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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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9.2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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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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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41화

DUMMY

“그러니까, 네 말은 네가 헌터도 요원도 아니라 범죄자라는 거지?”

“네⋯.”

“그럼 너 말고 이 근방에서 사람을 죽이던 놈들도 전부 범죄자들이야?”

“아마 그럴 겁니다⋯.”

“헌터관리국에서 시킨 게 뭔데?”

“별 건 없고 그냥 나가서 사람을 죽이든 강도질을 하든 서울 안에서 최대한 소란을 피우라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 말을 들으니 모든 게 이어졌다.


헌터와 요원들이 괜히 민간인들을 죽이고 다니는 거라고 하기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득 볼 게 하나도 없는 짓이니까.

또 단순히 혼란을 틈타 세상에 불만 있던 각성자들이 난동을 부리는 거라고 하기에도 너무 동시다발적이었다.


하지만 헌터관리국이 관리하는 교도소의 문을 열어 온갖 각성 범죄자를 다 세상에 풀어놨다고 하면 모든 게 들어맞았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밑바닥의 밑바닥 인간쓰레기들에게 그동안 감옥에서 억눌린 분노를 밖에다 마음껏 표출하며 난동을 부리면 자유를 주겠다는 제안을 했으니 그들 입장에서 이만큼 파격적인 제안이 또 있을까.

애당초 남을 해치고 괴롭히며 희열을 느끼는 정신병자도 상당하니 아주 파티가 따로 없을 것이다.


“그러는 이유가 뭔데.”

“이유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유도 모르면서 이런 짓을 한 거네?”

“⋯⋯⋯⋯.”


내가 그렇게 말하자 놈은 지가 잘못한 줄은 아는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내가 그런 걸 물어본 이유는 그저 이 새끼를 한 번이라도 더 갈구고 싶어서 한 말이지 진짜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이유야 뻔하잖아.

이런 짓을 벌이면 정부군 측의 헌터들은 민간인 학살극을 차마 무시하지 못하고 이들을 막기 위해 발목이 잡히고 병력이 분산될 테고 우리만 봐도 실제로 그렇게 됐으니까.

헌터관리국은 정부군은 지킬 것이 많다는 점을 이용해 이들을 일종의 게릴라 형벌 부대로 운용한 것이다.


“내가 평소에 감정적으로 구는 스타일은 아니긴 한데. 아, 서연아, 이것 좀 부탁할게.”


놈의 이야기를 듣던 형이 갑자기 주섬주섬 활과 화살을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서연에게 넘겼다.

그리고 머리를 한번 싹 쓸어 넘기더니.


“넌 내 감정 쓰레기통 좀 해줘야겠다.”

- 빠악!


발끝으로 정확히 놈의 입에 싸커킥을 갈겼다.


“커억!”


형의 킥에 맞은 놈은 입에서 피를 뱉었다.

하지만 하은의 마법에 구속된 상태라 피하지도, 마음대로 쓰러지지도 못하고 부러진 새하얀 이빨을 뱉어낼 뿐이었다.


“내가 너 같은 새끼들 때문에!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고! 교회도 다니고! 절도 다니고! 명상도 해봤는데! 결국은 이만한 방법이 없더라!”


형은 저항하지 못하는 놈의 뺨을 치고 발로 밟고 코를 부러트리는 등 손발이 가는 대로 마구잡이로 쥐어팼다.

하은은 그런 형의 어깨를 붙잡았다.


“오, 오빠!”

“하은아, 이런 모습 보여서 미안한데 지금은 말리지 말아줘! 이러지 않으면 앞으로 잠을 못 잘 것 같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저도 때리게 비키라고요!”

“⋯예?”


그리고 형을 밀어 자리를 만든 하은은 자기도 같이 주먹질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마법사라 주먹을 지르는 폼은 어설펐지만 A급 각성자의 주먹질은 놈의 몸에 닿을 때마다 어디 하나씩은 터트리고 부러트렸다.


“에라, 모르겠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가슴 깊은 곳에서 뭐가 꾸물꾸물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일단은 참고 있었는데 눈앞에서 속 시원하게 놈을 잡아 패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결국은 자제력을 잃고 매타작에 끼어들었고.


“재밌겠다.”


마지막으로 서연까지 동참하며 우린 한참 동안 그동안 쌓인 분노를 놈에게 전부 쏟아냈다.


“켁⋯ 케엑⋯.”


그렇게 얼마나 다구리를 쳤을까 놈은 완전히 피투성이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놈이 더럽혀진 만큼 우리의 기분은 깔끔해졌다.


“후우~ 이제야 속이 좀 시원하네. 우리도 한가하지는 않으니 슬슬 가볼까?”

“아, 그렇지, 슬슬 가야지.”


형은 개운한 얼굴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말했다.

나는 어느새 놈을 때리는 데 너무 열중한 나머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그런데 이 새끼는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죽여야지. 이 상황에 이런 새끼 관리감독 하는 것도 다 인력 낭비야.”


내 물음에 형은 답지를 보고 말하듯 간단히 정답을 이야기했다.


“뭐, 뭐라고⋯ 사, 살려줘, 살려줘요!”


우리 대화를 들은 놈은 몸부림치며 반발했다.


“다 말했잖아, 니들이 물어보는 거 다 말했잖아!!!”

“그래서 뭐 어쩌라고, 물어보는 거 대답하면 살려준다고 한 적 있어? 녹음했어?”

“이 시발새끼들! 개새끼들아! 니들도 다 똑같아! 니들도 다 살인자야!”

“아직 기운 넘치는 거 보니까 덜 처맞았나 보네.”

“아아악!”


형은 시끄럽게 왁왁 소리를 질러대는 놈의 허벅지에 화살을 푹 꽂아버리고는 화단에서 흙을 한 줌 퍼와 놈의 주둥이에 쑤셔 넣어 입을 막았다.


“오빠, 제가 잡아 왔으니 마무리도 제가 해도 될까요?”

“응? 괜찮긴 한데⋯.”


형은 이쯤에서 놈을 처리하려고 허리춤에서 단검을 빼 들었지만 하은이 처형자를 자처해 나섰다.

형은 하은의 적극적인 태도에 내심 놀란 표정을 지었다.


- 파앗!


하은이 손을 뻗자 놈의 머리 위로 마법진이 생성됐다.

그리고.


- 우우우우웅.


“윽?!”


마법이 발동되자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놈의 주변이 일렁이며 땅이 푹 꺼지는 게 강한 압력을 가하는 중력 계열의 마법인 모양이었다.


- 우우우우웅!


“윽⋯ 으윽!”


마법을 발동한 하은은 천천히 위력을 늘려갔고 놈은 중력에 짓눌리지 않으려 목에 핏대를 세우고 버텼지만 계속해서 끝도 없이 늘어나는 중력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얼굴을 처박으며 고꾸라졌다.


- 우우우우웅!


“읍! 으읍! 으으으읍!”


- 빠직! 빠지직!


하은은 그 상태에서도 계속 마법의 위력을 높여갔고 놈의 몸에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나며 온몸이 관절이 기괴하게 뒤틀리며 압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 콰직!


마법의 압력을 버티지 못한 놈의 몸은 무거운 것에 깔린 듯 납작하게 으스러져 과일즙을 짜내듯 온몸에서 피가 터져 나오며 최후를 맞이했다.


“개새끼, 지옥에나 가라.”


하은은 쥐포처럼 납작해진 놈의 시체를 보며 동정은커녕 벌써 죽어 아쉽다는 듯 저주를 퍼부었다.

얘가 원래 이런 성격인가 싶었지만 내가 칼잡이를 일부러 얼려 죽였듯이 분명 하은도 뭔가 본 게 있으니 이렇게까지 하는 거겠지.


“⋯가자.”


형은 아직도 화가 다 풀리지 않았는지 가볍게 떨리는 하은의 어깨를 토닥이며 먼저 데리고 자리를 떠났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쥐포가 된 시체를 보지 못하도록 점화로 태워버린 뒤 서연과 함께 형의 뒤를 따랐다.




***




“와, 여기가 진짜 지옥이구나.”


상황을 정리하고 대통령실 방향으로 이동하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눈을 어디로 돌려도 싸우다 죽은 요원과 군인과 헌터의 시체가 즐비해 있었고 인류가 멸망한다면 딱 이런 광경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멀쩡한 건물과 도로가 없었다.

특히 서로의 진군을 막기 위해 폭파된 한강대교는 지금 이곳이 전쟁 중이라는 것을 알리는 상징적인 건축물이었다.


“살아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서연은 주변을 둘러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대로 지금 여기엔 살아 움직이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의 시체가 더 많아 보였다.

이 정도면 전투의 승패는 슬슬 정해진 시점인 것 같았다.


- 파아아앙!


뭐, 누가 이겼든 일단은 아린이와 합류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나는 아린이를 찾아 나섰다.

휴대폰 전파도 이미 끊긴 뒤라 가장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가면 대충 그 근처 어딘가에 아린이가 있을 것 같아 나는 일단 아까부터 계속 파열음이 울리는 시끄러운 곳으로 향했다.


“자네,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건가. 대체 왜!!!”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인물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다름 아닌 석혁 형님이었다.


“으아아아!”


석혁 형님을 둘러싼 몇몇의 헌터가 형님에게 무기를 쥐고 달려들었다.


- 파아아앙!


하지만 형님이 주먹을 한 번 휘두르자 땅이 들썩일 정도의 충격파가 일어 헌터들을 증발시켰다.

저 정도면 완충된 내 데미지 뱅크보다 몇 배, 몇십 배는 더 강력한 위력인 것 같았다.


“혀, 형님, 형님! 진정 좀 하세요!”

“난 줄곧 자네와 대화를 하려고 했어, 대화를 피한 건 자네지!”


그리고 그 맞은편으로 강국선 마스터가 보였다.

강국선의 주변으로 유난히 시체가 많은 게 그를 호위하던 병력이 석혁 형님에게 다 당한 것으로 보였다.

일반적인 헌터들이 S급 헌터인 석혁 형님을 상대로 뭘 할 수 있을 리가 없겠지.


“혀, 형님은 저한테 이러시면 안 돼요, 제가 형님을 얼마나 많이 챙겨드렸습니까!”

“세상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그런 소리가 나오나!”

“전 이 정도까지 바란 건 아니었어요!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요!”

“몰랐다는 게 변명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가!”

“이익!”


형님은 성큼성큼 강국선을 향해 걸어갔고 겁에 질린 강국선은 허둥지둥 몸을 일으키더니 형님을 향해 손짓했다.


“크아아아!”


그러자 사방팔방에서, 예전에 본 기억이 있는 약물에 이성을 잃은 각성자, 이들이 불량품이라 부르는 이들이 뛰쳐나와 형님을 덮쳤다.


- 파아앙!


물론 형님은 그런 불량품들을 주먹 한 방에 간단히 날려버렸지만.


- 챙그랑!


그 틈에 강국선이 품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내 형님을 향해 투척했고 유리병이 깨짐과 동시에 푸확! 하고 짙은 녹색 연기가 팽창해 주변을 덮었다.


“크으윽! 컥!”


저게 대체 무슨 연기길래, 연기를 들이마신 형님은 중심을 잃고 쓰러져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S급 헌터가 저렇게 고통스러워할 정도의 독성물질이라니, 강국선을 괜히 대한민국 최고의 연금술사라고 하는 게 아닌가 보다.


“도와야⋯ 하나?”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나는 개입을 망설였다.

형님과 강국선은 꽤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 지금 저 둘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 절대 우연일 것 같지는 않았고 해결하더라도 형님의 손으로 직접 해결하게 둬야 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안 그래도 될 것 같은데.”


하지만 마찬가지로 상황을 지켜보던 형은 그렇게 말했고 형의 말대로 형님이 주먹을 휘두르자 엄청난 강풍이 일어 연기를 싹 날려버렸고 순식간에 돌진해 강국선의 멱살을 붙잡았다.

그리고 강국선의 얼굴을 쳐부술 기세로 꽉 쥔 주먹을 높이 들었지만.


- 빠아악!


때리기 직전 주먹에 살짝 힘을 풀었다.

강국선은 그 주먹 한 방에 기절해 축 늘어졌고 형님은 스스로를 다스리듯 거칠게 심호흡을 하더니 곧 진정된 목소리로 이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준호 동생, 자네 쪽은 어떻게 됐나.”


거리가 꽤 있는데 내가 형님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모양이다.

그에 나는 형님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저흰 헌터관리국 본부 쪽에 다녀온 길인데 그쪽은 미끼였어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렇군.”

“형님 그런데 강국선 마스터는⋯.”


나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강국선을 보며 상황을 물었다.


“확인을 해보니 자네 말이 전부 맞더군. 길드 내에 비밀 시설을 차려서 헌터관리국을 돕고 있었어, 오늘 일을 위해 계획에 참가하는 요원과 헌터들의 힘을 강화할 수 있는 강화제를 만들려고 무고한 사람들을 납치해 인체 실험 같은 것도 어마어마하게 했던 모양이야.”


형님은 일이 이렇게 돼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와 친한 동생이었으니 잡더라도, 죽이더라도 내 손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네. 이 녀석이 저지른 죄를 심판하려면 어떤 벌을 내려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제 천천히 생각은 해볼 수 있겠군.”


형님은 그를 위해 특별히 챙겨온 각성자용 수갑을 직접 강국선의 손에 채웠다.


- 콰아아앙!


형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근처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커다란 빌딩 몇 채가 골격만 남기고 증발할 위력의 폭발이었다.

폭발의 모양과 위력으로 보아 폭탄이나 미사일은 아닌 것 같고 각성자가 저 정도 폭발을 일으키려면⋯.


“저쪽도 대충 마무리됐나 보군.”


형님은 폭발이 일어난 방향에 누가 있는지 안다는 듯 말했고 내 예상 속 인물이 하늘을 날아 이쪽으로 다가왔다.


“어, 뭐야? 준호는 언제 왔어? 하은이도 있네?”


석혁 형님은 다치진 않았지만 땅을 뒹굴어서 그런지 온몸이 먼지투성이였지만 소은 누나는 방금 집에서 씻고 나온 사람처럼 깨끗했다.

청결을 신경 쓰며 싸워도 됐을 정도로 여유로웠다는 뜻이겠지.


“누나, 제가 방금 도착해서 아무것도 파악이 안 되는데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예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우리의 승리야, 다 끝났어.”


소은 누나는 거의 끝났다거나, 일단락됐다는 애매한 표현이 아닌 우리의 승리라고 확실하게 못 박았다.

여전히 여기저기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이미 패색이 짙어져 제 목숨 하나라도 건사하기 위해 퇴각하며 벌이는 최후의 발악이지 제대로 싸우는 곳은 없는 것 같았다.


시간으로 따지면 5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모든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아무래도 각성자들의 싸움이다 보니 이동속도나 사람이 죽어 나가는 속도 같은 모든 것이 일반인들의 싸움보다 훨씬 빨라 이렇게 빠르게 결판이 났다.


“저기 그런데 혹시 아린이 못 보셨나요? 아까 먼저 이쪽으로 갔는데.”

“아린이? 글쎄, 나는 못 봤는데. 아마 저 반대쪽에 있는 거 아닐까? 그쪽엔 S급 헌터가 없는데 위험하다는 소리가 안 들리는 거 보니까 거기 아린이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보다 본부 쪽은 어땠어? 뭐라도 있었어?”

“아니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국장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이미 튄 건가? 아~ 이거 또 어디 가서 잡지? 팔다리 다 잘리긴 했어도 남은 인원으로 게릴라전 펼치면 그것도 참 골치 아픈 일인데.”


소은 누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그렇게 말했지만 그냥 귀찮은 거지 어려울 건 없다는 표정이었다.


“후우~.”


비록 한 나라의 수도가 쑥대밭이 되긴 했지만 어쨌든 고비는 넘긴 느낌이었다.

나는 돌무더기에 걸터앉아 먼 산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해가 지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노을을 받아 주황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와, 이거 다 복구하려면 돈이 얼마고 시간이 얼마야, 환장하겠네.


“와~ 이거 다 복구하려면 돈이 얼마고 시간이 얼마야~ 그런 생각하고 있었지?”

“어, 어떻게 아셨어요?” “나도 똑같은 생각하고 있거든.”


내 생각을 정확히 맞춘 소은 누나가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서울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으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글쎄? 5년은 걸리지 않을까?”

“겨우 반나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일어난 전투 때문에 5년이나 복구해야 한다니, 쉽지 않네요.”

“원래 부수는 건 쉬워, 만드는 게 어려운 거지. 그리고 나쁜 면만 있는 건 아니야, 마구잡이로 개발해서 복잡한 서울 시내를 깔끔한 계획도시로 복구할 수 있는 거니까, 또 맨날 국회의원 갈아치워라 어쩌라 했잖아? 이 정도 규모의 내란을 일으켰으니 그 잘나신 의원님들도 싹 갈아엎어질 거고. 이런 때 아니면 절대 못 할 일이지. 불탄 서울의 재를 거름 삼아 그 위에 새로운 대한민국이 세워지는 순간이야, 잘 봐둬.”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나쁜 면만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뭔가 아픈 시간을 이겨내고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 같은 예감에 미래가 조금 기대되기도 했다.

나는 어쨌거나 이제야 내 숨통을 조르는 일 없이 다시 평범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내 숨통을 조르는 일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걸 모른 채로 말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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