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탐정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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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능지자
그림/삽화
고능지자
작품등록일 :
2024.01.11 01:22
최근연재일 :
2024.09.09 15:17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563
추천수 :
21
글자수 :
48,785

작성
24.07.31 14:13
조회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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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生과死 - 1

DUMMY

『生과死』 - 1





이 이야기는 생과 사의 양면을

모두 보는 자들의 이야기이다.


희미한 불빛이 비추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팔꿈치를 앞에

기댄 남자는 양 손 끝을

마주 하고 고뇌에 빠져있다.


"첫 번째 용의자. 최유 교수"


그는 낮게 깔리는 목소리로

책상 위에 흩어져 있는

페이퍼들을 하나씩 넘겼다.


"H대 물리학과 전임 교수

현재 소재지 불명

9월2일 10시에서 약 1시간의

수업 이후 연구실 부재 중"


남자는 표정을 일그리며 포개던

양 손을 코 끝과 인중으로

천천히 옮겨 댄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


그의 충혈된 눈에 한쪽 벽에

걸려있는 회종 시계가 들어왔다.


"현재 시각 오후 15시.

교수는 비밀을 교실에 남긴 채로

.......사라졌다."


아라비안 숫자 위의 초침은

물 위를 흐르듯 흰 원판 위를

미끌어지듯 회전하고 있다.


"두 번째 용의자, 김수완 경비"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책장에 꽂힌 뇌과학과

신경계의 구조, 그리고

프로파일링의 이해 같은

책에 시선을 옮겼다.


"교수에게 뒷 돈을 받고

밤 12시에서 6시 중앙 홀의

CCTV를 고의적으로 중지"


그는 한심하다는 듯

책장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혀를 한 번 '쯧' 하고 내뱉었다.


"공사 진행도 모른 이 딱한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았으면 공범인 녀석!


그의 인중에 잠시 빛에

드리워진 그늘이 드리운다.


"그리고, 다음 용의자 지석영 조교"


사무실은 오후 시간에도 붉은

암막커튼이 항상 쳐져있어

어제 자정과도 같은 암흑이다.


"교수의 측근에 있으면서

피해자와는 연구소 동기.

하지만 알리바이가 명확해"


그의 뱀같이 가로로 째진 눈이

사무실 한 쪽 검은 커튼이 쳐진

곳으로 이동했다.


"......마지막 용의자 K"


그는 슬리퍼를 끌며 발걸음을

옮겨 검은 커튼 앞에

우두커니 선다.


"우리는 이 학생을 K라고

부르기로 했지!"


다소 마른 그의 손이 커튼을

열어 젖히자, 그 안에는 붉은

실로 연결된 사진들과 여러

피해자들의 사진들이 나왔다.


잔혹한 사진들은 팔과 다리가

널부러져 있었고, 몸에는 무슨

동물에 뜯긴 것처럼 물린 상처

흔적이 가득 이어져 있다.


"최초 목격자이자 최초로......"


그의 손 끝에서 검은 커텐의

끝자락이 슬며시 내려간다.


"심령을 본다는 자. 그래, 아마

어쩌면......"


그는 한 손을 턱에 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두 어깨를 슬며시 들썩이며


흥분.


그는 짜릿한 감촉을 몸 전체에

느끼며 벽에 걸린 끔찍한

현장과는 어울리지 않게

말 그대로 두근거려했다.


"어쩌면 그렇다면......"


그의 입에서 미소가 새어나오듯

밖으로 한 줄기 빛이 흐른다.


그가 있던 사무실 문에 붙여진

안내 푯말.

그 낡은 테두리 둘레는 부식된

흔적이 보였지만 아크릴 판은

얼마 전에 붙인 것처럼 반짝였다.


『지능수사대 1과』


멈춰진 회종 시계는 뒤로 감아져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시각으로

돌아간다.



* * * *



15시간 전

09월 02일 오전 00시


남자는 실 눈을 뜨고

겨우 정신을 차렸다.


온통 자욱한 안개

아니

이름 모를 가스가

사방

그의 몸을 뒤덮었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 일..."


1평도 안되는 공간.

그는 상자처럼 막혀있는

공간에서 눈을 떴다.


위 아래 양 옆 앞 뒤

차마 일어서지도 못할

모두 막혀있는 공간


흰색 가스로 뒤덮인 곳에서

그는 하얀 연구 가운을

입은 채 정신을 잡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콜록,,, 콜록,,, 으......"


그는 자욱한 가스에 다시

잃을 뻔한 정신을 부여잡았다.


둘러본 벽에는 웬 빨간 빛

2개가 마치 감시하는 것처럼

빛을 발하며 안개를 비출 뿐.


그는 무심코 자신이 손을 짚은

차가운 바닥을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저건..."


바닥은 투명하게 비추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마치 자신과도

같은 하얀 가운을 덮고 있는

남자가 있다.


"저건...... 나잖아!!"


그는 뿌연 가스 안개 속에서

가운 위에 놓여있는 계약서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화, 어서 여기서 나가야해'


그는 핸드폰을 잡으려 주머니를

뒤진다. 다행히 '그 녀석'은 가운

안쪽까지는 뒤지지 못한 듯하다.


"이런 젠장, 오기 전에 빼놓았잖아. "


짧은 안도의 한숨도 잠시일 뿐

더 뿌옇게 변하는 가스에 그는

기침을 계속 뱉었다.


"콜록,, 아, 기,,, 긴급, 긴급통화!"


안개 사이로 비친 폰의 불빛에서

그는 희망처럼 쓰여진 [긴급통화]

버튼을 다급히 눌러댔다.


이 곳만 나간다면,


이 곳만 나간다면 '그 녀석'을

반드시 없애버리리라.


그는 빠르게 [긴급통화]

버튼를 눌렀다.


------띠리리리리------,


[네 긴급 신고 112입니다.]


09월 02일 00시 04분


경찰서 상황실은 불이 환하게

밝혀진 채 태양이 떠 있을 때 만큼,


아니 낮보다 훨씬 더 많은 전화가

쉴 새없이 울려대고 있다.


전광판에는 아직 쌓여있는 남은 전화,

다시 걸어야 하는 전화, 범죄 수,

일람 등이 빼곡하게 떠있을 때.


그 때 제보가 온 것이다.


[저, 제···가··· 죽ㅇ어요]


상황실, 지난 달 부임한 김순경의

지지직 거리는 헤드셋 너머에서는

어딘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발신자 제한 표시-


장난전화일 가능성이 높은 전화.

하지만 30초 정도 뜸을 들이다가

말하는 것은 망설임 후의 사실일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네?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

지금 본인이···]


그는 타이핑하려던 손을 멈추고는

안들리는 헤드폰을 귀에 가까이했다.

그리고 재차 수화기 건너편에 되묻는다.


[제가!!···. 제가 죽었다구요]


어눌하지만 분명하게 외치는 목소리.

그건 직감적으로 사건임을

말하는 목소리다.


‘녹음 확인’


그는 본능적으로 녹음 중임을

눈으로 거듭 확인했다.



* * * *


---띠리리---띠리리릭---


마치 깊은 어두움에서

겨우 빠져나온 기분을 움켜쥐고


블라인드에 넘실대는 아침 햇볕은

그 눈부심을 내뿜으며

침대 사이로 스며든다.


대충 벗은 옷가지와 커다란 검은 백팩,

침대 옆의 양자역학 책과 브로마이드,

필통, 오른쪽 팔엔 깁스가 매여 있었다.


---띠리리리리리리리----


아직 방 안을 울리는 알람 소리에

난 왼손을 휘적인다.


'뭐지, 기억이 도무지...'


----치익----


머리를 부여잡고 '벌컥벌컥'

정신을 차리기 위해 물을 들이킨다.


무심코 눈길이 가는 곳에는

작은 골판지 박스 하나.


'상자가 비어있다면, 밖에는, 분명......'


"피--피피픽 피피"


밑에서 나는 소리를 따라 테이블

아래로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슬며시 내뱉는 울음 소리 끝엔

그래,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야! 배고파!피!"


토끼...가 뛰어다니며 화를 내고 있다.


"배고프다고! 이런 젠장! 피!"


그래, 꽤나 자유분방하게 자기 할 말을

내뱉는 유사 (인간의 말을 하는) 토끼다.


"하··· 고기 먹고 싶다··· 피"


이제 배를 까고 누워있는 이 녀석은,

병원에서 눈을 뜬 날부터 눈에 보이는

영혼, 혼령, 귀신, 혹은 그 무언가다.


그리고 난 이것에게 '피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녀석은 생긴 건 귀여운 구석이 있다.

하늘색 방석마냥 짧지만 풍성한

털을 가진 이 귀 큰 토끼는


어디선가 빤짝이를 묻혔는지

빛나는 털을 흩날리고 있었다.


귀 끝에는 빛나는 가루가 있는데

아마 아침마다 고양이처럼

30분은 혼자 그루밍을 해대서일까


엉덩이를 자유자재로 흔들거리며

몸을 닦고 있는 걸 보면


그래, 아무래도

이 세상 동물은 아닌 듯 하다.


젤리 같은 파란 눈과 강아지 마냥

올라간 코, 분칠한 듯 핑크핑크한 볼과

고양이의 입.


머리 가운데 한 웅큼의 털이

풍성하게 앞머리처럼 내려와 있는 놈은

인형같은 얼굴을 이리저리 굴려댄다.


[피!!피이!!]


목덜미 아래의 별 모양의 팬던트는

목걸이가 이름표 마냥 매달려 있는데


이걸 만지려고 하면 이 녀석은

자기가 맹수인 것 마냥 성을 내며

마구 물려고 대들었다.


한 마디로, 귀여운데 잡종 토끼다.



그래, 내가 교실에서 쓰러진 그 날,

나는 이 놈을 처음 보게 되었다.


가까스로 손가락을 하나씩 움직이고


몇 십배나 무겁게 느껴지던

눈꺼풀을 움직였을 때,


검은 연기에 휩싸인 녀석은

나의 침대 발 밑에서

꾸물대며 올라왔다.


캄캄한 어둠 속


복실복실한 털 뭉치 사이에서

짧고 뭉툭한 몸을 엉키고 있는

이상한 생명체를 보곤


난 지금 저승 속을 헤메이다

곧 먼 곳으로 가겠구나 싶었다.


[으르르르—에···피?]


검은 안개 낀 병실에서

괴성으로 놀래키려는 듯 튀어나온 녀석은

... ... 토끼였다.


[뭐, 뭐야··· 이게 아닌데···피]


이 놈은 두 어금니를 내밀며

으르렁거리다

뭔가 잘못됨을 감지한 듯


나보다 더 당황해서 자신의 몸과

병실을 두리번대었다.


녀석을 구석으로 치우기 위해

한 손으로 들어 올렸을 때 느낀 건


확실히

이 세상의 무게가 아닐만큼

너무나 가볍다는 거였다.


그 때부터 밤새 아둥바둥대며

말 끝마다 계속 피를 붙이는


이 생명체에 나는

피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오! 이거 맛있다 피!]


하지만, 녀석의 먹는 양은 도무지

전혀 귀엽지 않았다.


작은 몸뚱아리에도 성인 1인분은

순식간에 먹어 치우는 대식가


피피는 내가 먹을 양의 밥 전부를

허겁지겁 전부 먹어 치웠다.


"의사 선생님, 이거 안보이세요?

여기 뛰어다니잖아요?!!"


피피를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떼어내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내 입원 기간은 더해갔다.


"음, 그래요··· 오늘은 10mg만

더 주입할게요"


그제야 나는 내 눈에만

피피가 보인다는 걸 깨달았다.


의사 외에도 간호사, 옆 침대의 환자들,

놀이의 애들한테 물어도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전혀.


아무것도.


시간이 지날 수록 몸은 야위어지고

다른 사람에게 전혀 안 보이는

'무언가'


내 눈에 보인다는 것에 정신적으로

흔들리게 되었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병원에서 나가기 위해서는 피피가

쳐먹는 밥을 어떻게든 사수해야 한다.


녀석이 뭐라고 중얼대며

말을 걸어도

선빵필승!


쓸어 담아 목구멍으로 직행이다.


[피!! 신기한 거 보여줄까?]


녀석도 밥을 먹기 위해

재롱도 부리고 창틀, 병실 꼭대기에서

묘기도 부렸지만


!병먹금!


녀석이 꼬리 털을 귀엽게

흔들어 대며 밥 먹는 걸 방해해도

필사적으로 무시하고


밥만

잘 먹더라.


그 결과 :

"그래요, 이제 아무 것도 안 보이죠?

그럼 통원으로 치료할게요. 환자 분,

정말,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게 맞죠?"


"네 의사 선생님. 안 보여요. 토끼...

아니, 진짜로. 토끼 닮으셨다구요.

치료 감사합니다."


리신은 눈을 가렸고

나는 녀석을 안 보이는 것으로

타협했다.


하지만,,

정말이지 병원에 갇혀 지내는

동안 나는 정말로 녀석이

보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래, 그 이유는......

피피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특이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있었을 때, 이 녀석은

기이한 행동을 보여주었다.


대체,

아무도 보지 않아서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는 걸까


아니면 혹여 내가 돌보지 않아서,


그것도 아니라면 서로 밥에 먼저

찜을 해서 먹으려고 온갖 쟁탈과

전쟁을 벌이다 지쳐서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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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죽은자의 전화 - 2 24.08.22 61 2 11쪽
4 죽은자의 전화 - 1 24.08.07 74 2 11쪽
3 生과死 - 2 24.08.01 81 2 13쪽
» 生과死 - 1 24.07.31 87 3 11쪽
1 prologue 死와神 24.01.11 88 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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