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탐정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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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능지자
그림/삽화
고능지자
작품등록일 :
2024.01.11 01:22
최근연재일 :
2024.09.09 15:17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565
추천수 :
21
글자수 :
48,785

작성
24.09.0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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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죽은자의 전화 - 4

DUMMY

『죽은자의 전화』 - 4





진실은 항상 단순한 것일까

단순하지 않은 것일까


진실이 단순하다는 사람은

무엇이 일어난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고


진실이 단순하지 않다는

사람은 사건보다는 그것을

둘러싼 주변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일 테다.


하지만 나는 죽은 자를

보게 되면서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진실은 존재 이유가 없다.


모두가 인정하지 않는 것을

보는 입장에서는

진실은 없는 것과 같았다.


----------------------------

한 남자의 시체는 파리가

다소 꼬이긴 했지만

부패가 아닌 전시하기 위해

'만들어져' 있는 상태였다.


쇠로 된 상자와 같은 교단 아래는

마치 누구를 기다리는 관처럼

딱 맞게 만들어져 있었고


그 차가운 벽면 한 쪽에는

커다란 팬이 달려있었다.


아마 시영이 터보 돌아가는

소리가 수업 중에 들렸다고

했던 걸 봐서,


건너편엔 교단의 절반정도,

그러니까 3평 남짓한 공간에

어떠한 기계와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죽... 죽은 거 같은데요"


"네? 그게 무슨...

아이고, 이게 뭐야!"


내 말에 뛰쳐 내려온

형사와 순경은 예상치 못한

눈 앞의 시체를 보곤

주저앉아버렸다.


누워 있는 남자는 얼었다가

녹았는지 몸 전체에 수분을

머금고 있었고 아직 입술과

겉에 있는 핏기는 생생했다.


검은색 목 티에 청바지와 흰

신발로 캐주얼하게 입은 그는

40대를 갓 넘겨보였다.


하지만 미동없는 모습과

완전히 뒤집혀 버린 동공,

그 아래에 보이는 흰자는

마치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갖다 놓은 형체였다.


"으익, 냄새! 으,,,으아아악!!"


그제야 정신을 차린 김순경이

소리를 치며 위로 올라갔고,


"형사님, 정신차리세요!"


넋이 나간 듯 어버버하는

하형사는 나 혼자 겨우

부축해서 나갈 수 있었다.



* * * *


09월 02일 15시


"네 가고산입니다."


경감은 책상 위의 착신 전환

버튼을 눌렀다.


어제까지 이어진 연속 사건

때문에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한 까닭이었다.


"사건? 또 다시 그 흔적이 있나?

어디서 발견되었다고?"


연이은 사건,

그의 눈에는 모든 게 회색이었다.


회색도시와 다를 바 없는

회색 사무실에서 그는 또다시

'그' 사건이 발생했나 싶었다.


".... 아니라고, 그래, 알았다.

현장 보존하고 국과수랑 공조해"


그의 눈에서 잠시 빛나던

호기심이 일렁이다 사라졌다.


하지만 지난 밤 불길했던 자신의

예감이 맞아떨어지는 것을 느끼곤


사건의 진척에 대해 천천히

벽에다 하나씩 기록했다.


* * * *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사망추정시간을 알 수 없다니요"


폴리스라인이 쳐진 교실 안,

하형사와 나는 국과수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경사님, 보시면 알겠지만 시신이

급속 냉동되었다가 풀리는 바람에

시반마저 생성되지 않았습니다."


*시반 : 시체에 나타나는 반점


"그 말은 다른 곳에서 옮겨진 게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 일이

벌어졌다는...... 거네요"


"네 맞습니다. 아, 옆에는

새로 오신 형사님이신가요?"


국과수 연구원이 나를 가리키며

말하자, 하형사는 말을 하려다

삼키고 생각했다.


"이 쪽은... 그러니까..."


'... 가장 유력한 용의자'


하형사는 형사의 감으로 느낀 것이다.


남자가 죽는 모습은 누구도 볼 수

없었다. 밀실과도 같은 이 현장을

정확히 묘사하는 이 학생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


게다가 범행현장의 열쇠도 없이

옆 교실에서 창을 타고 넘어와서

증거를 미리 인멸하려는 시도까지!


"아니, 여기 학생이네.

최초발견자이기도 하고."


'더 확실한 증거가 발견될 때까지

여기에 묶어놓아야 해'


하형사는 여차하면 공포탄을 쏠

생각으로 안주머니 집에 있는

38구경 권총을 매만졌다.


"최초발견자는 나와 경관 제외

총 4명입니다. 그나저나...."


"그나저나 대체 왜 이 남자는

스스로 안에 들어간 걸까요"


하형사의 말을 끊고 내가

말하자 피피가 끼어들었다.


[피!! 의심받기 딱좋다 피!!]


"학생, 혼자 들어올리가 없잖아"


'네 녀석이 들어서 옮긴 거겠지'


하형사는 계속해서 가느다란 눈을

나에게 흘기면서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저희 학교는 cctv가

전부 설치되어 있어요.

이렇게 들쳐매고 옮겼다면 cctv에

분명 증거가 있을 거에요"


확실한 증거라는 나의 말에 모두가

복도 천장에 있는 cctv를 보았다.


'맞는 말이야. cctv를 확인해보면

네 녀석의 범행이 낱낱이 나오겠지.

자수하려는 건가?'


하형사는 빨간 빛이 나오는 cctv를

보곤 손쉽게 해결되었다고 여겼다.


'흥, 어린 녀석이 무당 흉내를 내면서

돌아다니다가 이 명수사관인 나,

하민성에게 걸린 거구만'


경찰들은 의기양양하게 복도에

대기하던 경비에게 다가갔다.


"좋아, 경비! cctv 확인하러 갑시다"


"어... 저... 근데 말이죠"


"왜요, 무슨 문제라도"


"사실은 그게... 여기는 ... 중앙 홀

바로 옆에 있는 교실 맞죠?"


경비는 무언가 착잡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대답했다.


"4층 중앙 홀 옆 아닙니까.

그게 왜요"


"그게 말이죠.... 여기 최유 교수가

말이죠. 방학 때부터 그...."


"아 대답 좀 빨리 해요!"


하형사가 느리게 말하는 경비의

말을 보채며 다가섰다.


"그래요, 최교수가 학생들 실습으로

cctv 업데이트를 해야한다고

전체 건물 중앙 홀 쪽의 cctv를

전부 꺼놓았거든요"


"아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cctv가 꺼져 있다니, 건물 전체가

녹화 안되었다는 말인가요"


확실한 증거가 마치 신기루처럼

눈 앞에서 사라지는 말에

모두들 당혹감을 느꼈다.


"아뇨, 전부가 아니라, 중앙 홀의

에스컬레이터 계단 쪽만 끈 거에요.

사람들 움직이는 건 마찬가지로

전부 보일 거에요. 찍혔다구요."


자신에게 쏠리는 눈길을 애써 돌리며

경비는 계속해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우선, 같이 내려가서 보시죠"


우리는 폴리스라인을 뒤로 한 채

국과수 연구원들이 시료 채취하는

현장을 벗어나 1층으로 내려왔다.


경비실은 작은 사무실 규모에

한 쪽 벽에는 온통 cctv가 늘어서

있고, 가운데 원형 테이블과

이동식 침대로 꽉 차 있었다.


"자, 어제 cctv자료입니다."


"가운데 화면은 전부 나가있네요"


벽에는 총 30개의 cctv 모니터가

있었는데, 이 중 가운데 라인의

cctv 5개가 꺼져있었다.


"네. 하지만 보세요. 1층에는

사람이 왔다 갔을 수도 있는데,

중앙 계단 쪽을 제외하고서는

모두 cctv기록이 된다구요"


경찰들은 그래도 다른 cctv가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그럼, 4층 교실에 누가 업고

들어갔다면 찍혀 있겠네요"


나는 중앙 홀이 아닌 곳에서

점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말을 꺼냈다.


"당연하죠. 근데 그런 건

못 본 거 같은....아, 아니요.

다시 확인해 볼게요"


고개를 갸웃하던 경비는 주위의

눈초리에 바로 재생 날짜를

바꾸고 화면을 가리켰다.


"이게 어제 22시 학교네요"


아무도 없는 화면에서

움직이고 있는 건

2개의 로봇 뿐이었다.


"여기 돌아다니는 건 뭐죠"


"네, 순찰 로봇이에요.

최교수님이 cctv랑 연동해서

테스트 중이라고 하셨거든요"


경비는 다시 무언가를 서랍에서

찾기 시작했다.


아마도 교수가 제출한 어떠한

서류 문서를 뒤지는 듯 하던

그는 여러 서류철 사이에서

파일 하나를 꺼내었다.


"2개 로봇이 20분 동안 1층씩,

총 6개 층을 돌고 내려오니까

2시간 마다 전체 층을 2번이나

감시할 수 있는 거죠"


서류에는 최유 교수와 김경비,

이사장의 직인이 있었다.


"이 순찰 로봇 덕분에 밤에

몰래 들어와서 과방에서

술 쳐먹는 녀석들이나

물건 훔쳐가는 녀석들이

모두 사라졌죠"


경비는 자랑스레 이야기를 계속

하다가도 이내 사라졌다는 말

뒤에 작게 '동료들도' 라는 말을

덧붙였다.


"순찰로봇은 어떻게 이동하죠"


"올라갈 때, 중앙 홀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올 때도

그걸 타고 바로 내려오더라구요"


김순경의 말에 경비가 곧바로

꺼진 화면을 보고 대답했다.


"신기하죠. AI 입력을 해두면

그대로 움직인다니까요"


============

cctv의 화면 시각

09 01 23: 00

============


"오, 여기 그 남자 맞죠?"


"맞네요. 카드키 되는 걸 보니까

학생 아니면 대학원생인데......"


영상 속 남자는 태연하게 핸드폰을

하더니 그 속에서 무언가를 빼내어

가방에 넣는 듯했다.


"뭘 빼는 걸까요"


"글쎄요"


하형사는 영상을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둘러 보다 다시 화면을

재생했다.


영상 속 남자는 1층 복도를 가로질렀고,

그리고 더이상 화면에 나타나지 않았다.


"뭐지?"


영상을 앞으로 돌려봐도, 남자는

그 이후로 모든 곳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그들은 낙담한 듯 한숨을

푹 내쉬고서 화면을 뚫어지게

볼 뿐, 하는 수 있는 게 없었다.


"중앙 홀 라인에 있는 뭐가 있죠"


"에스컬레이터가 모든 층에 있고

1층 화장실, 4층에 있는 교실 1개만

화면에서 보이지 않을 거에요"


난 하형사가 필사적으로 영상의

앞 뒤를 번갈아 누르면서 실오라기

같은 증거라도 찾기 위해 필사적인

걸 지켜보았다.


"그럼 남자는 전날 들어와서

1층 화장실이던 4층 교실이던 갔다가

오늘 점심에 죽었다는 거네요"


"그... 들쳐매고 이동하면 순찰로봇에

걸릴거에요. 사람을 보면 경비업체에

정보가 가게 되어 있어서

아마도..."


하형사의 말에 내가 순찰로봇을 다시

일깨워 주자, 하형사는 성이 난 듯 뭐라

한마디 하려다 가까스로 삼키고선

경비에게 시선을 돌렸다.


"정말로, 다른 영상은 없는 거 맞나요"


"네... 없네요"


초단위로 살펴보았지만 이후 시간대

어디에서도 사람의 형체는 없었다.


"... 말이 됩니까. 1층으로 들어간 사람이

어떻게 순찰로봇을 피해서 4층 교단

아래에 있는 거죠"


"글쎄요"


"'글쎄요'가 말입니까! 다른 문 없어요?"


결국 화를 참지 못한 하형사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자 다른

수사관들이 안절부절 하지 못한 채

말리려 들었다.


"죄송합니다...... 4층은 아까 본

유리 문이 전부이고, 1층 화장실은

창문도 작고 어떤 다른 문도 없어요"


"그럼 뭡니까, 밤 12시에서 낮 12시

이 사이 시간 동안 혼자 잠복하다가

죽었다 이 말이에요?"


화면에는 2대의 순찰 로봇만이

오가며 이동하고 있었다.


"혹시... 저 원통형 로봇 안에..."


"그렇다면 그 최교수라는 사람이

교단도 높이고 로봇도 일부러

이렇게 만든 거라구요?"


내 말을 끊으며 하형사가 경비를

쳐다보며 되물었다.


'만약 그렇다면 이 무당학생은

혐의에서 벗어나.

교단을 높이고 로봇을 옮기려면

미리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 학생은 그렇지 못해'


하경사는 혼란스러웠다.


유력하게 의심했던

K라는 학생이 용의선상에서

벗어나 버린 것이다.


"경비, 당신은 대체 정신이

있는 거요 없는 거요"


그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하다

경비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렇지 1달 동안이나

공사도 모르고, 중앙 홀 cctv

카메라를 꺼놓는 게 말이 됩니까"


"아... 그게... 저...."


경찰들이 하나 둘 끼어들며

질책하자 경비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요, 또 뭐요"


"그게... 1달이 아니라

6달 정도는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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