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점의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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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환
작품등록일 :
2015.07.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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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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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0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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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헌터 (3)

DUMMY

혹시나 해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역시 아무 것도 없었다. 정말로 주먹에 쥘 돌멩이 하나 없는 빈 땅이었다. 무릎까지 닿는 높이의 풀들만 무성했다.


리니아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볼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도 상식적으로 어느 정도는 챙겨줄 줄 알았다. 마왕의 특별한 아이템이나 희귀한 능력 같은 것을 받는 기연이나 행운을 은근슬쩍 기대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다짜고짜 사자가 자기 새끼를 벼랑에 집어던지듯,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헌터를 한두 명도 아니고 사십 명이나 잡으라고 할 줄은 몰랐다.


요즘 대부분의 헌터들은 1렙부터 그룹을 맺고 개떼처럼 몰려다닌다. 아직도 솔플을 고집하는 헌터들도 간혹 있긴 했다. 하지만 이들은 레벨이 꽤 되고 자기 실력에 자신이 있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1렙 노템의 청연이 혼자 힘으로 잡기란 양쪽 모두 거의 불가능이었다.


정령석 같은 경우 10g에 대충 헌터 협회 시세로 500만원 가까이 한다. 물론 팔 때 그렇고 살 때는 두 배가 넘는 가격을 줘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 마정석 200g을 돈 주고 사려면 2억이나 줘야 된다는 소리다. 돈이 많다면 쉬운 퀘스트지만 청연은 이미 1억이 넘는 빚이 있는 빚쟁이일 뿐이었다.


‘망했다.’


청연은 괜히 헌터를 다 쓸어버리네, 어쩌네 하면서 허풍 빵빵 쳤던 걸 후회했다. 마왕을 상대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난이도가 턱없이 높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허세도 적당히 부릴 걸 그랬다. 우선은 잡일부터 시작한다던가, 몬스터들을 보호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그렇게 한참을 이런 저런 생각하며 멍 때리고 있을 때였다. 다시 한 번 렉스에서 메시지가 왔다는 벨소리가 들렸다. 청연은 혹시 리니아가 뭔가 도움 될 것을 보냈나 싶어 빠르게 메시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메시지에 온 건 청연의 새로 바뀐 프로필과 스텟창이었다.



이름: 김청연

소속: 리니아의 탑

길드: 없음

직업: 리니아의 노예(계약직)

레벨: 1

기술: 변장, 위조

특기: 친화, 교류


체력: 112 투기: 38 마력: 0 힘: 13 학습: 7 민첩: 11



“…허허.”


청연은 어이가 가출할 때면 늘 그랬듯이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프로필이었다. 소속이 리니아의 탑인 건 그렇다 치더라도 직업이 리니아의 부하도 아니고 노예라니? 그것조차 어이가 없었는데 더욱 어이가 없는 건 또 그게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이라는 점이다.


“나 참, 인턴이 아닌 걸 고마워해야 되나…헬조선(?)도 아니고 너무하는구만.”


기술과 특기도 처음 보는 괴상한 것들이었다. 변신이나 위장이란 기술은 학원에서 들어봤지만 변장과 위조란 기술 명은 처음 봤다. 친화나 교류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 스킬들일까 고심하던 청연은 혹시나 싶어서 단어들을 터치해봤다. 다행히 청연의 짐작대로 단어를 터치하자 스킬들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나왔다.



변장 : 헌터를 사냥하기 전에 변장합니다. 외모나 신체, 털과 피부색 등등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능력은 변화하지 않습니다. 이 기술의 지속시간은 24시간입니다. 헌터 사냥을 마친 뒤, 원래 세계로 돌아가도 후환이 없도록 리니아님께서 당신을 위해 만든 기술입니다.


위조 : 사물의 겉면을 위조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필을 다른 헌터에게 보일 때를 대비해서 프로필을 마음대로 위조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의 지속시간은 24시간입니다. 이것 역시 리니아님이 당신을 위해 만든 기술입니다.


친화 : 계약기간 동안 탑 내의 모든 생물들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교류 : 계약기간 동안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탑 내의 모든 생물들과 대화가 가능해 집니다.



막상 전투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보조 스킬들뿐이었다. 차라리 전투 스킬이나 마법이라도 하나 넣어주지… 하고 원망하던 청연에게 메시지가 연이어 날아왔다. 이번엔 또 뭔가 하고 들여다보니 이번 메시지는 내용이 짧았다.


-퀘스트와 바뀐 프로필은 전부 받아 보았는가?-


딱 봐도 말투가 리니아였다. 무작정 내려 보내고 방치시키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청연은 확인하는 질문부터 보냈다.


-리니아님이십니까?-

-그래, 나다. 잘 받은 것 같군-

-네, 받긴 했는데-

-그럼 어디 활약해 보거라-


청연은 손가락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다급히 답신 문자를 두들겼다.


-죄송하지만 혹시 제가 헌터들을 사냥할 수 있게 약간의 도움을 주실 순 없으십니까?-

-스킬들을 전수해주지 않았느냐?-


청연은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 않으니 조금 더 솔직하고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물론 이런 것도 좋지만 좀 더 싸움에 도움 되는 직접적인 기술은 안 되겠습니까? 예를 들면 고급 마법 스킬이라던가…-

-그럴 거라면 차라리 내가 직접 내려가지 굳이 너를 보낼 필요가 없지 않는가? 나는 그런 식으로 널 도와줄 수 없다-


…들어보니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청연은 포기하지 않고 매달렸다.


-그러면 무기나 방어구라도 좀…-

-그런 거 없다-


“…”


-그럼 예전에 제가 떨궜던 무기라도 돌려주세요-

-이미 해체해서 다른 곳에 썼다-


“…”


할 말을 잃은 청연에게 마지막 문자가 날아왔다.


-힘내 보거라. 조금은 기대하고 있으니>_< -


순간 간신히 유지했던 청연의 이성이 반쯤 날아갔다.


“귀여운 척 이모티콘 쓰지 말라고! 아니, 솔직히 좀 귀엽긴 하지만 마왕 이미지랑 전혀 안 어울린다고! 여고생이냐고!”


언제 할 말을 잃었냐는 듯 버럭거린 청연은, 머리를 치켜들고 거칠게 심호흡을 하며 남은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퀘스트 조건을 낮춰달라는 애절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


답신은 없었다. 한참동안 기다리던 청연은 답신이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자 땅이 무너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아오, 진짜…”


본격적으로 투덜거리려던 청연은 순간 움찔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을 리니아가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청연은 투덜거림을 멈추고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어쩔 수 없네. 지금 있는 것만으로 열심히 헌터들을 잡아야겠다!”


마치 국어책 읽듯이, 그리고 들으라는 것처럼 우렁차게 말한 청연은 다시 우울한 표정으로 손 안의 렉스를 내려다보았다.


‘으, 진짜 어쩔 수 없네. 되든 안 되는 해보는 수밖에.’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청연은 더 이상의 지원은 포기하곤 지금 있는 것만으로 퀘스트를 달성할 방법에 대해서 고심했다.


‘일단은 얻은 스킬들을 어떻게 쓰는 건지 알아봐야겠군.’


기술이 액티브 스킬이라면 특기는 패시브 스킬이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지금 청연이 당장 써볼 수 있는 것은 변장과 위조뿐이었다.


“변장.”


학원에서 배운 대로 스킬명을 읊조렸다. 그러자 곧 얼굴이 간질거리는 느낌과 함께 렉스에서 불빛이 번쩍번쩍 거렸다. 렉스를 보자 액정에 자신의 얼굴 사진이 큼지막하게 떠 있었다. 사진 옆 빈 공간에는 그림판 도구 비슷한 아이콘들이 일렬로 나란히 박혀 있었다.


“게임 캐릭터 커스터마이징하는 거랑 똑같군…나 이런 거 잘 못하는데.”


별 생각 없이 화면 속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려던 청연은 순간 손을 멈췄다. 그리고 재차 스킬 설명을 확인했다. 다행히 지속시간은 하루뿐이었다.


‘잘 생긴 얼굴 망가지면 큰일 난다.’


..남자들이 흔히 갖고 있는 외모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은 청연도 예외가 아니었다. 청연은 초집중(?)해서 자신의 얼굴을 조작했다. 처음엔 피카소와 살 바도르가 합작해서 그린 듯한 초현실주의적 얼굴이 나와서 식겁했다. 하지만 대충 어떻게 조작하는지 감을 잡자 그럭저럭 괜찮은 얼굴이 만들어졌다.


지금 청연의 얼굴과 완전히 다른, 그러면서 기억에 남지 않는 평범한 얼굴을 완성시킨 뒤 완성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거울 어플을 사용해서 확인했다. 방금 만든 얼굴이 고스란히 자신의 얼굴로 뒤바뀌어 있었다. 청연은 어색한 부분이 없는지 이리저리 살폈다.


‘잘 만들긴 했지만…역시 원래 내 얼굴이 훨씬 낫군.’


자신의 커스터마이징 실력에 만족하며 렉스에서 시선을 뗀 청연은 바로 다른 스킬인 위조를 사용해 보려고 했다.


그런데 청연의 귀에 무언가가 바스락거리며 풀 헤치는 소리가 감지됐다. 주변이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덕분에 간신히 캐치할 수 있는 작은 소리였다. 청연은 화들짝 놀라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드넓은 초원에 서 있는 것은 오직 청연 하나뿐이었다.


작가의말

우와...날씨가 앉아만 있어도 땀이 삐질삐질;;


더운데 다들 무리하지 마시고 건강 챙기세요~


재밌게 보신 분들은 추천과 선작 부탁드립니다.


응원의 댓글도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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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두번째 퀘스트 (4) +41 15.09.05 11,631 358 12쪽
33 두번째 퀘스트 (3) +44 15.09.04 11,740 360 13쪽
32 두번째 퀘스트 (2) +66 15.09.03 12,783 411 12쪽
31 두번째 퀘스트 (1) +56 15.08.29 15,524 438 12쪽
30 블러드 레이디 (2) +58 15.08.28 15,184 427 13쪽
29 블러드 레이디 (1) +71 15.08.27 15,933 454 12쪽
28 마왕 양반,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xx라니! (2) +45 15.08.26 16,472 449 13쪽
27 마왕 양반,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xx라니! (1) +58 15.08.24 17,248 478 10쪽
26 퀘스트 완료 (2) +59 15.08.23 18,493 498 14쪽
25 퀘스트 완료 (1) +49 15.08.22 18,684 467 15쪽
24 last one (7) +49 15.08.21 18,067 465 15쪽
23 last one (6) +68 15.08.20 17,598 441 12쪽
22 last one (5) +41 15.08.18 17,785 418 8쪽
21 last one (4) +31 15.08.17 17,749 419 12쪽
20 last one (3) +36 15.08.16 18,009 393 11쪽
19 last one (2) +43 15.08.15 18,213 394 9쪽
18 last one (1) +43 15.08.14 18,369 404 11쪽
17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4) +69 15.08.13 18,566 448 11쪽
16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3) +41 15.08.12 18,448 451 11쪽
15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2) +43 15.08.11 18,196 416 9쪽
14 헌터를 낚는 어부가 되거라 (1) +45 15.08.09 19,012 389 10쪽
13 헌터 헌터 (5) +34 15.08.08 25,754 394 12쪽
12 헌터 헌터 (4) +30 15.08.07 19,542 384 12쪽
» 헌터 헌터 (3) +25 15.08.06 20,498 396 9쪽
10 헌터 헌터 (2) +35 15.08.05 20,895 429 10쪽
9 헌터 헌터 (1) +23 15.08.04 21,040 423 7쪽
8 마왕에게 살아남는 방법! (2) +36 15.08.03 21,004 385 11쪽
7 마왕에게 살아남는 방법! (1) +28 15.08.01 20,890 409 10쪽
6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2) +28 15.07.31 20,720 397 14쪽
5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1) +22 15.07.30 21,318 387 11쪽
4 첫판부터 끝판왕(3) +15 15.07.29 21,865 446 10쪽
3 첫판부터 끝판왕(2) +13 15.07.29 22,304 383 9쪽
2 첫판부터 끝판왕(1) +12 15.07.29 23,470 46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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