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한 번으로 아포칼립스 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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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은은
작품등록일 :
2024.02.26 01:36
최근연재일 :
2024.03.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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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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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월 23일(13)

DUMMY

4월 23일(13)


+--------------------------------------+

방역 성공!

방역 점수를 지급합니다.


방역 점수 + 400

+--------------------------------------+


떠오르는 메세지창을 끄곤, 쓰러져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30초 격리가 끝나자마자 남자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엉거주춤 일어났다.


“허억, 허억! 형!”

“괜찮냐?”

“예, 다행히 격리 써서···. 근데 얘들은 뭐에요?”


격리되어 있던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리더남이 답했다.


“우리보다 먼저 경찰서 턴 애들.”

“쥐새끼들이었네.”

“그리고 네 목숨 구해준 애들.”

“생명의 은인이셨구나.”


격리남은 쥐새끼라며 서진을 째려봤다가,

목숨을 구해줬다는 말에 곧장 서진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에···.”


서진은 얼떨떨하게 감사를 받았다.


‘뭐지, 이 사람.’


1초 만에 태세가 바뀌니 황당할 따름이었다.


리더남은 서진에게 말했다.


“학생 둘 밖에 없는 거 같은데. 고작 둘이선 오래 못 버틸 거다.”

“아저씨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슬라임 하나 똑바로 해치우지 못 하면서.

설교라도 하려는 건가.


그때, 리더남이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았다.

혹시 무기를 꺼내려나 싶어 권총을 미간에 조준하려던 찰나.

리더남이 손을 쫙 펴보이며 무해하단 제스처를 보였다.


“기다려라. 그런 거 아니니까.”


햇반 하나가 리더남의 가방에서 나왔다.


“?”


햇반? 갑자기?


“우리 동생 구해준 값.”


리더남은 햇반을 서진 쪽으로 휙 던졌다.


서진은 해린을 뒤로 확 채가듯 끌어당기며 햇반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히꺅-”


해린의 짧은 비명과 함께 햇반은 땅바닥을 굴렀다.


서진은 리더남이 슬라임을 ‘절단’시켰던 장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즉석밥에 절단 트리거를 심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햇반을 만지는 순간, 몸이 조각조각나버린다거나.

손가락이 잘려버리는 함정이 설치되어 있을 지도- /


“햇반에 아무 짓도 안 했다. 짜슥아.”


리더남이 질린 눈으로 말했다.


“요즘 애들은 다 이러나?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게 참.”


남이 주는 물건을 덥석 받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세상이 망한 지금은 더더욱.


더블클릭으로 안전한 걸 확인한 뒤에서야 조심스레 햇반을 집어들었다.

메고 있던 가방에 쏙 넣었다.


“의심병 학생. 또 보자고.”

“······.”


굳이 답하진 않은 채 경찰서를 나왔다.

주변에 다른 슬라임은 없었다.


“이제 어쩔 거야?”


해린에게 넌지시 물었다.


해린의 목표는 경찰서에 가서 아버지와 만나는 것.

허나 그 목표가 좌절된 지금, 해린은 천천히 고개를 떨궜다.


“모르겠어. 파파랑 만나는 거만 생각했었는데.”


살짝 입술을 깨물며 해린이 서진을 쳐다봤다.


“서진, 너는?”

“나는 집.”


 서진의 계획은 이전 그대로였다.


‘집에 가서 형이 있는 지 확인.’


만약 형이 집에 없다면?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형을 찾아본다.’


물론, 형을 찾겠답시고 무리하게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이동해도 괜찮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형을 찾아나설 생각이었다.


형이 집에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할 순 없었다.

어쩌면 형이 어딘가에 갇혀 옴싹달싹 못 하는 상황일 수도 있고.

어쩌면 형이 이미 군대에 끌려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전화 한 통 안 하네. 개새끼.’


멀리서 들려오는 총소리를 들으며, 서진은 부디 형이 군대만큼은 가지 않았길 바랐다.


“네 집 어딘데?”


해린이 아이폰을 치마에 집어넣으며 물었다.

파파의 손에 휴대폰이 없는 걸 확인한 이상, 더 이상 전화를 걸 필욘 없었다.


“여기서 십 분 십오 분.”

“가깝네.”

“넌?”

“노원 쪽.”


노원이면 여기서 한 시간은 족히 걸어야 하는 거리였다.


‘내가 집에 가면 정해린 혼자 가야 되는데.’


벌써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해가 떨어지고 나면 이동은 더더욱 어려울 게 분명했다.

언제 어디서 적이 튀어나올 지 모르니까.


‘대피소도 위험해 보이고.’


이전까진 대피소도 나름대로 안전 구역이라 생각했었지만.

경찰서에서의 참상을 목격한 이후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사람 많은 곳이 오히려 더 위험해.’


박 경사의 말대로 인간을 똑같이 흉내내는 슬라임이 존재한다면.

인파가 몰린 곳은 오히려 슬라임이 숨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서진은 고민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집, 올래?”

“······.”

“아니, 그, 어두워지니까. 위험하잖아.”

“무슨 말인진 알아.”


해린은 잠시 서진을 조용히 응시했다.


“···가도 돼?”

“···응.”


서진은 순간 상상했다.


/ 힘겹게 서진의 집에 도착한 둘.

집에는 아무도 없다.

긴장이 풀린 두 명은 거실 바닥에 풀썩 드러눕는다.

누워서 둘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땀에 젖어 교복은 이미 반쯤 축축해진 상태.

당장이라도 이 옷을 갈아입고 싶다.

무엇보다 샤워를 하고 싶다.

해린이 먼저- /


“혹시 이상한 상상하는 건 아니지?”

“안 했어.”


서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올 거면 와도 돼.”

“갈래.”


서진과 해린의 목적지가 일치했다.

둘은 동시에 발을 내딛었다.


‘거대 슬라임도 마침 지나갔어. 움직일 거면 지금이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거대슬라임의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둘은 노을 지는 거리를 뛰어다녔다.

오렌지 빛과 그림자가 도시를 양분했다.


깨진 건물 유리창.

부서진 차 백미러.

쓰레기장 양심 거울들.


여러 거울들이 서진과 해린이 지나가는 모습을 담았다.

반사된 노을이 유독 붉었다.


길어지는 그림자를 향해 뛰었다.


도중에 슬라임이 등장할 때마다 방향을 꺾었다.

남은 에테르가 얼마 없는 만큼, 교전은 최소화하는 편이 좋았다.


결국 돌아서 돌아서 가다보니 서진의 아파트에 도착한 건 완연한 밤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일로 가자.”


아파트 정문 근처에 슬라임들이 돌아다니고 있었기에 서진은 놀이터 쪽으로 이어지는 펜스를 넘었다.


서진이 먼저 사뿐히 착지한 후, 해린이 넘어오는 걸 잡아주었다.


놀이터엔 아무도 없었다.

고무 발판을 살금살금 밟아가며 이동했다.


아파트 단지들이 여러 개 있었는데, 그 중 몇몇은 납작하게 짓눌려있었다.


13개 동으로 이루어진 아파트 부지는 6개로 줄어있었다.


짓눌린 아파트 더미에선 이따금씩 흉흉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몇 명은 저 안에 살아있지 않을까.’


서진이 학교 소멸을 피해냈듯이.

몇몇은 분명 격리 권한을 써서 생존에 성공했으리라.


하지만, 서진과 달리 저들에겐 더블 클릭 스킬이 없었다.

콘크리트 더미를 들어올릴 드래그 스킬도 없었다.

아직 저 안에 빠져나오지 못 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빠져나오려다 추가로 붕괴되는 바람에 압사했을 수도 있고.


모두를 구할 순 없었다.


들려오는 바람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서진은 자신의 아파트로 향했다.


서진의 아파트는 복도식 아파트였다.

1호부터 8호까지가 한 층에 일렬로 죽 늘어서있는 형태.


서진은 그중에서도 8층.

805호에 살았다.


곧장 아파트로 들어가려 했건만.

아파트 입구 쪽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뭐지···?”


입구 쪽에 몰려있는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생활용품들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야구배트나 식칼을 들고 있는 건 물론이거니와.

스킬 카드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입구엔 나무판자나 철판들을 모아 만든 바리케이트가 있었다.


그들은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다 서진과 해린을 발견한 순간.

한 여성이 외쳤다.


“아! 저기! 두 명 와요!”


여성의 말에 입구쪽 사람들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들은 바리케이트 뒤에서 스킬 카드만 둘 쪽으로 쭉 내밀었다.


해린이 외쳤다.


“잠시만요! 저희 사람이에요!”


두 팔 벌려 무고함을 어필해보지만.

그녀의 말을 귀담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그걸 어떻게 믿어?”

“네?”

“네가 괴물 새끼인지 아닌지 어떻게 믿냐고.”


남성의 눈빛은 너무나도 진지했다.


“괜히 들여보냈다가 다 죽어.”


서진이 고개를 들어 옥상 쪽을 쳐다봤다.

옥상 쪽에서도 몇몇 사람들이 서진과 해린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상과 옥상. 그리고 간간히 층마다 사람들이 있네.’


서진의 아파트는 일종의 요새가 되어있었다.


다른 이들의 출입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

입주민들의 요새로.


‘다른 곳도 이러려나.’


서진은 손가락으로 8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저씨들, 저도 여기 살아요.”

“몇 호?”

“805호요.”


그러자 뒤편에서 잠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주머니 한 명이 나왔다.


“얘, 나 기억하니?”


옆집 아주머니였다.


“같은 층 살잖아요.”

“내 이름은?”

“네?”

“이름 말이야. 학생.”


옆집 사람 이름을 어떻게 알아.


서진은 슬쩍 교복 명찰을 가리며 물었다.


“아주머니는 제 이름 알아요?”

“끄응···그럼 최근에 우리 인사한 적은?”


인사···

인사?

내가 언제 인사했더라.


“엘리베이터?”


서진이 그렇게 답하자, 뒤편에 있던 남자가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어때, 저 말 맞아?”

“나도 사실 기억이···.”

“아이구, 이 아줌마야. 지도 기억 못 하는걸 물어보면 어떡해!”

“아유 몰라! 근데 내가 보기엔 사람 같긴 한데···.”

“겉보기론 모른다니까.”


입주민들 사이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오갔다.

잠깐의 회의 끝에, 결론이 나왔다.


“못 들어온다.”

“···?”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안 돼.”


이 아저씨가 뭐라는 거야.


“확실한 증거가 뭔데요?”

“······.”


아저씨는 말 없이 시선을 회피했다.


거 봐. 모르잖아.


서진은 입주민들을 향해 물었다.


“안 들여보낼 줄 거에요?”

“미안하다.”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라면서, 그게 뭔지는 모르고?”

“······.”


이들은 이미 서진과 해린을 잠재적 슬라임 취급하고 있었다.


‘설득할 수가 있나 이거.’


이제 와서 ‘분석’ 스킬로 슬라임을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해봤자 못 믿겠다며 거절할 게 뻔했다.

오히려 내분을 유도한다며 공격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


“형은···안 보이네.”


농성 중인 사람들을 쭉 훑어보며 서진은 해린에게만 들리게끔 조용히 말했다.


“정해린. 내 허리춤에 총 있어. 몰래 꺼내. 안 들키게.”

“···쏘려고?”

“어차피 총알 없어.”


해린은 떨떠름하게 허리춤에서 빈 권총을 몰래 빼냈다.


‘네 권총에는 없지만.’


서진의 권총에는 6발이 전부 들어있었다.

권총 쪽에 천천히 손을 갖다대며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 서진이 권총을 빼내든다.

해린도 뒤이어 아파트 주민들을 향해 빈 권총을 조준한다.

두 학생이 총을 조준하자 아파트 주민들은 당황한다.

둘의 요구는 이전과 같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

그때, 카드를 꺼내들고 있던 몇 명이 서진과 해린을 향해 스킬을 쓰려고 한다.

서진이 재빠르게 총을 쏜다.

탕----

한 발.

적을 맞추긴 했으나, 입주민들의 숫자는 총알의 숫자보다 많다.

아파트 옥상에서도 스킬 카드를 꺼내들어- /


‘총알 수가 부족해.’


농성 중인 입주민들의 숫자는 적어도 서른이 넘었다.

서진은 총 쪽으로 향하던 손을 잠시 멈춰 세웠다.


이 계획은 반격 당할 여지가 있어 위험했다.

폐기.


‘선빵 친 뒤 적어도 3초 안엔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야 해. 그래야 옥상에서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 테니까. 아니면 정해린의 촉수 공격으로-’


다른 방법을 고민하던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우웅- 우웅-


서진의 허리춤에서 울려퍼지는 진동음.


서진에게만 온 게 아니었다.


우웅- 우웅-


해린에게도.


우웅- 우웅-


그리고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모두 동시에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를 확인한 서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방역당국]


‘방역당국?’


해린에게 슬쩍 통화 화면을 보여주었더니.

그녀도 서진에게 휴대폰 통화 화면을 공유했다.


[방역당국]


해린 역시 같은 전화였다.


“받을까?”

“기다려 봐.”


서진은 휴대폰을 내리라며 손짓했다.


‘다른 사람들 반응부터 보고.’


아파트 입주민들이 먼저 전화를 받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들이 전화를 받았음에도 신체에 아무런 이상이 생기지 않는 걸 확인 후, 그제야 해린에게 ok 사인을 보냈다.


“일단은 받아보자.”


꾹.


“여보세요?”


ㅣ방역당국에서 알립니다.

ㅣ귀하는 현재, 감염 위험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ㅣ금빛 아파트 위생점검을 실시할 예정이오니 모두 아파트에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ㅣ위생점검을 거부할 경우,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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