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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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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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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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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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16. 안재호의 묘 (1)

DUMMY

송시현은 학교가 끝나면 김남운을 데리고 갈 곳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와 박정후에게 김남운의 보온병에 수면제를 타는 일을 맡겼다.


“이걸 김남운 보온병에 넣어줘.”


나는 송시현이 건넨 알약을 하나 받았다.


어떻게 이 알약을 손에 넣었는지를 궁금해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김남운이 눈치채지 못하게 보온병에 약을 넣을 수 있을까를 궁리했다.


“내가 이따 김남운 시선을 끌 테니까 적당히 기회 봐서 넣으면 돼.”


송시현이 김남운의 시선을 끄는 역을 맡고, 박정후가 다른 아이들이 보지 못하도록 김남운의 보온병에 알약을 넣는 나를 가려 주는 역할을 맡았다.


‘할 수 있어.’


나는 급식을 먹고 교실로 돌아가 때를 기다렸다.



***



우리는 6교시 쉬는 시간에 움직였다.


오늘은 6교시를 하는 날이라서 지금 보온병에 약을 넣지 않으면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김남운.”


송시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남운에게로 갔다.


“아까 내가 했던 말 생각해 봤어? 오늘 학교 끝나고 시간 돼?”


점심시간 이후로 송시현이 김남운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 것이었다.


김남운은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인상을 팍 쓰고 어딘가 심기가 불편함을 드러냈다.


‘송시현이 정곡을 찌른 거야. 정확히 맞힌 거겠지.’


김남운은 수업시간에 공부를 하고 쉬는 시간에도 책을 읽거나 문제집을 푸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데, 오늘은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송시현 때문이었다.


‘누가 자기에 대해 그렇게까지 잘 알고 있다고 하면 불안하겠지.’


송시현은 김남운의 그런 불안감을 잘 캐치해서 서열을 완전히 바꾸었다.


전에는 김남운이 송시현을 봐준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는 송시현이 김남운보다 한 수 위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여기까지 오려고 그렇게 고생을 했던 거야.’


나는 이강현이 겪은 일이 안타깝다고 생각하여 송시현을 응원했고, 김남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게 되었다.


‘좋은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서 조금 충격이고 실망이야······.’


이강현과 송시현에게는 나쁜 아이일지 몰라도 김남운이 나에게 직접적으로 잘못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송시현과 친구고 송시현은 이강현과 친구니까 어느 정도는 이래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친구끼리 서로 돕는 거니까 문제될 거 없잖아?’


송시현은 대꾸 없는 김남운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김남운은 송시현이 귀찮았는지, 의자에서 일어나 교실을 나갔다.


아마 화장실에 가는 듯했다.


‘지금.’


송시현이 입 모양으로 그렇게 말하고 김남운을 따라 화장실로 갔다.


그때 나와 박정후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수업이 끝나기는 했지만, 선생님이 오기 직전까지 반은 시끌벅적했다.


아이들은 돌아다니며 떠들었고, 그 수다는 담임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 종례를 하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다.


나는 김남운의 자리로 가 보온병 뚜껑을 열었다.


김남운은 매일 따뜻한 보리차를 가지고 와 마시고는 했다.


아마 엄마가 타 주는 것 같은데, 나도 엄마가 매일 그렇게 챙겨 준다면 힘이 나서 더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았다.


‘근데 그래도 전교 1등은 무리야.’


내가 김남운의 보온병에 알약을 집어넣는 모습을 김남운의 짝이 보았다.


뭐 하는 거야, 라고 눈으로 묻길래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몸에 좋은 영양제라고 설명했다.


“나 남운이 좋아하거든.”


나는 수줍게 말했다.


김남운의 짝은 여자아이였는데, 내 말을 듣고 전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쉬잇 했다.


나도 웃으며 쉿! 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입막음 완료!’


그제야 박정후도 안심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박정후가 생각보다 도움이 되어서 놀랐다.


맨날 실없는 농담만 하는 아이라는 인상이 강했는데, 오늘은 정말로 도움이 되었다.


‘잘했어.’


내가 맨 뒤에 앉은 박정후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박정후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은 표정을 지으며 똑같이 엄지 척을, 아니, 하트 뿅을 했다.


‘으윽. 저건 좀······.’


나는 알겠으니 자제하라고 눈으로 말한 다음에 앞을 보았다.


타이밍 맞춰, 송시현과 김남운이 돌아왔다.


“성공했어?”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묻는 송시현에게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최고야, 전예은!”


나는 송시현의 칭찬에 괜히 볼이 빨개졌다.


“박정후가 도와줬어. 같이 한 거지, 뭐.”

“일 끝나면 나중에 내가 맛있는 거 사 줄게.”

“좋아.”


고개를 돌려서 슬쩍 보니, 김남운이 목이 타는지 물을 마시고 있었다.


나와 송시현은 그 모습을 보고 바로 시선 교환을 했다.


‘됐다!’


이제 남은 것은 몸에 약효가 퍼져 김남운이 잠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



담임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 종례를 할 때, 김남운은 자고 있었다.


김남운은 평소에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은 김남운이 자는 것도 모르고 종례를 끝마쳤다.


아이들이 교실을 나갔다.


나와 송시현과 박정후는 책상에 엎드려 잠든 김남운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어떻게 해?”

“네가 업어. 업을 수 있겠어?”


송시현의 말에 박정후는 믿고 맡기라는 얼굴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뜬하지!”


그 말을 하고, 박정후는 정말로 김남운은 거뜬하게 업었다.


김남운이 다른 남자아이들에 비해 많이 마른 편이라서 어렵지 않게 업은 것 같았다.


박정후의 등에 업힌 채 잠을 자는 김남운은 정말 여자아이 같았다.


“어이, 꼬맹이!”


박정후가 김남운을 업고 교문을 나오니, 송시현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어제 보았던 바로 그 심부름 센터 사장이었다.


‘허인범 씨다!’


송시현이 밖에 자기 동료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했는데, 그게 심부름 센터 사장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하 직원이 사장을 막 부려 먹네.’


사장이 부하를 부려 먹는 것은 봤어도 이런 그림은 처음이라 새로웠다.


“타라.”


허인범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목소리는 딱딱했지만, 송시현의 부탁을 들어주는 점을 보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나와 송시현, 박정후는 허인범의 말에 따랐다.


박정후는 차에 타서 김남운을 자리에 내려놓았다.


“죽은 듯이 잠만 자네.”


김남운이 깨어나지 않아서 약간 걱정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중간에 깨어나면 안 돼서 약효가 조금 센 걸로 먹였어. 아마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이면 깨어날 거야.”


송시현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후에 허인범을 보았다.


“아, 사장. 진짜 고마워! 우리가 미성년자라 운전을 할 수 없어서 사장 도움이 꼭 필요했거든. 이렇게 도와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송시현은 고맙다고 말하며 허인범을 뒤에서 껴안았다.


운전을 하고 있던 허인범은 갑자기 봉변을 당해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나와 박정후를 의식하는 듯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치욕스러워하는 듯했다.


일순간 차가 흔들렸다.


“······놔라.”


그는 진심으로 송시현의 스킨십을 싫어했다.


눈치 없는 송시현이 알아차릴 정도니, 표정이 말을 다 했다.


송시현은 허인범에게 얻어맞기 전에 얼른 몸을 뗐다.


“사장은 다 좋은데, 성격이 너무 예민해. 그냥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면 안 돼?”


송시현이 툴툴거리자 허인범이 한마디 했다.


“남자와의 포옹을 어떻게 좋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 그걸 좋게 받아들이는 쪽이 이상한 거 아닌가?”

“젊은 주제에 애늙은이 같이 구네.”


송시현의 중얼거림이 허인범에게 들렸다.


“뭐? 넌 어른에게 말버릇이 그게 뭐냐?”

“왜,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송시현과 허인범이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나와 박정후는 조용히 둘의 대화를 들었다.


“―아무튼 너는 나를 조금 더 공경할 필요가 있다.”

“사장도 나를 지금보다 더 존중해 줘야 돼. 내가 보기보다 나이가 많거든.”

“고작 열일곱 살짜리가 나이가 많으면 얼마나 많은지 참 궁금하군.”


허인범이 비아냥거렸다.


송시현이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 이렇게 말했다.


“놀라지 마. 사실 난 스물일곱 살이야.”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진짜인데······.”

“하아······. 운전하는 데 방해되니까 조용히 해라.”

“네~.”


둘의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



“김남운.”


목적지에 도착했는데도 김남운이 일어나지 않아 송시현이 김남운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으음······.”


김남운은 살짝 신음을 흘리다가 번쩍 눈을 떴다.


뭐야, 하는 표정과 함께 김남운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분명 학교에 있었는데, 눈을 떠 보니 모르는 곳에 있어 혼란스러운 듯했다.


“우리가 널 납치했어.”


송시현은 김남운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뭐?”

“너에게 보여줄 게 있는데, 네가 순순히 따라올 것 같지 않아서 이런 방법을 썼어. 하지만 해치지는 않을 테니까 안심해.”

“경찰이 신고하기 전에 학교로 가.”


김남운은 이 상황에서도 침착했다.


송시현은 그런 김남운보다 훨씬 더 차분했다.


“이곳은 안재호의 묘가 있는 곳이야.”


그 말을 들은 김남운의 얼굴이 굳었다.


“날 여기로 데려와서 뭘 어쩌자는 거야?”

“만나러 가야지, 안재호를.”

“내가 왜?”

“너 때문에 죽었잖아.”


김남운은 송시현의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이내 김남운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김남운은 당장 사람 한 명 죽일 것 같은 눈으로 나와 박정후와 송시현과 허인범을 한 번씩 쳐다보았다.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학교로 차 돌려. 난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너희에게 사용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드디어 김남운이 내 앞에서 제대로 본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송시현은 여유로웠다.


“죽일 수는 있고?”

“내가 못 죽일 것 같냐?”


김남운의 물음에 송시현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응.”


송시현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자 김남운은 반사적으로 몸을 살짝 뒤로 뺐다.


웃지 않는 얼굴로 송시현이 말했다.


“죽일 수 있으면 죽여 봐. 하지만 내가 장담하는데, 너는 날 못 죽여.”


그 말을 하는 송시현의 두 눈은 알 수 없는 자신감을 꽉 채워져 있어서, 정말로 김남운이 그 말대로 우리를 죽이지 못할 것 같았다.


아무리 신이라고 하더라도 그 순간 눈앞에 있는 송시현을 죽이는 건 절대 불가능해 보였다.


“알아들었으면 고집 그만 부리고 따라와.”


송시현이 내리라고 고갯짓을 하자 박정후가 제일 먼저 내렸다.


그다음에 내가 내리고, 송시현이 내렸다.


“······.”


김남운은 잠깐 고민하다가 차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마지막으로 허인범이 차에서 내려, 차 키를 이용해 문을 잠갔다.


“이쪽이야.”


송시현이 앞장섰다.


김남운은 송시현을 따라서 안재호의 묘가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와 박정후, 허인범이 그 뒤를 이었다.


우리는 김남운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뒤에서 감시하는 역을 맡았다.


‘안재호······.’


왜인지, 슬프게 들리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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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시즌2 22. 결정 24.08.31 25 0 13쪽
51 시즌2 21. 행방 24.08.30 23 0 11쪽
50 시즌2 20. 배신 24.08.29 25 0 15쪽
49 시즌2 19. 납치 24.08.28 24 0 12쪽
48 시즌2 18. 결석 24.08.27 27 0 15쪽
47 시즌2 17. 안재호의 묘 (2) 24.08.26 28 0 13쪽
» 시즌2 16. 안재호의 묘 (1) 24.08.25 28 1 11쪽
45 시즌2 15. 김남운의 실체 24.08.24 36 1 13쪽
44 시즌2 14. 송시현의 병문안을 가다 (2) 24.08.23 28 1 16쪽
43 시즌2 13. 송시현의 병문안을 가다 (1) 24.08.22 33 1 11쪽
42 시즌2 12. 삼자대면 (2) 24.08.21 30 1 13쪽
41 시즌2 11. 삼자대면 (1) 24.08.20 32 1 11쪽
40 시즌2 10. 놀이공원 데이트 24.08.19 33 1 11쪽
39 시즌2 9. 송시현의 수첩 24.08.18 32 0 11쪽
38 시즌2 8. 조별 과제 (2) 24.08.17 35 1 16쪽
37 시즌2 7. 조별 과제 (1) 24.08.16 34 1 11쪽
36 시즌2 6. 박정후를 이용하라 (2) 24.08.15 36 1 11쪽
35 시즌2 5. 박정후를 이용하라 (1) 24.08.14 37 1 13쪽
34 시즌2 4. 의뢰자 이강현 (2) 24.08.13 42 1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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