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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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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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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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전 조사

DUMMY

오늘은 사전 조사의 날이었다.


이강현 무리가 김남운을 괴롭혔고, 그로 인해 김남운이 자살 시도를 한 것은 분명했지만, 나는 아직 놈들에게 어떤 벌을 내릴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왕이면 가장 잔인한 복수가 좋잖아.’


그래서 놈들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사를 통해 알아내, 제일 소중한 것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복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 가야겠지.’


이강현 무리를 따라다니며 미행을 한 다음에, 앞으로의 방침을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



아침이 되어 학교에 가려는 나를 여자가 말렸다.


어제는 그냥 보냈지만, 오늘은 절대 못 보낸다고.


여자는 그 말을 하면서 내 얼굴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어제 놈들에게 맞아 얼굴에 멍자국이 있어서였다.


배의 멍자국은 더 심했다.


그러나 못 움직일 정도로 아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기 아들이 맞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의 가슴이 더 아플 것이다.


나는 여자가 걱정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요. 모든 걸 끝내기 위해 가는 거니까요.”

“끝낸다니. 뭐를 말이니?”


여자는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복수를 하러 간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어, 약간의 거짓말을 곁들였다.


“악연이요. 지금 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전학을 가서도 계속 생각날 것 같아서요. 이사 가서는, 여기에서 있었던 일 모두 잊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잖아요?”


여자는 나를 걱정했다.


“하지만 많이 힘들 거야. 그 아이들이 너를―.”

“―엄마.”


나는 내 두 번째 엄마를 불렀다.


“엄마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내 단호한 태도에 기세가 눌린 여자는 그래, 대답했다.


“······다치지 말고 와.”


그 말이 나에게는, 꼭 죽지 말고 돌아오라는 말처럼 들렸다.


‘안 죽어. 절대.’


나는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이미 한번 죽은 몸이거든요, 난. 죽는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해. 두 번 죽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요.’


여자의 잘 다녀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현관문을 닫았다.


나는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 학교로 갔다.


어서 빨리, 그 빌어먹을 새끼들의 면상을 보고 싶었다.



***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반 아이들을 괴롭히는 이강현 무리를 보았다.


이강현 무리는 나 말고 다른 아이들도 괴롭히는 듯했다.


‘그래서 내가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도 구해주지 않았던 거구나. 말리면 자기에게 피해가 가니까. 괴롭힘의 대상이 나에서 자기에게로 향하니까.’


알기는 알지만, 그래도 이강현 무리의 일진 짓을 못 본 척하는 반 아이들이 치사하고 얄밉게 느껴졌다.


‘방관도 죄야. 너희는 그걸 모르냐?’


에휴.


한숨을 쉬면서 교실로 들아가는데, 이강현이 나를 보았다.


“왔네.”


그 한 마디에 이강현 옆에 서서 아이들에게 겁을 주던 안재호와 신민철도 나를 돌아보았다.


“오, 남운이 왔다.”


김남운의 일기장을 읽어서인지, 일기 속 일진의 이름과 눈앞에 선 남자아이의 얼굴이 저절로 매치되었다.


먼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어기적거리며 나에게 다가오는 남자아이는 신민철이었다.


이강현의 왼팔.


무리 중에서는 서열 꼴찌인 일진.


겁이 많아서 그 점을 숨기기 위해 오히려 더 악랄하게 행동하는 놈.


“어제 잠은 잘 잤냐, 이 개새끼야?”


신민철이 내 머리를 때리려고 손을 올렸다.


피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일부러 맞아 주었다.


복수는 원래 예고 없이 하는 거니까.


아예 기어오를 것 같지 않던 찌질이가 갑자기 성격이 정반대로 바뀌어 자기에게 대든다면 신민철은 무척 당황할 것이었다.


‘내일 복수를 하니까 참는다.’


나는 신민철에게 머리를 맞고, 잠깐 동안 두 눈을 감고 있었다.


맞기는 맞았는데, 기분이 너무 불쾌해서 그게 표정에서 드러났다.


‘씨발. 엿 같네······.’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눈을 감을 게 아니라 감정이 드러나는 얼굴을 가렸어야 했다.


내가 불쾌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본 신민철이 일순 당황했다.


“이 새끼가 지금―.”

“―야, 비켜 봐.”


그때 안재호가 신민철을 옆으로 밀치며 나왔다.


이강현 무리의 자랑스러운 2인자가 납셨다!


‘이야. 새끼, 폼 좋네~.’


나는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한 사람이었다.


남을 괴롭히는 쪽보다는 오히려 괴롭힘을 당하는 쪽이었기에 아직도 담배를 피우면서 욕을 하고 험하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 조금 무서웠다.


안재호가 딱 그런 쪽 인간이었다.


이강현보다 약할 뿐, 신민철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악한 존재.


눈빛에서부터 포스가 느껴지는 아이.


확실히 나나 신민철 같은 노멀들과는 달랐다.


“너 뭐냐?”

“뭐가?”

“방금 그 표정 뭐냐고.”


그게 사람 때린 놈 친구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가만히 있다가 맞았는데, 당연히 기분이 나쁘지 않겠어?’


나는 신민철과 안재호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첫 번째 생에서 가해자보다 피해자였다.


그리고 아마 이번 두 번째 생도 그럴 것이다.


전과 다른 점은 나에게 힘이 생겼다는 것.


사람을 죽여도 경찰에 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것.


그 점만이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내가 너희를 죽여도 법이 그걸 잡지 못한다면 나는 선, 정의나 다름없어.’


이번 기회를 통해 나는 내가 정의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생각이었다.


“죽었다가 살아났다길래 불쌍해서 요즘 좀 풀어 줬더니, 그새 또 주제를 모르고 기어오르네?”


풀어 주다.


주제.


나는 김남운이나 안재호나 솔직히 다 같은 중학교 3학년일 뿐인데, 왜 이렇게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너 나랑 동갑이야. 그거 아냐?’


안재호는 그걸 모르는 눈치였다.


“안 되겠다. 따라와.”


안재호가 따라오라며 고갯짓을 했다.


도망치는 건 꼴사납다고 생각해, 순순히 따라갔다.



***



이번에도 어제와 같은 화장실이었다.


나는 안재호에게 맞으면서 인생살이가 참 뭐같다고 생각했다.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렇게 괴롭히는 거냐? 사람 한 명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거야?’


고작 그런 이유로 과연 사람이 사람을 죽여도 되는 걸까.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이강현이 나섰다.


“됐어, 멈춰 봐.”


안재호가 발로 명치를 걷어차는 것을 마지막으로 나에게서 멀어졌다.


안재호가 이강현의 말을 듣는 모습이, 꼭 개가 주인의 말을 듣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웃어?”


이강현은 내 반응이 흥미롭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뭐가 그렇게 웃길까?”


나는 이강현과 마주보고 웃었다.


내가 웃자 이강현도 웃었다.


“기분 좋아? 나도 그래.”


그러면서 이강현이 다짜고짜 내 뺨을 후려쳤다.


이 타이밍에 때릴 거라고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 고개가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몸도 같이 돌아갔다.


이강현은 머리를 잡고 나를 일으켜 앉혔다.


그리고 다시 뺨을 때렸다.


‘하하······.’


헛웃음만 나왔다.


이강현은 악마, 그 자체였다.


폭행을 말리는 척 내가 경계를 풀도록 의도하다가 나중에 가서 뒤통수를 세게 때리는 놈.


‘안재호랑 신민철은 솔직히 그냥저냥한 놈들이야.’


그러나 이강현은.


뭐라고 설명할 것도 없이 그냥 일반인과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어떤 소설의 주인공이 있다면, 주인공은 분명 이강현일 거라고 생각이 되게 만드는 위압감이 있었다.


‘어떻게 웹툰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일진이랑 이렇게 똑같이 생겼지?’


신기해서 이강현을 빤히 보았다.


‘그래. 네가 이 세계의 왕이구나?’


하지만 나도 한 소설의 주인공이었다.


이쪽 세계의 주인공과 저쪽 세계의 주인공이 만나면 어떻게 되는가.


‘서로 피 터지게 싸우겠지. 그러다 결국 딱 한 놈이 승리를 하고.’


나는 내가 그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넌 이번이 첫 번째 생일 거야. 하지만 나는 두 번째야. 2는 1보다 하나가 더 커. 그러니까 나도 널 이길 수 있어. 내가 너보다 훨씬 더 강하거든.’


이강현은 내가 도망치지 못하게 머리를 꽉 잡고 뺨을 계속 때렸다.


손이 웬만한 성인 남자의 손보다 큰 편인데 힘까지 세서, 놈에게 한 대씩 맞을 때마다 턱뼈가 부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아프다고 하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고, 때리지 말라고 부탁하지도 않았다.


‘복수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으로 해야지. 오늘 참았다가 내일 터뜨려 줄게. 오늘 날 건드린 걸 아주 후회할 정도로.’


이강현은 내 입에 피가 가득 찰 때까지 뺨을 때렸다.


슬슬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안재호와 신민철이 뒤늦게 말리자 그제서야 이강현은 내 귀싸대기를 때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강현의 손이 머리에서 떨어질 때, 나는 입에 머금었던 피를 화장실 바닥에 왈칵 토했다.


‘이거 완전 미친 새끼네······?’


바로 죽일까 싶었으나 완벽한 복수를 위해 참았다.


나는 뺨이 잔뜩 부어오른 상태로 교실로 돌아가, 아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학교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



학교가 끝나고 나서는 이강현 무리가 각각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조사했다.


나는 몸을 투명인간으로 바꾼 뒤, 제일 먼저 신민철을 따라갔다.


신민철은 체육관으로 가서 배구를 했다.


학교 체육관이 아니라 다른 체육관이었는데, 그곳에서 배구를 배우는 듯했다.


“잘한다!”


신민철은 배구 코치로 보이는 듯한 사람에게 칭찬을 받고 활짝 웃었다.


‘······웃어?’


나는 저 웃음을 망가뜨리고 싶었다.


‘일단 한 놈 확인했고.’



***



두 번째 감시 대상자는 안재호였다.


조선을 찾았던 위치 추적 능력을 사용하자 안재호가 어디에 있는지가 내 눈에 훤히 보였다.


나는 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왜 여기에 있지?’


뭘 하나 보았다.


안재호는 축구를 하고 있었다.


‘축구······?’


그러고 보니 나를 굉장히 잘 찬다고 생각했는데, 축구를 해서 그런 거였구나.


‘뭔가 기분이 되게 안 좋은걸.’


나는 괜히 배가 아팠다.


안재호는 축구를 잘했다.


축구를 잘 모르는 나도 안재호가 축구의 재능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잔디가 깔린 넓은 운동장을 열심히 뛰어다니던 안재호가 결국 골을 넣었다.


고작 게임일 뿐인데 뭐가 그렇게 좋은지, 안재호는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포효했다.


나에게는 그 모습이 한심하게 보였다.


‘그래. 그게 네 약점이구나.’


나는 유유히 학교 운동장을 빠져나왔다.



***



세 번째로 찾아간 놈은 이강현이었다.


이강현은 야외 공원에서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있었다.


이강현이 반 서열 1위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은 큰 키와 튼튼한 하체 덕분이었다.


그 두 가지의 장점이 농구를 할 때는 더욱 빛이 났다.


‘아주 그냥 날아다니는구먼!’


이강현이 순식간에 골을 넣었다.


같은 팀인 듯 보이는 아이들이 이강현에게 달려가 잘했다고, 최고였다며 칭찬을 했다.


이강현이 웃었다.


정말 행복해 보였다.


‘김남운은 죽도록 괴롭혔으면서 너는 웃어? 넌 웃을 자격도 없어, 이 새끼야!’


나는 학교폭력 가해자가 농구 골대에 골을 넣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안 좋아졌다.


순진하지 않은 사람이 너무나도 티가 나게 순진한 척 연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젠장, 기분 잡쳤네.’


곧바로 걸음을 돌려 집으로 갔다.



***



알아내야 할 건 다 알아냈다.


나는 세 명에 대한 사전 조사를 끝마쳤다.


그리고 그 세 놈이 가장 두려워할 만한 복수 방법을 생각해 냈다.


‘기대해라, 이 자식들아.’


절대 편하게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복수 실행 날짜는 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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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사전 조사 +1 24.07.21 111 2 12쪽
9 8. 김남운의 일기장 +1 24.07.20 125 3 19쪽
8 7. 상황 파악 완료 +1 24.07.19 133 3 12쪽
7 6. 미친 여자 +1 24.07.18 143 2 12쪽
6 5. 장례식장에서 (2) +1 24.07.17 162 2 12쪽
5 4. 장례식장에서 (1) +1 24.07.16 176 3 11쪽
4 3. 조선 잡기 (3) +1 24.07.15 191 3 12쪽
3 2. 조선 잡기 (2) +1 24.07.15 225 3 12쪽
2 1. 조선 잡기 (1) +1 24.07.14 26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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