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탐정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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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능지자
그림/삽화
고능지자
작품등록일 :
2024.01.11 01:22
최근연재일 :
2024.09.09 15:17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566
추천수 :
21
글자수 :
48,785

작성
24.08.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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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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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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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生과死 - 2

DUMMY

『生과死』 - 2





프로이트는 꿈은 우리가

현실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준다고 하였다.


하지만 피피라는 이 토끼 닮은

괴생명체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먹는게

대단해서 귀여움을 넘어서는 녀석이


알려주는 것은

우리 중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다른 누군가에 피해를 주는


그 고통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내가 그것을 알게 된 계기는

여느 새벽, 병원에 약을 한

환자가 들어왔을 때다.


"다 나와, 다 없애버리겠어,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주사기 이거 뭐야, 약이야?

약!!, 그래, 약!!! 약을 줘!!"


팔이 온통 주사바늘로 피멍이 들어

침대에 묶여서 실려올 수밖에 없었던


눈이 퀭한 환자는 무언가 혼잣말을

지껄이다가 그만,


진정시키기 위해 의료진이 다리에

비스듬히 사선으로 꽂아 놓았던


주사기를 뽑아내어서 옆에 잠자코

있던 간호사를 찔러버린 것이다


"피...피피? 왜... 대체 왜 그래?"


그 때

난 무심코 피피를 보곤

정말이지 호들갑 떨며 소스라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피피는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간호사가 주사기를 찔려 하는


그 고통

당혹감, 아파하는 신음과


눈물까지 흘리는 간호사의 행동을

마치 ctrl c + v로 복사한 듯

그대로 따라했다.


"피피!!, 피피피피피 피!"


그랬다. 피피는 어디든지 따라와

내 앞에서

그 천진난만한 귀여운 얼굴로


고통스러운 행동을 한다.


그게 내가 이 녀석이 더 이상은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이다.


오로지 '악의'로 가득한 세상


그게 피피가 보는 세상이다.



여기까지

내가 알고 있는

작고 잔혹한 사신(?) 피피의 모습이다.


* * * *


08월 15일 12시


여러 날이 지나

병원에서 퇴원했다.


하지만

병원을 나와 택시를 타거나

무엇을 먹거나 게임을 하여도


내 시야에는 녀석이 쫄래쫄래

어디선가 나타난다.


저 눈 가장자리에 연기처럼

피어올라 슬금슬금 구르면서

따라오는 이 녀석,


피할 수

없다.


결국 이 털뭉치 피피를 위해

골판지 상자로 집을 대충 지은 거다.


"이 목걸이, 빛나는 거 같은데?"


오늘 아침, 모처럼 피피가 아무런

행동도 안하고 그저 평화롭게 거실을

삑삑대며 돌아다니고 있을 때,


녀석이 걸고 있는

작은 별 모양 목걸이가 빛을 내었다.


[피피!! 만지지마라피!]


'아 성질머리하곤...'

녀석은 신경질적이게 반응했다.


하마터면 물릴 뻔 했지만......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한국어 누구한테 배웠어.

뒤에 봐봐, 응?

에이 뭐야, 아무 것도 없었네"


머리를 밟고 뛰어다니는 녀석을

힘들게 잡아서 목걸이의 앞 뒤를 봤지만

빛은 금세 사라졌다.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피피, 대체 왜 성질 낸거야"


[놔!! 놔라 피!! 목걸이 놔라!!

미개하고 미천한 인간은 알 거 없다피!]


그래도 저번엔 미련까지 합해서

3미였는데 오늘은 피피의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뭐, 이런 말을 듣는 아침이지만

그래도

혼자 사는 집에 누군가 있다는

그런 온기가 사실은 오랜만이기도 하다.


부모님과는 당분간 떨어져 지냈었기에

이런 아침이 들썩한 분위기가 그리웠나.


마구잡이로 손에 잡히는 대로 대충,

선반에 있던 소시지를 담는다.


"......피피야, 별명 지어 줄게.

어디 보자, 가만 있어 봐......

음... 그래!! '스키' 어때, 맘에 들어?"


피피는 잠깐 고개를 들다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짓는다.


"피!! 니가해 이 인간스키 피!"


녀석을 잡으려고 다시 팔을 뻗었지만

피피는 아니, 피피 스키는 곧장 깁스한

오른팔을 지지대 삼아 집 안을

온통 어지럽혔다.


"아 스키 진짜...

물건 다 떨어지잖아 야!!"


거실의 거의 모든 물건이 피피의 발에

한 번씩 떨어지고 나서야,

피피는 밥 그릇 옆에 앉았다.


------삐익-------


아까 떨어진 리모컨 때문인지

TV가 켜지고 방송이 나온다.


[ ...네, 다음 연예뉴스입니다.

유명 그룹 멤버 '김하나'씨의

컴백 소식입니다. ]


재방송인가 싶은

연예 프로그램의 방송

여느 때 같으면 곧장 돌리는

서덥잖은 소리들인데... ....


[지난번 욕설 파문으로 휴식기를

가졌던 '김하나'씨는 지난 사과와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재기를 꿈꾸고 있는데요


현재, 프로그램 '나 홀로 산다'에선

솔직한 모습으로...... ]


"...어?"


막 나오는 모습의 아파트는,

내 집을 비춘 듯 너무나 똑같다.


연이어 나오는 방 안, 거실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니, 이거 같아도 너무 같은데... "


[피!! 맛있다 피!]


나는 밥을 먹어치우는 피피를 놔두곤

한 손에 담배와 핸드폰을 쥐고


집 문을 나섰다.


그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엉거주춤 폰 화면을 켜고

엘리베이터 내려가는 버튼을 누를 때,


===띠리릭===


마침 웬만한 사람이 들어갈 만큼

커다란 검정 쓰레기 봉투를 앞에 끌고

옆집 여자가 문을 열고 나온다.


당황스러워하는 그녀의 인기척을

나도 어렴풋이 조금은 느끼며

슬며시 전원을 끄고 곁눈질했다.


'대체 뭐 저렇게 모자를 푹 눌러쓴거야,

앞은 보이는 건가'


옆집은 몇 달 간 빈 집이었다.


언뜻 아줌마들이 하는 소리를 듣기로는,

옆집에서 어떤 사건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지나가는 말이라 집중해

듣지 않아서 단지 좋지 않은 일이

그 집에서 일어난 것만 알고 있었다.


"흠...., 크흠"


그래도 인사를 해야겠다 싶어

헛기침을 하며 슬쩍 고개를 숙였다.


"안녕... 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어 그러니까 이건 집안

일도 해보라고 하셔 가지고....네, 그래.

아, 옆집에 사시나 봐요"


"...... 네"


괜히 인사했나 싶다.

무척이나 당황해하는 그녀의 모습에


괜스레 두어번 헛기침하며

엘리베이터 버튼만 연이어 눌러댔다.


----지----이이잉


엘리베이터 안에 내려가는 숫자는

두 사람의 거리감과는 다르게

땅과의 거리를 정확히 표현한다.



---띠리링---


기다리던 1이 뜨자마자

그 숨 막히는 엘베에서 내렸다.


그러곤 아파트 입구에서 아까 검색하던

'김하나'의 집 기사를 마저 보던 옆으로,


여자는 무거운 듯 자기 키 만한 봉투를

질질, 질질 끌며 옆으로 돌아 나왔다.



'그러니까, 물리학도인 내가 정확히 본

이 화면 각은 분명히도 집 앞의 이 각은

말이지. 여기 디스매치의 기사는... 분명

잠깐, 이걸 캡쳐해서 보면...'



(찰칵)



갑자기 울린 셔터음에

앞을 지나던 그녀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순간, 뒤를 바라보는 고갯짓에

눌러쓰고 있던 캡 모자가 벗겨졌다.


"어... 내 모자!! 에? 아아!"


그래, 물리학도의 시각으로 보자면,

하늘거린 모자는 뉴턴의 사과처럼

둘 사이로 툭 하고 떨어졌다.


그리고 눈앞에는 스마트폰 기사에 나온

욕설파문에서 재기를 노린다는 그녀,

브로마이드와 알람 소리의 그녀,


'김하나'가 있었다.


그녀는 긴 생머리를 흩날리며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곤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입을 뗄 수 없는 것은 뜻밖의 상황과

뜻밖의 인물이 사건과 마주할 때일까


정신을 차리고 내뱉는 내 말은

지근거리의 머리둘레를 감싸고서

지박령처럼 의미없이 돌아다닌다.


“김.. 하나, 하나나 하나!!”


“아.... 아, 네?”


“마...맞죠! 그 욕설 김하나!!”


맹세컨데, 적어도 이제까지는, 아니

앞으로도 아마 그녀에 대해 악플을 달거나

그 어떠한 악의도 가진 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단어는


'욕설 김하나'


자연스레 나온 단어는 그동안의

뉴스와 방송과 모든 미디어에서

그녀를 가리키는 단어다.


“하핫, 네, 그... 김하나에요! 와,

옆집이신데 저 알아보시나 봐요.

이제 다시 복귀했어요! 그룹으로요.

앞으로 잘 봐주세요.”


무심결에 고개만 끄덕였다.


아마 무심코 나온 말에 스스로

놀라버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모니터 너머에서만 보던 그녀의

모습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옆을 스치듯 지나가려는 그녀에게

그제야 옆집에 사는지 물었다.


"옆...집 이요? 그 집은...무슨 사건..."


"아 네 미리미리 인사하고

그래야 하는데... 죄송해요"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이 입에

달라 붙은 것만 같은 그녀이다.


"아마 매니저님이 인사드렸을 텐데

그 때 없으셨나 봐요.


저희 멤버가 4명이라 새벽에 스케줄

끝나고 오면 시끄러울텐데...”



속사포를 쏘듯이 대충 마구잡이로

밀어 넣는 그녀의 말에 MBTI가

'I'인 나는 피곤해졌다.


그렇게 그녀는 짧은 인상만 남긴 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멍하니 그 모습에 뒷머리를 긁으며

바라보기만 할 뿐.


피피가 저 위층에서 벽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냄새가 난다 피피 냄새]


* * * *


09월 02일 낮 11시


다소 넓은 강의실이 앞자리부터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첫 강의임에도 앞에 서 있는 교수는

대충 하는 법이 없다는 듯 시간을

꽉꽉 채워서 오리엔테이션 중이다.


[아 18 이 수업은 무조건 드랍이다]


앞에서 두번째, 그러니까 꽤나

학업에 열정을 보이고 싶어 하던

노란 단발의 시영은 책상 밑으로

단톡을 보낸다.


===카톡===


[그래, 한시영 지금은 11시영]


맨 뒷자리, 그러니까 꽤나

대충 수업을 듣고 싶어하던 난

쓰잘데기 없는 그런 메시지에

하나씩 답해주고 있다.


[야! 배고파!피!]


내가 왼 팔을 괴고 있던 주위에는

그래,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 먹성이 날로 갈수록 더해져만 가는

데스노트의 류크보다 작고 귀여운

사신 녀석


[배고프다고! 이런 젠장! 피!]


피피가 뛰어다니며 화를 내고 있었다.


꽤나 자유분방하게 자기 할 말을 하는

유사 토끼


'피피, 아직 수업중이잖아. 기다려'


옆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속삭인다.


다행인 건 이렇게 대충 작게 속삭여도

귀가 커서 그런지 알아 듣는 눈치랄까


[하··· 피 먹고 싶은데··· 피]


이제 배까지 뒤집어 까고 누워있는

이 녀석은, 병원에서 눈을 뜬 날부터

내 눈에 보이는 영혼, 혼령, 수호령.

혹은 그 무언가.


피피는 그 어디든지 따라왔다.


교실에서 쓰러진 뒤로 퍼진 온갖 소문은

나에게 쏠리기만 했다.


병원에서 일어날 무렵엔 오른 팔에 웬

깁스까지 한 채였어서 1학기는 고스란히

날리게 된 셈이었다.


[야, 정말이지 나를 이렇게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피!]


이런 맘은 아는지 모르는지

피피는 사람처럼 두발로 일어 섰다가

앉으면서 두꺼운 양 앞발로 팔짱을 끼었다.


[오늘 아침도 못먹고 왔잖아! 피!]


녀석은 으레 그렇듯 투정을 부리다가

순식간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일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뭐...야, 무섭게 왜 또 이래. 피피"


피피는 갑작스레 얼어붙은 것처럼

숨소리를 가쁘게 내더니 순식간에

가슴을 움켜쥐며 바들거렸다.


그리곤 녀석의 눈이 양 쪽 끝에서부터

점점

빨갛게 충혈되면서 점차 일그러졌다.


피피의 입과 눈이 양 옆으로

찢어지다 못해 반달처럼 변했다.


'교실인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마치 하회탈 가면의 주름 같은 모습,

이 변화를 보며 나는 어떠한

불길한 사건이 일어났음을 직감했다.


"피피!! 여긴 학교야! 병원처럼 그런

사람들 없잖아!! 왜 그러는 거야!"


내 말에 교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게 싸 해졌다.


내 눈에만 보이는 녀석은 사람들이

믿지 않을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기 주변에 악의를 가진 피해자가

생기면 그가 입은 피해를 온전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 모습이 나타날 때면


이렇게

우는지 웃는지 모를 표정을 지어버린다.


얼굴이 바뀐 피피는 주름진 입 사이로

기분나쁜 피피 소리만 쉼없이 내뱉었다.


[···피!···피!]


피피는 찬 숨을 내쉬면서 얼어붙은 몸을

일으켜 자신의 양손을 가슴팍에 모았다.


그리고 바닥을 짚어대는 시늉을

하며 허둥지둥 서둘러 대었다.


"... 뭐야, 누가... 뭘 잃어버린 거야?"


[···피!!···피!!]


정말 순간이다.


그 순간이 지나자 다행히도 피피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녀석은 고개를 고개를

두리번거리더니


파란 눈으로 모든 것을 기억

못하는 듯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별 거 아닌가? 괜히 쫄았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지 버튼을 누른 듯한 정지된 교실,

멈춰진 시선에 애써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집어서 통화하는 척 했다.


"그러니까!! 어.... 알았어 연기해봤어,

연기 과제 연습 중이야"


200명 정도가 수업을 듣는 교실이라

각자의 눈은 아무 일 없는 듯

다시 칠판으로 돌아갔다.


'어떤 기분 나쁜 일이 있긴 했는데'


두꺼운 책과 노트북 소리 패드 두드리는

소리만 가득했다.


사건이 있었다면 비명이라던지

외침이라던지 다른 소리가

들려왔을 테지만 고요함 뿐이다.


‘별 일 아니었나’


학기가 시작한 첫날

이런 찝찝한

기분은 날려버려야 힌다.


학생들은 열역학의 원리가 적용되는

공기의 응축 압축까지 수업하는

교수의 강의에 마구 뒤척이다


더이상 버틸 수 없는 듯,


뒤에서부터

조금씩 빈자리를 만들었다.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자, 그럼 오늘은 정말로 아쉽지만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할게요]


조교도 높은 강단에서 내려와

자는 학생들 옆을 지나며 깨우러

다닐 때에야 수업이 끝났다.


'됐다, 피피, 학식 먹으러 가자'


"야, 뭘 그렇게 소곤대냐?"


앞 책상에서 날라온 가방,

긴 수업의 죽을 맛을 몇 번은 참아낸

노란색 단발머리의 시영이다.


작가의말

2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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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죽은자의 전화 - 7 <해결편> 24.09.09 26 1 13쪽
9 죽은자의 전화 - 6 <해결편> 24.09.06 30 2 11쪽
8 죽은자의 전화 - 5 24.09.04 35 2 12쪽
7 죽은자의 전화 - 4 24.09.02 40 2 11쪽
6 죽은자의 전화 - 3 24.08.30 43 2 11쪽
5 죽은자의 전화 - 2 24.08.22 61 2 11쪽
4 죽은자의 전화 - 1 24.08.07 74 2 11쪽
» 生과死 - 2 24.08.01 82 2 13쪽
2 生과死 - 1 24.07.31 87 3 11쪽
1 prologue 死와神 24.01.11 89 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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