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최근연재일 :
2024.09.19 22:30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4,417
추천수 :
70
글자수 :
413,486

작성
24.07.18 20:00
조회
142
추천
2
글자
12쪽

6. 미친 여자

DUMMY

벽시계를 보니, 벌써 자정이 넘어 있었다.


‘늦게 와서 화가 난 건가······?’


나는 여자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보고, 내가 늦게 와서 화가 난 거라고 생각했다.


“죄송해요. 이렇게 늦을 줄은 몰랐어요. 다음부터는 일찍 다닐게요.”


지금의 나는 정신은 위상우였지만 몸은 위상우가 아니었기에 내 몸의 주인 행세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여자의 의심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여겼다.


‘얼른 방으로 들어가야지.’


나를 무섭게 쳐다보는 여자를 피해 방으로 도망가려고 했다.


여자는 내가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잠깐.”


그 말을 하고 여자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여자는 곧 내 쪽으로 다가왔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이 상황에서 도망을 치면 내가 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꼴밖에 안 된다고 생각해서 꾹 참았다.


“어디 갔다 온 거냐고 물었잖아.”


여자가 손가락으로 내 턱을 잡았다.


그리고 왼쪽, 오른쪽, 위, 아래로 움직이며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꼭 얼굴에 상처가 있나 확인하는 것 같았다.


“대답 안 해?”


얼굴에 상처가 없는 걸 확인하자 여자는 얼굴에서 손을 떼었지만, 여전히 내 앞에 서서 나를 무섭게 내려다보았다.


나는 여자가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이유를 알지 못해 답답했다.


“자, 잠깐 산책 좀 하다가 왔어요······.”


거짓말을 하는데, 여자의 눈치가 보여 시선을 슬그머니 내렸다.


여자는 엄마보다 조금 젊었는데, 무섭기는 더 무서웠다.


우리 엄마가 화를 내도 이렇게까지는 안 무서울 것 같았다.


‘이번 생의 엄마는 무섭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때, 여자가 불쑥 물었다.


“그놈들이야?”

“네?”


나는 여자가 말하는 그놈들이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몰랐다.


“그 새끼들이냐고?”


여자의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불쌍한 나는 멍청하게 되물을 뿐이었다.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놈들이 누구예요?”

“뭐?”


여자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여자는 내가 내가 맞는지 의심하는 눈초리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나는 그 시선이 무척 부담스러웠다.


“······.”


침묵이 길어졌다.


단둘뿐인 집에 조용한 침묵이 흐르는 동안,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 안 되겠다.’


이 말을 하지 않고는 도저히 현재 상황을 빠져나갈 수 없다고 판단해, 결국 여자가 싫어할 만한 말을 했다.


“실은 제가 기억상실증에 걸려서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나는 내가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당연하게도, 내 말은 들은 여자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농담하는 거지? 그렇지?”

“농담 아니에요. 정말로 기억이 안 나요.”


나는 이 말도 했다.


“아주머니가 누구인지도 기억이 안 나요. 하지만 제 엄마인 것은 알고 있어요. 처음 봤지만, 처음 본 것 같지 않고 굉장히 익숙했거든요.”


말을 하고 난 다음에 여자의 반응을 살폈다.


여자는 내 말을 못 믿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진심으로 억울한 눈빛을 보내는 나를 보고 살짝 헷갈려했다.


“······정말이야?”

“네.”


나는 고개를 확실하게 끄덕이며 이 말을 덧붙였다.


“갑자기 기억상실증에 걸려서 저도 혼란스러워요. 하지만 무엇보다 혼란스러운 사람은 아주머니겠죠.”


아주머니라는 말에 여자가 발끈했다.


“아주머니라고 하지 마! 나는 네 엄마야!”


히익.

무서워.


나는 여자가 내 친엄마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네, 죄송해요.”


엄마.


마지막에 엄마라고 작게 부르자 여자는 조금 기분이 풀린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한 손을 허리에 댄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삐딱한 자세 때문인지, 여자가 무척 불량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장난 아니고, 정말 기억이 안 나는 거지?”


여자의 물음에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발 내 말 좀 믿어줘. 진짜라고.’


잠시 생각을 하던 여자는 드디어 내 말을 믿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래. 믿을게.”


됐다!


나는 이제, 내가 방에 들어가서 쉴 수 있다고 기뻐했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아이를 상대로 엄마가 무엇을 하겠는가?


‘방에 들어가서 쉬라고 하겠지.’


전 그러면 방에 들어가서 쉴게요.

라고 말하고 방에 들어가려는데, 여자가 덥석 내 팔을 잡았다.


나는 여자에게 팔을 잡혀 방을 눈앞에 두고도 들어가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왜, 왜요······?


순간, 내가 내가 아닌 걸 여자에게 들킨 건 아닐까 싶어서 심하게 제 발 저리고 있었다.


내가 긴장하자 여자가 처음으로 웃었다.


“왜 이렇게 긴장해?”


나는 그 웃음이 무서웠다.


속을 알 수 없는 여자라서 더 그런 것 같았다.


“갑자기 절 잡으셔서······.”


내가 말끝을 흐리며 여자에게 잡힌 팔 쪽을 힐끔 보자 웬일로 여자가 사과했다.


“놀랐니? 미안해.”


잠깐 거기 있어 봐.


여자는 나를 거실에 놔두고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뭐지?’


나는 내 방에 들어가야 하나, 아니면 계속 이대로 있어야 하나 고민했다.


고민하는 사이에 여자가 방에서 나왔다.


뭐가 달라진 건가 하고 보니, 입고 있던 옷에 겉옷을 하나 추가한 상태였다.


“병원에 가자.”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그 말을 했다.


나는 내가 잘못 들은 거라고 믿고 싶었다.


“병원이요? 전 미치지 않았어요!”


여자가 나를 정신병원에 가둘 거라고 생각한 나는,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무진장 노력했다.


“그냥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뿐이에요. 머릿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복잡해요. 무언가가 있는데, 그 무언가를 기억하지 못해서 저도 많이 답답해요. 아마 어떤 외부 충격으로 인해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걸 거예요. 하지만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저는 미치지 않았어요, 엄마.”


나는 처음 보는 여자를 엄마라고 부르며, 나를 정신병원에 가두지 말아 달라고 사정했다.


여자는 말없이 내 말을 듣다가 말이 끝나자 뒤늦게 말했다.


“정신병원에 가는 게 아니야. 일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보자는 거야. 머리 쪽에 문제가 있나, 없나 확인을 해야지.”

“전 괜찮아요!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요!”


나는 지금 병원에 가고 싶지 않았다.


한번에 너무 많은 일을 겪고 피곤해서, 빨리 방에 들어가 잠을 자고 싶었다.


그러나 여자는 내가 방에 들어가 자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니. 괜찮은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안 괜찮아질 수도 있어. 상태가 더 심해지기 전에 얼른 검사하고 치료를 받아야지.”


여자는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나에게 옷을 입으라고 말했다.


“그런데 너, 옷이 그게 뭐니? 왜 장례식장 복장을 하고 있어? 색이 너무 칙칙하잖아. 밝은 옷으로 갈아입고 나와. 추우니까 잠바도 입고.”

“엄마, 저―.”

“―어서.”


여자는 내 말을 끊으며 무섭게 말했다.


나는 여자가 무서워서 더 대꾸하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는데, 벽걸이에 걸린 교복에 눈길이 갔다.


‘교복? 역시 학생이었구나.’


얼굴이 중학생 정도로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중학생인 모양이었다.


옷을 다 갈아입고 방을 나가기 전에 나는 교복에 달린 이름표를 보았다.


내 이름을 확인했다.


‘······김남운.’


그것이 두 번째 생의 나의 이름이었다.



***



병원으로 차를 운전해서 가는 길에, 여자는 자기 이름을 나에게 알려 주었다.


“내 이름은 김선영이야.”


네에.


딱히 관심은 없었지만, 경청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작게 대답했다.


‘응?’


그러던 중에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나는 엄마 성을 물려받은 걸까?’


보통은 아빠의 성을 물려받을 텐데.


‘아니면 부모님 둘 다 성이 김씨인가? 그런 경우는 드물기는 한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병원에 가까워지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도착했다.”


여자는 병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여자가 먼저 내렸고, 나도 여자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


“검사는 금방 끝날 거야.”


그 말은 나에게는 꼭, 네 인생은 곧 끝날 거야, 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려 굉장히 불안했다.


‘만약에 기억상실증이 아니라고 하면······.’


그렇게 되었을 때의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여자와 같이 의사를 만나 증상을 설명하고, MRI를 찍었다.


나는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혼자서 많이 걱정을 했다.


그러자 여자는 내가 긴장을 한다고 생각했는지, 괜찮다고 말했다.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건데?’


여자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모든 걸 다 아는 척을 했다.


그 점이 심히 거슬려, 의자에 앉을 때 나는 여자와 한 칸 거리를 두고 앉았다.



***



늦은 시간에 나와 여자는 병원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검사를 했다.


내가 간 병원은 밤낮 구분 없이 24시간을 운영하는 병원이었다.


나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선 채로 졸았고, 여자가 그런 나를 데리고 이곳저곳에 들렀다.


‘피곤해. 빨리 자고 싶다.’


피곤하다는 내 말에도 여자는 병원 투어를 멈추지 않았다.


“이제 다 끝났어. 이게 마지막이야.”


그 마지막이라는 말에 속아서 지금 몇 번째 검사를 받고 있는데.


‘하아······.’


말대꾸할 힘도 없어, 나는 여자의 말에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검사를 다 했다.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여자와 같이 진료실에 들어가서 잔뜩 긴장했다.


‘난 멀쩡해. 근데 멀쩡한 사람이 기억상실증이라고 나올 리가 없잖아.’


의사는 내가 꾀병을 부린다고 생각하는지, 나를 물끄러미 보았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그때,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기억해 냈다.


‘맞아. 나 신이지!’


의사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정지.”


나는 시간의 흐름을 멈추었다.


솔직히 이게 정말 될까 의심스럽기는 했는데, 내 목소리에 반응하듯 세상의 시간이 멈췄다.


‘역시 나는 신이야. 이게 신이 아니면 뭐겠어?’


의자에서 일어나 의사의 책상으로 갔다.


책상 위 컴퓨터에는 아까 검사할 때 촬영한 MRI 사진이 있었다.


나는 그 사진을 기억상실증 환자의 사진과 바꿔치기했다.


일반인이라서 차이는 잘 모르지만, 뇌가 손상된 MRI 사진과 내 사진을 바꾸고 자리로 돌아갔다.


딱!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멈춰 있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의사가 입을 열었다.


“검사 결과―.”


의사는 컴퓨터 속 사진을 보고 멈칫했다.


“······음?”


자기가 아까 본 것과 다른 사진이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여자가 왜 그러냐는 얼굴로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의사는 이상하네, 중얼거리면서 여자에게 말했다.


“뇌가 손상되었네요.”

“네? 그럼 우리 애가 정말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말씀이세요?”

“예.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아, 어떡하면 좋아······.”


여자가 얼굴을 양손으로 가렸다.


나는 불안했다.


‘우는 거 아니지? 제발 울지 마. 병원에 억지로 끌려온 것도 억울한데, 내가 생판 모르는 남을 위로해야겠냐고.’


죽을병에 걸린 것처럼 나를 심하게 걱정하는 여자에게, 의사는 다행히 뇌가 많이 손상된 건 아니니 안정을 취하고 푹 쉬면 나아질 거라고 했다.


나는 가만히 있었고, 여자와 의사가 알아서 대화했다.


둘은 긴 재미없는 대화를 나누고 나서 서로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남운아, 가자.”


나는 의사에게 공손하게 인사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


여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래. 상심이 크겠지.’


아들이 기억상실증에 걸려, 나는 여자가 슬퍼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들이 기억을 잃었으니 안타까워할 거라고.


하지만 기억상실증 진단을 받고 진료실을 나온 여자는, 어째서인지 나를 꼭 껴안으며 기뻐했다.


그 여자는.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웃었다.


활짝.


‘······웃어?’


나는 여자의 정상적이지 않은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이 여자는 왜 이러는 거야?’


미친 여자, 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12. 일진 사냥1 -신민철3- 24.07.24 104 2 11쪽
12 11. 일진 사냥1 -신민철2- +1 24.07.23 103 3 11쪽
11 10. 일진 사냥1 -신민철1- +1 24.07.22 109 2 12쪽
10 9. 사전 조사 +1 24.07.21 110 2 12쪽
9 8. 김남운의 일기장 +1 24.07.20 125 3 19쪽
8 7. 상황 파악 완료 +1 24.07.19 133 3 12쪽
» 6. 미친 여자 +1 24.07.18 143 2 12쪽
6 5. 장례식장에서 (2) +1 24.07.17 162 2 12쪽
5 4. 장례식장에서 (1) +1 24.07.16 176 3 11쪽
4 3. 조선 잡기 (3) +1 24.07.15 191 3 12쪽
3 2. 조선 잡기 (2) +1 24.07.15 225 3 12쪽
2 1. 조선 잡기 (1) +1 24.07.14 268 3 12쪽
1 0. 환생하다 +1 24.07.14 281 4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