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에서 세이브로 1,000조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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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맛집
그림/삽화
이차원
작품등록일 :
2024.01.27 18:37
최근연재일 :
2024.02.13 14:31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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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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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로드(Load)를 얻다.

DUMMY

그러나······.

상태창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었다.


뭐야?

왜 로드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아무 반응이 없지?


===

(00:32) -> (00:31) -> (00:30)

[경고: 제한 시간이 지나면 세이브 파일은 자동으로 삭제됩니다.]

===


서서히 시간이 줄어들자 나는 초조해졌다.

난 상태창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나직이 소리를 내어 “로드!”라고 외쳐보기도 했지만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었다.


===

(00:04) -> (00:03) -> (00:02)

===


결국 시간은 다 지나가고 말았다.


===

[제한 시간이 다 지났습니다.]

[세이브 파일이 삭제됩니다.]

[오늘 남은 세이브 회수: 0회]

===


얼래?

이게 뭐야?

젠장.


생각해보니 이치는 명확했다.


===

[당신은 레벨1 세이버(Saver)입니다.]


▼<세이브>

===


난 지금 레벨1.

그러니까 ‘세이브’는 할 수 있지만, 아직 ‘로드’는 할 수 없는 것이군.


레벨이 오르면 ‘로드’ 스킬이 생긴다는 걸까?

그렇다면 경험치를 쌓아서 레벨 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런데 그런 걸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내가 알고 있을 리 만무했다.


*


난 오후에 고민 끝에 회사로 돌아왔다.


슬롯머신까지 보인 마당에 솔직히 회사 따위 확 째고 집에 가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책임감이란 게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해도 일이 손에 잡힐 리는 없었다.


“아, 이 주임! 너 지금 정신을 어디다 팔고 나니는 거야? 꼴랑 40페이지짜리 보고서에 도대체 오타가 몇 개야!”


“죄, 죄송합니다.”


오전에 폭발했던 소장의 잔소리가 여진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내 잘못도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었다.

내 정신은 온통 ‘세이브’, ‘로드’, ‘경험치’에 가 있었던 탓이었다.


난 화장실에서 괜히 팔굽혀펴기도 해 보고, 섀도복싱도 해 봤다. 심지어 초파리도 한 마리 탁 잡아 죽여 봤다.

그러나 그 무슨 짓을 해도 딱히 경험치가 오르는 것 같은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


그날 늦은 오후, 퇴근 시간.

연구소의 전 직원이 야근에 돌입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내게 딱히 할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거지 같은 연구소는 한 사람만 야근을 해도 모두가 함께 야근을 해야 한다는 원시적인 부족 신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 역시 얄짤 없이 남······.


아니지.

지금 소문에 의하면 아포칼립스가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이 와중에 딱히 할 일도 없는 내가 회사에 남아 있을 수는 없지.


“소장님. 전 오늘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뭐? 왜? 무슨 일 있어?”


제가 세례 슬롯머신에 당첨이 되어서 그것에 대해 좀 알아 봐야 해서요. 게다가 아포칼립스가 오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고요.


···라고 말할 수는 ···당연히 없었다.


“그게······.”


난 갑자기 말문이 박혔다.

생각해둔 핑계거리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역시 거짓말은 내 전공이 아니었다.

못해서가 아니다.

하기가 싫어서였다.


그래서 갑자기 놀라운 말이 나가고 말았다.


“딱히 할 일이 없는데 야근을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서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소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뭐? 너 방금······.”


난 기세를 타고 나도 모르게 확 질러버렸다.


“야근 수당, 가산 임금··· 근로기준법에 적혀 있는 건데 전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받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야근한 거 다 합쳐서 청구할까요? 그럼 다 주시긴 할 겁니까?”


말해놓고 나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쿵쿵쿵-


“······.”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러니까 전 퇴근합니다.”


그러자 갑자기 소장이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다, 당연하지. 하고 싶으면 해도 돼. 하하. 난 한 번도 연구원들 야근하라고 내 입으로 말한 적 없어. 다 자발적으로 한 거 아냐? 그렇지?”


모두들 어색하게 침묵했다.


역시.

노동법 이야기를 꺼내니까 그대로 깨갱이군.


“하하. 역시 MZ는 달라. 아이고, 무서워라. 살이 다 떨리네. 그래, 퇴근해. 퇴근. 하하. 다른 사람들도 알아서들 해? 응? 이거 강제 아니다? 하하하.”


소장은 돈 이야기가 나오니 바로 ‘강제성은 없었다.’식으로 틀면서 나의 이 도발을 자신의 권위 손상 없이 무마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난 살짝 승리의 쾌감을 느끼며 사무실을 나섰다.

다른 연구원들의 눈총이 내 등을 콕콕 찌르는 것을 느끼며.


*


난 회사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지하철로 달려갔다.


출근을 할 때는 무조건 걸어오는 것이 원칙인 나이지만, 퇴근을 할 때는 그래도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편이다.


너무 배가 고프거나, 너무 피곤하거나, 너무 늦었거나 하면 지하철을 탄다.

그러나 컨디션이 괜찮으면 걷는다.


그런데 오늘은 도저히 걸을 수 없었다.

빨리 집에 가서 내 능력에 대해 요모조모 연구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정말 아포칼립스가 다가오고 있다면 그것에 대한 대비도 해 둬야 하는 것이고 말이야.


*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로 나서는데,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출구 앞에 한 노숙자 아저씨가 엎드려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모두들 내가 신고 안 해도 다른 누군가가 하겠지, 하는 표정으로 지나치고만 있었다.


난 본능적으로 노숙자에게로 다가가 그를 세게 꼬집었다.


“어르신!”


의식이 없다.

호흡도 없다.

손목과 목의 경동맥을 확인해보니 맥도 없는 것 같다.


난 바로 지나가던 젊은 남자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저씨!”


“네? 저요?”


“빨리 119에 신고하세요! XX역 X번 출구 앞에 의식, 호흡, 맥이 전부 없는 환자 발생했다고요.”


“아, 네. 네.”


이런 상황에서는 반드시 사람을 지목하며 명령을 내려야 한다.

그냥 “누가 신고 좀 해주세요!”라고 어중간하게 외치게 되면 모두들 다른 사람이 하겠지, 하고 미루게 되는 것이다.


난 환자의 몸들 뒤집었다. 그리고 바로 능숙하게 기도를 확보했다.


난 대학시절 2급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따놓았었다.

IT기업에서 개발자가 될 녀석이 그건 왜 땄냐고?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갑작스런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것이 너무 원통해서였던 것 같다.


누군가가.

누군가가 조금만 도와주었더라면.

수십 명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었지.


난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보통 교본에서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런 상황에서 CPR(심폐소생술)만 하라고 추천한다.

하지만 난 수백 번의 실습과 몇 차례의 실전으로 이미 단련이 되어 있다.


“후우우- 후우우-”


그다음.

난 바로 CPR을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곧바로 남자가 다가와 전화기를 내 얼굴 옆에 대 주었다.


“119가 바꿔달래요!”


- 119입니다. 지금 상황은요?


“60세 이상 남자 노인이고, 의식, 호흡, 심장박동 없습니다. 현재 제가 인공호흡 실시 후, CPR 중입니다.”


- 아, 감사합니다. 지금 3분 내로 도착합니다.


곧 구급차가 도착했다.

그리고 잠시 후, 119대원들이 노인을 구급차에 싣고 떠났을 때, 난 예의 그 상태창이 다시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


===

[죽을 운명의 사람을 구했습니다.]

[세례명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특별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


어라?

세례명에 부합하는 활동이라고?

특별 경험치?


*


난 집(이라고 썼지만 사실은 고시원)으로 뛰듯이 튀어 들어와 책상 앞에 앉았다.


음.

영어 단어 ‘save’는 저장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인명 구조’라는 뜻도 있었지.


그러니까 난, 사람을 구하면······.

특별 경험치를 받게 되는 것이구나.


난 갑자기 신이 나 벌떡 일어난 다음, 좁은 고시원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오늘 점심시간 분식집에서 느꼈던 짜릿한 흥분이 방금 다시금 느껴졌던 것이다.


오늘 낮에는 레벨 업을 하고 싶어도 하는 방법을 몰랐기에 그냥 회사로 다시 돌아가고 말았지.

그러나 이젠 알았다.

사람을 구하면 레벨을 끌어 올릴 수가 있는 거였어!


그런데 생각해보니 난처한 건 매한가지였다.


인명을 구하고 싶다고 막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어디에서 어떤 사고가 날지 알고 가서 기다려?


애응~ 애양~


그때 이 방에서 자주 듣는 그 소리가 또 들려왔다.

영혼을 후벼 파는 듯한 아기 울음소리.


물론 저것이 진짜 아기의 소리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안다.

발정 난 고양이 소리인 것이다.


드르륵-


그래도 난 문을 열어서 확인을 해 본다.

혹시나 고양이가 어딘가에 발이나 몸이 껴서 못 나오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난 딱히 ‘캣파’는 아니었지만, 어려움에 처한 동물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는 못하는 편이었다.

밥을 주는 것과 구조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니까.


거기까지 생각하고 보니, 뭔가가 떠올랐다.


잠깐.

어라?

인명이 아닌 것도 혹시?


그래.

모르는 일이지.

난 세이버니까······.

어쩌면 동물을 구했을 때도 특별 경험치를 받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논리적으로는 그게 맞다.

‘save’라는 게 꼭 사람을 구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니까.


난 고시원의 창문을 열고 소리가 나는 쪽을 봤다.

그러자 반대편 건물의 긴 연통 위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울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이 보였다.


흠. 단순 발정이었군.


자, 잠깐. 그게 아닌가?


아하!

연통에 새끼가 빠진 것이구나?


난 바로 기본적은 것들을 챙겨 고시원 방을 나선 다음, 옆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옥상에는 당구장 흡연소가 마련되어 있어 잠겨 있지 않았다.


내가 다가가니 고양이가 더 맹렬하게 울기 시작했다.

난 낡은 연통의 머리 부분을 뽑아 낸 뒤, 아래에 플래시를 비춰보았다.


3~4m 아래, 새끼 고양이가 오도 가도 못하고 불쌍하게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걸 어떻게 꺼내지, 하고 당황했겠지만.


뭐, 이래 뵈도 난 이쪽으로는 전문가니까.


난 바로 고시원 분리수거장으로 간 다음, 택배 박스 중 스티로폼으로 된 것을 골라냈다.

그리고 그것을 연통에 들어갈 크기만큼 잘라 길게 스카치테이프로 이어 붙였다.


연통의 내부는 미끄러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새끼 고양이들은 발톱으로 올라올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스티로폼 다리를 넣어주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내가 다시 옥상으로 가 스티로폼 다리를 넣어주자, 아깽이 녀석은 조심조심 위로 기어 올라왔다.


“짜식, 잘했어!”


어미와 아깽이는 서로 몸을 부비며 재회를 만끽했다.


난 추르를 꺼내 둘을 먹였다.

난 딱히 캣파는 아니지만, 긴급 상황을 대비해 항상 추르 정도는 소지하······.


그때 상태창이 떠올랐다.


===

[죽을 운명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세례명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였습니다.]

[특별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


오호!

동물도 되는구나!


===

[레벨이 올랐습니다.]

[☆2레벨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


2레벨!

우와앗!

벌써?


하기야 원래 게임에서도 초반에는 빨리 오르지?


난 떨리는 손으로 스킬 창을 띄워보았다.


===

[당신은 레벨2 세이버(Saver)입니다.]


▼<세이브>

▼<로드>(!)

===


헐.

떴다.


로드(Load)!


작가의말

다음 화는 <최초의 로드(Load)를 하다.>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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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D-4: 슈퍼 세이버로의 진화 +4 24.02.11 757 38 15쪽
20 강간마를 때려잡다. +4 24.02.10 809 34 15쪽
19 D-5: 초대박 직업, 식자공 +4 24.02.09 874 38 14쪽
18 쓰레기가 재활용이 다 되네? +1 24.02.08 939 43 14쪽
17 마동복의 셸터를 접수하다. +3 24.02.07 1,011 45 17쪽
16 세이버 vs 크러셔 +5 24.02.06 1,078 41 16쪽
15 세이브-에이드(Save-Aid)의 위력 +3 24.02.05 1,180 36 16쪽
14 아무리 써도 버는 속도가 더 빨라 +2 24.02.04 1,265 47 15쪽
13 두 번 사는 자, 죽음이 두렵지 않다! +2 24.02.03 1,288 43 16쪽
12 원 코인으로 보스 사냥 +3 24.02.02 1,359 43 15쪽
11 능력치를 파는 오락실 +1 24.02.01 1,452 47 17쪽
10 D-6: 경매에서 극강의 무기를 얻다. +3 24.01.31 1,583 47 19쪽
9 스토커를 제압하다. +3 24.01.30 1,626 47 17쪽
8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 +2 24.01.30 1,663 43 17쪽
7 시간을 돌리는 시계 +2 24.01.29 1,722 47 17쪽
6 암호화폐 룰렛 대박! +4 24.01.28 1,773 51 16쪽
5 D-7: 미래를 내다보는 힌트 +2 24.01.27 1,891 49 16쪽
4 최초의 로드(Load)를 하다. +2 24.01.27 1,976 51 18쪽
» 로드(Load)를 얻다. +1 24.01.27 2,066 51 12쪽
2 최초의 세이브(Save)를 하다. +3 24.01.27 2,271 52 13쪽
1 프롤로그: 나의 세례명 +3 24.01.27 2,433 44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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