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善醫) : 귀신 잡는 착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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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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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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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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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DUMMY

 

 

43화

 

 

 

마을 입구,

 

“..흐잉.”

 

습한 날 먼지나도록 맞은 바리는 훌쩍거리며 제 엉덩이를 문지른다. 그러다 다시 억울함에 돌장승 옆에 앉아버린다.

 

“...”

 

저 때문인가 싶은 강림. 그에 그 옆을 떠나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마침 도착한 마차 덕에 얼마 맞지않은 것 같은데. 하지만 이 말을 했다간 큰 일이 날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칫”

 

문득 생각나는 강림. 얄밉다. 바리는 강림을 보고 눈을 흘긴다. 그러다 뭐에 서러운지 다시 울기 시작한다.

 

“...어,어.”

 

잡으면 안됬던거 같다. 표정변화는 없지만 사실 강림은 당황하고 있었다. 허둥지둥 제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바리에게 건네준다.

 

“...감사합니다.”

 

바리는 그 손수건에 코를 팽 풀어버렸다. 약간 사심이 담긴 눈치. 하지만 강림은 눈하나 깜작 않는다. 바리는 그게 더 고까워 입을 뚜 하고 내민다.

 

“또 뭔가.”

 

날 좀 보소 하고 내미는 입술. 안면근육을 상당히 효과적으로 쓰는군, 특히 하관. 얼굴에 그 심사가 다 드러나는 바리. 강림은 그 모습이 재미있었다.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나으리 잘못은 아닌걸요.”

 

기실 제가 잘못한게 맞다. 그냥 요즘 아버지와 둘이서만 속닥거리는 일이 잦아 질투가 났을 뿐. 가만, 아비가 저를 애 취급했던게 이런 점 때문이려나? 바리는 괜히 더 쪼그라들었다.

 

“...”

 

기가 죽어보인다만. 강림은 그렇다고 누굴 위로하는데 소질이 없다. 그냥 제가 잘 하는거나 해야겠다. 강림은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강림님? 어디가십니까??”

 

“..아까 듣지 않았나.”

 

 

-

 

 

조금 전, 바리가 먼지나게 맞을 무렵.

 

끼이잉-

 

[어이쿠? 이게 무슨 일이래?]

 

다른 마을들을 거쳐오느라 조금 늦게 마차가 도착했다.

 

[아저씨! 여기, 의원이 사람 죽입니다]

 

[이눔시키!! 어딜 또 도망가!!]

 

으앙. 바리는 필사적으로 마부 아저씨 뒤로 숨었다. 상황을 파악한 마부 아저씨는 배꼽빠져라 웃기만 한다.

[웃기만 하지 말고 좀 말려주셔요! 이러다 송장치르겠어요.]

 

상황이 영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강림이 나선다. 우선은 자연스럽게 팽 의원 손에 있던 빗자루를 뺏어왔다.

 

[어르신..]

 

[저놈..저거. 하이고.. 너 때문에 내가 제 명에 못살겠다.]

 

[...이제 그만하시고 들어가시죠. 아직 일이 남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야지, 아. 가만? 근데. 자네는 왜 늦은건가?]

 

졸지에 불똥이 튀는 강림. 짚이는 것이 있어 시선을 피한다. 팽 의원을 그를 놓치지 않고 강림을 위 아래로 살펴본다. 그러다 맡은 냄새.

 

[...음식 냄새가 나는데? 애 데려오라니까 밥먹고 왔나?]

 

자식 걱정에 아비는 밥도 못먹고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온갖 원망이 담긴 팽 의원의 눈. 강림은 난생 처음 얼굴이 화끈해졌다.

 

[자자,]

 

그제야 나서는 마부. 더 놔뒀다가는 팽 의원 울겠다. 조심히 팽 의원을 떨어뜨려놓는다.

 

[그래도 착한 일 했으니 봐주게.]

 

[..착한 일?]

 

자식 칭찬에 또 씰룩이는 팽 의원. 아직 나 화 안풀렸다. 티를 팍팍 내면서도 무슨 일인지 궁금해한다.

 

[우리 집에 가서 이야기 하세. 나도 밥 안먹었어~]

 

마부는 눈치좋게 팽 의원을 데리고 들어간다. 팽 의원은 못이기는 척 그를 따라나선다. 차암내. 우리 애가 착한게 어디 하루 이틀일이라고 칭찬을 하고 그러나아. 그러다가 뭐가 생각난건지 두 사람을 향해 소리친다.

 

[아, 거기 두 놈! 마을 한 바퀴 순찰 하고 와!!]

 

 

-

 

 

유난이셔. 난도질 당한 시신이 발견된게 큰 일은 맞는데.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다. 바리는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강림은 그를 말린다.

 

“혼자가겠다.”

 

“왜요? 같이 가요!”

 

“혼자가 편하다.”

 

“에이, 그래도 사람이 어찌 그럽니까~ 같이 가시죠.”

 

씩씩하게 먼저 앞서가는 바리. 그 뒤를 강림이 주춤거리며 따라간다. 헌데 키도 저보다 훨씬 크신 분이 왜이리 느려? 바리는 가다말고 강림을 돌아본다.

 

“....?”

 

심각하게 어디를 노려보는 강림. 그 눈빛에 가만히 있던 돌도 쪼개질 지경이다.

 

“...뭘 보시는겁니까? 돌장승님?”

 

“아니다.”

 

강림은 바리를 지나쳐 마을로 들어간다. 아직 돌장승님께 원망이 남았나? 생각보다 뒤끝이 있으신 분이구나. 바리는 강림을 따라가며 그에 대한 평가를 하나 더 추가했다.

 

“...”

 

휘릭-

 

강림의 시선이 자리 한 곳. 그곳에는 누가 서두른 흔적이 남아있었다.

 

 

*

 

 

잠시 후,

 

“..그래서 여기 나무에 올라가서 나자빠졌었습니다.”

 

“...”

 

마을을 설명하며 종알거리는 바리. 강림은 대답 한 번이 없다. 하지만 듣고는 있는 건지, 바리가 가리키는 곳을 한 번씩 쳐다본다.

 

“그리고 저 집은 제가 돌팔매로 장독을 깨먹었었죠.”

 

바리가 가리키는 집으로 눈을 돌리던 강림은 그 집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여기 보시면, 나무에 칼자국이 있는데. 이거는 마을 아이들끼리 키를..”

 

실컷 설명하던 바리는 저를 따라오는 기척이 없자 뒤를 돌아본다. 강림이 어느 집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 무얼 보시는겁니까?”

 

“...”

 

바리는 강림이 보던 것을 보려 까치발을 든다. 아, 저거 보시는 구나. 바리는 도로 발을 내린다.

 

“이 집 아저씨가 목수시거든요.”

 

“...?”

 

뜬금없이 무슨 소리지. 강림은 눈을 돌려 바리를 바라본다. 바리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를 따라가는 강림.

 

“저 집 아들이 돌잔치에 화살을 잡았답니다. 돌잡이 상에 올리지도 않았는데. 삼촌꺼를 그냥 집었대요.”

 

“장차 무인이 될 것인가보지.”

 

“그렇죠?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나무로 목검을 많이 만들어주셨대요. 저 아이들 용 목검 보시는거죠?”

 

“...그렇다.”

 

“근데 제가 보기엔 저 아이는 무인이 되더라도 검은 안되겠더라구요.”

 

“어째서인가?”

 

“애가 너무 겁이 많거든요. 맞으면 맞았지, 차마 누굴 때릴 수 있는 아이도 아닙니다.”

 

- 따악!

 

[스승님, 저는 못하겠습니다!]

 

그때 생각나는 목소리. 강림의 눈이 회한에 젖는다. 그를 본 바리는 제가 무슨 말 실수를 했나 생각한다.

 

“음.. 제가 무슨 말 실수를 하였습니까?”

 

“..아니다.”

 

“근데 왜 아까 매운음식 먹을 때 처럼 눈이 울멍울멍 하십니까?”

 

“!!!”

 

퍼득 생각나는 부끄러운 기억. 강림은 다시금 얼굴에 열이 올랐다. 괜히 헛기침을 하고는 부리나케 발을 옮긴다.

 

“어? 같이 가요!!”

 

“...”

 

별 말 없이 속도를 늦추는 강림. 바리는 그 뒤를 바짝 쫓아간다.

 

“근데 나으리가 보기엔 어떠십니까? 무인이시니 아실 것 아닙니까. 저 아이가 장차 나으리 같은 무인이 될 수 있을지.”

 

“..제 손에 달렸지.”

 

그 물음에 쉬이 답하지 못하는 강림. 바리는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죠? 아무래도 겁이 많아...”

 

“겁은 문제가 아니다.”

 

“..?”

 

“지키기 위해 검을 드는 것이니. 지킬 것이 생기면 검을 들 수 있겠지.”

 

그러지 않는 한, 저가 싫으면 적성에 맞아도 안 하는 법이라더군. 강림이 중얼거리는 말에 바리는 손벽을 딱 친다.

 

“..오! 그거 참으로 맞는 말이네요.”

 

“....”

 

그런 맞는 말을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그에 강림의 턱에 힘이 들어간다. 이를 보지 못하고 바리는 또 한 번 묻는다.

 

“음.. 부모님? 저한테 좋은 말씀을 가장 많이 해주시는 분은 아부지인지라.”

 

“...”

 

“좋은 분들이시네요. 나중에 뵈면 저도 좋은 말 좀 해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언령(言靈: 말에 있는 신령)아시죠? 그런 분들이 언령이 있다더라구요.”

 

여전히 답이 없는 강림. 가만히 그를 따라가던 바리는 아차 했다. 설마 돌아가신 분을 제가 함부로 이야기 한 것인가.

 

“..그리 눈치 볼 것 없다.”

 

“하하... 제가 이렇게 또.”

 

기감이 좋은 이니. 바리가 아차 하던 순간을 포착했나보다. 바리는 제 머리를 연신 쥐어박는다. 그 손을 가만히 떼어내는 강림.

 

“정신 사납다.”

 

“네..”

 

바리는 강림을 따라가며 연신 제 입을 때린다. 그렇게 둘은 마을을 한 바퀴돌며 순찰을 마쳤다.

 

 

*

 

 

얼마 후 바리와 강림은 신우네 집 근처에 도착했다. 왜 여기? 바리의 눈이 강림을 향한다.

 

“당분간 어르신과 할일이 있다. 이 집에 며칠 더 묵어라.”

 

“또요? 도대체 그 할 일이 뭔데 그러십니까?”

 

왜 맨날 나만 빼고 둘이야! 바리는 이번엔 그 이야기를 반드시 듣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허리에 양손을 얹은 채로 떡 하니 버티고선다.

 

“...”

 

난감한 강림. 팽 의원이 말하지 않은 걸 제가 말해도 되나 싶다. 강림의 눈이 흔들리는 걸 보고는 바리는 속이 뒤집어졌다.

 

“아니, 왜 맨날 아버지는 나만 어린애 취급이야!”

 

“...”

 

“나도 잘 할 수 있다고!! 강림님이랑 나랑 나이도 같은데, 왜 강림님은 어른이고 난 애야!!”

 

“..씨잉”

 

다시금 눈물이 나려는 바리. 눈물이 날거면 적어도 강림이 없는 곳에서 울어야 하는데. 바리는 강림을 흘끔 보고는 뒤돌아서 얼굴을 가린다.

 

“...”

 

그 서러움을 바라보던 강림. 이들이 나이에 민감한 저승 출신이라면 팽 의원이 하는 행동이 이상할건 없었다. 이매도 저한테 그러니까. 하지만 이승에 살면서 이승의 시간을 세는 사람이라면 조금 아쉬울 법하다.

 

“..그래도.”

 

“..?”

 

“널 아끼는 자가 있어 그러는 것이니. 너무 서러워 말라.”

 

굳은 얼굴과 경직 된 목소리. 역시 저는 위로엔 소질이 없다. 강림은 민망함에 서둘러 자리를 벗어난다.

그를 가만 보던 바리. 제 머리를 쥐어뜯으려다 멈칫한다. 아, 내가 부모님도 안계신 분 앞에서 무슨 팔자 좋은 소리를 한거람. 내가 참 꼴보기 싫으셨겠다. 떠나시던 뒷 모습이 참으로 급하던데.. 바리는 그렇게 한참을 집 앞에서 어물쩡 거리며 서 있었다.

 

“..하.. 진짜 울 아버지는 내가 못 미더우시겠다.”

 

끼-익-!

 

“어우, 뭐야?”

 

갑자기 열리는 문에 바리는 기겁한다. 이어서 나오는 건 제 친우, 신우였다.

 

“...바리야.”

 

“..신우야? 괜찮아?”

 

안색이 좋아보이지 않는 신우. 왜? 무슨 일이야? 바리는 허둥대며 신우의 몸을 이 곳 저 곳 살핀다.

 

“....바리야?”

 

“어!! 나 듣고 있어. 어디 안 좋아? 아부지께 갈까? 나한테 업혀!”

 

조막만하게 들리는 목소리. 바리는 안되겠다 싶은지 신우에게 등을 내민다. 그를 물끄러미 보던 신우. 바리를 도로 일으킨다.

 

“그게 아니라...”

 

“응!”

 

얘가 이리 목소리가 작은 애가 아닌데. 신우의 낯선 반응에 왈칵 겁을 집어 먹은 바리. 너는 내가 꼭 살릴게! 하지만 저를 진정시키는 손길에 이내 조용해진다. 무슨 일인데 그래? 바리의 눈에는 악의가 없다.

 

“...너무 시끄러워.”

 

“..어?”

 

“오밤중에 남의 집 문앞에서 그리 크게 떠들면 어쩌냐..”

 

“아하...?!”

 

바리는 조용한 동네를 한 번, 신우를 한 번 흘끔거리더니 머리를 긁적인다. 자는데, 미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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