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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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우(雪雨)
작품등록일 :
2015.06.29 11:01
최근연재일 :
2015.07.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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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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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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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글자
9쪽

태엽마을 <3>

DUMMY

태엽마을.

메카로스 종족이 사는 마을로서 총 3천 명이라는 상당히 적은 인구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외형은 인간과 똑같지만, 따로 심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신체 일부분이 기계인데 그게 파괴되면 바로 생명이 정지한다고 한다.

메카로스 종족은 특징적으로 손재주가 좋아 뭐든지 만들 줄 알고, 처음 보는 것이라도 대략적인 정보만 파악하면 기존의 것보다 훨씬 더 성능이 좋은 물건도 만든다고 한다.

주로 자신들의 물건을 타 종족에게 판매하거나, 아니면 의뢰 받은 물건을 고쳐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자신의 세계건, 이세계건.

사람 사는 방식은 어딜 가도 비슷했다.

딱 하나, 비슷하지 않은 게 존재했는데 바로 주변 풍경이었다.

80년대 외국에 떨어진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개발이 느렸다. 목조, 혹은 철판으로 지어진 서양식 건물이 줄을 지어 있었다.

여기까지가 마을이라는 듯, 저 멀리 거대한 풀숲도 잔뜩 보인다.

어릴 적부터 고층빌딩과 자동차가 가득한 서울에서만 지내던 서재일은 이 풍경이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전부 아르제처럼 예쁜 건 아니네.’

아르제의 뒤를 따르면서 서재일은 주변을 바라봤다.

손등의 증표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들과 사뭇 다른 외모 때문일까.

다른 메카로스 종족들이 서재일을 흥미 깊은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다른 이들의 외모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봐, 아르제. 어디로 가는 거야?”

그들에게 신경을 끄고 아르제에게 넌지시 질문했다.

“우리 집.”

“거, 거긴 왜?”

고등학교 이후로 여자 집에 놀러간 적이 없어,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말았다.

“풉, 갑자기 말은 왜 더듬어? 보여줄 게 있어서 그러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

“기, 긴장은 누가 긴장을 했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서재일은 자신의 옷맵시를 살피고 머리를 정돈했다. 가봤자 아무런 일도 없을 거라고는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지만, 손이 멋대로 움직이는 걸 막지 못했다.

“퍄퍄!”

그 모습을 보며 사나가 꺄르르 웃었다.

처음 보는 태엽마을이 신기했는지, 평소보다 꼬리가 더욱 신나게 살랑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서재일 곁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고 근처만 배회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헤에, 사역마도 있네?”

“사역마? 사나를 말하는 거야?”

“이름이 사나인가 보구나. 아저씨가 싸우는 걸 봤을 때도 범상치 않다고는 생각했는데, 설마 사역마까지 부릴 줄은 몰랐네.”

서재일을 바라보는 아르제의 눈빛에 담긴 신뢰가 아까보다 한층 더 강화됐다.

“너희들에게도 사역마는 귀한 존재인가 보지?”

“응. 우리는 진입자가 등장하기 전부터 사역마를 다뤘지만, 여태까지 그 수는 극히 일부야.”

“우리 쪽도 마찬가지야.”

“그렇겠지. 사역마는 특정한 계기가 없다면 절대로 마음을 허락하지 않아. 훨씬 전부터 함께 생활한 우리에게도 차가운데, 진입자에게는 오죽하겠어. 대신 한 번 마음을 열면 자신의 목숨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칠 정도로 충성심이 높아. 잘 해주는 게 좋을 거야.”

걸음을 멈춘 아르제가 서재일과 사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주인을 정한 사역마의 세계에는, 오직 주인 밖에 없으니까.”

싱긋 웃은 아르제가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그녀의 뒤를 따르며 서재일은 사나를 바라봤다.

랜덤 다이스로 인해 변경된 보상에서 등장한 의문의 알, 그것에서 태어난 사나. 딱히 마음을 허락했다는 기억은 없지만, 어쨌든 사나는 자신을 부모처럼 따르고 있다.

저번 소매치기 때를 제외하고는 큰 도움을 얻지 못했지만, 저 작은 체구로 자신과 함께 생사의 길을 걷는다는 걸로도 충분히 대단하다.

‘나 밖에 없다라……’

지금은 이렇게나 즐겁다는 표정으로 태엽마을을 구경하고 있는 사나지만, 관문 밖으로 나가면 서재일의 어깨에 축 늘어져있다.

그리고 자신이 놀아줄 때를 제외하면 늘 잠만 자고 있다.

어쩌면 관문에서 벗어난 자신의 생활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퍄아~.”

저도 모르게 부모의 미소를 지으면서 사나의 볼을 쓰다듬자, 기분 좋다는 듯 눈을 가느다랗게 뜬 사나가 서재일의 손가락을 물고 핥았다.

‘어서 사나가 성장했으면 좋겠네.’

생각난 김에 사나와 랜덤 다이스의 현황을 살펴봤다.


<서큐버스 : 사나>

<Lv :1 / 호감도 : 15 / 50%>


<다이스 현황>

<1성 다이스 / 80%>


둘 다 고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다이스 경험치가 100%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평범하게 생각하면 2성 다이스로 레벨 업이 되는 거였다. 그렇다면 2성 다이스가 되면 무슨 변화가 있을까. 그건 그때가 되어야 알 수 있는 문제였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느 사이 아르제의 집에 도착했다.

여태껏 지나쳐왔던 다른 집보다 월등하게 호화스러운 집이었다. 게다가 그 옆에는 희뿌연 연기와 뜨거운 바람이 계속 부는 거대한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아르제 공방이라는 간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아르제 공방?”

“우리 집에서 운영하는 공방이야. 태엽마을의 자랑인 실력자들이 직원이라서 어지간한 의뢰는 전부 이곳으로 와.”

“아르제라는 건, 네가 운영하고 있는 거야?”

“아니, 부모님이. 하지만 언젠간 내가 물려받게 될 거야. 나도 어지간한 실력자에 꼽히거든, 마크 3도 내가 만든 거야.”

서재일은 마크 3을 바라봤다. 언제 자신의 어깨에서 내려갔는지, 사나가 마크 3에 올라타 머리를 두들기고 있었다.

“마크 3의 최고시속은 500이야. 망원경은 최대 1000m 까지 내다볼 수 있어.”

“…… 굉장한데?”

“의뢰를 대신 수행해줄 진입자를 확보하려고 만든 로봇이니까. 단점이라면 인공지능이 낮아서 장애물에 자주 부딪혀.”

말하기가 무섭게 마크 3이 공방 문에 부딪혀 벌러덩 넘어졌다. 머리에 올라타고 있던 사나는 바닥에 머리를 박아 눈물이 글썽글썽해진다.

서재일은 사나를 주워들어 눈물을 그치게 하고, 아르제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도착한 곳은 그녀의 방.

그녀가 직접 만든 듯한 가구와 시계, 그리고 각종 로봇이 한 가득이었다.

“미안, 많이 지저분하지?”

“괜찮아. 그보다, 보여줄 게 뭐야?”

“보여주기 전에 물을 게. 한 번 보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의뢰를 해결해줘야 해.”

“…… 그럼 나도 한 가지만 물어도 될까? 어째서 날 선택한 거야?”

“내가 그 동굴에서 생활한 게 벌써 4개월째야. 하루에 열 시간 넘게 시간의 관문에 찾아오는 수많은 진입자를 봤지만, 하나 같이 탐탁지 않을 뿐이었어. 그러던 찰나에 아저씨를 본 거야.”

아르제가 책상 서랍에서 뭔가를 꺼냈다.

갈색 케이스였다.

“모두가 고전하던 사도를 순식간에 학살하는 강함. 포기하는 게 당연한 상황에서도 한 방 역전을 노리는 근성과 강인함. 이게 내가 아저씨를 선택한 이유야.”

아르제가 갈색 케이스를 살짝 열었다. 조금만 더 젖히면 내용물이 훤히 보일 것만 같다.

“선택해. 날 도와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반드시 존재해. 여기까지 와서 겁이 난다면 돌아가도 좋아, 아저씨를 놓친 건 아깝지만. 시간을 들여 또 다른 진입자를 찾아도 되니까.”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르제는 혹시 거절하면 어쩌나 내심 걱정됐다.

하지만 그 걱정은 필요 없었다.

“좋아, 할게.”

걱정과 달리 서재일은 너무나도 쉽게 말했다.

“정말이지? 나중에 말 바꾸기 없기야.”

“너 아니었으면 진작 죽었어. 받은 게 있으면 반드시 갚으라는 게 내 신조 중 하나야.”

지금까지는 그 신조를 자신의 길드원을 공격한 플레이어를 공격하는데 주로 사용했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질 예정이었다.

‘대가로 아이템을 받을 지도 모르고.’

가장 큰 목적은 그거였다.

이번 일로 인해서 시간은 빼앗겼지만, 관문 클리어에 도움을 줄 아이템만 얻는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게다가 이세계인과 친분을 쌓아두면 나중에도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좋아, 그럼 보여줄게.”

아르제가 갈색 케이스를 활짝 열어 내용물을 보여줬다.

지나치게 깔끔하다 느껴질 정도의 은색 회중시계.

그걸 확인하는 순간 안내문구가 떠올랐다.


<랜덤 다이스 : 시나리오 퀘스트>

<아르제의 의뢰 수행>

<완료 보상 : 다이스의 영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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