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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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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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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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3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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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화

DUMMY

“준비는 잘 돼가?”

“저희는 워낙 인원이 적어서 준비할 것도 없어요.”


계획 실행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부터 짧으면 12시간에서 길면 36시간 안에 소은 누나의 계획이 실행될 예정이었다.


뭐, 길드야 크게 준비할 건 없었지만 나라를 운영하는 정부 입장에선 각별히 신경 쓸 것이 많이 다소 준비시간이 소요됐지만 대부분 전투 상황 발생 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준비였기에 누구도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그런데 던전은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누나는 뭐 짐작 가는 거 있어요?”


나는 벌써 며칠째 전 세계에서 단 한 건도 던전이 생성되지 않은 이상 현상에 대해 소은 누나는 뭐라도 알아내지 않았을까 물었다.


“아니, 전혀. 이대로 우리 다 실직자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


소은 누나는 농담처럼 가볍게 말했지만 표정은 영 좋지 못했다.

만약 이대로 영영 던전이 사라진다면 더 이상 싸울 몬스터가 없으니 당연히 헌터라는 직업도 없어질 테니까.

물론 누나의 걱정은 단순히 실직자가 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연쇄적으로 발생할 사회문제 때문이었다.


만약 정말 일이 그렇게 되면 던전과 아이템, 마석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한순간에 직업을 잃을 텐데 그 많은 실직자들을 사회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전 세계에 엄청난 전기를 공급하는 마석 발전소를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한평생 싸움만 배운 헌터들이 던전에 쏟던 힘을 과연 어디로 쏟게 될지, 대충 그런 것들 말이다.


“뭐,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닥친 일에 집중하자고. 어떻게 보면 또 나쁜 일만은 아니야.”

“나쁜 일만은 아니라고요?”


나는 석혁 형님의 말을 되물었다.


“그래, 헌터관리국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지금 던전이 계속 생성됐다면 매우 혼란스러웠겠지. 생성된 던전의 탐지나 등급 측정, 길드에 배정하는 업무는 모두 몇십 년째 헌터관리국 고유의 권한이었으니까 우린 그런 걸 할 장비도 시스템도 인력도 제대로 없지 않나.”

“아, 확실히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는 걸 그냥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헌터관리국의 통제 없이 아무 길드나 아무 던전에 막 들어가는 것도 문제고 차라리 다행이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길드의 헌터들이 던전 쪽으로 빠질 일 없이 모두 온전히 계획에 힘을 보태줄 수도 있지.”


확실히 그렇긴 하다.

석혁 형님은 어쩔 수 없는 일에서 생기는 문제점보단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려 했다.

그래, 던전이 생성되지 않는 걸 걱정한다고 뭐 어쩌겠어,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해선 걱정하고 불평하기보단 극복할 방법이나 활용할 방법을 찾아내는 게 프로다운 사고방식이다.


- 꼬르르륵~.


“⋯자, 그럼 거사 치르기 전에 다들 집에서 좀 쉬면서 컨디션 관리 좀 해둘까? 일 시작하기도 전에 아린이 굶어 죽겠다.”

“하하⋯ 죄송해요⋯.”


이미 중요한 야기는 다 나눈 뒤였다.

아린이의 배에서 나는 소리를 들은 소은 누나는 자리를 마무리했다.


“아, 이런.”

“왜 그래?”


우리는 모여 있던 대통령실을 떠나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던 중 차 안에서 받은 연락에 나는 한숨을 쉬었다.


“우리 길드에 줄 서류가 지금 막 완성됐다고 받으러 오라네.”

“아⋯!”


물론 조금 귀찮을 뿐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평소라면.


- 꼬르르륵!


때마침 아린이의 배가 당장 밥을 내놓으라는 듯 소리를 질렀다.

이미 한참 전부터 굶주림을 참아온 아린이도 이미 한계라는 표정이었다.


“⋯어쩔 수 없지. 근처에 내려줄게, 뭐라고 먹고 있어, 서류 받고 데리러 올게.”


곧 시행될 작전 내용이 담긴 극비문서라 보안 유출을 막기 위해 이메일 같은 걸로 받아볼 수 없고 반드시 보안시설에서 종이로 작성된 서류를 받아야만 했다.

원래는 집에서 밥해주려고 했는데 대통령실을 다시 왕복하려면 최소 1시간은 더 걸릴 테니 아마 참기 힘들 거다.


“그, 그렇게 할까?”


어지간하면 괜찮다고 할 텐데 아린이는 어지간히 배가 고팠는지 마지 못하는 척 내 제안을 수락했다.

나는 적당히 지도를 검색해 근처 번화가에 아린이를 내려주고 혼자 대통령실로 향했다.




***




“다들 각오는 되어 있나.”


헌터관리국 감사실의 박영식 실장은 휘하의 요원들을 향해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주일이다. 딱 일주일.”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철저히 무장해 오와 열을 맞춰 열중쉬어 자세로 박영식 실장의 말을 듣고 있는 요원들의 모습은 요원이라기보단 군인에 가까워 보였다.


“그 일주일만 견디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거다. 하지만 너희가 견뎌낸 지옥 같은 훈련에 비하면 그리 어렵지도 않은 일주일이겠지.”


박영식은 서 있는 요원들 사이를 천천히 지나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떠올려라! 절대 잊지 마라! 그동안 너희가, 우리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는지, 얼마나 많은 수모를 겪었는지! 우린 오늘 이 어긋난 세상을 바로 잡을 작업의 첫 삽을 뜬다! 준비됐나!”


- 예!


“두려워할 건 없다, 망설일 것도 없다! 우린 이미 이겨놓고 싸우는 거니까, 옳은 일을 하는 거니까! 다시 묻겠다, 준비됐나!”


- 예!!!


우렁차게 대답하는 요원들의 전의를 확인한 박영식은 작전 개시를 결심했다.


“헌터들은 이미 대기 중이다, 전 작전 요원 위치로!”


- 위치로!!!


박영식의 명령에 요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차량에 탑승해 작전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부우웅.


“⋯⋯⋯⋯.”

“⋯⋯⋯⋯.”

“⋯⋯⋯⋯.”


요원들이 탑승한 차량 안엔 숨쉬기도 어려울 만큼 무거운 침묵과 긴장이 흘렀다.


“긴장 풀어. 계획은 완벽해, 다 잘 풀릴 거야.”


그런 차량 안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요원이 덜덜 떨고 있는 부하에게 무심하게 말했다.


“티, 팀장님. 정말 가능할까요?”

“우리가 상대하러 가는 건 신 같은 게 아니야. 너도 다 알잖아,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이미지일 뿐이라는 거. 걔들도 사실은 하자투성이야.”

“⋯⋯⋯⋯.”


팀장의 말을 들은 요원은 입을 다물긴 했지만 의문이 해소된 표정은 아니었다.


“자, 내 말 들어봐. 네가 만약 요리사야, 그런데 식재료가 하나도 없어, 그럼 뭘 할 수 있을까?”

“아, 아무것도 못 하겠죠?” “그렇지? 그럼 또 만약에 네가 파일럿이야, 그런데 조종할 비행기가 없어, 그럼 뭘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아무것도 못 하겠죠?” “그렇지? 그럼 만약 네가 워펀마스터야, 그런데 무기가 하나도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겠죠?”


팀장의 비유에 비록 헛웃음이지만 딱딱하게 굳어있던 팀원들의 표정이 조금씩 풀렸다.


“그래 인마! 그거야~ 우린 지금 아무것도 못 하는 적 상대하러 가는 거라고~!”

“하하하⋯ 그, 그렇게 되나요?”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 그렇다니까!”


지금부터 요원들이 기습할 적의 정체는 다름아닌 아린이었다.

그들은 웨펀마스터인 아린이 무장을 해제하고 있어 특성의 힘을 발휘할 수 없는 때를 정확히 노렸다.

더군다나 이 웨펀마스터 사냥엔 요원들만 참가하는 것도 아니었다.

요원들의 부족한 머릿수를 채워줄 엄청난 수의 헌터까지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다 대충 머릿수만 채운 것도 아니었다.

모두 B급 정도는 되는 최정예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한텐 헌터관리국의 전설 박영식 실장님이 계시잖아! 너희들 윤아린이 준S급 심사받을 때 같이 심사 대상에 올랐던 게 박영식 실장님인 거 알지?”

“어? 저도 그 이야기 들어본 것 같은데 그거 진짜였어요?”

“근데 그럼 박영식 실장님은 심사에서 떨어지신 거예요?”

“진짜야! 그리고 떨어진 게 아니라 실장님은 그런 데 관심 없다고 심사 자체를 거부하셨어, 솔직히 실장님이 심사 봤으면 떨어졌겠냐?!”


박영식 실장이 대단한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윤아린과 동급인 정도였다니, 요원들은 실장이 어째서 이번 일에 그렇게 자신감을 내비쳤는지 납득하기 시작했다.




***




“음~ 맛있다!”


아린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입에 한가득 음식을 집어넣고 우물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해본 게 얼마 만인지, 그동안 여기저기를 바삐 불러 다니고 회의하느라 대부분의 끼니를 도시락이나 김밥 몇 줄 같은 부실한 식사로 때워 부족했던 칼로리를 오늘 한 번에 다 채울 작정이었다.


“으, 음식이 입에 맞았을지 모르겠네요.”

“네, 맛있어요!”


그렇게 식사 중인 아린의 옆으로 사장이 나와 직접 음식을 서빙했다.


“응? 이건 안 시켰는데요?”

“서비스입니다! 나라를 위해 싸워주시는데 일개 소시민으로서 이렇게나마 작은 보탬이 돼야죠!”

“와! 감사합니다!”

“저⋯ 그런데 헌터님, 식사 중에 죄송한데⋯ 혹시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 실은 제가 팬이라서!”


적당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됐다고 생각한 사장은 그런 요청을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아린이 돌연 표정을 확 구겼다.


“죄, 죄송합니다! 역시 식사 중엔 좀 그렇죠?!”

“아, 아뇨! 사진은 괜찮아요, 그게 아니라⋯.”


아린은 혹시 자기가 뭘 착각했나 다시 감각에 집중했지만 역시 맞다는 확신을 내렸다.

그리곤.


“나가세요.”

“⋯예?”

“가게에서 나가세요, 그리고 최대한 멀리 떨어지세요.”


사장을 가게에서 내쫓았다.


“다들 식사 중에 죄송한데 나가주세요! 여기서 나가셔야 해요!”


그뿐만이 아니라 아린은 가게에서 식사 중인 손님들까지 내쫓았다.

멀쩡히 밥 먹고 있는데 깡패도 아니고 갑자기 나가라는 말은 들은 손님들은 어리둥절해 멀뚱멀뚱 아린을 바라보기만 했다.


“지금부터 셋 샐 동안 나가세요, 하나.”


- 우르르르.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았지만 S급 헌터가 경고하듯 카운트다운을 시작하자 식당 내 모든 사람은 밥숟가락을 집어 던지고 식당에서 도망쳤다.


“⋯⋯⋯.”


그렇게 그들이 도망치는 것을 본 아린은 천천히 가게 밖으로 나갔다.

평화롭고 평소와 같았다.


- 콰아앙!


아린은 그런 길거리 한복판에 서 냅다 땅을 주먹으로 내려찍었다.

그 충격에 보도블록이 들썩이고 주변 건물의 유리창이 와장창 깨졌다.

갑작스런 폭음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 하던 일을 멈췄다.


- 콰아아아앙!!!


주먹으론 좀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한 아린은 이번엔 다리로 땅을 한 번 더 내려찍었다.

주먹보다 몇 배는 큰 폭음과 함께 더 넓은 범위의 보도블록이 들썩이고 유리창이 깨져나갔다.

그 진동에 중심을 잃고 넘어진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뭐, 뭐야?!”

“폭탄 떨어진 거 아니야?!”


두 번이나 폭발에 가까운 폭음과 진동이 일자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불안을 느낀 몇몇 사람들은 서둘러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도 상황은 모르지만 군중심리에 따라 일단 도망치기 시작해 순식간에 주변 모든 사람이 이유도 모른 채 도망치기 시작했다.

딱 아린이 원하던 그림이었다.


“⋯⋯⋯⋯.”


아린은 혹시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이 있나, 모든 감각을 동원해 주변을 스캔한 아린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못다 한 식사를 마저 들었다.


-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뚜벅.


그러자 잠시 후, 고요하던 거리가 수십, 수백의 발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

그들은 마치 아린을 포위하듯 사방에서 접근해 거침없이 가게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뚜벅, 뚜벅 뚜벅!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어림잡아 150여 명에 달하는 넘는 중무장한 요원과 헌터가 가게 앞에 멈춰 서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


아린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한 번 슥 보더니.


“냠.”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한술 뜬 밥을 마저 입에 넣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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