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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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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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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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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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 잡기 (1)

DUMMY

환생.


‘그런 건 소설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인지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다.


나는 죽었지만 다시 태어났고, 지금 새로운 몸 안에 들어와 있다.


얼굴을 보고 나이를 짐작해 보면 남자아이는 대략 중학생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난 성인인데, 왜 어린아이 몸으로 들어왔을까?’


그 점이 조금 아쉬웠으나 아쉬움은 금세 사라졌다.


‘다시 살아난 게 어디야. 난 그걸로 만족해.’


개를 산책시키다가 미친 견주에게 죽은 스물세 살 청년의 이야기는 너무 비극적이었다.


‘이왕 살아났으니 제대로 한번 살아보자!’


인생 역전을 꿈꾸었다.



***



화장실에서 거실로 나와, 텔레비전을 틀었다.


오늘이 며칠인지 몰랐으므로 뉴스를 보면서 정보 수집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죽고 바로 이 몸으로 들어온 건지, 아니면 며칠 시간이 흐른 건지 그걸 알아내야지.’


벽시계를 보았다.


딱 아홉 시였다.


나는 아홉 시 뉴스를 보면서 오늘이 며칠인지 알게 되었다.


‘21일이네.’


오늘은 21일.


내가 죽은 날은 20일이었다.


‘어제야?’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게 아직 막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래서 뉴스를 보며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했다.


뉴스에서는 어제 벌어진 칼부림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 바로 내 사건이다.


“―네, 어제 중랑천에서 일어난 칼부림 사건의 용의자가 아직도 경찰에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이 큰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개의 목줄을 채워 달라는 피해자의 요구에 불응하고, 피해자가 경찰을 부르자 분노를 참지 못해 가지고 있던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피해자를 살해한 사건인데요. 잔인하고 충격적인 사건인 만큼, 경찰은 용의자의 위치를 빠른 시일 내에 특정하여 반드시 체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랑천 칼부림 사건.


내가 죽고 나서 그 사건에 그렇게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뉴스에 내 사건이 나오니까 뭔가 기분이 묘한걸? 나는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데.’


나는 뉴스를 조금 더 보다가 조용히 텔레비전을 껐다.


일단 알아야 하는 것은 다 알았다.


‘그 새끼가 경찰에 안 잡혔다 이거지?’


좋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아직 놈을 죽일 기회가 있다는 거니까.


‘어디에 있는지만 안다면 당장 찾아가서 죽일 텐데.’


나는 집이 조금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실 커튼을 옆으로 치우고 창문을 활짝 열였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견주가 현재 있는 곳을 모른다는 점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던 때였다.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뭐야, 이건······?’


실은 아까 뉴스를 볼 때부터 눈에 무언가가 아른거리기는 했다.


그것은 가로등의 불빛처럼 거슬리게 반짝거렸다.


그때는 눈에 벌레가 들어갔나 싶어, 자세히 안 보았다.


이번에는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서 잘 보았다.


그러다가,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 건지를 알게 되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바로 그 견주였다.


견주는 나와 꽤 먼 거리에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두운 골목에 숨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견주가 있는 곳에서부터 내가 있는 곳까지, 환하게 빛나는 노란색 선이 길게 이어졌다.


마치 나 여기 있어요, 잡아 가세요, 라고 남자가 말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 선이 나에게 이런 말을 전하는 것만 같았다.


‘놈이 저기에 있어. 안 잡으러 가? 복수 안 해? 안 죽일 거야?’


이게 현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상황은 나에게 너무 좋은 쪽으로 흘러갔다.


어제 나를 죽인 그놈의 위치가, 어째서인지 지금 내 눈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환생자의 능력 같은 걸까? 날 죽인 놈의 위치가 보이다니 말이야······.’


이쯤 되니, 나는 내가 신에게 축복받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죽었다가 살아났는데, 복수를 할 능력까지 얻게 되다니! 완전 최고잖아?’


바람이 조금 쌀쌀한 듯해, 나는 내 방 옷장에서 잠바를 꺼내 입었다.


‘여기 내 집인 것 같으니까 입고 싶은 거 마음대로 입어도 되겠지?’


부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아도 팔에 소름을 돋게 하는 추위는 생생하게 느껴졌다.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고마운 추위였다.


‘아까보다는 덜 춥네.’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엘리베이터를 잡으면서 내가 나온 집의 호수를 확인했다.


2303호.


‘아파트는 높은 곳에 살수록 부자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럼 난 부자로 환생한 건가?’


첫 번째 생에서는 평민.


두 번째 생에서는 부자.


문득 처음으로 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낳아 준 엄마에게는 조금 미안한 생각이지만.


‘이러면 망설일 이유가 없지. 이 세상에 돈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잘못을 해도 돈이 있으면 무죄로 풀려나는 세상에 부자로 환생했다?


이건 뭐, 나보고 견주를 죽이라고 누군가가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먹여 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개이득!’


나는 내 눈에만 보이는 노란색 선을 따라, 곧바로 견주를 찾아갔다.



***



내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견주는 여전히 어두운 골목에 숨어서 빠져나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내가 가는 동안 도망가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나는 자기가 체포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몸을 덜덜 떠는 견주가 하찮고 가소로워 보여, 살짝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안녕! 거기서 뭐 해?”


죽었다가 살아나서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는 나는, 전과 다른 떳떳하고 당당한 태도로 견주를 대했다.


견주는 조금 늦게, 내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서 경계했다.


“······지금 나한테 물은 거야?”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걸 어떻게 알고 말을 걸었나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


“그래, 너. 거기서 뭐 하냐고.”


나는 반가운 마음에 견주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다.


그러자 남자가 품에서 망치를 꺼내 보이며 협박했다.


“다가오지 마! 오면 이걸로 네 머리를 부숴버릴 거다!”


어제는 칼이었는데, 오늘은 망치.


또 흉기를 소지하고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나는 왜인지 눈앞에 이 남자가 점점 하찮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생각을 해 보면 어떨까?’


사실 이 남자는 내 생각처럼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 이 세상에 두려운 게 너무나도 많은 나머지,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저런 무기를 가지고 다니는 루저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다.


그랬더니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뭐야. 나보다도 못한 놈이었잖아?’


나는 놈에게 한 발 더 다가갔다.


남자가 망치를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남자에게 칼에 찔려 죽은 전적이 있는지라 나는 멈칫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저 망치에 머리를 맞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다.


‘아, 저건 곤란한걸. 머리에 맞으면 즉사잖아.’


나는 내가 남자의 등 뒤로 순간이동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러면 망치에 맞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뒤에서 기습 공격을 할 수도 있는데.’


생각을 끝마치는 것과 동시에 나는 정말 남자의 등 뒤로 순간이동을 했다.


순간 너무 놀라서 목에서 어? 소리가 나오려는 것을 겨우 자제했다.


‘아아······.’


이제 나에 대해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간 건가?”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는 내가 사라지자 안심하며 망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나는 남자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바닥에 놓인 벽돌을 조용히 집어 들었다.


‘이해했어.’


그리고 웃는 얼굴로 남자의 머리를 벽돌로 내려쳤다.


빠악!


남자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단번에 기절했다.


남자가 입을 벌리고 기절한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옷에 벌레가 들어간 것처럼 배가 심하게 간지러웠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했다.


‘나는 신이야. 인간으로 죽고 신으로 다시 태어난 거야!’


신.


마음먹은 건 뭐든지 할 수 있는 존재.


그 사실을 깨닫고, 나는 감격스러움을 느꼈다.


이렇게 되면 전생에 허무하게 죽은 게 그리 억울하지만은 않았다.


‘인생은 성공 아니면 실패라더니. 내가 정말 딱 그 케이스잖아?’


자, 이제 이놈을 어떻게 요리할까.


나는 벽돌에 머리를 맞고 기절한 남자를 내려다보며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


잔인한 상상을 실컷 하고 나서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똑같이 되갚아 줄게.’


나는 의식을 잃은 남자의 한쪽 다리를 잡고 걸음을 뗐다.


사람들이 나를 보면 어쩌지, 하는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보지 못했다.


나는 투명 인간이었다.


몸이 투명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니, 아까 순간이동을 성공했을 때처럼 진짜로 투명 인간이 되었다.


모습은 안 보여도 부딪치면 느낌이 나는지, 나와 어깨를 부딪힌 남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남자가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심했다.


‘이왕 신으로 태어난 거,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고 죽자.’


나는 남자를 질질 끌고서 그의 집으로 향했다.


생각만 하면 뭐든지 이루어지는지라 남자의 집을 생각하자 그의 집 위치가 보였다.


남자의 위치를 알려 주었던 것과 똑같은 노란색 실이 이번에는 남자의 집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기에 그 개새끼가 있단 말이지?’


내 오른손에는 남자의 발이, 왼손에는 남자의 망치가 들려 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앞으로 걸었다.


‘네가 감히 위시를 죽여?’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동으로 걸음이 빨라졌다.


조금씩, 남자의 집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



나는 남자의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몰랐다.


그래서 그냥 남자의 집 안으로 순간이동을 했다.


‘도착했네.’


집 안에 들어와서는 남자의 발을 바닥에 뚝 떨어뜨렸다.


집을 둘러보았다.


개를 찾기 위해서였다.


남자의 개는 거실에 없었다.


집을 조금 돌아다닌 끝에 작은 방에서 잠을 자고 있는 대형견을 발견했다.


‘아, 저기에 있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내 발밑에서 숨을 쉬는 개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자는 모습은 참 예쁜데 말이야.’


하지만 깨어 있을 때는 무척이나 사나운 개였다.


“넌 이름이 뭐니?”


대답을 들을 마음 없이 한 질문이었다.


내 목소리에 개가 천천히 눈을 떴다.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상황을 파악하는 데까지 몇 초가 걸렸다.


이윽고 개가 침입자의 존재를 인지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달려들려던 때, 나는 가지고 있던 망치로 개를 때렸다.


개는 망치에 정확히 머리를 맞았다.


깨갱!


덩치만 컸지, 맞을 때 내는 소리는 소형견과 같았다.


개는 머리를 맞고 비틀거렸다.


나는 내 개가 아닌 다른 주인의 개에게는 별로 정이 가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은 바로 내가 키우는 개다.


그리고 나의 그 사랑스러운 개를, 바로 이 개새끼가 물어 죽였다.


“네 이름이 뭐든, 별로 알고 싶지 않아.”


퍽!


퍼억!


망치를 여러 차례 후려쳤다.


개는 처음에는 나를 피해 방 안을 이리저리 도망다녔다.


나는 개가 다른 곳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방문을 닫았다.


개는 나에게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달려들기도 했지만, 둔탁한 무기에 맞아 다리 뼈가 부러졌는지, 나중에는 도망을 가지도 못했다.


망치에 여러 대 맞은 개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곧 죽겠네.’


나는 힘겹게 숨을 내쉬는 개를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마지막 공격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숨이 끊어질 것처럼 보였기에 손에서 망치를 놓았다.


방바닥에 망치가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대로 방을 나가려던 나는, 순간 아주 기막힌 생각을 떠올렸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일.


‘그거, 없나······?’


나는 내 계획에 필요한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그것’을 찾고 돌아왔을 때, 개의 숨은 이미 끊어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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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 일진 사냥1 -신민철1- +1 24.07.22 109 2 12쪽
10 9. 사전 조사 +1 24.07.21 110 2 12쪽
9 8. 김남운의 일기장 +1 24.07.20 125 3 19쪽
8 7. 상황 파악 완료 +1 24.07.19 133 3 12쪽
7 6. 미친 여자 +1 24.07.18 143 2 12쪽
6 5. 장례식장에서 (2) +1 24.07.17 162 2 12쪽
5 4. 장례식장에서 (1) +1 24.07.16 176 3 11쪽
4 3. 조선 잡기 (3) +1 24.07.15 191 3 12쪽
3 2. 조선 잡기 (2) +1 24.07.15 225 3 12쪽
» 1. 조선 잡기 (1) +1 24.07.14 269 3 12쪽
1 0. 환생하다 +1 24.07.14 281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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