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한 번으로 아포칼립스 제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은은은은
작품등록일 :
2024.02.26 01:36
최근연재일 :
2024.03.25 21:0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210
추천수 :
71
글자수 :
122,560

작성
24.03.19 12:25
조회
55
추천
4
글자
12쪽

4월 23일(16)

DUMMY

4월 23일(16)


30초 가량 이어진 기나긴 비명.

비명 끝에 들려온 건 정적 뿐이었다.


오직 둘의 숨소리만이 남을 때쯤.

서진은 고개를 들었다.


ㅣ위생 점검이 종료되었습니다.


+--------------------------------------+

업적 획득 (고급)


위생 점검 실시


보상

에테르 +500

스킬 숙련도 +50

방역 점수 + 500

+--------------------------------------+


서진은 떠오른 텍스트창들을 밀어서 지웠다.


+--------------------------------------+

클릭 LV.2 -> LV.3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 스킬이 해금되었습니다.

+--------------------------------------+


“······.”


서진은 조용히 옥상문을 열어봤다.

문 뒤에는 경비 아저씨가 입었던 파란색 옷가지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있어야 할 살색 내용물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해린은 말 없이 고갤 돌렸다.

둘은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계단 아래에는 더 많은 옷가지들이 널려있었다.

옷가지들이 뭉쳐있는 작은 언덕은 폴짝 뛰어서 지나갔다.


13층에는 특히 옷가지들이 많이 널부러져 있었다.

슬라임들이 많이 있었던 흔적이었다.

다들 옷만 남긴 채 증발해버렸다.


“······.”


8층까지 내려왔다.


805호.

서진의 집.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딸깍.


전등 스위치를 눌러봤지만.

반응은 없었다.


전기가 끊긴 모양.


배낭을 내려놓자마자 서진은 거실 바닥에 누웠다.


“······.”


해린도 마찬가지로 옆에 쓰러지듯이 누웠다.


아, 이거 그거다.

그간의 피로가 한 번에 몰아치는 거다.


아드레날린을 연료 삼아 하루 종일 달렸는데.

연료가 떨어진 순간, 펑 하고 펑크가 난 것처럼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겁쟁이남의 ‘지연’ 스킬의 효과가 다한 것도 분명 영향이 있었으리라.


“······.”


아 맞다.

그러고보니.


문득 생각이 난 서진은 손을 길게 뻗어 내팽겨쳤던 배낭을 질질 끌고 왔다.


‘분명 이 밑에 뒀었는데.’


배낭 안쪽까지 손을 밀어넣자 무언가 잡혔다.


‘찾았다.’


쑥 꺼냈다.

웨하스였다.


서진은 해린을 불렀다.


“······야.”

“······.”

“···야, 정해린, 야.”


해린은 미동도 하기 싫다는 눈빛으로 서진을 쳐다봤다.


“······왜.”

“먹을 거야?”


웨하스를 살짝 흔들며 보여주자 해린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이 깔린 거실에서 서진은 낑낑대며 웨하스 포장지를 뜯었다.


내용물이 조금 부서지긴 했지만 충분히 먹을 수 있었다.

반쪽은 해린에게 주었다.


둘은 누운 채로 웨하스를 깨작거렸다.

달콤한 크림이 입 안으로 스며들자, 서진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하···.”


이전에도 웨하스를 먹은 적?

당연히 많았다.


그런데.

뭐야 이거.

존나 맛있잖아.


“······.”


생각해보니 오늘 첫 끼였다.


크림의 맛을 천천히 음미했다.

우물우물거리며 최대한 길게 씹었다.


그럼에도 웨하스는 혀 끝에서 사르르 녹아사라졌다.


“아-”


해린은 아쉬운 듯 손가락을 핥았다.

손에 묻은 약간의 크림도 그냥 버리기 아까웠다.


“···밥 먹을래?”

“······응.”


배낭을 뒤적거린 서진은 이번엔 햇반을 꺼내 들었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 불은 꺼져있었지만, 냉기는 남아있었다.

전기가 끊긴 지 얼마 안 된 듯 보였다.

계란을 집어들어 봤더니 아직 차가웠다.


계란 두 개를 꺼내 식탁에 올려놨다.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린 해린이 옆에 다가와 물었다.


“뭐 하게.”

“계란볶음밥. 햇반도 있길래.”

“내가 할까?”

“됐어, 내 집인데.”


후라이팬을 올린 뒤 가스불을 켜려 했더니 반응이 없다.


“정전이면 가스불도 안 들어오나?”

“몰라. 그런거 아냐?”

“기다려 봐.”


서진은 형 책상에서 라이터를 꺼내왔다.


“불 붙이면 되지. 태울만한 거.”

“뭐를?”

“음···.”


잘 타는 거.

뭐 있더라.


서진이 주위를 둘러보던 찰나, 해린이 서진의 방쪽으로 향했다.


“스톱, 스톱.”


방에 들어가려는 그녀를 불러세웠다.


“내가 찾아볼게.”


서진은 방으로 들어간 후,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을 잠갔다.

혹여나 해린이 들어오지 못 하게끔.


‘미친. 하마터면 들킬 뻔 했네.’


서진의 망상들을 모아만든 세 권의 마공서.


~블랙 베슬~

~실주자~

~영원의 묵시록~


그것들이 하마터면 세상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그 책들이 남들에게 까발려지는 순간.

서진은 죽음을 면치 못 하리라.


마공서를 침대 밑에 꼭꼭 숨겨둔 후, 방 안에서 교과서들을 꺼내와 거실 바닥에 후두둑 뿌렸다.


“교과설 태우려고?”

“필요 없잖아. 이제.”


화장실에 있던 양철통을 거실로 가져왔다.


해린이 서진의 교과서들을 펄럭거리며 펼쳐봤다.

필기 흔적은 딱히 없었다.


“깨끗하네.”

“···태우기나 하자.”


가장 먼저 사회책에 불을 지폈다.


화르륵-


사회책의 한 귀퉁이 불이 옮겨붙더니 이내 순식간에 불길이 전체로 퍼져나갔다.

데이기 전에 사회책을 양철통에 집어넣었다.


“후라이팬, 후라이팬.”


식용유는 없었다.

대신, 마트에서 가져온 참기름을 후라이팬에 둘렀다.

잉크 타는 냄새가 고소한 참기름 향에 묻혀 사라졌다.


책은 땔깜용으론 별로였다.

벌써 불이 약해지고 있었다.


“다음 책 좀.”


다음에 태운 건 생활과 윤리 책이었다.

그 다음은 음악 책과 미술 책이었다.


책을 네 권쯤 태울 무렵, 햇반을 까서 후라이팬에 부었다.


치이익-


고소한 냄새와 함께 밥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계란을 넣은 건 역사책을 불길 속에 집어넣은 직후였다.

지글지글 거리는 소리와 함께 계란이 익어갔다.


“······.”


바로 이곳이다.

이곳에서 인류의 사회는, 역사는.

종말을 고하는 것이다.


인류가 쌓아온 문명의 기록들이 한 끼 식사를 위해 불길 속으로 사라져갔다.


“다 됐다.”

“끝?”

“어.”


해린은 불길 속에 던져넣으려던 문학책을 도로 내려놨다.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서진은 만든 요리를 반씩 나눠 각 접시에 옮겨담았다.


~오늘의 저녁밥~

계란볶음밥 - Made by 서진


“먹어 봐.”


서진과 해린은 동시에 계란볶음밥을 먹었다.


“아.”

“아-”


소금 넣는 걸 깜빡했다.


‘괜히 내가 한다 했나···.’


해린은 한 숟갈 더 입에 갖다대곤 평을 내렸다.


“맛있어.”

“정말?”

“0.5 웨하스만큼.”

“···?”


~오늘의 저녁밥~

소금 빠진 계란볶음밥 - Made by 서진

서진의 한 줄 평: 싱거워.

해린의 한 줄 평: 0.5 웨하스만큼 맛있어.


밥을 다 먹은 후엔 싱크대에 접시를 밀어넣었다.


“씻을거지?”

“누구부터 할래.”

“난 상관 없어.”


서진이 양보했다.


“그럼 먼저 해.”


갈아입을 옷은 서진의 집에서 적당히 골라입으면 됐는데.

속옷이 문제였다.

서진의 집에는 여성 속옷이 없었다.

이 문제는 해린이 속옷을 옆집에서 가져오는 걸로 해결했다.


쏴아아-


해린이 샤워하는 사이.

서진은 새로 얻은 스킬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

클릭 - LV.3 (유일 등급)


에테르 1,100 / 3,400


좌클릭 - 액티브

더블 클릭

드래그


우클릭 - 액티브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 - NEW!

+--------------------------------------+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


주머니에서 격리 권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연결점이 있지 않을까?


시험 삼아 마우스를 우클릭했다.

그리고 그 순간.


+--------------------------------------+

관리자 모드로 진입합니다.

+--------------------------------------+


새로운 텍스트창이 뜨며 주변 풍경이 확 바뀌었다.


색깔은 지워지고, 온통 흑백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우앗!”


서진은 깜짝 놀라며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흑백이던 세계가 다시금 원래 색을 찾았다.


“방금···뭐지?”


꼼짝 없이 격리 당하는 줄 알고 당황했었는데.

그런 건 아닌 가보다.


다시 해보자.


서진은 이번엔 마음의 준비를 한채 오른쪽 버튼을 꾹 눌렀다.


+--------------------------------------+

관리자 모드로 진입합니다.

+--------------------------------------+


이번에도 어김 없이 색깔은 지워지고.

흑백의 세계만이 고스란히 남았다.


아니, 모두가 흑백으로 물든 건 아니었다.


흑백의 세계 속에서도 여전히 색깔을 가진 채 빛나는 물건이 있었다.

‘격리’ 권한카드였다.


푸르게 빛나는 격리 카드를 유심히 바라봤다.


+--------------------------------------+

격리 (1회성 권한)

관리자 권한으로 ‘격리’를 실행하시겠습니까?

권한이 이미 소모된 경우, 에테르를 이용해 권한을 임시로 복구할 수 있습니다.

필요 에테르 = 1,000

+--------------------------------------+


“!!”


서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래야지! 유일 등급인데.’


모두에게 1회씩만 주어지는 격리 권한.

하지만 서진은 관리자 권한으로 그걸 몇 번이고 복구해서 쓸 수 있었다.


‘나 혼자 무적 기회 무한.’


다만 문제는 에테르였다.

서진은 꼴랑 1,100밖에 남지 않은 자신의 에테르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코스트가 갑자기 확 뛰네.’


더블클릭과 드래그는 100 에테르를 소모했는데.

관리자 스킬은 1,000 에테르를 요구했다.


‘신중하게 써야 겠다.’


격리 카드를 다시 주머니에 쑤셔넣고 주위를 휙휙 둘러봤다.

격리 권한 이외에 별달리 빛나는 물건은 없었다.


‘···뭐 더 없나?’


흑백으로 세상이 바뀌는 거 치고는 그 효과가 심플했다.


‘어차피 격리 권한 복구밖에 안 되면 굳이 시야를 흑백으로 바꿀 이유가 있나?’


관리자 권한에 분명 숨겨진 기능이 더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당장은 빛나는 물건이 없으니 확인이 힘들었다.


나중에 또 확인해보기로 하며 관리자 모드를 해제했다.

관리자 모드로 진입하는 건 몇 번을 반복해도 에테르가 소모되지 않았다.

이건 좋네.


서진이 고개를 끄덕일 즈음-

막 샤워를 끝낸 해린이 말을 걸어왔다.


“서진- 써-”


수건으로 머릴 말렸지만, 약간의 물기는 남아있는 모습.

병아리색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이 퍽 어울렸다.


서진이 샤워실로 들어가자 샴푸와 바디워시 향이 진하게 풍겼다.

샴푸는 한 번만 짜라고 형이 그렇게 말했었는데.


형이 알면 난리나겠네.


쏴아아-


“앗, 차차차-”


물이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


“미친, 개추워.”


서진은 서둘러 샤워를 끝냈다.

오들오들 떨며 샤워실을 나오자, 때마침 해린이 서진의 방에서 나오며 말했다.


“뜨거운 물. 안 나오더라.”

“···알아.”


얼어죽는 줄 알았다.


검정색 계통 옷으로 갈아입은 후, 둘은 거실에 앉았다.

해린은 서진과 3m 가량 떨어진 곳에 적당히 앉았다.


벽걸이 시계를 확인해보니 어느덧 12시가 코앞이었다.


+--------------------------------------+

방역 성적이 높을수록 여러 어드밴티지를 얻습니다.

점수 정산은 매일 자정에 이루어집니다.

현재 나의 방역 점수 = 11,400 (상위 1%)

+--------------------------------------+


이제, 그 어드밴티지가 무엇인지 확인해볼 시간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딸깍 한 번으로 아포칼립스 제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리메이크 공지 24.03.30 33 0 -
공지 딸깍 한 번으로 아포칼립스 제패 << 제목 변경합니다! 24.03.15 25 0 -
공지 연재 시간은 12시 20분입니다. 24.03.04 81 0 -
22 4월 24일(6) +1 24.03.25 34 3 11쪽
21 4월 24일(5) 24.03.24 37 3 12쪽
20 4월 24일(4) 24.03.23 38 2 13쪽
19 4월 24일(3) 24.03.22 51 2 12쪽
18 4월 24일(2) +1 24.03.21 46 2 12쪽
17 4월 24일(1) 24.03.20 49 3 13쪽
» 4월 23일(16) 24.03.19 56 4 12쪽
15 4월 23일(15) +1 24.03.18 61 3 17쪽
14 4월 23일(14) 24.03.17 75 3 12쪽
13 4월 23일(13) 24.03.16 85 3 13쪽
12 4월 23일(12) +1 24.03.15 82 3 11쪽
11 4월 23일(11) 24.03.14 91 3 13쪽
10 4월 23일(10) 24.03.13 100 3 12쪽
9 4월 23일(9) +1 24.03.12 111 4 12쪽
8 4월 23일(8) 24.03.11 108 4 11쪽
7 4월 23일(7) 24.03.10 116 3 13쪽
6 4월 23일(6) 24.03.09 124 3 13쪽
5 4월 23일(5) 24.03.08 139 5 13쪽
4 4월 23일(4) 24.03.07 158 3 13쪽
3 4월 23일(3) 24.03.06 161 4 12쪽
2 4월 23일(2) 24.03.05 193 4 11쪽
1 4월 23일(1) 24.03.04 293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