그런 걸 좋아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E: 그래요? 제가 몸안에 내재된 힘을 살펴볼까요?]


[B: 어? 그런 것도 보실 줄 아세요?]


[E: 그럼요! 속성의 힘을 쓰는 마법사인데.]


에르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긴! 체내 속성의 힘을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이 바르크바에 아무도 없는데! 말릭 씨도 아무 근거도 없이 빅토르에게 한 말이었다.


얼떨떨해하면서 빅토르가 손을 조심스럽게 에르제쪽으로 향하게 했다. 손이 덜덜 떨리는 걸 본 나랑 보리스가 쿡쿡쿡 하면서 웃자, 빅토르가 살짝 째려보고는 쿵! 하고 테이블 중앙에 놔두었다. 가녀리고 흰 에르제의 손이 굵고 단단해보이는 빅토르의 손에 닿자, 빅토르가 또 몸을 움찔하는 걸 보고 나랑 보리스는 코로 웃었는데, 빅토르가 우리 모습을 보고 상당히 삐진 것 같아서 더이상 웃진 못했다. 골리려는 게 아니라, 웃기게 행동하니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에르제가 눈을 감고 뭔가를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근데, 갑자기 눈을 매우 크게 뜨더니, 뭔가에 크게 놀란 표정이 되었다. 뭔가 심상치않음을 나도, 보리스도 느꼈지만 이내 다시 평소의 차분한 표정이 되어 다시 눈을 감길래 우리들도 뭐를 잘못느꼈나보다 싶어서 다시 차분한 표정으로 에르제가 말을 하길 기다렸다. 이윽고, 무심하게 눈을 뜬 에르제가 말했다.


[아버지의 말씀이 정확하시네요. 다른 네 속성의 힘은 정말 희박하네요.]


[아아.. 정말! 꼼짝없이 에도르로 가게 생겼구나!]


에르제에 의해 반대편 대륙으로 건너가는 게 확정된 빅토르가 우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감싸쥐며 좌절했다. 불쌍한 녀석! 어떻게 불,물,바람,대지 속성의 힘이 거의 없을 수가 있지? 보리스도 빅토르가 안쓰러운지 쯧쯧쯧 소리를 내며 말했다.


[B: 그것도 여름에 떠날 거잖아, 너. 두달동안 땡볕에서 고생 엄청 하게 생겼네. 불쌍한 자식.]


[V: 아아아.. 죽음의 기사 어디 없나? 굳이 그 빛의 검술 하나 배우러 건너편 대륙까지 생고생하며 가야돼? 나?]


[N: 그래도 대신 빛과 어둠의 힘은 쎌지도 몰라. 에르제, 두 속성의 힘은 어느정도 돼요?]


[V: 뭐, 네 속성이 없으니까 대신 그 두개는 조금 더 쎌지도 모르지.. 에르제, 설마 네 속성 힘도 없는데 두 속성 힘도 별로 없는 건 아니죠?]


[E: 두 속성은 잠재력이 강하네요.]


[V: 그래야겠죠! 네 속성이 없는 대신 두 속성은 힘을 더 줘야 공평하죠.]


[E: 아니요? 전혀 불공평하지 않아요.]


[B: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법사님?]


[E: 불공평할 정도로 매우 강력한 두 속성의 힘이 체내에 느껴지네요.]


나는 놀란 얼굴로 똑같이 놀라서 얼빠진 채로 흰 눈알을 굴리고 있는 빅토르를 바라보았다. 이 얼간이같은 표정을 한 내 친구가, 그렇게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N: 얼마나 강력한데요?]


[E: 현 시대에, 같은 나이대에 빅토르정도의 잠재적 힘을 갖춘 전사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일 거에요.]


나나 보리스가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며 빅토르를 바라봤다. 와.. 역시, 중학교 때부터 괴물인 이유가 있었어! 전사로서는 타고났구나!


우리들의 표정과 에르제의 말에 기가 잔뜩 살은 빅토르가 기분이 좋은지 갑자기 실없이 웃기 시작했다.


[V: 아, 그래요? 제가 그정도나 돼요? 오오, 내가 그정도 잠재력이 있다면, 에도르 공화국까지 갈 만한데?]


[E: 네, 아마 제대로 10년정도 배우면 대륙에서 손에 꼽을 검사가 될 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쉽네요. 오오라를 배우는 과정을 고등학교때부터 배워도 됐을텐데, 이제서야 배우러 떠난다니 말이죠.]


[B: 그러게.. 중학교 졸업하고 보냈으면 더 빨리 성장하긴 했을텐데..]


[N: 글쎄? 너희 아버지도 나름 생각이 있어서 그러셨을 거야.]


[V: 그렇겠지?]


[B: 에르제, 얘 빛과 어둠의 힘 중 뭐가 더 쎄요?]


참 유치한 질문이었다. 빛이나 어둠이나 둘 다 비슷하겠지! 라고 말하려던 나는, 다음에 이어진 에르제의 말에 안 말하길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 어둠의 힘이 한 단계는 더 쎄요. 하지만 비교적 그런 것일 뿐, 빛의 힘도 객관적으로 정말 강해요. 그러니 아쉬워 할 필요는 없어요, 빅토르.]


[V: 한단계 정도면 좀 큰것 같은데? 뭐, 어쨌든, 알려줘서 정말 감사해요, 에르제. 들은 덕분에 자신감이 엄청 생겨버렸네? 이제 에도르로 가는 거, 그렇게 아쉽지 않게 됐어.]


빅토르가 결과치에 상당히 만족한 듯 입꼬리가 귀에 걸린 채로 식은 음식들을 열심히 집어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보리스도 당연히 에르제에게 속성 검진을 받고 싶어했다. 그래서 바로 손을 올렸다.


[B: 넌 안받고 싶냐?]


[N: 난 받았어. 물과 대지의 힘이 많이 흐르고 있대.]


[B: 나 좀 해줘요, 법사님. 나도 너무 궁금해요.]


에르제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무심하게 보리스의 손을 잡았다. 에르제에 대한 호감이 제일 적어서 그런가 보리스는 떠는 것도 전혀 없었다. 에르제는 빅토르와는 달리 눈도 감지 않고 10초간 뭔가 느끼다가 손을 떼고 말했다.


[E: 바람, 물의 힘이 조금. 빛과 대지의 힘은 아예 없어요. 그리고 어둠의 힘은 비교적 제일 강하네요.]


[B: 어둠의 힘은 어느정도 잠재력이 있어요? 빅토르에 비교한다면..]


보리스는 당연히 빅토르보다는 덜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전혀 기대하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정작 에르제가 말을 하자 굴욕감과 창피함에 얼굴이 빨개졌다.


[E: 빅토르와 비교하자면, 한 8분의 1 수준이네요.]


[B: 네에? 제가 고작 그정도밖에 안됩니까?]


자기 딴엔 3분의 1정도까진 이해할 만하다고 생각했겠지만, 3분의 1정도를 아득하게 넘은 8분의 1이라는 숫자가 뜨자 너무하다 싶었는지 인정을 하려 하질 않았다. 그러게, 그걸 굳이 왜 물어보냐? 저렇게 듣고 나서 인정안하고 난리를 칠 생각이었으면!


[아니야! 내가 그정도로 형편없는 놈일리가요! 저도 나름 3년간 쟤 아버지한테 열심히 훈련받았다구요! 제가 저놈보다 3배정도 못한 인간이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내가 쟤보다 8배나 못하다는 건 절대 인정못하겠어요! 어디, 다시 한번 쟤봐요! 잘못 잰 건지도 모르잖아요!]


[야, 빅토르는 잠재력이 대륙에서 손에 꼽을 정도라잖아! 니가 못한 게 아니라, 빅토르가 엄청 대단한거니까 에르제한테 그러지 마! 오랜만에 온 친구한테 추태부릴거야? 너?]


[전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하지만 자기를 비하할 필요는 없어요. 평범한 사람이 가지는 잠재력 정도에요. 물론, 전사로서는 평범한 정도면 절대 만족할 수 없겠지만, 보리스군은 군인이나 전사가 되지 않을 거잖아요?]


[아니, 마음이 바뀌어서 하사관으로 입대할 수도 있죠! 아니면 전사가 될 수도 있고! 너무하시네요! 정말, 제가 그정도 잠재력밖에 안돼요? 나틸리와 비교해보면 어때요?]


[N: 저 정도 잠재력과 비슷하죠? 에르제?]


나는 진짜로든 거짓말이든 에르제가 그렇게 말해주길 바랬다. 그래야 보리스가 진정할 테니까. 근데, 이 고지식한 마법사 언니는 보리스가 굴욕감에 울상이 되어 난리를 침에도 띠끌 한점의 거짓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참 대단한 마법사 언니야!


[나틸리가 가진 바람의 힘과 비교하자면, 딱 3분의 2수준이네요.]


빅토르뿐만 아니라, 나와 비교해서도 잠재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걸 깨달은 보리스가 이젠 진짜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에이, 좀 거짓말 좀 쳐주면 안되나? 나는 제발 거짓말을 쳐달라며 에르제에게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지만, 에르제는 본척만척했다.


[N: 보리스, 넌 뒤떨어지는 게 아니라 평범한 수준이라잖아. 그러니까 진정해. 그래도, 다른사람보다 열심히 훈련하면 강한 전사가 될 수도 있죠?]


[E: 아주 많~~이 훈련을 해야 할 거에요.]


많과 이 사이를 매우 길게 늘어뜨리는 데에서 보리스는 완전히 삐져버렸다. 강아지처럼 날뛰던 애가 갑자기 몸을 축 늘어뜨린 후, 이렇게 말했다.


[B: 에르제, 친구들이 듣고 있는데 체면상 좀 거짓말 해주면 안됩니까? 진짜 너무하십니다.. 솔직하게는 저랑 같이 있을때만 말해줘도 되잖아요.. 에잇, 군인이나 전사 될 생각은 눈꼽만큼도 하면 안되겠다! 난! 집에 갈래!]


[V: 야, 미안.. 우리가 좀 웃어서 화난 거야? 비웃는 게 아니라..]


[B: 됐어! 그냥 내가 쪽팔려서 더 있기 싫은 거니까 놔! 난 정말 형편없는 인간이구나..]


[N: 보리스! 내일 점심때 신선한 양고기 재료 오거든? 내일 2시에 오면 맛있는 요리해줄테니 꼭 와!]


[B: 흥! 동정심 필요 없어! 대단한 잠재력을 가진 분들끼리 재밌게 노셔!]


그래도 우리가 좀 달래주니 살짝 삐진 정도가 된 보리스가 가볍게 이렇게 말한 후 여관을 떠났다.


보리스가 평범한 수준인데, 내가 평범한 수준보다 좀 더 강하다는 말에 나도 그렇게 기분이 나쁠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빅토르의 잠재적 힘이 그정도로 강할 줄은 생각도 못해서 난 나 자신에게 기뻐하기보단 여유로운 표정으로 웃고 있는 빅토르를 놀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N: 와.. 에르제, 그럼 나랑 비교해도 빅토르는 거의 6배정도는 더 강하겠네요?]


[E: 그렇죠. 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잠재적인 힘이죠. 이 힘을 다 개화시킬 수도 있고, 전혀 개화시키지도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빅토르, 절대 자만하지 마세요. 알았죠?]


[V: 네, 잘 알죠. 근데요..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요.. 왜 저한테 검술을 얼마나 배웠냐고 물어보고, 잠재력까지 알아보신 거에요?]


[E: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저희들의 일을 좀 도와줄 수 있어요?]


도움이라니? 설마, 빅토르까지 이 무시무시한 일에 가담시키겠다는 거야? 나는 뭔 소리냐고 묻고 싶어서 에르제를 잠시 바라봤지만, 에르제는 아랑곳않고 빅토르의 말을 기다렸다. 빅토르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매우 자신만만한 얼굴로 답했다.


[V: 그, 그럼요! 힘 쓰는 일이에요? 그런 거라면 언제든 도와드리겠습니다. 머리 쓰는 건 좀 제외해주세요.]


[E: 하하하! 그럴게요.]


[V: 보리스는요? 보리스도 도움이 많이 될텐데.]


[E: 아니요. 보리스한테는 절대 이런 말 하지 마세요.]


에르제의 단호한 말투에 빅토르도 쉽게 수긍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금의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8 1-057: 010427 두번째 자전거 교육 24.05.08 11 0 24쪽
57 1-056: 010422 재회 24.05.08 9 0 21쪽
56 1-055: 010422 사도의 기억 24.05.08 9 0 30쪽
55 1-054: 010422 나틸리 vs 모슈크 24.05.08 10 0 22쪽
54 1-053: 010422 야외/1층 전투 24.05.08 6 0 30쪽
53 1-052: 010422 체스 놀이/이공간 입장 24.05.08 8 0 18쪽
52 1-051: 010421 프랑코/자전거 교육 24.05.08 6 0 23쪽
51 1-050: 010421 포탈의 위치 24.05.02 10 0 22쪽
50 1-049: 010421 에브게닌 가 방문 24.05.02 6 0 20쪽
49 1-048: 010420 자전거 타는 소녀 24.05.02 9 0 29쪽
48 1-047: 010420 자전거 교육 24.05.02 8 0 25쪽
47 1-046. 010416 그레고리 사건 종결 24.04.27 9 0 18쪽
46 1-045. 010416 다시 집으로 24.04.27 4 0 18쪽
45 1-044. 010415 이공간 탈출 24.04.27 4 0 20쪽
44 1-043. 010415 사도의 기억 24.04.27 3 0 22쪽
43 1-042 010415 휴식 24.04.27 4 0 18쪽
42 1-041. 010415 빅토르 VS 그레고리 2차전 24.04.27 5 0 13쪽
41 1-040. 010415 이공간 진입 24.04.14 10 0 18쪽
40 1-039. 010415 이반 라고프 24.04.14 5 0 19쪽
39 1-038. 010414 당황하는 보리스 24.04.14 6 0 23쪽
38 1-037. 010413 빅토르 vs 그레고리 1차전 B 24.04.14 5 0 19쪽
37 1-036. 010413 빅토르 vs 그레고리 1차전 A 24.04.14 3 0 20쪽
36 1-035. 010413 빅토르의 합류 24.04.12 6 0 15쪽
35 1-034. 010412 사도와의 전투 24.04.12 5 0 12쪽
34 1-033. 010412 이공간 24.04.12 4 0 14쪽
33 1-032. 010412 재방문 24.04.12 4 0 17쪽
32 1-031. 010411 파동의 근원지 24.04.12 5 0 18쪽
» 1-030: 010411 두 친구의 내재된 힘 24.04.07 6 0 19쪽
30 1-029: 010411 친구들과의 대화 24.04.07 4 0 23쪽
29 1-028: 010411 나틸리의 임무 24.04.07 5 0 2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