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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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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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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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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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36화

DUMMY

- 딸랑, 딸랑.


가게 앞을 가득 채운 요원과 헌터들을 뒤로 하고 튼튼한 갑옷과 거대한 워해머를 든 박영식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아린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식사에만 집중했다.


“⋯⋯⋯⋯.”


박영식은 그런 아린의 앞으로 다가가 한참 그녀를 내려봤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

그가 물었지만 아린은 슬쩍 눈동자만 올려 그의 얼굴을 슥 보곤 계속 식사를 이어갔다.


“뭐 하는 짓이냐고 묻잖아, 안 들리나?”

“들려요.”


그 짧은 대화를 끝으로 다시 침묵이 흘렀다.

아린은 그와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렇게 급하게 구실 거 없어요. 기다려드릴게요.”

“기다려 준다고? 뭘 기다려 준다는 소리지?”


박영식은 워해머를 들이밀며 위협했지만 아린이는 한없이 느긋하게 그렇게 이야기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볼 눈이 없는 건지 판단할 뇌가 없는 건지, 좀 기다려달라고 싹싹 빌어도 모자를 판에 반대로 기다려 준다는 그녀의 말에 박영식은 의문을 표했다.


“응? 안 기다려도 돼요?”


하지만 아린도 박영식의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음을 물음으로 대답했다.

그녀는 옆으로 목을 쭉 빼 가게 밖에 서 있는 무리를 대충 슥 훑어보더니 말했다.


“이게 다 온 거라고?”


박영식은 순간 아린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허.”


하지만 이내 그녀의 말뜻을 이해한 박영식은 헛웃음을 흘리더니.


- 와장창창!


워해머를 휘둘러 아린이 먹고 있던 음식을 테이블째로 날려버렸다.

테이블과 식기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산산이 부서졌다.


“⋯오래간만에 먹는 따뜻한 음식인데.”


그런 과격한 도발에도 아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바닥에 엎어진 음식이 아깝다는 듯 바라보며 쩝쩝거릴 뿐이었다.


“어이, 나이도 어린 게 S급, S급 해주니까 눈에 보이는 게 없지, 세상만사 네 마음대로 다해도 될 것 같지?”

“갑자기 그건 무슨 소리세요? 식당에서 밥 먹는 게 S급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아린이 박영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자 박영식도 지지 않고 아린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우습다는 듯 피식 웃으며 가게를 나서며 말했다.


“건방진 년⋯ 뭐, 됐다. 지금 실컷 떠들어둬, 그 혓바닥 곧 잘라줄 테니까.”


- 딸랑, 딸랑


가게를 나선 박영식은 대기 중인 요원과 헌터들에게 명령했다.


“강화제 투입!”

“““강화제 투입!”””


그들은 박영식의 명령을 복명복창하며 일제히 주머니에서 펜 주머니를 꺼내 목에 투약했다.

그 동작이 너무 일률적이라 마치 로봇을 보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무기도 없는 웨펀마스터 주제에 S급이라고 꺼드럭거리기는⋯ 그 자신만만한 얼굴이 어디까지 망가지나 보자고.”


- 픽!


박영식은 마지막으로 자신까지 강화제를 투여한 뒤 명령했다.


“죽여버려!”

“““우와아아악!!!”””


그의 명령에 강화제를 투여해 힘이 넘쳐흐르는 요원과 헌터들이 가게 안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


- 땡그랑!


아린은 그런 요원과 헌터들의 모습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손에 쥐고 있던 젓가락 한 짝을 땅에 버렸다.

그리고 남은 한 짝은 단검처럼 쥐고는 모두를 맞이해주었다.


“죽어!!!”


젊은 남자 요원 하나가 호기롭게 가장 먼저 아린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는 이번 일의 공을 독차지해 보다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청년이었다.


- 푹!


하지만 주제에 맞지 않는 욕망은 명을 재촉할 뿐이었다.


아린은 그가 무기를 채 휘두르기도 전에 턱 밑으로 젓가락을 찔러넣었다.

고작 반찬을 집을 때 쓰는 일상 도구일 뿐인 젓가락은 B급 각성자인 청년의 살갗을 너무나도 쉽게 꿰뚫었고 그대로 턱에서 뇌까지 젓가락에 관통당한 한 청년의 욕망은 거기서 끝이 났다.

그는 단말마조차 지르지 못하고 감전이라도 된 양 온몸이 경직돼 부들부들 떨었다.


“으아아아!”


그 뒤를 바로 이어 또 다른 여성 요원이 달려들었다.

그녀 역시 커다란 욕망에 잠식돼 두려움이 마비된 상태였다.

요원의 연봉은 결코 적지 않지만 그녀가 가지고 싶을 것을 모두 충족하기엔 턱도 없었다.


넓고 높은 집, 화려한 스포츠카, 자신을 돋보이게 해줄 명품 의류.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싶었다, 성실히 돈을 모아 나중에 사는 선택지는 없다.

늙기 전에, 자신이 가장 젊고 아름다울 때 그 모든 것을 이루고 싶었다.


- 촤악!


“커억⋯!”


그리고 그녀의 그런 욕망 역시 거기서 끝이 났다.

아린이 휘두른 젓가락은 여성 요원의 목을 베었다.

경동맥이 끊긴 그녀의 목에선 분수처럼 새빨간 피가 뿜어져 나왔고 급격한 출혈로 어떻게 물약을 마셔볼 틈도 없이 쇼크가 온 여성은 바닥에 쓰러져 움찔거리며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다.


- 푹!


“켁!”


- 촤악!


“욱!”


현실에서의 1 대 다수의 싸움 영화처럼 한 명 한 명 공평하게 순서대로 덤벼주지 않는다.

요원들은 당연히 아린을 둘러싸고 사방에서 무자비하게 무기를 휘둘러댔지만 어째선지 공격은 그녀에게 도저히 닿지 않았고 반대로 그녀가 젓가락을 휘둘러대는 족족 동료들은 픽픽 쓰러져나갔다.


“잡아! 잡아 죽여!!!”


물밀듯 밀려 들어온 요원과 헌터들로 가게 안이 완전히 꽉 들어찼다.

하지만 아린은 그런 압도적인 장비와 인원의 차이에도 오히려 적의 방어선을 점점 뚫고 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상처 하나 없이 가게 밖까지 나오는 데 성공했다.

가게 안엔 죽은 요원과 헌터들의 시체만 가득 깔려 있었다.


“마법사! 결계!”


마법사를 이끄는 팀장의 지시에 따라 밖에서 대기 중이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결계를 만들어 아무도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도록 주변을 봉쇄했다.


“어디 도망을 치려고!”


결계의 완성도를 확인한 마법사 팀장은 씩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선 차라리 좁은 가게 안에 있는 편이 한 번에 상대하는 적의 수가 적어지니 더 유리할 텐데 애써 건물 밖까지 뚫고 나온 건 후퇴할 생각이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도망? 누가 도망을 쳐?”


하지만 아린은 진심으로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해 주변을 휙휙 둘러봤다.

혹시 누가 도망치다 걸렸나?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적은 하나도 없었다.


“⋯응? 도망치는 사람은 없는⋯ 설마 나?!”


그리고 뒤늦게 그 말이 자신에게 한 말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어이없다는 웃음을 흘렸다.


“그럼 설마 이 결계도 나를 가두려고 한 거야?”

“아무리 너라도 이 결계는 못 부술걸!”


아린의 물음에 마법사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아린도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아닌데, 부술 수 있는데?”


아린은 잠시 싸움이 멈춘 틈을 타 피가 묻어 미끄러운 손과 젓가락을 죽은 요원의 옷자락에 문질러 닦으며 말했다.


“뭐 얼마나 대단한 결계라고 그렇게 자신만만하신지는 모르겠는데⋯ 상관없어요. 아니, 오히려 계속 유지해주세요, 그게 편할 것 같아요!”

“⋯뭐, 뭐?”

“음~ 상황 파악이 잘 안되시는 것 같은데⋯ 지금 결계 안에 갇힌 게 누구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아린의 물음에 이제 백여 명이 조금 넘는 요원과 헌터들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을 덮은 돔 형태의 단단한 결계, 그 안에 든 자신들과 윤아린.

그 상황을 인지한 이들 중 몇몇은 머릿속에서 뭐가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한 감각을 받았다.


“시, 실장님, 결계를 해제하고 마법사도 공격에 나서는 건⋯!”

“아니! 절대 놓쳐선 안 돼! 결계는 유지한다, 이런 근접전에 난전에서 마법사들이 제대로 조준이나 할 수 있겠어?!”


현 상황에 갑자기 두려움을 느낀 요원 하나가 박영식 실장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


‘시발, 그럼 보고만 있지 말고 빨리 니가 나서든가.’


요원은 가게 안에서만 벌써 30명이나 죽었는데 아직도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는 박영식 실장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애당초 요원과 헌터들이 윤아린의 힘을 빼놓으면 박영식이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하는 필사의 작전임을 알고 참가한 것이기에 그는 속으로만 씹을 수밖에 없었다.


“⋯응?”


한편 자신을 둘러싸고 다시 공격할 틈을 찾는 요원과 헌터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아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시선이 마주친 그들은 아린과 똑바로 눈을 맞추지 못했다.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갑옷과 무기는 여명길드의 것이었고 여명길드의 장비를 사용하는 헌터들은 당연히 여명길드의 헌터였다.

아린이 여명길드 소속일 때 아무리 집, 훈련장, 던전만을 반복하던 생활을 했다지만 거의 평생을 몸담아온 길드이기에 다들 지나가다 얼굴 정도는 본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당신들이 왜 여기에⋯.”


아린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작게 중얼거리자 괜히 찔렸는지 여명길드의 헌터들은 오히려 성을 내기 시작했다.


“저, 전부 당신 때문이야! 네가 우리 인생을 망쳤어!”

“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제가 뭘 했다고 그러세요? 전 여러분께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네가 사고치고 길드 나가버리는 바람에 길드는 파산했지, 여명길드 출신은 다른 길드에서 받아주지도 않지! 난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갑자기 수입이 뚝 끊기는 바람에 대출이자도 못 갚아서 집이고 차고 다 압류당했다고! 너 때문에!”

“난 낮엔 노가다 밤엔 상하차 하면서 겨우 지금까지 버티고 있어! 그냥 입 닥치고 이승호 이사님 도왔으면 됐잖아! 왜 지랄이야 지랄이!”

“우린 이 꼬라지로 만들어 놓은 주제에 넌 길드 설립해서 잘 먹고 잘 살더라, 어?!”


그들은 아린에게 쌓여있던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


그들의 분노에 아린은 잠시 침묵했다.

아린의 선택으로 인해, 여명길드는 파국을 맞이했다. 다른 S급 헌터를 영입하지 않는 이상은 영영 이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었다.

그런 거대한 폭풍 속에서 분명 잘못이 없는 피해자도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평범한 사무직 직원이나 그렇지 적어도 헌터 중에 무고한 피해자는 없다.

여명길드의 모든 헌터는 전원 이승호 전무이사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파벌 싸움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소극적으로,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의 차이지 중립은 없었다.

모두가 챔피언인 경영진 또는 도전자인 이승호의 편에 서서 자신의 편에 은근히 힘을 실어주었다,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뒤돌아보면 아린도 그 정도의 그림은 보일 정도로 머리가 컸다.


“⋯그건 저도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좀 더 잘했다면, 제가 좀 더 똑똑했다면 모든 게 잘 풀렸을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아린은 유감을 전했다.

줄곧 가슴 한편에 만약 자신이 잘했다면 여명길드도 이승호도 김지호도 그리고 자기 자신과 준호까지, 그 누구도 불행해지지 않는 완벽한 해결책이 있지는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품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과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더 잘할 수 있을 뿐이었지 잘못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없으니까요. 그러니 여러분께 피해보상 같은 건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대신 다시 일어설 기회는 드릴게요.”


기회라는 말에 여명길드 헌터들의 눈이 반짝였다.

뭐 돈이라도 주려는 건가, 아니면 그녀의 길드에 좋은 조건으로 고용해 주는 건가 그런 기대였다.


“당장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세요, 그럼 해치지 않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항복하시면 해치지 않겠습니다, 저도 더는 여러분을 해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아린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여기 모인 그 누구의 기대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제안이었다.

인생을 바꾸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온 사람들에게 한다는 말이 살려는 드릴게, 라니.

항복을 호소하는 아린의 말은 오히려 싸움이 끊기며 조금 전의가 수그러든 이들을 다시 자극하기만 했고.


“으아아아!!! 죽어!!!”


여명길드의 헌터들을 중심으로 다시 전투가 벌어지는 불씨를 지폈을 뿐이었다.

이대로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 살아봤자 아무 희망도 없다.

하지만 혹시라도 여기서 승리한다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돈 한두 푼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일만 성공하면 무소불위의 특권을 약속받았다.


윤아린이라는 너무나 막강한 강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성공만 한다면 찾아올 엄청난 보상에 대한 탐욕.

이성을 마비시키는 두 감정이 소용돌이쳐 완전히 망가져 버린 이들의 머릿속엔 이제 싸워서 죽거나 이기는 것 외엔 어떤 선택지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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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3화 +1 24.04.26 1,029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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