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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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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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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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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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상황 파악 완료

DUMMY

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나와 여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묵묵히 눈앞의 풍경을 보기만 했다.


나는 여자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거리를 두려고 말을 아꼈고, 여자는 내가 기운이 없어 보이는지 말을 걸지 않는 것으로 배려를 했다.


침묵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여자가 점점 불편해졌다.


‘왜 하필 이런 사람이 내 엄마인 거야?’


나는 내 친엄마처럼 정상적인 엄마를 원했다.


자기 아들이 기억을 잃었는데, 잘됐다며 활짝 웃는 이상한 엄마 따위는 필요 없었다.


‘다시 태어난 건 좋은데, 엄마가 별로야.’


나는 차창 밖을 보는 척하면서 운전석에 앉은 여자를 힐끔 보았다.


새벽에 차를 운전해 집으로 가느라 눈 밑에 다크서클도 있고, 약간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운전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기는 한데······.’


뭐라고 설명하기 되게 애매한 여자였다.



***



빨간불에 걸려 차가 잠시 정차했을 때, 여자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자를 보고 있던 나는 피할 새도 없이 여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서둘러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왜 그렇게 보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여자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서 답답한 거 알아. 혼란스러운 것도 알고. 하지만 나는 네 엄마야. 그러니까 뭔가 궁금한 게 있다면 참지 말고 물어봐. 너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말투에서 여자의 진심이 느껴졌다.


여자는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김남운이 걱정되는 거겠지.’


나는 현재 내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아는 것이라고는 내가 환생을 했고, 이 몸으로 들어왔고, 몸의 주인 이름이 김남운이라는 것뿐이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대화를 해야 했다.


나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이 김남운이라는 건 알아요.”

“그건 기억이 나?”

“아까 방에서 옷 갈아입을 때, 벽걸이에 걸린 교복을 봤어요.”

“······아, 그걸 보고 알았구나.”


여자는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실망한 눈치였다.


나는 괜히 여자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그래도 일단 궁금한 건 물어보기로 했다.


“제 나이가 몇 살인가요?”

“너는 열여섯 살이야. 중학교 3학년.”


내 물음에 여자가 대답했다.


여자는 내가 다니는 학교 이름까지 말해 주었다.


“이따 학교에 가야겠네요.”


학생이 학교에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기에 나는 별 생각이 없이 한 말이었다.


그런데 여자는 또 이상한 말을 했다.


“아니. 안 가도 돼. 학교에 가지 마.”


여자는 어째서인지 나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했다.


“오늘 가지 말고, 내일도 가지 마. 한동안은 안 가도 돼.”

“네? 왜요?”


나는 내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 때문에 여자가 나를 과잉 보호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기억상실증 때문이라면 괜찮아요. 학교에 가서 수업 듣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어요. 그걸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아요.”


이렇게 말하면 여자가 그래 알겠어, 조심해서 갔다 와, 라고 말할 줄 알았다.


‘오랜만에 학교에 가 보고 싶기도 하고. 요즘 애들 급식으로는 뭐가 나올까?’


그런데 여자는 갑자기 브레이크를 세게 밟아, 차를 신경질적으로 멈추었다.


끼이이이익!


갑작스러운 충격에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렸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차 유리벽에 이마를 세게 부딪쳤을 것이다.


“가지 말라면 가지 좀 마! 넌 대체 왜 이렇게 사람 말을 안 듣니!”


여자가 버럭 소리를 질러서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갑자기 왜 화를 내고 그래······. 놀랐잖아.’


여자의 목소리가 커서 귀가 아팠다.


자기가 생각해도 목소리가 컸는지, 여자는 헛기침을 하면서 뒤늦게 감정을 추스렸다.


“······소리 질러서 미안해.”


여자는 그 말을 하고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지금 한숨을 쉬어야 할 사람은 나야.’


여자에게 사과를 들어도 기분이 전혀 개운하지가 않았다.


나는 여자가 아까부터 보인 반응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들이 기억을 잃었는데 다행이라고 하고, 학교에 간다니까 가지 말라고 하고. 대체 뭐야? 뭔데, 이 상황?’


누군가가 설명을 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말을 잃은 여자를 대신해 소리를 냈다.


“저기, 제가 기억을 잃어서 답답하신 건 알겠는데, 그래도 소리는 지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갑자기 소리 지르면 머리가 아파요.”


나는 여자의 시끄러운 목소리 때문에 두통이 생긴 척 연기를 했다.


손을 이마에 갖다 대자 여자가 바로 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미안해, 남운아. 엄마 이제부터 소리 안 지를게. 머리, 아직도 아프니?”

“이제 조금 괜찮아졌어요.”


나는 여자의 눈이 걱정에서 안도감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여자에게 거짓말이 잘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거짓말이 안 통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잘 통하네.’


나는 여자가 나에게 쩔쩔매는 상황을 이용해 질문을 했다.


“근데 엄마는 왜 제가 학교에 가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학교에 가면 나쁜 기억들이 떠오를 거야.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질 바에는, 차라리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게 나아.”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여자의 말은 굉장히 아리송했다.


궁금증을 풀려고 질문을 한 건데, 오히려 새로운 의문들만 더 생겨났다.


“나쁜 기억들이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내가 묻자 여자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


“어떻게 아무것도 기억을 못할 수가 있어······?”


여자는 나를 낯선 사람 보듯 바라보았다.


“너는 마치, 네가 네가 아닌 것처럼 말을 해. 꼭 다른 사람이 네 몸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야.”


나는 얼른 입을 닫았다.


그런 내 반응을 보며 여자가 말을 이었다.


“너 정말로 남운이 맞니? 다른 사람이 그 몸에 들어와서 장난치는 거 아니지?”


이대로라면 정체를 들키겠다 싶어서, 나는 여자의 의심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엄마는, 제가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저를 다른 사람 취급하는 거예요? 제가 이 모습으로 엄마 앞에 앉아 있는데, 그런데도 제가 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품고 계시는 거예요? 제가 얼마나 더 저다워야 엄마는 저를 저로 인정해 주실까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전까지, 저는 엄마 아들이 아닌 건가요? 그럼 지금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저는 누구인가요? 엄마는 아세요?”


감정이 들어간 호소.


나는 내가 꽤 연기를 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니면 스스로도 이런 상황이 답답해서 저절로 감정 이입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


어쨌든 여자는 내 말에 듣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고개를 푹 숙였다.


이내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미안. 미안해, 남운아. 엄마가 잘못했어. 너는 너인데, 그냥 존재만으로도 너인 건데. 나는 대체 뭘 바란 걸까. 왜 이렇게 이기적인 걸까. 정말 역겨워······.”


나는 여자가 우는 모습을 보기 싫어 차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내가 관심을 주지 않자 여자는 금세 눈물을 닦더니,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피곤하지? 얼른 집에 가서 자자. 내일 일은, 자고 난 다음에 천천히 생각하는 거야.”


진작 그럴 것이지.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여자는 내 한숨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마도.



***



아침이 왔다.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여자에게 학교 갔다 오겠습니다, 말하고 집을 나왔다.


여자가 나를 붙잡으려고 해서 서둘러 집을 나왔다.


‘아, 학교가 어느 방향이지?’


다행히 몸이 기억을 했다.


나는 다리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20분 후에 중학교에 도착했다.


몇 학년 몇 반인지도 다리가 기억을 했다.


나는 내 자리에 가서 앉았다.


낯선 공간.


하지만 동시에 익숙한 느낌.


‘근데 뭐랄까. 분위기가 영······.’


나는 교실에 들어오면서 반 아이들에게 인사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단 한 명도 말이다.


‘뭐지? 나 왕따인가?’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던 때, 어떤 아이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여, 김남운!”


나는 저 아이들이 내 친구들인가 싶어,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안녕.”

“안녕?”


어째서인지 그 아이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나를 비웃는 것도 같았다.


“너 지금 나한테 개기냐?”

“······어?”


순간, 나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이 새끼가 미쳤나. 너 당장 화장실로 따라와.”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안 돼, 내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러자 남자아이 한 명이 내 멱살을 잡아서 억지로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귓구멍 막혔냐? 따라오라고!”


나는 영문도 모른 채, 화장실로 끌려갔다.


반 아이들은 내가 남자아이 무리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힐끔거리며 지켜보기만 했다.



***



나는 화장실에서, 친구인 줄 알았던 아이들에게 맞았다.


“이 새끼가 자살 시도를 했더니 미쳤나. 갑자기 왜 친한 척이야!”


남자아이 한 명이 작게 중얼거렸다.


‘······자살 시도?’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자살 시도라니?”

“뭐, 왜? 네 일인데 내가 설명을 해 줘야 돼?”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그러자 화장실에 있던 세 명의 남자아이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거짓말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안 때릴 줄 알았냐? 아니, 오히려 더 맞아. 네가 수면제 먹고 자살 시도하기 전에 유서에 우리 이름을 썼잖아. 그래서 우리가 담임이랑 일대일 상담까지 했는데, 화가 나겠냐, 안 나겠냐?”


남자아이들이 하는 말은 너무나도 빨라서 내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혼란스러웠다.


‘잠깐만. 이거 혹시······.’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는데, 시간이 흐르자 금세 상황 파악이 됐다.


‘아하.’


나는 단번에 이 상황을 이해했다.


나를 무시하는 반 아이들과 나를 괴롭히는 남자아이 무리의 연관성을.


여자가 나를 보고 학교에 가지 말라고 한 이유와 내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자 다행이라고 웃었던 것.


마지막으로 외출을 하고 돌아온 내 얼굴을 살피며 그놈들이냐고, 그 새끼들이냐고 초조해했던 여자의 반응까지, 전부 이해가 됐다.


나는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보았다.


‘나는 학교폭력 피해자야. 이놈들이 나를 괴롭혔어. 그러다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는데 실패했어. 여자는 죽었다가 살아난 나를 걱정했고, 내가 밖에 나갔다가 오자 또 이놈들이 나를 괴롭힌 건가 하고 의심을 했지. 차라리 기억하지 않는 게 좋은 거라고. 그래, 그 말이 맞네. 김남운의 엄마는 미친 여자가 아니었어. 그저, 아들을 지키려고 강해진 한 엄마였을 뿐이야······.’


나는 제정신인 여자를 미친 여자라고 오해했던 게 미안해서 속으로나마 사과를 했다.


그리고 내 앞에 선 세 명의 남자아이를 응시했다.


‘너희가 김남운을 괴롭혔구나.’


이 일에 이렇게까지 얽혔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척 놈들을 가만히 둘 수는 없었다.


‘당한 게 있으면 배로 갚아 주는 게 내 신조라서 말이야.’


나는 불쌍한 내 몸의 주인을 대신해, 나를 괴롭힌 놈들에게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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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 일진 사냥1 -신민철1- +1 24.07.22 111 2 12쪽
10 9. 사전 조사 +1 24.07.21 112 2 12쪽
9 8. 김남운의 일기장 +1 24.07.20 126 3 19쪽
» 7. 상황 파악 완료 +1 24.07.19 134 3 12쪽
7 6. 미친 여자 +1 24.07.18 143 2 12쪽
6 5. 장례식장에서 (2) +1 24.07.17 164 2 12쪽
5 4. 장례식장에서 (1) +1 24.07.16 176 3 11쪽
4 3. 조선 잡기 (3) +1 24.07.15 191 3 12쪽
3 2. 조선 잡기 (2) +1 24.07.15 225 3 12쪽
2 1. 조선 잡기 (1) +1 24.07.14 270 3 12쪽
1 0. 환생하다 +1 24.07.14 283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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