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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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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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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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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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3 7. 감시자들 (1)

DUMMY

“어제 잘 들어갔어?”


등교하는데 교문 앞에서 전설과 맞닥뜨려 말을 걸었다.


전설은 나를 힐끔 보더니 짧게 대답했다.


“어.”


이런 유치한 대화나 하려고 전설에게 말을 건 것이 아니었다.


사실 내가 묻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이따 학교 끝나고 시간 되지?”


진짜 묻고 싶은 말은 이거였는데 요점만 말하면 너무 딱딱하게 보일까 봐 일부러 친근하게 군 것이었다.


“응.”


전설은 아까보다는 다정하게 대답했다.


그러다가 무언가 결심을 한 듯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근데 그럴 필요 없어.”

“뭐가?”

“말투. 일부러 다정하게 굴지 않아도 된다고.”


전설은 예리했다.


내가 연기를 한다는 걸 알고서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잘 연기했다고 생각한 나로서는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당황한 내 표정을 보며 전설이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너나 나나 어린아이 아니잖아. 우리 둘 다 성인이고 알아야 할 건 각자 알 만큼 아는 나이인데, 그렇게 굳이 의미 없는 일에 의미 쏟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거야.”


아하.


나는 전설의 말을 이해했다.


‘철저히 파트너로서만 존재해라. 이 말이네?’


보통은 남자가 정이 없고 여자가 정이 많은데 전설은 그 반대의 경우였다.


‘오히려 내가 걸리적거리는구만.’


나는 전설이 방금 한 말을 잊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나중에 필요 없어지면 내가 널 죽일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게 네가 원하는 거니까.’


나와 전설은 닿을 듯 말 듯 결과적으로 닿지 않는 사이였다.


내가 잊을 뻔하자 전설이 그 사실을 상기시켜 준 것이었다.


‘고맙게도······.’


나는 전설 앞에서 전보다 한결 편한 모습으로 씨익 웃었다.


“그래. 나도 너와 같은 생각이야.”


전설을 지나쳐 먼저 교실로 들어갔다.



***



학교가 끝나고 나와 전설은 자연스레 교문 앞에서 만났다.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는 아이들이 없도록 최대한 늦게 나왔기에 근처에는 아는 아이들이 없었다.


“가자.”


내 말에 전설이 나를 따라왔다.


나는 전설의 걸음이 느려서 먼저 빠르게 걸어갔다.


그러다 보니 심부름 센터에 내가 도착해 허인범에게서 정보를 건네 받아 자료를 읽고 있을 때, 전설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학생? 무슨 일로 온 거니?”


허인범은 전설이 심부름 센터에 어떤 의뢰를 하려고 온 줄 아는 모양이었다.


“아, 내 동료야.”


나는 허인범이 전설을 귀찮게 하지 않도록 전설이 내 동료라는 말을 해 허인범의 입을 닫았다.


내 말에 허인범은 바로 전설에게서 관심을 껐다.


전설은 소리 없이 다가왔다.


“어떻게 됐어?”


내가 보는 자료 내용이 궁금한 듯 목을 길게 빼는 전설이었다.


나는 말없이 자료를 넘기고 의자에 앉았다.


전설이 서서 자료를 읽는 동안, 나는 허인범에게 물었다.


“이기제의 회사 위치는 몰라?”


허인범이 알아낸 정보는 쓸모가 없지 않았다.


이기제의 나이, 혈액형, 전화번호, 사는 곳 등.


이기제에 대한 내용이 많이 적혀 있었지만 정작 내가 원한 건 없었다.


나는 이기제의 회사 위치가 궁금했다.


“회사 위치까지 알아야 하나?”


허어?

저 새끼가 또 시작이네.


내가 한마디 하려고 입을 열자 허인범이 어제 일을 기억해 내고는 황급히 말을 바꿨다.


“아니, 필요하다면 바로 조사하지. 잠깐만 기다려라.”


아예 이참에 존댓말을 하라고 시킬까?


나는 속으로 허인범이 알면 울상을 지을 만한 상상을 했다.


그런 나쁜 상상을 하고 있는데 전설이 내 팔을 툭툭 쳤다.


“집주소만 알면 되지 않아? 회사 주소까지 꼭 필요해?”


그러면서 허인범의 눈치를 보았다.


내가 허인범을 너무 부려 먹는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괜찮아.”


나는 웃으면서 전설에게 나와 허인범의 관계를 알려 주었다.


“쟨 내 부하거든.”


마침 허인범이 나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멈칫.


나는 컴퓨터 키보드를 쓰던 허인범의 손이 잠깐 멈추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허인범은 내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글을 마저 썼다.


그 말에 기분 나빠하면 내가 대든다고 생각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듯했다.


나에게 또 대들면 내가 자기를 어떻게 할 거라고 했는지도 잊지 않고 있었다.


‘잘 아네.’


나는 허인범이 내 앞으로 와 이기제의 자료를 넘겨줄 때, 일부러 느릿느릿하게 받았다.


허인범도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자기가 건넨 자료를 받아주기만을 애타게 기다릴 뿐이었다.


“수고했어. 고마워.”


나는 당근과 채찍이 분명한 사람이다.


확실하게 칭찬까지 했다.


“······그래.”


허인범은 별말 없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나와 전설이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받고 또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나가자.”

“어.”


전설이 먼저 심부름 센터를 나갔다.


나는 문을 열다가 뒤를 돌아 허인범을 보았다.


허인범은 밖으로 나가는 나를 보고 있었다.


“너 뭐 좋아하냐?”

“뭐?”


허인범은 내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허인범에게 너무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될 것 같아 혼자서 결정을 내렸다.


“짜장면 좋아하지? 내가 열 그릇 보내 줄게. 기다려.”


잠시 말없이 있던 허인범이 그제야 내 말뜻을 이해하고 자리에서 벌쩍 일어났다.


“아니, 난 그렇게 많이는 못 먹―.”

“―응. 수고~”


나는 심부름 센터 문을 닫고 배달 앱을 열었다.


심부름 센터 주소로 저번에 시켰던 짜장면 집에서 짜장면 열 그릇을 시켰다.


‘실컷 먹어라. 널 위한 거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나를 기다리는 전설에게 갔다.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뿌듯했다.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허인범에게 식고문을 한 건 아닐까 싶었다.



***



나는 전설에게 이기제의 회사 위치를 알아내라고 한 이유를 알려 주었다.


“이기제는 너랑 나랑 한바탕하고 나서 뒤늦게 자기 신분증이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됐을 거야. 그리고 집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을 테지. 왜냐하면 우리가 지갑 속에 있는 주민등록증을 보고 자기 집을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아, 그러네. 민증에는 집주소가 쓰여 있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더더욱 그놈 회사 주소가 필요하다는 거야.”


전설은 내 말을 듣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그런 거면 처음부터 회사 주소를 알려 달라고 했으면 됐잖아. 왜 이기제에 대한 정보를 의뢰하고, 또 추가로 회사 주소까지 알아내라고 시켰어?”


아까의 일을 생각하며 하는 말인 듯했다.


“그냥. 재밌잖아.”

“뭐가?”

“반응이! 그 새끼는 내가 무언가를 시킬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는데 개기면 죽을까 봐 아무 말도 못하거든. 그 반응 보는 게 재미있지 않냐?”


그 말을 하고 전설의 얼굴을 보았는데 전설은 정말 진심으로 나를 혐오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악질······.”


나는 전설의 경멸 가득한 시선을 받았다.


그것으로 끝내지 않고 전설은 나와 조금 거리를 두고 걸었다.


나는 전설이 사돈 남 말할 처지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너는 어제 그놈 때리는 거 즐겼잖아. 근데 왜 나만 악질이냐? 내가 악질이라면 너도 나와 똑같은 악질이야.”

“그거랑 그거는 달라! 난 진심으로 때렸고 넌 장난으로 그 사람을 괴롭힌 거잖아.”

“근데?”


나는 정말 이해가 안 되어서 물었다.


전설은 왜 이게 이해가 안 가냐는 얼굴로 답했다.


“진심과 장난이 같아? 당연히 다르지.”


전설의 무지성 논리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내 말이 뭐 어때서? 유치하게 말장난을 할 생각이라면 그만둬.”


새침하게 말했지만 전설은 미묘하게 웃고 있었다.


“아니―.”


나는 뭔가 괜히 억울해서 한마디 하려다가 이기제가 다니는 회사 앞에 도착해 대화를 멈추었다.


“······도착했어.”


그 말에 나와 대화하면서 긴장을 풀고 있던 전설은 다시 평소의 무뚝뚝한 얼굴로 돌아왔다.


“들어가는 거야?”

“들어가야지.”


이기제가 속한 기자 사무소 유리문을 앞으로 밀었다.


이 건물 1층과 2층이 기자 사무소였다.


바닥에 깔아놓은 빨간색 카펫에 문이 쏠리는 소리가 나면서 천천히 문이 열렸다.


“어제와 같은 실수는 하지 말자.”


내가 생각해도 어제의 나는 정말 바보 같았다.


전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 해. 오늘은 꼭 그 녀석을 잡을 거야.”

“잡아서 뭘 어쩔 건데?”


묻지 않아도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그냥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전설이 나를 보았고 나도 고개를 돌려 전설을 보았다.


“죽여야지!”


그렇게 대답하는 전설의 눈은 광기로 물들어 있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그 대답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로 악하지 않은 사람은 내 동료가 될 수 없어.’


전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래.”


전설다운 대답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씨익 웃었다.


우리는 같이 사무소로 들어갔다.



***



기자 사무소에 들어갔는데 사무소가 워낙 넓고 사람이 많아서 한눈에 이기제를 찾을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사람.


빠른 속도로 글을 쓰는 사람.


자료를 급하게 프린트하는 사람 등.


사무소에는 사람이 스무 명 넘게 있었다.


한 서른 명 될 것 같았다.


그들 중에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 한 명을 찾는 것은 꽤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나마 덜 바빠 보이는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실례합니다. 이기제 기자님이 어디 계신지 알 수 있을까요?”

“이기제 기자?”


내 질문을 받은 남자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이내 창가 쪽 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아마 저기 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나는 공손하게 인사한 후에 남자가 알려준 자리로 갔다.


사람이 많아서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함인지 책상 위에는 각각 기자들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이기제-



그 이름을 보는 순간, 나는 내가 맞게 찾아왔구나 알 수 있었다.


그곳에서 자기 짐을 가방에 챙겨 자리를 떠나려고 하던 이기제와 딱 눈이 마주쳤다.


“응?”


이기제는 단번에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와 전설이 자기를 빤히 보고 있자 천천히 우리가 누구인지를 기억해 냈다.


“······어?”


이기제의 얼굴에 당혹감이 많이 실렸다.


“안녕.”


나를 본 이기제가 당황했다.


‘우리가 여기에 올 줄은 몰랐겠지. 전혀 예상 못했다는 얼굴인데?’


나는 언제 봐도 바보 같은 표정을 보며 이기제에게 다가갔다.


이기제는 내가 다가가자 뒤로 물러났는데 벽 바로 옆에 있는 창가 쪽 자리라서 물러날 곳도 없었다.


“어떻게······.”


나는 대답하는 것 대신에 이기제의 옆자리 여자 기자를 내려다보았다.


그 기자는 내가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열심히 기사를 쓰고 있었다.


“자, 잠깐만······!”


당황한 이기제가 쭈뼛쭈뼛 내 앞으로 걸어왔다.


“밖으로 나가서 이야기하자.”


내 성질머리.


아니, 앞에서 자기를 노려보는 전설의 성질머리라면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를 협박용으로 죽여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나는 이기제가 당황하여 나를 잡을 때 나와 전설의 승리를 확신했다.


이기제는 손을 떨고 있었고, 그 사실을 알고 나자 자신감이 급속도로 생겼다.


“그럴까?”


나는 싱긋 웃으며 물었다.


사무소에 있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기가 나를 따라와야 한다는 걸 잘 아는 눈치였다.


달리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이기제는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가 도망가면 이 사람들이 죽어.”


나는 그 말을 하며 이기제의 어깨에 오른손을 탁 올렸다.


이기제가 몸을 움츠렸다.


내가 물었다.


“전부, 죽게 만들 거야?”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살인까지 할 생각으로 이곳에 왔다.


이기제는 상대하기 어려운 적은 아니지만 만만한 적도 아니었고, 잠깐 한눈을 팔면 우리가 당하는 상황이었기에 방심을 해서도 안 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의심을 해야 했다.


어제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한 후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아니.”


이기제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순순히 따라오겠다는 뜻이었다.


“조용히 가자.”

“······.”


나는 조용해진 이기제를 데리고 사무소를 나갔다.


전설이 뒤에서 이기제가 도망치나, 안 치나를 감시했다.


그리고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 다시 어제의 그 창고로 순간이동을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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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시즌3 2. 전설의 눈 24.09.12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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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시즌2 32.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24.09.10 17 0 11쪽
61 시즌2 31. 해산 24.09.09 22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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