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한 번으로 아포칼립스 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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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은은
작품등록일 :
2024.02.26 01:36
최근연재일 :
2024.03.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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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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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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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3)

DUMMY

4월 23일(3)


안내 스피커가 말했다.


ㅣ격리 실패 시, 침식을 막기 위해 해당 공간은 소멸 절차에 돌입합니다.


‘소멸?’


소멸이라는 단어의 뜻을 떠올린 서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소멸(消滅).

사라져 없어짐.


교실 째로 사라진다는 건가?

안에 있는 우리는 어떡하고?


안내 스피커의 충격적인 발언.


그 직후, 교실 천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천장에 붉은 액체가 고이는가 싶더니-

바닥에 주르륵 쏟아져내렸다.


“꺄아아악!”

“뭐, 뭐야 미친! 피다!”


피는 아니었다.

천장에서 쏟아진 건 붉은 점액질이었다.


끈적한 피처럼 바닥에 늘어붙은 모습.


반 학생들 모두 점액질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서진은 점액질과 거리를 둔 채 커서를 갖다댔다.

조금이라도 도움될 정보가 나오길 바라며.


‘더블 클릭.’


+--------------------------------------+

에테르가 100 소모되었습니다.

에테르 800 / 1,000

+--------------------------------------+


에테르 소모 메세지와 함께, 붉은 액체 괴물 위에 텍스트 창이 떠올랐다.


+--------------------------------------+

슬라임 - (이동형)

슬라임의 기본 형태.

뭉칠수록 커진다.


액티브 스킬

가시

강탈

+--------------------------------------+


‘슬라임?’


서진에게도 익숙한 몬스터였다.

RPG 게임에 단골로 등장하는 녀석이었으니.


“야, 야 저거 움직인다!”


슬라임이 꾸물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괴물의 정체가 슬라임인걸 모르는 아이들은 기겁하며 녀석에게서 멀어지기 바빴다.

하지만 도망은 해결책이 되지 못 했다.


‘시발, 그래서 소멸이 뭔데. 진짜 사라지는 거야? 저걸 못 잡으면?’


서진의 머릿 속에 짧은 망상이 떠올랐다.


/ 도망만 다니다 격리에 실패한 학생들.

결국 교실은 소멸 절차에 돌입하고.

학생들의 신체 부위가 하나하나 사라지기 시작한다.

서진은 소멸될 바엔 차라리 교실 밖으로 몸을 던져 시간 정지를 택한다.

그렇게 시간이 정지된 채로 서진은 영원히 공중에 박혀서- /


제길.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서진에겐 공격 스킬이 없었다.


‘내가 없다면 다른 애들 꺼라도.’


서진이 외쳤다.


“얘들아! 공격 스킬! 스킬을 써!”

“어, 어?”

“빨리! 가만히 앉아서 소멸만 기다릴 거야? 카드 들어!”


아이들이 엉거주춤하게 카드를 들어올렸다.


“쇼크!”

“관통!”


하나둘 공격 스킬이 슬라임을 향해 날아갔다.

슬라임은 공격 스킬을 맞곤 몸을 부르르 떨었다.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유효타를 먹였다고 보긴 힘든 상황.


서진은 정해린에게 말했다.


“반장! 스킬!”

“···알아!”


정해린도 이어서 ‘촉수’ 스킬을 발동했다.


쐐애액-


푸확!


허공을 찢는 파공음과 함께 슬라임이 맥없이 팍 하고 터져나갔다.


‘···방금 뭐가 지나간 거야?’


눈을 감았다 뜨는 것보다 짧은 시간.

정해린의 촉수가 슬라임을 도륙내버렸다.


서진은 슬라임이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촉수의 존재를 눈치챘다.

정해린은 누가 볼세라 서둘러 촉수를 다시 집어넣었다.


‘이게 극상 등급의 위력? 미친.’


새삼 벙커 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빨간 카드를 반드시 구하라고 했던 아저씨의 말을.


‘이래서 빨간 카드를 고르라는 거였어.’


다른 카드들과 벌어지는 아득한 차이.


‘빨간 카드가 저정도면, 내 스킬은 어느 정도인거야?’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지금은 상대방의 정보를 엿보는 스킬 뿐이지만. 나도 공격 스킬이 생기기만 하면.’


기대됐다.

차차 해금될 스킬들의 위력이.


서진은 다시금 슬라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몇몇 아이들이 슬라임 근처에 다가가 있었다.

슬라임을 쿡쿡 찔러보며 말했다.


“진짜 죽은 건가?”

“저기요. 여기 괴물 잡았으니까 격리 좀 풀어주세요!”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학생들도 있었다.


“뭔가 간단하네.”

“죽였으면 된 거지.”

“근데 여기 어떻게 나가냐.”


생각했던 것보다 슬라임이 약했다.

하나둘 안도의 한숨을 쉬던 그때.


서진은 혼자서 표정을 굳혔다.


+--------------------------------------+

슬라임이 ‘가시’를 준비합니다.

+--------------------------------------+


서진에게 흘러들어오는 슬라임의 공격 정보.


‘안 죽었어!’


서진은 슬라임 근처 학생들에게 외쳤다.


“피해! 아직 살아있어!”

“어···?”


서진이 소리침과 동시에 학생들이 흠칫 놀라 뒷걸음질쳤다.


그때, 슬라임의 잔해물 중 하나가 뾰족한 붉은 가시로 변했다.

새빨간 가시는 뒷걸음질 치던 학생의 발목을 단숨에 파고들었다.


“으악!”

“박성민! 조심해!”


박성민은 얕은 핏줄기를 흩뿌리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리고 박성민이 넘어진 틈을-

슬라임은 놓치지 않았다.


산산이 흩어져있던 슬라임의 잔해물들.

그것들이 일제히 성민의 입 속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우엑, 시,발 이 새끼 뭐야!”


+--------------------------------------+

슬라임이 ‘강탈’을 시도합니다.

+--------------------------------------+


순식간에 슬라임을 전부 삼켜버린 박성민은 자신의 목을 부여잡았다.


“우웨엑, 우엑-”


성민은 헛구역질을 하며 슬라임을 뱉어내려는 듯 하다가-

이내 헛구역질을 멈췄다.


“서, 성민아! 괜찮아?”

“가지마!”


서진은 성민에게 다가가려는 학생에게 소리쳤다.


“···이미 늦었어.”


+--------------------------------------+

슬라임 - (박성민)

인간을 흉내내고 있다.


액티브 스킬

가시

강탈

관통

+--------------------------------------+


‘성민이를 강탈했어? 게다가 성민이의 스킬까지···.’


최악이었다.

상대방의 신체와 스킬을 강탈하는 적이라니.


“카드 들어! 빨리!”

“그게 무슨 소리-”


박성민은 어색하게 몸을 일으켜세웠다.

균형이 잡히지 않아 위태위태하게 일어서는 모습.

박성민은 비틀거리며 손으로 칠판을 짚었다.


박성민, 아니 이젠 슬라임이 되어버린 녀석은 서진을 노려봤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저게 성민이로 보이냐고 지금!”


답답한 마음에 소리쳤다.


‘차라리 내가 공격 스킬이었으면 진작에!’


그때, 박성민이 손을 치켜들었다.


+--------------------------------------+

슬라임(박성민)이 ‘가시’를 준비합니다.

슬라임(박성민)이 ‘관통’을 준비합니다.

+--------------------------------------+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은 서진의 머리.


“미친!”


서진은 재빨리 고개를 젖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성민의 손가락에서 붉은 가시가 튀어나갔다.


피슉-


튀어나간 가시는 서진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옆에 있던 학생의 목을 순식간에 관통했다.


“으, 엑-”


남학생은 실 끊어진 인형마냥 주저앉았다.


“으아아악!”

“스킬! 스킬 써!”


그제야 학생들이 카드를 들어 성민에게 스킬을 쏘기 시작했다.


물론, 모두가 스킬을 날리진 못 했다.


“······.”


정해린은 성민을 향해 손을 치켜들 뿐,

촉수를 날리진 못 한채 주저하고 있었다.


서진이 다그쳤다.


“반장! 스킬! 빨리!”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곤-

촉수를 박성민에게 날렸다.


푸확-!


정해린의 공격에 맞은 박성민의 팔이 단숨에 터져나갔다.


“······.”


눈 깜짝할 사이에 외팔이가 되어버린 박성민은 무표정하게 정해린을 쳐다봤다.


+--------------------------------------+

슬라임(박성민)이 ‘가시’를 준비합니다.

슬라임(박성민)이 ‘관통’을 준비합니다.

+--------------------------------------+


“!!”


또 온다!


박성민의 손가락이 정해린의 머리를 조준했다.


‘안 돼. 정해린이 죽으면!’


검정 카드나 파란 카드의 공격 스킬로는 슬라임에게 유효한 타격을 먹이기 힘들었다.

서진에게도 공격 스킬이 없는 지금, 현재 반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정해린이 죽어버린다면.

그거야 말로 대참사였다.


더군다나 만약 슬라임 녀석이 정해린의 몸까지 차지해버린다면-

서진은 촉수 스킬까지 써대는 슬라임을 상대해야 했다.


‘촉수 슬라임은 안 돼! 촉수 슬라임 만큼은!’


하지만 몸을 던져서 정해린을 보호해줄 순 없었다.

그랬다간 서진 본인도 관통 스킬에 노출될 테니까.

그럴 의리도 없고.


짧은 판단 끝에 서진은-


“흐꺅-”


정해린을 발로 찼다.


정해린이 쿠당탕 넘어지며 바닥을 굴렀다.

슬라임의 붉은 가시는 그녀를 지나 허공만을 때렸다.


고양이눈매 정해린의 시선이 느껴졌다.

무시했다.


지금은 슬라임을 격리시키는게 우선이었다.


‘격리, 격리··· 어떻게 하라는 거지?’


죽이라는 건가?

하지만 아까 조각조각 내버렸는데도 멀쩡히 살아서 움직이지 않던가.


‘물리적 방법은 통하지 않는 건가? 아니면 그보다 더 잘게 쪼개야 하나? 제길.’


하지만 슬라임이 박성민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람을 잘게 다지는 일을 평범한 고등학생이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서진의 망상 프로세스가 가동되려던 순간-

그의 눈에 시간 정지 당한 정다정이 눈에 들어왔다.


‘아!’


서진은 머리에 번개가 치는 듯 했다.


안내 스피커는 분명 죽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

격리하라고만 했지.


그리고 무대를 마련해줬다.

시간이 정지된 공간으로.


‘격리하라는 말은 즉, 슬라임을 시간 정지 공간으로 밀어넣으라는 말?’


시간 정지 공간은 학생들에게 게임 오버 공간이었지만.

슬라임에게도 마찬가지로 게임 오버 공간이었다.


‘장외로 밀어내는 싸움!’


슬라임의 공략법을 알아낸 서진은 학생들에게 소리쳤다.


“얘들아! 교실 밖으로 밀어 내! 성민이도 내보내서 정지시키는 거야!”

“아! 응!”


학생들은 곧바로 서진의 말을 이해했다.


학생들의 공격 스킬들이 하나둘 성민에게 적중했다.

성민은 공격 스킬들을 맞아가며 천천히 밀려났다.


뒤늦게 합류한 정해린도 촉수를 이용해 박성민을 교실 밖으로 천천히 밀어내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학생 몇 명이 ‘촉수?’라며 당황해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서진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정해린 쪽엔 아예 신경을 껐다.


눈 앞에 있는 박성민을 교실 밖으로 밀어내는 데에만 집중했다.


‘끝까지 방심하면 안 돼.’


슬라임이 팍 하고 터져버렸을 때 안일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초기에 막을 수 있었던 슬라임을 결과적으로 키워버리고 말았다.

더 이상 녀석이 성장하게 냅둬선 안 된다.


서진은 집중 포화를 당하고 있는 성민을 노려봤다.

성민의 몸은 수많은 스킬을 맞곤 반쯤 너덜너덜해진 상황이었다.


교실 문앞까지 밀려난 성민.

게임 오버까지 한 걸음.


결국 슬라임도 마지막 수를 꺼냈다.


+--------------------------------------+

슬라임(박성민)이 ‘가시’를 준비합니다.

슬라임(박성민)이 ‘관통’을 준비합니다.

+--------------------------------------+


그리고 이를 예상하고 있던 서진은-

텍스트 메세지를 확인하자마자 의자를 집어던졌다.


‘체어샷이다 개자식아!’


서진의 망상 속에서는 수백 번도 넘게 던졌던 의자.

실제로 던지는 건 처음이었다.


의자는 그대로 박성민의 머리를 가격했다.


성민의 몸이 꺾이면서 팔의 각도가 어긋났다.


관통 스킬이 엉뚱한 천장만을 때림과 동시에-

성민의 몸이 교실 밖으로 넘어갔다.


뚝.


공중에 정지해버리는 성민의 몸.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안내 스피커가 울렸다.


ㅣ이계(異界) 존재의 격리 확인.

ㅣ방역에 성공하였습니다.

ㅣ방역자에게 방역 키트를 지급합니다.


‘방역 키트?’


안내 스피커의 말과 함께 서진의 눈 앞에 텍스트 창이 떠올랐다.


+--------------------------------------+

다음 중 하나의 권한을 선택하세요.

1. [소멸]

2. [격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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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월 23일(4) 24.03.07 15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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