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善醫) : 귀신 잡는 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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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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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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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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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DUMMY

 

 

 

 

 5화

 

 

 

 

“그나저나 아부징.”

 

 

입에 밥을 한가득 물어 발음이 샌다. 밥 없다는 말에 바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참이나 주방을 털었다. 슬쩍 빠져나가려던 신우를 밥 먹고 가라며 붙잡은 참이다.

 

“다 먹고 말해라.”

 

예. 바리는 말이 하고 싶어 급하다. 어찌나 빨리 먹었던지, 먹다가 사레가 들렸다.

 

얼굴이 시뻘개진 바리를 본 신우는 물을 챙겨준다. 밥도 먹으면서 말도 하고싶어? 입은 하난 데 말이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던 팽 의원은 신우를 보며 말한다.

 

“이따 가기 전에 어머니 탕약 한재 가져가라.”

 

바리의 등을 두드려주던 신우는 팽 의원을 바라본다. 아직 탕약은 많이 남았는데... 팽 의원은 말을 잇는다.

 

“내 당분간 김 진사 댁으로 왕진을 좀 가야 할 듯하여 그런다.”

 

“콜로옥-. 에? 아부지가 어쩐 일이십니까? 김 진사는 다른 집 먹을 탕약까지 싹 쓸어간다며 싫어하지 않으셨습니까?”

 

바리는 입을 댓발 내밀며 항변한다. 팽 의원은 그를 못본 체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 되었다. 그러니 너도 사고 치지 말고 신우 말 잘 듣고 있거라.”

 

“여기서 얘기가 왜 그리로 갑니까!”

 

왜기는. 김 진사가 무슨 수작을 부릴 지 몰라 그러지. 하지만 바리는 이 말을 이해하기엔 너무 애다. 아니지 이해하지 못했으면 하는 건가.

 

팽 의원의 속 뜻을 눈치 챈 신우는 이를 뿌드득 간다. 김 진사가 기어이 또...

 

팽 의원은 신우의 든든한 모습을 보고 흡족한 듯 웃는다. 저놈 이제 (미래의)장인 앞에서 이까지 가네.

 

“하여간. 너 이번에도 사고치면 의원이고 뭐고 그대로 시집보낼줄 알어라.”

 

히잉. 아버지는 내가 무슨 맨날 사고만 치는줄 아나. 이 와중에 자기 객관화가 덜 된 바리였다.

 

*

 

바리는 뒷정리 도와주겠다던 신우를 부엌에서 기어이 쫓아냈다. 그에 손이비어버린 신우. 눈치만 보다 팽 의원에게 다가가간다. 팽 의원은 그가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다.

 

“...저 아버지.”

 

“오냐. 김 진사 일 물으려 한것이지?”

 

아버지 눈치는 여전하십니다. 보나마나 바리와 관련된 일이겠지. 사정을 듣기 전까진 물러나지 않을테다. 신우가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인다.

 

“...예.”

 

“...... 김 진사네가 후처를 들인다는구나.”

 

“!!!!!”

 

김 진사라면 이 근방을 호령하는 양반이 아닌가. 일전에 팽 의원 침술 맛 좀 보겠다고 찾아왔었다.

 

그때 바리를 보던 눈빛이 잊히질 않는다. 그 집 아들이 바리보다 나이가 많은 건 아는지...

 

“조만간 찾아오겠다고 서신을 보냈다. 이번에 꿈자리가 사나워 그런지 몰라도,  낌새가 심상치를 않아. 해서 내가 간다고 말해뒀다.”

 

“......”

 

“험한 일 당하기 전에 빨리 시집이라도 보내려 했다만, 이제 막 의원이 되려는 아이를 시집 보낼수야 없지.”

 

의원이 되면 몇년은 나라를 위해 일해야 했다. 신우와 바리는 관청에서 일하자고 말을 해 놓은 상태. 나랏일 하는 사이 혼례를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 딸이라 그런게 아니라. 바리가 떨어질 애는 또 아니지 않느냐. 저리 덜렁대도 의술은 잘하니 말이다.”

 

그렇지요. 차라리 떨어졌으면 저가 데려갈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신우의 심기가 복잡해졌다.

 

*

 

“아버지 진짜 저한테는 말 안해주시는 겁니까?”

 

서둘러 집에 돌아가는 신우를 보낸 뒤. 평상에 누워 뚱하게 별을 헤는 바리. 사내들끼리 이야기하고 저만 쏙 빼놓았다며 한껏 뿔이나있다.

 

“...김 진사네. 꼭 가야합니까? 아버지가 거기 간 사이에 응급 환자라도 오면 어쩌려구요?”

 

생명이 제일 중하다면서! 바리는 아버지의 선택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바리는 발을 구르며 떼를 썼다.

 

그도 그럴것이 바리와 아버지는 김 진사같은 자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가진 거라곤 재물 밖에 없어서는...

 

그 재물로 오래전부터 영약이란 영약은 싹 다 쓸어먹었다. 저가 못 먹으면 일단은 쟁여뒀다가 비싼 값에 되팔기까지 했다.

 

팽 의원은 바리의 마음을 알면서도 뭐라 할 말이 없다. 물론 생명이야 중하지. 근데 그 중에 내게도 금지옥엽 같은 것이 있어 그런다.

 

대답 없이 먹먹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는 팽 의원. 무언가 낌새를 눈치 챈 건지 바리도 말이 없다.

 

“...사고치지 말어라.”

 

푸념에 가까운 말. 팽 의원은 방으로 들어간다. 나도 압니다 아버지. 바리는 제가 아버지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 속상하기만 하다.

 

 

 

***

 

 

 

막사 안,

 

쿵-

 

“이게 무슨 경우란 말입니까!”

 

회의를 하는 중인듯. 화랑들은 원탁에 둘러 앉아있다. 그 중 한 화랑이 분에 겨운듯 책상을 내리친다.

 

“신탁의 영웅이니 뭐니 하면서, 힘든 일로 다 떠밀어놓고. 지원해줄 신의술사가 없다니요!”

 

“......”

 

“하다 못해 국선은 신의술로 피부미용 받고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

 

강림은 제 앞에 쌓여있는 구호서신들을 바라본다. 우리가 분에 겨워한들... 한시가 급하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터. 강림은 눈하나 깜작 않고 제 앞에 놓인 서신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그러다 멈칫하는 손.

 

“내가 간다.”

 

한참을 열을 올리던 화랑들은 강림의 말에 순식간에 소리를 죽인다. 저게 죽을 자리를 알아서 가겠다는 말이지 뭔가.

 

그때 먼저 정신을 차린 한 화랑이 응답했다.

 

“하오나 주군. 군의원이 없는 지금. 낭도들이 전투 중 악귀에 당한다면 그 피해가 더 클것입니다.”

 

아. 내가 말을 하다 말았군. 강림은 제 실수를 눈치챘다.

 

“나만 간다.”

 

하지만 그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았다. 잠시간 벙쪄있던 화랑들. 아무리 주군이지만 이건 안될 일이다. 화랑들은 저들이 왜 열이 올랐는지도 잊은 채 강림을 막기 바쁘다.

 

“주군. 아무리 주군이셔도 위험부담이 큰 일입니다. 재고하여주십시오.”

 

“그렇습니다. 차라리 저희가 직접 국선을 알현하고, 신의술사를 지원받아 오겠습니다.”

 

그 미친 홍사. 살 떨려서 만나러 가기 싫지만, 마땅한 방도가 생각나지 않는다. 말도 안통하는 악귀보다야... 적어도 거긴 말이라도 통하지 않는가.

 

강림이 가면 오히려 더 큰 일이 날 터였다. 강림이 그놈이랑 만나는 날에는 꼭 큰 싸움이 났으니 말이다. 누군가의 일방적인 공격이었지만.

 

대답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강림. 화랑들은 절대 안된다 싶어 그 앞에 무릎을 꿇는다. 주군... 제발.

 

“항명인가?”

 

...이러시면 또 할말이 없다. 저희 중 누가 감히 주군께 항명을 하겠는가. 저희는 은혜도 모르는 금수가 아니다.

 

타악-

 

강림은 탁 소리를 나게 서신을 내려놓았다. 사감이 담긴 듯 보였다.

 

“방금 맨 위에 있던 서신에 푸른 눈의 악귀가 나타났다는 내용이 있었다. 예측컨대 최근 벽국을 몰락 시킨 그 놈일 것이다.”

 

예후가 그때와 같았거든. 강림은 구석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있던 한 화랑에게 고개를 돌린다.

 

“기파랑. 그대가 말해보게. 그대의 나라이지 않았나. 조치가 늦으면 어찌 되던가?”

 

“......”

 

그러니 비키게. 강림의 말에 화랑들은 힘없이 밀려났다. 그리 말씀하시면 제가 말릴 수가 없지 않습니까. 화랑들은 저마다 깊이 생각에 잠겼다.

 

드르륵-

 

그 침묵을 틈타 강림은 더 이상의 반론은 항명으로 알겠다며 자리를 파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최측근 비형이 뒤따라 나온다.

 

“주군”

 

자네까지 그러는건가. 강림은 성가신 표정을 감추치 않는다. 하지만 비형은 말을 거두지 않았다.

 

“...혹시 화백(화랑 위원회)들 때문이십니까?”

 

“...”

 

크게 표정 변화가 없는 강림. 하지만 오랜시간 그를 모신 비형은 알 수 있었다. 제가 정곡을 찌른게지.

 

“..혹시, 월화랑도 존속과 관련된 일 인겁니까?”

 

“...”

 

강림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형은 알 수 있었다. 지금도 신의술사가 한명 뿐인지라, 부대의 존속에 대해 이야기가 많았다. 아마 하나 남은 그 신의술사의 부고를 전하면 그 의견은 더욱 힘을 얻게 될 터.

 

“...부대가 해산되는 겁니까?”

 

나라를 잃은 화랑들은 쓸데가 많다. 귀화시켜준다 회유하며 이리저리 굴림 당했다. 어쨌건 제 나라 화랑은 아껴야 하지 않겠나. 강림은 말 없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군자는 사사로운 감정으로 판단을 흐려서는 안됩니다.]

 

그리운 목소리, 강림은 제게 조언하던 그 목소리를 떠올렸다. 하지만 저는 그 조언을 받기엔 여전히 무른가 보다.

 

강림은 뻐근한 듯 제 이마를 한 번 쓸었다. 악귀에 당한 상처를 치료해 준 사내. 제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다. 그를 전쟁터로 끌고 오고싶지 않았다.

 

“악귀 처리는 나 혼자로 충분하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었다. 강림은 만능이 아니니... 비형은 심기가 복잡해졌다. 비형이 주저하는 사이 강림은 떠날 채비를 하였다.

 

“...주군!”

 

마음이 급해진 비형은 강림을 불렀다. 강림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짐을  싸기에 바빴다.

 

타앗-!

 

그 앞에 무릎을 꿇는 비형. 그 기세에 강림은 짐을 싸던 손을 멈춘다. 비형은 결심이 선 표정으로 말했다.

 

“...일주(일화랑도의 주둔지, 홍국의 수도)에 다녀오겠습니다.”

 

“자네라도 자리를 지켜라.”

 

강림은 비형의 결심을 빠르게 기각했다. 자신이 악귀를 잡으로 떠나면 부대는 누가 통솔하라는 말인가.

 

“...”

 

하지만 비형은 자리를 비키지 않았다. 비켜서길 기다리던 강림. 비형이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다.

 

“제가 신의술사를 구해오겠습니다.”

 

하지만 비형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신의술사라는 확신은 없지만, 그리고 그를 데려온다고 강림이 좋아할리도 없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비형은 강림이 무어라 말하기 전에 먼저 말을 꺼냈다.

 

“일화랑도에 제게 빚을 진 자가 있습니다. 한 번만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비형은 간곡하게 부탁했다. 안 되면 납치라도 해 올 생각입니다. 그러니 제발 혼자 가시겠다는 말은 마십시오.

 

“...좋다. 하지만 악귀잡이에 시일을 늦출 순 없으니. 내가 먼저 가 있겠다.”

 

비형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강림. 한 발 물러서는 듯 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비형은 의심가득한 눈으로 강림을 올려다보았다. 저번에도 그래놓고 혼자 일을 다 하시지 않았나.

 

“...약조하겠다. 정찰 그 이상을 하지는 않겠다.”

 

제가 했던 일이 있으니. 강림은 비형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

 

 

불꺼진 침전 앞,

 

화려한 치장을 한 여인이 몇시진 째 금을 타고 있다. 열리지 않는 침소 문. 이는 홍사의 심술이다.

 

헌데 여인의 성격도 만만치 않은 듯. 며칠 째 저 심술에도 힘든 내색 없이 새벽마다 금을 탄다.

 

둘의 신경전에 궁인들은 죽을 맛이다. 아마 이번에도 홍사가 물러설테다.

 

툭-

 

갑자기 멈추는 가야금소리. 침소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내관들은 홍사의 심기를 알 길이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

 

쓰러지는 여인. 요 며칠 동안 낮에는 일하랴 밤에는 금타랴 버틴게 용하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나서서 여인을 챙기는 이가 없다. 손 끝이라도 스쳤다간...

 

드르륵-

 

침소 문이 열린다. 홍사는 애초에 잠을 잔 적도 없어보였다. 왜 말리질 않지?

 

“애가 이지경이 될때까지. 왜 아무도 말리질 않았냐고...”

 

랑아. 나 노래 듣고 싶어. 금 타고 노래하는게 네 일 이라며. 그래서 혼인 안해준다며. 홍사는 쓰러진 홍랑을 흔들어 본다.

 

“......”

 

이 와중에 예쁘네. 홍사는 이 와중에 실없는 생각을 하는 저가 우습다.

 

그때 그의 눈에 보이는 홍랑의 손. 손끝이 아주 넝마가 따로 없다. 그림 좋아하는 애가. 홍사는 괜스레 눈에 열이 오른다.

 

“황제의 물음에 답이 없구나”

 

“...”

 

내가 왜 말리지 않았냐고 물었잖나. 목적지를 잃은 분노는 애먼데 향한다. 홍사의 서슬퍼런 눈에 궁인들은 뒷목이 서늘하다.

 

스스슥-

 

홍사의 뱀이 침소에서 나온다. 오늘 누구 하나 죽어 나가겠구나.

 

“으으...”

 

홍랑의 신음소리에 재빨리 살기를 걷어들이는 홍사. 이내 홍랑의 안색을 살핀다.

 

“아파?”

 

당연한걸 묻는다. 화장으로도 차마 가리지 못한 피로가 눈에 훤한데.

 

“...문노를 불러와.”

 

홍사는 홍랑을 안아든 채 명령한다. 누이가 이리 아픈데 동생은 뭐하는거야.

 

한때는 권세를 떨치던 집안. 욕심만 부리지 않았더라면 이리 멸문 하지 않았을 터다. 그 집안 사내 놈들은 모두 제 손으로 죽였다. 그 중 문노만이 살아남았다. 누이 챙기라고 애써 살려줬더니.

 

“빨리, 데려와”

 

성질 껏 소리를 지르려다 홍랑이 깰까 눈치를 본다. 어린 내관이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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