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공을 영입하다!
아까와 분명 달랐다.
- 7777◇
이제 하나만!
7 하나만 더 서면!
제발!
서라!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7이 걸리나 싶었는데······.
아슬아슬하게 1칸 빗나가며.
- 7777◎
===
[축하드립니다.]
[7777 4개를 연속 조합했습니다.]
[S급 아이템이 제공됩니다.]
★ <S급 아이템 수령하기>
===
아오!
아깝다.
로드를 해서 다시 한번 당겨볼까?
그러나 그건 너무 큰 도박이었다.
방금 확인한 바, 이 슬롯머신은 기계식이 아니다.
즉, 다시 했을 때, 이 ‘7777’ 라인이 다시 선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난 거기서 멈추기로 했다.
그래.
S급이 어디냐?
그리고 지금은 이런 바보 같은 노름에 목매달 때가 아니다.
중요한 건, 이 슬롯머신이 프로그램 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
그리고 그다음 힌트는······.
- 《············翁꼭영입·········》
이 어르신을 영입하라는 이야기인데······.
그런데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눈앞의 하이퍼 아이템 슬롯머신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대로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어라?
아이템을 수령하지 않으면 이 상태로 그냥 계속 있는 거네?
잠깐.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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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1칸 움직이기>
◎ 10일에 1회, 자신 혹은 다른 각성자의 슬롯머신 릴 1개를 아래 혹은 위로 1칸 움직일 수 있습니다.
◎ 각성자 1명 당 ‘릴 움직이기’는 생애주기를 놓고 머신 당 단 1번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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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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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 당 1번’이라고 했잖아?
‘세례 머신’과 ‘스페셜 무기 슬롯머신’은 각기 다른 기계이지.
즉.
난 10일 후, 다시 한번 어르신에게 ‘릴 1칸 움직이기’를 부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저 ‘◎’를 딱 한 칸만 내리면!
- 77777
오오오!
S급보다 더 좋은 무기를 먹을 수 있는 거잖아?
그래.
힌트에 ‘翁 꼭 영입’이라고 적혀 있으니 어차피 어르신은 영입을 해야 하는 것이고.
생각해보면 노인을 영입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세상에는 아깝게 한 글자 차이로 ‘세례명’이나 ‘수식어’를 조합하지 못한 사람들이 넘쳐날 것이다.
그런데 이 식자공 할아버지는 10일에 1~2명 씩 그런 자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다.
아포칼립스 시대에 가장 가치 있는 직업 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확실히 내 보호 아래 두는 것이 현명하지.
이 어르신이 악인들에게 잡혀 이용당하면 큰일 나니까.
그때 노인이 말했다.
“그래. 문제는 다 해결이 되었소?”
“네··· 덕분에 모두 잘 해결이 됐습니다.”
“그카믄 앞으로 잘 살아 보시오. 어제는 참말로 고마벘소. 젊은 양반이 어데서 왔는지, 우째 내를 알고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인자 죽을 놈이 더 이상 알아가 뭐 하겠노? 그카믄··· 난 인자 가보겠소.”
“어딜요?”
“경찰서지, 어디겠소? ···내 젊은 양반 이야기는 절대 안 할 테이끼네 걱정 마시소.”
난 다급히 말했다.
“어, 어르신. 그건 안 됩니다.”
“와요?”
“앞으로 며칠 뒤··· 세상이··· 바뀔 거예요. 구속 상태로 계시면······ 정말 큰일 납니다.”
그러자 노인은 눈을 감고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어제 말했다시피··· 난 인자 살만큼 살았소. 그카고 내가 해야 할 마지막 일도 끝냈지. 인자 죗값을 치르고 죽을 일만 남았소.”
난 노인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어르신! 죗값이라니요! 그 나쁜 놈이 죽은 것은 인과응보입니다······.”
“아니오. 어제 내 밤새 생각했소. ···그놈이 아무리 나쁜 놈이라 케도······ 난 살인을 했지. 그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기 아니요.”
“무슨 소리를 하십니까? 어르신! 앞으로 세상이··· 어르신의 조력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어르신의 능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고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그러자 노인은 잠시 말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내가 이어서 말했다.
“그 상태창 능력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식자(植字: 금속 활자를 배치하는 일)나 인쇄도 중요해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노인이 갑자기 관심을 표하며 물었다.
“방금 뭐라켔소?”
“식자, 인쇄요. 그건 어르신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 그게 무슨······?”
“이제 세상은 곧 멸망합니다. 전기가 귀해져서 컴퓨터로 인쇄를 할 수가 없게 되요. 그럼 다시 식자를 해서 잉크로 인쇄를 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전단, 호외······. 그런 걸 다시 손으로 찍어야 된단 말이오?”
“당연하지요! 필요할 일이 엄청 많을 겁니다.”
난 살짝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태양광 발전기나 허브 발전기 정도만으로도 프린터쯤은 충분히 돌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어르신을 살리려면 어쩔 수 없었다.
자수를 하면 이 어르신은 ‘D-day’ 이후 그냥 유치장에 갇혀 있다 죽을 것이 뻔하니까.
“생각을 해보세요, 어르신. 자원이 풍족하지 않은 세상이 오면··· 자원 없이도 살아 봤던 사람들이 더 필요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가 아니겠습니까?”
결국 노인은 내 말에 설득되었다.
어쩌면 내가 노인에게, 살아갈 명분을 준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때는 미처 몰랐다.
그 노인의 기술이 진짜 수많은 사람을 살리게 될 날이 오게 될 줄은.
- 작가의말
오늘은 내용이 좀 짧아서 죄송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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