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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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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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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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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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 8. 감시자들 (2)

DUMMY

“어제는 잠 잘 잤냐? 난 네가 가고 나서 잠을 못 자겠더라.”


창고에 도착해서 어제 일을 약간 과장하여 말하자 이기제가 조심스레 반응을 보였다.


“왜, 왜 잠을 못 잤을까······?”

“그야 너 때문이지! 눈앞에서 놓친 게 하도 억울해서!”


이기제가 작게 하하 웃었다.


나는 이기제가 저렇게 웃는 게 자기가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 절망한 건지, 아니면 절망한 척 나를 비웃는 건지 헷갈렸다.


그냥 웃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웃지 마. 입을 찢어 버리고 싶잖아.”


내 말에 이기제가 입을 다물자 어김없이 전설이 등장했다.


“어제 하던 거 마저 할까?”


그렇게 묻는 전설의 손에는 이미 나무 막대기가 들려 있었다.


“하고 나서 물어도 상관없잖아?”

“마음대로 해.”


나는 이기제의 처우를 전설에게 맡겼다.


“어차피 저 녀석은 도망 못 쳐. 힘 좀 빼두고 천천히 물어보자고. 시간은 많으니까.”

“좋아.”


전설이 막대기를 들고 이기제에게 다가갔다.


나는 뒤로 빠졌다.


바로 전설의 방망이질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기제를 폭행하는 전설을 보면서 저 녀석은 전생에 조폭이 아니었을까 하고 혼자 추측했다.



***



느긋하게 전설의 전생 모습을 상상하고 있던 나로서는 전설의 모습만 보지, 다른 곳을 볼 이유가 없었다.


그게 실수였다.


조금 더 주위를 살펴보았어야 했다.


이기제를 폭행하던 전설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나는 전설이 왜 저러나, 장난을 치는 건가 싶어 물었다.


“뭐 해?”


하지만 전설은 계속해서 움직이지 않았고 급기야 손에서 막대기를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전설?”


나는 전설에게 다가가 어깨를 만졌다.


전설이 내 쪽을 돌아보았는데 그 순간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전설의 목에 남은 긴 자상이었다.


‘뭐야, 이거 언제······.’


나는 이기제를 내려다보았다.


이기제는 전설을 나보다도 더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이 새끼는 아니야. 그러면 누가―.’


그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인 살기를 느꼈다.


죽는다는 생각이 들어 온몸에 소름이 돋는, 딱 그런 기분.


나는 나에게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예감을 받았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카앙!


갑자기 날아온 칼이 내 옆 벽에 맞아 바닥에 툭 떨어졌다.


나는 말없이 바닥에 떨어진 칼을 보았다.


‘무언가가 있다······!’


곧장 전설을 데리고 뒤로 물러나 어둠을 응시했다.


어둠 속에 누군가가 있었다.


“전설! 정신 차려!”


전설은 칼에 목을 베이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눈을 뜨고 기절을 해 깨어 있다고 잠깐 오해했다.


나는 전설의 목에 손을 올려 상처 치유를 시도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치유가 되지 않았다.


치유 능력이 사용되지 않는데 전설이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어 상황이 더 심각했다.


“······대체 뭐 하는 거야.”


창고에는 나와 전설, 이기제가 있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는데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에 어둠 속에서 남자 한 명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약간의 곱슬 머리에 7대3 가르마를 하고 있는 남자였다.


눈매가 길고 날카로워서 몇 초 보니 범죄자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얼굴이었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이기제는 자기 뒤에서 걸어오는 남자를 보고 반가워하며 이렇게 외쳤다.


“사강!”

“쉿!”


남자가 더 말하지 말라는 듯 손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사강?”


내가 그 이름을 입에 올리자 남자가 화가 난 얼굴로 이기제를 보았다.


“미안······.”


사강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전체적으로 호감을 주는 인상은 아니었다.


자기 동료에게는 친절한지, 이기제가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가자.”


이기제는 사강의 손을 잡으려다가 멈칫했다.


“하지만 내가 가면 사무소 사람들이 죽는다고 했어.”

“바보야!”


사강이 이기제에게 버럭 화를 냈다.


이기제는 사강이 화를 내자 깜짝 놀랐다.


“이미 걸려서 그 사람들이 죽는 건 어쩔 수 없어. 여기서 중요한 건 같이 죽는냐, 살아남느냐 그 차이야.”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돼?”


이기제가 멍청한 얼굴로 당연한 질문을 했다.


사강은 그래도 이기제보다는 똑똑했다.


“넌 나와 같이 여기서 빠져나간다.”


그리고 이 말을 덧붙였다.


“······나중에 벌어질 일에 대한 걱정은 일단 빠져나간 후에 하자.”


사강이 다시 손을 내밀자 이기제는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이런, 젠장······!’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기제에게는 동료가 있었다.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생각해 보면 이상했다.


이기제는 나와 전설에게 협박 편지를 보낸 대담한 범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온순했고 또 소심했다.


이기제가 협박 편지의 범인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기제를 의심했던 건 모든 증거가 이기제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사강이라는 남자를 보고 자연스레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저놈이야. 저놈이 범인이다.’


내 모든 직감이, 사강이 협박 편지를 보낸 장본인임을 나에게 알려 주고 있었다.


‘저놈을 조심해.’


내가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나도 말했다.


“너구나······?”


어째서인지 그 말을 하는 데 조금 웃음이 나왔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한 의문이 풀려서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라서일까.


“······그래.”


사강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채고 이렇게 답했다.


“나다.”


사강은 당당했다.


그 말에 나는 이제 내가 누구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내가 죽여야 하는 상대는 이기제가 아니라 사강이었다.


이기제는 함정, 미끼였고.


사강이 진짜 물고기, 즉 대어였던 것이다.


‘뭐, 결국에는 둘 다 죽게 되겠지만······.’


나와 사강은 서로를 말없이 응시했다.


나는 투명 검을 사용해 사강의 목을 그으려고 했지만 신을 상대로는 능력이 써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검을 거두었다.


‘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어이가 없어 실실 웃었다.


이기제와 사강.


둘은 나와 전설 같은 인간 신이었다.


이 세계에는 네 명의 신이 있었고 그 신들은 오늘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죽인다.’


아마 그 순간, 나와 사강은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전설이 멀쩡하면 같이 공격이라도 할 텐데 의식을 잃은 상태라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눈앞에 저 두 놈들을 죽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신들끼리는 능력이 통하지 않아. 그런데 저 새끼는 어떻게 전설을 공격했지?’


사강과 이기제를 충분히 경계하면서 뒤쪽 벽을 보았다.


내가 피해서 바닥에 떨어진 칼 말고도 다른 하나의 칼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아하.’


이로써 사강도 신에게는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신에게는 신의 능력이 사용되지 않으니까, 칼을 소환해 그 칼을 던져서 상처를 입힌 거구나!’


신은 신에게 능력을 사용할 수 없지만 소환한 무기를 던져서 공격하는 건 가능한 듯했다.


전설은 그렇게 허무하게 사강에게 당했다.


나 원, 참.


무슨 이런 어이없는 공격 방법이 다 있는지.


처음에는 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몇 초 후에 그게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공격할 방법이 없는 거야. 이건 절대 웃을 일이 아니다······.’


아마 사강은 나와 전설이 이기제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따라와 기습을 감행한 것 같다.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하나 있다면.


‘저놈이 여기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지?’


분명 사무소에는 저 녀석이 없었다.


우리가 이기제를 데려간 후에 나중에 따라온 것이었다.


‘신은 신을 따라올 수 없는 거 아니었나? 그래서 백일하에게 실이 안 써지고, 그놈이 있는 곳으로 순간이동도 안 되었던 것 아닌가?’


내 궁금증을 이기제가 풀어주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알고 왔어?”

“회사에 갔는데 네가 없길래 왜 없냐고 물어보니까 어떤 아이들을 따라갔다고 하더군. 나와 만나기로 약속을 한 상태였는데, 약속 시간에 말도 없이 사라진 건 이상하잖냐. 그래서 cctv를 확인해 보니까―.”


사강의 시선이 나와 전설에게로 향했다.


이기제도 나를 보았다.


“―저 녀석들 얼굴이 보이는 거야. 위험한 상황에 빠졌다는 걸 알고 급히 구하러 온 거다.”


이기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강에게 내가 한 짓을 일러 바쳤다.


“사무소 사람들을 상대로 협박했어. 내가 안 따라가면 다 죽이겠다고.”


이기제의 말에 사강은 더더욱 나를 범죄자 보듯 쳐다보았다.


“그랬겠지. 놈들은 순진한 너를 이용한 거야. 넌 아무 잘못 없다.”


순진하다.


말 그대로 이기제는 순진했다.


아니, 바보인 것도 같았다.


딱 보니까 이기제는 따까리고 사강이 실직적인 리더인 듯했다.


‘저렇게 구슬려서 이용하는구나.’


이기제는 기자였다.


‘그러면 사강은 뭘까? 둘은 대체 어떻게 만나게 된 사이지?’


길을 가다가 어, 너 신이야? 야, 나도 신이야! 하고 친구가 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너희 말이야.”


나는 조금 더 조용히 있으려다가 입이 근질근질해서 결국 입을 열고 말았다.


전설이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한 상태였기에 최대한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생각이었다.


당분간은 말이다.


“아직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잖아. 협박 편지를 보낸 이유, 이제는 설명해 줘야 하지 않겠어?”


나는 말투를 부드럽게 바꿨다.


그러니 내 실체를 이미 아는 이기제로서는 내가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사강에게 말했다.


“뭔가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아. 갑자기 말투가 친절해졌어.”


그 말에 사강이 픽 웃었다.


“우리가 공격할까 봐 쫄리는 거겠지. 저쪽은 한 명이고 이쪽은 두 명이잖냐.”

“아니, 딱히 그렇지는 않은데? 싸우고 싶으면 지금 한판 뜰까?”


나는 일부러 세게 나갔다.


2대 1은 조금 빡세기는 하지만 이기제는 바보라서 무시하고 사강에게만 집중하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전설은 버려야겠지만······.’


나는 아까부터 미동이 없는 전설에게 슬슬 질렸다.


나와 같은 신이라는 장점만 빼면 체력이 부족하고 성격도 안 좋은 여자.


‘내가 얘 때문에 저 둘을 포기할 수는 없잖아.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지금 내 손으로 전설을 죽이고 저 둘도 죽여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던 때, 사강이 말했다.


“오늘은 아니야. 나중에는 싸우게 되겠지만 지금은 내가 일이 있는데 잠깐 들른 거라서 말이야. 다음에 붙자.”


그러면서 슬슬 떠나려는 기색을 보이길래 내가 물었다.


“도망가는 거냐?”


도발했다.


그 말에 사강이 멈칫했다.


“누가?”


녀석은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티가 안 나게 웃었다.


역시, 저놈에게는 내 도발이 통한다.


“너 말이야. 협박 편지를 보낸 걸 보면 날 꽤 싫어하는 것 같은데. 눈앞에 두고 그냥 간다니까 찌질한 새끼처럼 보이잖아. 설마 뒤에서만 욕하고 앞에서는 벌벌 떠는 겁쟁이 새끼인 거 아니야?”


나는 웃으면서 사강을 계속 도발했다.


그러자 사강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녀석의 얼굴 표정을 본 이기제가 헉 하고 놀랐다.


“강아, 진정해. 저건 도발이야. 너를 흥분시켜서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는 거야.”

“네가 저놈을 따라 여기에 온 것 자체가 놈의 함정이야. 그 생각은 못 하냐?”


사강은 이기제가 자기가 다 아는 사실을 엄청 대단한 것처럼 말하자 약간 지겨운 듯했다.


이기제는 상처를 받은 얼굴을 했고 그제야 사강이 쯧 혀를 찼다.


“미안하다. 내가 너무 말이 심했어.”

“아니, 내가 잘못한 거니까······.”

“······아니야.”


나는 사강과 이기제를 보면서 저 둘은 대체 뭘 하는 건가 싶었다.


‘근데 이 새끼들이 아까부터 자기네들 할 말만 하네?’


나를 눈앞에 두고도 없는 사람 취급 하는 게 화가 났다.


‘내가 그렇게 존재감이 없나? 그렇다면 만들어 주지, 그 존재감!’


나는 사강이 전설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행동을 했다.


‘저걸 사용하자.’


창고 바닥에는 쇠파이프가 있었다.


백일하를 폭행하고 박정후를 때릴 때 사용했던 것.


나는 쇠파이프를 주워 반으로 잘라 날카롭게 만들었다.


마치 창처럼.


그렇게 해서 만든 창을 이기제에게 던졌다.


물론 창은 내가 직접 던져야 했는데 갑자기 몸을 움직이면 사강이 이상함을 눈치챌 수도 있었다.


나는 내가 신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잘 이용해 나와 똑같은, 아니, 나의 분신을 한 명 만들었다.


그 분신은 나와 마주보는 위치에서 창조되었고 사강, 이기제의 뒤에 서 있었기에 둘은 분신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를 얕보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 줄게.’


분신의 손에는 창이 들려 있었다.


나는 아주 짧은 순간, 내 몸과 분신의 몸을 바꿨다.


그러니까 내가 분신의 몸에 들어가고 분신이 내 몸에 들어간 것이었다.


물론 분신은 분신인지라 자아가 없었다.


내가 생각한 대로 움직이는 말에 불과했다.


‘당한 게 있으면 똑같이 갚아줘야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있는 힘껏 창을 던졌다.


처음에는 적의 기습에 허무하게 당한 전설이 정말 쓸모없다고 생각했는데, 전설의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인지라 억울할 것이었다.


‘이번 한 번만 더 봐줄게.’


나는 전설을 조금 더 살려두기로 하고 이기제에게 창을 던졌다.


그때까지 사강과 이기제는 아직도 서로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커헉······!”


그러던 중에 사강과 대화하던 이기제의 가슴으로 창이 쏙 튀어나왔다.


“박용우!”


어째서인지 사강은 이기제를 이기제라고 부르지 않고 박용우라고 불렀다.


다급한 상황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진짜 이름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하긴. 이기제는 현생의 이름이지, 진짜 이름이 아니니까. 둘은 서로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는 모양이네. 꽤 친한 사이구나?’


문득 전설의 진짜 이름을 알지 못하는 내가 초라하다고 느꼈다.


‘우리는 저놈들보다 못한 사이네.’


괜히 짜증이 났다.


내가 사강보다 훨씬 나은데 전설은 왜 나에게 자기 이름을 알려 주지 않는 것일까.


창에 가슴이 뚫린 이기제는 곧 죽을 사람의 얼굴을 했다.


“아, 아파아······.”


몸이 축 늘어져 앞으로 쓰러지는 걸 사강이 받아냈다.


“너 이 새끼!”


사강이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나는 분신을 지우고 다시 내 몸으로 돌아와 씨익 웃었다.


“그러게, 왜 나를 무시해? 네 눈앞에 내가 있을 때는 항상 경계를 했어야지.”


사강은 나를 노려보다가 이내 이기제, 아니, 박용우에게 시선을 던졌다.


“박용우! 야, 용우야!”


이로서 나와 사강은 같은 처지에 놓였다.


전설과 박용우는 의식을 잃은 상태라서 나와 사강이 지켜주지 않으면 아니면 죽을 운명이었다.


그 운명을 나와 사강은 억지로라도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서로의 동료에게 치명상을 입혀 각자의 동료를 보호하면서, 사강과 나는 서로를 말없이 노려보았다.


나는 내가 사강을 한 대 때렸다고 생각했다.


꽤 아프게.


이제 사강은 나를 앞에 두고서 바보 파트너와 쓸데없는 잡답을 하지 않을 것이다.


“······어이, 꼬맹이.


사강이 차가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넌 오늘 실수를 한 거야. 나를 죽이지 않은 실수.”


실수.


그래, 맞다.


나는 실수를 했다.


일부러.


“실수라기보다는 여흥이라고 해 두자. 순식간에 둘 다 죽어 버리면 내가 너무 허무하잖아. 안 그래?”


저 바보 듀오를 내가 이기지 못할 리 없다는 자신감이 생겨 나는 조금 여유롭게 굴었다.


둘 다 죽이지 않고 이기제에만 창을 던져 사강은 살려둔 것이었다.


내 진짜 상대는 사강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우리 둘 다 바보 같은 파트너 때문에 고생이지. 실제로는 바보가 아니잖아.”

“그러니까 다음에는 제대로 해 보자, 이거냐?”


나는 사강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이 사실을 말했을 것이다.


“네가 뭔가 오해하고 있는데 나는 이 싸움을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목숨을 건 생존 활동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용우는 바보가 아니야.”

“그래? 바보가 아니면 저걸 뭐라고 부르지?”


나는 손가락으로 바닥에 널브러져 사강의 품에 안긴 박용우를 가리켰다.


그 발언에 사강은 약간 발끈했지만 도발이라는 걸 알아 넘어오지는 않았다.


“······그 수법은 이제 지긋지긋해.”


박용우를 데리고 순간이동을 하려는지 사강이 박용우를 품에 안았다.


나는 말리지 않고 지켜보았다.


지금 싸우면 불리한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슈숙!


사강과 박용우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라지기 전에 나를 노려보던 사강의 눈빛이 섬뜩하여 무척 인상 깊었다.


‘다음에 만날 때는 저 눈깔을 뽑아 버려야겠어.’


그리고 여전히 자고 있는 전설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


의식을 잃은 채 깊이 잠든 전설을 보고 안쓰러움보다는 분노를 느꼈다.


‘방해가 되네.’


나는 전설의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어루만지며 혼자서 씁쓸한 패배를 맛보았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무력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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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시즌3 4. 동료 제안 24.09.14 16 0 12쪽
66 시즌3 3. 전설의 편지 24.09.13 16 0 12쪽
65 시즌3 2. 전설의 눈 24.09.12 18 0 12쪽
64 시즌3 1. 전학생 전설 24.09.11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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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시즌2 32.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24.09.10 17 0 11쪽
61 시즌2 31. 해산 24.09.09 22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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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시즌2 27. 창고에서 (2) 24.09.05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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