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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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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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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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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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일진 사냥1 -신민철1-

DUMMY

첫 번째 복수 대상자는 신민철이었다.


원래 복수는 따까리들부터 처리한 후 마지막에 대장을 처리하는 게 정석이기 때문에, 나는 무리의 서열 3위인 신민철을 맨 처음 복수 대상으로 삼았다.


‘네가 제일 만만하기도 하고.’


사실 신민철은 나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인간이다.


단지 남들보다 줄을 잘 선 것뿐.


‘그래서 제일 얄미워.’


약자는 약자를 알아보는 법.


나는 신민철을 딱 보자마자 신민철이 나와 같은 유형의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와 같은 유형이란, 남을 괴롭히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흔히 말해 진따.


찐따에게는 찐따만의 기운이 흐르는데, 나는 그걸 신민철에게서 느꼈다.


그리고 확신했다.


‘너도 나와 같구나?’


아마 신민철은 초등학생 때는 반에서 존재감 없이 조용히 지냈을 것이다.


그러나 중학교에 올라오고 나서부터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찐따에서 일진으로 변할 만한 좋은 계기가 있었는지, 녀석은 변했다.


찐따에서 일진으로 인생 역전!


사실 이 세상에는 적당히라는 게 없다.


중간이라는 게 없어서 처음이거나 마지막이거나, 아싸거나 인싸거나 둘 중 하나의 신분만을 선택할 수 있다.


다들 중간이 있다고, 자기는 그 중간이라고 말하고는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스스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기가 인싸가 아니라는 것을.


그걸 인정하기 싫은 나머지, 차마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현실 속 자기 모습과 상상 속 자기 모습을 헷갈려하는 불쌍한 사람.


내가 그랬다.


곧 알게 될 진실이 두려워 두 눈을 가린 채 살았지만,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나는 내가 타고난 낯가리는 버릇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문제는 나였다.


그냥 내가 문제였다.


‘그때는 그걸 왜 그렇게 인정하기 싫었을까?’


오늘, 나는 내가 찐따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과 상황이 달라졌다.


내가 찐따여도, 찐따가 아니어도, 이 상황에서는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다시 태어났고, 현재 신으로서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지금 나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신은 마음먹은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



아침에 교실에 들어가니, 신민철은 여느 때와 같이 안재호와 함께 반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혼자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서, 안재호나 이강현이 옆에 있을 때면 용기를 얻어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으휴. 찌질이.’


인생 2회차인 내 눈에는 그게 보였다.


찐따가 찐따인 것을 감추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일진인 척 연기하는 모습이.


‘이렇게 보니까 더 한심하네. 어린 중학생의 눈으로 보는 것과 성인이 되어 어른의 눈으로 보는 건 이렇게나 느낌이 다르구나.’


중학생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나는 중학생 몸에 들어온 성인이었다.


‘유치해서 차마 더는 못 보겠다.’


나는 신민철이 바보짓을 하는 것을 더 지켜보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민철아.”


신민철이 나를 경계하지 않도록 최대한 기억을 잃기 전의 김남운의 목소리를 흉내냈다.


아니, 흉내냈다는 말이 제대로 된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과거에 누구였든지, 지금 나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인 김남운이니까.


“······뭐야. 너 지금 나 불렀냐?”


내가 부르자 약간 당황한 반응을 보이던 신민철이 재빨리 일진의 기강을 잡았다.


“왜?”


신민철은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내 쪽으로 느리게 걸어왔다.


‘새끼, 멋진 척하기는!’


나는 속으로 신민철을 비웃었다.


반 아이들과 안재호가 보는 앞이라서 더더욱 자신감이 생긴 듯 보였다.


‘꼭 누가 보고 있으면 가오를 챙기는 놈들이 있단 말이지.’


신민철은 전형적인 일진 따까리였다.


안재호는 이강현의 오른팔이라고 부를 만한 존재지만, 신민철은 애매했다.


일진도, 찐따도 아니었으니까.


사실 그런 경우에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찐따라고 불러야 하는데, 이강현은 신민철이 신기해서 데리고 있었던 것 같다.


‘진따가 일진 행세를 하니까 재미로 곁에 두는 건지도 몰라.’


이걸 한 마디로 동족상잔이라고 한다.


‘신민철이 자기와 같은 신분의 아이들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많이 웃었겠지.’


이강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악질인 게 틀림없다.


사람을 아주 벼랑 끝까지 몰아넣는다.


그래서 김남운이 그런 선택을 한 거라고.


“뭐.”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신민철이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쿡쿡 찌르면서 도발했다.


“왜 부르는데, 이 새끼야?”


나는 신민철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저 중학생이 어른을 겁박하는 장면을, 멀리서 제3자의 눈으로 지켜보며 은밀한 비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나는 악의가 드러나지 않는 말투로 경쾌하게 말했다.


신민철이 양쪽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어엉? 할 말?”


나는 신민철이 당황해서 조폭 흉내를 내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도 웃음을 꾹 참았다.


‘아직은 안 돼.’


조금 더 있다가 실컷 웃자고, 나는 나 자신을 달랬다.


“네가 나한테 할 말이 뭐가 있냐? 해 봐.”


아, 이럴 줄 알았다.


‘사람 없는 데로 가서 이야기하자고 할까 봐 미리 말을 꺼내는구나.’


역시 신민철은 가짜다.


가짜 일진이다.


그래서 이렇게 찐따와의 1대1 상황을 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 말고, 조용한 데 가서 말하고 싶어.”


교실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나는 꿋꿋이 내가 할 말을 했다.


“굳이? 귀찮은데, 그냥 여기서 말하지?”


신민철은 구질구질하게 고집을 부렸다.


나와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


‘왜? 일대일로 싸우면 네가 질 것 같아?’


내가 들어와 있는 김남운의 몸은 또래보다 키가 작았다.


그래서 신민철보다 키가 작았는데, 자기보다 키가 작은 아이에게 쫄 정도면 신민철은 대체 얼마나 겁이 많은 걸까.


‘궁금하네. 확인해 봐야지.’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말했다.


“부탁이야. 너랑 둘이서 이야기하고 싶어. 너에게 돈 갚을 것도 있고······.”


그러면서 마지막에 슬쩍 미끼를 던졌다.


돈을 갚을 테니 따라와 달라는 말에, 그때까지 우유부단하던 신민철의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뭐야, 그런 거였어? 야, 그럼 진작 말을 하지!”


긴장이 풀린 신민철이 다짜고짜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이제 와서 뒤늦게 친한 척이라니, 웃기지도 않네. 네가 생각해도 너무 늦은 것 같지 않냐?’


신민철은 종종 김남운에게서 돈을 빼앗았다.


김남운의 일기장에는 신민철이 이강현, 안재호 몰래 자기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걸 읽고서 아, 이 새끼는 정말 야비한 새끼구나 알게 되었다.


겁쟁이가 제일 용감하다더니, 신민철은 정말 일진 무리 중에서 제일 용감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신민철의 인생은 곧 망할 것이다.


‘넌 건드리면 안 되는 상대를 건드린 거야.’


나는 속으로 신민철에게 말했다.


‘돈이 그렇게도 좋냐? 그래, 그럼 네가 그토록 좋아하는 돈을 이용해 네 인생을 망쳐 줄게. 평생 오늘 일을 후회하게 해 주마.’


나는 신민철의 악하고 약한 점을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신민철이 안재호 쪽을 보며 말했다.


“재호! 나 잠깐 얘랑 화장실 갔다 올게.”

“어.”


신민철과 같이 다니기는 하지만, 안재호는 신민철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안재호는 신민철이 자기보다 못났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안재호가 신민철과 함께 한다기보다는 신민철이 안재호를 졸졸 따라다니는 식이었다.


그렇지만 부하로서는 쓸 만하다고 생각하여, 일진 무리의 인원으로 받아들인 것이리라.


‘사실 일원이라기보다는 둘의 따까리에 가깝지만.’


안재호는 신민철이 어디에서 뭘 하든 관심 없는지, 자기 자리로 가 앉았다.


나는 신민철과 둘이서 화장실로 걸어갔다.


“돈 얼마 가지고 왔어?”


내 목에 팔을 두른 채로 신민철이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말없이 싱긋 웃기만 했다.


“뭐야, 비밀이야?”


돈 귀신이라도 붙었는지, 신민철의 입은 벌써부터 귀에 걸려 있었다.


‘단순하기는!’


나는 신민철이 멋대로 오해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



신민철은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나와 둘이 화장실에 갔다.


돈을 받을 생각에 한껏 들떴는지, 화장실 앞에 도착해서는 목에 두른 팔을 풀고 자기가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기까지 했다.


“야, 빨리 들어와! 여기 아무도 없지?”


신민철은 남자 화장실 변기 칸을 하나씩 다 열어 보며, 자기가 삥을 뜯는 장면을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아무도 없네~.”


화장실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신민철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래서, 얼마 가지고 왔어?”


그렇게 물으면서 내 주머니를 막 뒤지는 신민철이었다.


나는 신민철이 멋대로 기대했다가 또 멋대로 실망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뒤져 봐도 소용없어.”


양쪽 바지 주머니를 뒤져 봤는데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신민철에게,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나 돈 안 가지고 왔거든.”


그 말에 신민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


신민철이 당황했다.


“······그럼 너 나한테 거짓말한 거야?”

“응.”

“장난친 거야?”

“응.”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신민철이 바로 내 멱살을 잡았다.


“미쳤냐? 죽고 싶어?”


죽고 싶다?


나는 나보다는 신민철이 더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 난 살고 싶어.”

“근데 왜 이런 장난을 친 거야?”


신민철이 물어서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돼.”

“뭐? 내가 왜 사라―.”


철컥!


나는 잠겨 있지 않은 화장실 문을, 고개를 돌려 염력으로 잠갔다.


내가 고갯짓만으로 문을 잠그자 신민철이 주춤하며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뭐, 뭐야······. 방금 뭐냐고······!”


나는 신민철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


잠시 후에 신민철이 물었다.


“······저거 네가 한 거지?”

“맞아.”


나는 순순히 인정했다.


“왜? 아니, 어떻게―.”

“―난 신이거든.”


황당한 얼굴의 신민철은 보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한 쾌감을 안겨 주었다.


‘새끼, 표정 봐!’


그 말을 하고, 나는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신······?”


믿지 못해 경계하는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신민철은 내가 농담을 하는지,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를 분간하지 못해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화장실 문도 잠갔고, 목격자도 없으니 딱이네.’


나는 내가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참고 지내보려고 했는데, 이강현 무리가, 신민철이, 그걸 방해한 거다.


‘나에게는 죄가 없어. 죄는 나를 폭행한 너희들에게 있지.’


죽은 김남운을 생각했다.


너무나도 억울하게 사라진 김남운의 순수한 영혼을.


‘나는 김남운을 대신해 이 자리에 있는 거야. 지금 상황에서 김남운이 제일 원하는 건······.’


복수.


무조건 복수.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너는 신을 건드린 아주 멍청한 인간이지.”


나는 내 멱살을 잡고 있는 신민철의 양손을.


신의 능력, 보이지 않는 검을 사용해, 깔끔하고 신속하게 잘라 냈다.


작가의말

연재 시간은 오후 10시 30분으로 고정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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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 사전 조사 +1 24.07.21 111 2 12쪽
9 8. 김남운의 일기장 +1 24.07.20 125 3 19쪽
8 7. 상황 파악 완료 +1 24.07.19 133 3 12쪽
7 6. 미친 여자 +1 24.07.18 143 2 12쪽
6 5. 장례식장에서 (2) +1 24.07.17 162 2 12쪽
5 4. 장례식장에서 (1) +1 24.07.16 176 3 11쪽
4 3. 조선 잡기 (3) +1 24.07.15 191 3 12쪽
3 2. 조선 잡기 (2) +1 24.07.15 225 3 12쪽
2 1. 조선 잡기 (1) +1 24.07.14 269 3 12쪽
1 0. 환생하다 +1 24.07.14 281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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