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한 번으로 아포칼립스 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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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은은
작품등록일 :
2024.02.26 01:36
최근연재일 :
2024.03.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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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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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1)

DUMMY

/ 4월 23일(1)


서진은 수업이 지루할 때마다 망상을 펼쳤다.


갑자기 괴한이 쳐들어와 학생들을 죽이기 시작한다거나.

좀비가 나타난 학교에서 무사히 빠져나가려 분투한다거나.


망상은 재밌다.

항상 자신이 승리하며 끝나니까.


돌려차기 한 방에 괴한을 제압하고 학교의 영웅이 되는가 하면.

좀비로 뒤덮인 서울에서 최후의 1인이 되어 ‘나는 전설이다’를 찍기도 한다.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고2가 된 지금, 중2병을 어느 정도 벗어난 서진은 이제 알고 있다.

망상은 망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아니, 벌어지지 않을 줄 알았다.

어제까지는.


“······.”


오늘 아침은 무언가 이상했다.


서진은 교실 창밖을 내다봤다.

창밖 너머에선 어딘가로 이동 중인 헬기가 보였다.


투두두두-


“저기 또 헬기 간다.”

“이번엔 몇 대?”

“세 대.”

“벌써 일곱 대네. 오늘 무슨 날인가?”


서진은 헬기가 날아가는 방향을 빤히 바라봤다.


‘다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


빌딩에서 떠오르는 헬기.

어디론가로 향하는 헬기.

건물 옥상에 착륙하는 헬기.


약간의 시간 차만 있을 뿐, 헬기들은 다들 서울을 떠나고 있었다.


“야, 야! 얘들아! 속보! 이것 좀 봐봐!”


그때, 옆자리 친구가 서진에게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영상 하나가 재생 중이었다.


- Голову! В голову стреляй!


영상 속 남녀는 붉은 괴물을 향해 권총을 갈겨대고 있었다.


타다다당-!


남녀는 총알을 퍼부으며 무어라 떠들었지만.

러시아어를 모르는 서진으로서는 외계어처럼 들릴 뿐이었다.


서진이 물었다.


“이게 뭔데?”

“지금 유튜브 난리 났어! 해외에 괴물이 나타났대!”

“괴물?”

“틱톡도 장난 아냐. 확인해 봐.”


헬기를 쳐다보던 몇몇 친구들이 말했다.


“주작이겠지.”

“야, 진짜 괴물이랑 전쟁 나는 거 아냐?”

“지랄. 군대가 죠스로 보이냐? 진짜 나타나면 바로 상황 종료지. 총알 박으면 꼼짝 못 해. 정 안 되면 핵도 있고.”

“핵 쏘면 니도 죽어 병신아.”

“응 어차피 그 전에 정리 돼. 병~ 신아.”

“전쟁 나면 니부터 쏜다.”

“쏴 봐. 반속으로 피해줌.”


아이들은 반쯤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조작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

귀신이 찍혔니, 외계인 납치 영상이니 호들갑 떨어도.

정작 까보면 전부 조작된 영상뿐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엔 한국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괴물이 나타나지 않은 건 물론이거니와,

길거리엔 행인들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서진은 무언가 꺼림칙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아까는 헬기에, 이젠 괴물?’


서진의 망상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 삽시간에 괴물에게 점령당하기 시작하는 서울.

이윽고 괴물이 교실 문을 부수며 들어온다.

비명 지르는 학생들.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괴물.

그런 괴물을 향해 서진은 용감하게 체어샷을- /


‘아냐, 아니지.’


서진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지금은 망상할 때가 아니었다.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괴물이 진짜인지부터. 그것부터 확인하자.’


유튜브를 켰다.


- 실시간 블라디보스톡 상황

- 뉴질랜드 괴물 출현


유튜브 상단부터 끔찍한 괴물의 모습이 도배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힌 영상도 보였다.


너무 잔인한 탓에 검열되어 내려가는 영상도 많았지만.

그보다 새로 올라오는 영상이 더 많았다.


‘이렇게나 많다고? 주작이라기엔 너무···.’


서진은 계속 스크롤을 내렸다.


영상들은 길이가 모두 제각각이었고, 언어도 달랐다.

서진이 대부분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다.


한국어 영상도 몇 개 있었다.

영상들에는 공통된 키워드가 하나 있었다.


격리.


‘격리가 뭐지?’


서진은 실시간 스트리밍 중인 유튜버를 클릭해봤다.

스트리밍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 곧 격리가 시작된다. 살고 싶은 새끼들 주목


영상 속 남자는 방공호 같은 곳에 틀어박혀 있었는데, 방공호 안에는 식량이며 무기며 잔뜩 들어차 있었다.

남자는 손도끼를 억세게 쥔 채 말했다.


- 곧 격리가 시작된다. 한국 시간 기준 오전 9시.


9시?

서진은 교실 시계를 쳐다봤다.


8시 58분.

2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이었다.


- 멸망은 나라별 기준 시간에 맞춰 시작된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러시아··· 다들 자기 나라 시간으로 오전 9시에 격리가 시작되었다고 하더군. 그러니 다음은 우리다.


삐이이- 삐이이-


그때, 학생들 전원의 휴대폰에서 시끄러운 고주파 음이 울렸다.


“시발 긴급재난문자 떴다!”

“야, 진짜 전쟁 나는 거 아냐?”


겁 먹은 학생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서진의 휴대폰에도 똑같은 내용이 떠올랐다.


+--------------------------------------+

긴급재난문자 [전국]

오늘 8시 58분 전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


‘미친, 진짜다.’


서둘러 재난 문자를 치우곤 서진은 영상 속 남자의 말에 집중했다.


- 격리가 시작되면, 카드가 등장할 거다. 이게 가장 중요하니까 잘 들어. 빨강을 얻어라. 뺏어서라도. 그게 앞으로 네 목숨줄이 될 테니까.


‘색깔?’


남자는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 검정, 파랑, 빨강. 세 가지 카드가 등장한다. 카드마다 등급이 있지. 검정이 가장 쓰레기고, 빨강이 제일 좋다. 나도 당연히 빨강을 노릴 생각이다.


꿀꺽.


서진의 침이 넘어갔다.


- 적어도 이걸 보고 있는 새끼들은 빨강을 노리겠지. 빨강단 주목! 우린 여의도에서 집결한다. 철저히 강자만으로 이루어진 그룹을 만들거다. 검정색 들고 오면 그냥 죽여버릴 거니까 알아서 꺼지시고.


방공호 남자는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며 웃었다.


- 다 뒤집어진 대한민국. 우리가 한 번 먹어보자.


스트리밍은 그걸로 끝이었다.


서진의 시선이 자연스레 댓글창으로 향했다.


+--------------------------------------+

실시간 시청자 수 102명.


- 너희 여의도 모일거냐? 나 부산인데 존나 머네 ㅅㅂ

- 재난문자 보고 지금 들어왔는데 뭐라고 했나요?

- 이걸 믿는 능지 수준 ㅋㅋ

- ㅇㅇ 믿지 마셈 대신 너는 꼭 검정 카드 골라라 ㅇㅋ?

- 이거 진짜에요?

+--------------------------------------+


‘미친. 이걸 백 명이나 봤다고?’


서진은 스크롤을 내리며 다른 영상들도 빠르게 확인했다.

스크롤을 내리면 내릴수록 괴물의 끔찍한 비주얼이 속속 등장했다.


‘이게 실제로 벌어질 일이라고? 당장 몇 초 후에?’


서진의 망상이 다시금 폭주하려던 그때.

시계가 정확히 아홉 시를 가리켰다.


‘아홉 시!’


서진은 의자를 꾹 움켜쥐었다.

여차하면 괴물에게 휘두르고 도망칠 작정으로.


하지만.

예상과 달리 괴물은 나오지 않았다.

괴물은커녕, 오히려 조용했다.


‘없어?’


서진은 의문과 함께 창밖을 내다봤다.

창밖에도 역시나 괴물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모든 것이 정지해 있었다.


‘어?’


하늘을 날던 새들도.

거리를 활보하던 행인들도.

학교 상공을 지나가던 비행기도.


전부.

가만히 멈춰있었다.


멈춘 세계는 흑백으로 칠해져 있었다.

하늘은 회색으로 보였고, 나무들은 검정으로 보였다.


세계가 한순간에 격리되었다.


시간이 흐르는 세계와 그렇지 않은 세계로.

색깔이 있는 세계와 그렇지 않은 세계로.


서진은 주변에 굴러다니던 휴지 뭉치를 열린 창문 너머로 던져봤다.

휴지는 흑백의 세계로 넘어가자마자 공중에 정지했다.


오싹.

소름이 돋았다.


그 순간, 안내 스피커가 켜졌다.


ㅣ이계(異界)의 침입을 확인했습니다.

ㅣ침식을 막기 위해, 해당 구역은 현시간부로 격리 절차에 돌입합니다.


“격리? 뭔 소리야.”

“반장, 이게 뭐야? 뭐 들은 거 있어?”

“아니, 나도 전혀···.”


학생들이 우왕좌왕 하는 동안,

서진은 안내 스피커의 말에 집중했다.


ㅣ격리 절차 1단계.

ㅣ일정 수준 이상의 지적 생명체에게 스킬 카드를 지급합니다.

ㅣ스킬 카드를 이용해 이계의 존재를 격리하십시오.


‘카드! 벙커 아저씨 말대로야··· 근데 카드는? 어딨지?’


서진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의문은 바로 해소되었다.


옆자리에 앉은 학생이 검정색 카드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이거 말하는 건가? 카드.”

“어디서 찾은 거야?”

“걍 책상 안에 있었는데? 근데 이거 누가 넣은 거냐?”


당연히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앗, 내 책상 안에도 있다.”

“나도.”

“아 진짜 장난 그만해. 누구야?”

“방송부 애들 아냐? 스피커 쓰는 애들.”

“나도 방송부인데 이런 거 한다는 소린 못 들었어.”


다들 책상에서 카드를 꺼내 들며 한마디씩 했다.


‘검정, 검정, 검정···.’


대부분 검정이었다.


“어? 난 파랑색.”

“너 뭐냐? 왜 색이 달라? 네가 범인이지.”

“책상에서 꺼낸 것 뿐인데 왜 지랄.”


드물게 파랑 카드를 꺼내는 이들도 보였다.


그리고-


“아.”

“어라. 해린이는 빨강이네?”

“응. 근데 이거 뭐 하는 거야? ···격리라고 했었나?”


처음으로 빨강 카드를 가진 학생이 나왔다.

반장 정해린이었다.


‘빨강이 하나, 파랑이 셋, 검정이 열여섯.’


검정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에 반해 빨강 카드는 하나뿐.


‘이제 내 차롄가.’


서진은 책상 안쪽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네모난 카드가 잡혔다.


‘제발 빨강, 제발 빨강.’


서진은 떨리는 손으로 책상 손에서 카드를 꺼냈다.

이윽고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진의 카드 색깔은.

검정도, 파랑도, 빨강도 아닌-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색이었다.


‘어?’


서진은 카드를 책상 안쪽에 도로 밀어 넣었다.

그리곤 다시 꺼내봤다.

여전히 황금색이었다.


서진의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갔다.


‘검정, 파랑, 빨강··· 여기까진 벙커 아저씨 말대로였어. 그런데 노란색 카드? 갑자기?’


예상치 못한 색깔.


그때, 안내 스피커가 울렸다.


ㅣ잠시 후, 이계의 존재가 침입합니다. 스킬 카드를 확정해주세요.


“나, 나 안 할래!”

“다정아?”


정다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하게 일어나느라 의자가 뒤로 넘어졌다.

그녀의 다리는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괴물도 그렇고 갑자기 겨, 격리? 카드는 또 뭔데? 난··· 난 빠질래.”


정다정은 타다닷 달려 나가 교실 뒷문을 열었다.

교실 밖은 흑백의 세계였다.


‘색깔이 없어?’


서진은 창문 밖에 던졌던 휴지 뭉치를 확인했다.

휴지는 여전히 공중에 정지해있는 채였다.


순간 섬찟한 상상을 한 서진이 정다정을 향해 외쳤다.


“정다정! 잠깐 기다-!”


서진이 급하게 말렸지만.

정다정은 이미 문밖으로 나간 뒤였다.


정다정이 문밖을 나선 순간.

그녀는 우뚝 정지했다.


“다정아, 다정아?”


돌연 멈춘 정다정.

학생들이 그녀를 불러보았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답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이변을 눈치챈 건 그다음이었다.


“야, 다정이··· 다정이 발이···.”

“꺄악!!!!”

“고, 공중에 떠 있어!”


정다정은 교실 밖으로 달려 나가던 모양새 그대로 정지해 있었다.


두 다리로 교실을 박차고 나간 순간.

그녀는 박제되어 버린 것이다.

정지된 시간 속에.


뒤이어 안내 스피커가 울렸다.


ㅣ격리 장소를 무단으로 이탈할 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으니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서진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의 손엔 여전히 찬란히 빛나는 카드가 들려있는 채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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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월 23일(4) 24.03.07 158 3 13쪽
3 4월 23일(3) 24.03.06 161 4 12쪽
2 4월 23일(2) 24.03.05 193 4 11쪽
» 4월 23일(1) 24.03.04 29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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