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한 번으로 아포칼립스 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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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은은
작품등록일 :
2024.02.26 01:36
최근연재일 :
2024.03.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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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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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4)

DUMMY

4월 23일(4)


소멸. 격리.

둘 다 이미 안내스피커에서 언급했었던 단어들이다.


‘격리’는 서진과 반학생들이 교실에 갇혀있는 지금 상황 그 자체였고.

‘소멸’은 격리 실패 시 벌어지는 일이라고만 알고 있을 뿐. 아직 자세히는 모른다.


‘뭘 골라야 하지?’


다른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텍스트 창이 떠올랐다.


“또 뭔가 떴다. 소멸? 격리?”

“아까 같은 괴물이 다시 나오는 건 아니겠지?”

“야! 그런 소리 마···.”

“이거 무조건 택해야 하는 건가?”


아이들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했다.


‘소멸이든 격리든, 괴물을 막는 데 쓰는 용도임은 확실해.’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한 쪽은 서진이 직접 겪었기에 성능을 잘 알고 있었고.

다른 한 쪽은 서진이 경험하지 못한 영역이었다.


‘어감은 소멸 쪽이 쎄보이긴 하는데···.’


서진은 잠시 고민했다.


‘아냐. 아직도 교실 바깥은 정지된 상태. ‘격리’ 권한을 이용하면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 지도 몰라.’


소멸이 아무리 강력하면 뭐하나.

이 격리 공간을 나가지 못한다면 쓰레기나 다름 없었다.


ㅣ잠시 후, 방역 키트 선택이 끝납니다.


서진은 격리를 택했다.


파앗-


텍스트창이 사라짐과 동시에 카드 한 장이 허공에서 나타났다.

카드를 집었다.


+--------------------------------------+

격리

접촉한 대상 하나를 일시적으로 격리시킨다.

격리 시간은 최대 30초를 넘을 수 없다.

+--------------------------------------+


‘공간을 통째로 격리시키는 건 아니구나. 기껏 해야 대상 하나.’


하지만 성능은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30초 정지.’


싸움 도중에 상대방을 30초 동안 멈춰둘 수 있다면?

지고 있던 싸움도 한 방에 뒤집을 수 있다.


‘문제는··· 이 카드를 받은 게 나뿐이 아니라는 거겠지.’


다른 아이들도 차례차례 카드를 부여받는 모습이 보였다.


문양으로 쉽게 구분 가능했다.

소멸 카드엔 이글거리는 불 문양이 그려져 있었고,

격리 카드엔 굳게 닫힌 자물쇠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반 학생 대부분은 격리를 골랐다.

소멸을 택한 학생은 3명 정도에 불과했다.


‘소멸··· 생각보다 더 적게 골랐네. 절반은 고를 줄 알았는데.’


주변을 둘러보던 도중, 정해린과 시선이 겹쳤다.

정해린도 서진과 마찬가지로 격리 카드를 골랐다.


서진은 시선을 돌렸다.

발로 찬 게 내심 미안했다.


‘살살 찰 걸.’


조금 진심으로 차버렸다.

나중에 사과하자고 다짐하며 서진은 주변을 마저 돌아봤다.


“소멸 카드엔 뭐라고 써있어?”

“어 그러니까··· 접촉한 대상 하나를 지운다.”

“미친. 개사기네? 나도 소멸 고를 껄.”


뭐?


서진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대상을 지운다고? 접촉만 해도?’


말로만 들었을 땐 격리보다 훨씬 더 상위의 효과를 지닌 것 같았다.


‘30초 정지건 뭐던 간에 그냥 소멸 카드가 짱인데?’


서진은 격리 카드를 쳐다봤다.


‘아냐, 격리 카드도 좋은 점이 있을 거야! 격리 공간을 나가려면 격리 카드가 필요하다거나···.’


그 순간.

서진의 생각을 전면으로 부정하듯-

안내스피커가 매정하게 말했다.


ㅣ방역 키트 지급을 완료하였습니다.

ㅣ격리를 해제합니다.


“와씨! 됐다! 끝났어!”

“살았, 살았다아···.”


환호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와 함께-


흑백의 세계에 색깔이 돌아왔고,

시간이 다시금 흐르기 시작했다.


격리 공간마저 해제된 걸 보며 서진은 격리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소멸 고를 걸.’


후회해도 이미 늦은 일.

서진은 쓴맛을 느끼며 격리 카드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서진의 시선이 교실 문쪽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문쪽에 누워있었다.


시간 정지 당한 정다정과,

슬라임이 되어버린 박성민.


둘은 격리가 해제되었음에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못한 채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역시나. 이 두 명은 원래대로 안 돌아오는 구나.’


“얘들아! 전화 다시 터진다.”

“헐! 진짜 된다!”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서진도 마찬가지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서진의 친족.

그의 형.


[이만원안갚음]


전화를 걸까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뚜르르···뚜르르···


1분 간의 긴 통화음.

형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


전화를 끊었다.


서진은 망상했다.


/ 집으로 돌아간 서진.

집은 온통 피투성이로 도배되어 있고.

시체 한 구가 거실 한가운데에 놓여있다.

서진은 그 시체를 보며- /


그때, 돌연 텍스트창이 떠오르며 서진의 망상을 끊어냈다.


+--------------------------------------+

방역 성공!

방역 점수를 지급합니다.


기본 점수 + 1,500

기여 점수 + 1,000

구조 점수 + 1,000

+--------------------------------------+


‘이건 또 뭐야.’


새로운 게 등장했다.


‘기여 점수는 괴물을 처치하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보여주는 걸테고. 구조 점수? 이거 설마 정해린을 발로 찬 걸 인정해주는 건가.’


방역 점수를 어디에 쓰는 건지 궁금해하던 차에,

새로운 텍스트 창이 연이어 떠올랐다.


+--------------------------------------+

방역 성적이 높을수록 여러 어드밴티지를 얻습니다.

점수 정산은 매일 자정에 이루어집니다.

현재 나의 방역 점수 = 4,000 (상위 25%)

+--------------------------------------+


‘어드밴티지? 스킬 카드 같은 걸 주려는 건가? 어쩌면 방역 키트를 추가로 주려는 걸지도. 뭐가 됐든 어드밴티지면 나쁜 건 아니겠네.’


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메세지를 확인했다.


+--------------------------------------+

업적 달성 - (고급)

첫 격리 성공


보상

에테르 +500

스킬 경험치 +50

방역 점수 +500

+--------------------------------------+


“오.”


업적 메세지창을 눌러서 끄곤, 서진은 카드를 꺼내들었다.


+--------------------------------------+

에테르 1,300 / 1,500

+--------------------------------------+


총량 에테르는 물론이고, 현재 보유 중인 에테르도 증가해 있었다.


하지만.

조금 아쉬움은 남았다.


‘이왕이면 클릭 스킬 레벨업을 바랐는데. 아직 부족한가?’


서둘러 다음 스킬이 열렸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서진은 카드를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그때, 창밖에서 거대한 소음이 들렸다.


“야! 야! 시발! 밖에 좀 봐봐!”


한 아이가 다급하게 창밖을 가리켰다.

서진도 다른 아이들 틈에 껴서 밖을 바라봤다.


‘미친.’


다시금 흐르는 시간.

움직이기 시작한 건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슬라임들도 밖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뭐, 뭐야? 방역 성공한 거 아녔어? 왜 운동장에 괴물이···.”


운동장 뿐만이 아니었다.


건물 위에도.

도로 한가운데에도.

전봇대 위에도.


녀석들이 있었다.


‘격리 실패?’


서진은 의문과 함께 하늘을 쳐다봤다.

비행기가 기울어진 채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추락하는 여객기.

그러나 여객기가 땅에 부딪히는 일은 없었다.


비행기가 돌연 쪼그라드는 듯 싶더니-

거대한 폭발과 함께 재가 되어 흩어졌다.


콰앙-!


“미친!”

“방금 본 사람? 저거 왜 갑자기 폭발-”


서진은 직감했다.


‘소멸이다.’


비행기가 기점이었다.

서울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저기··· 우리 아파트인데.”


승민이가 살던 아파트도.

다정이네 아버지가 근무하시던 회사도.

명지가 자주 들리던 서점도.


콰과광-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수많은 건물들이.

음료 캔을 밟아서 찌그러뜨리듯이.

압축되어가기 시작했다.


건물이, 차들이, 사람이.

짓눌려 납작해져간다.


그때, 옆학생의 눈에 공포가 어렸다.


“저게 뭐야.”


옆학생은 주위를 휙휙 둘러보며 말했다.


“다, 다들 안 보이는 거야? 저게?”


건물 쪽을 가리키며 학생이 말했다.


“저게 안 보인다고···?”


서진은 학생이 가리키는 건물 쪽을 쳐다봤다.

순간, 그 건물이 찌그러드는 게 보였다.


옆학생은 겁 먹은 투로 말했다.


“나, 난 봤어. 건물이 부서지는 순간··· 잘, 잘못 본 걸 수도 있지만.”

“뭘 봤는데?”

“거, 거대한 손이-”


쾅!


그때, 교실 문을 거세게 열며 누군가 다급하게 외쳤다.


“얘들아! 여기 좀 도와줘! 4반 애들이 이상해!”


옆반?


여학생의 말을 따라 서진과 학생들은 옆반으로 향했다.


“저, 전멸한거야? 여기?”

“그런 거, 같은데···.”


옆반의 상황을 확인한 학생들이 겁에 질린 말투로 말했다.


4반은 방역에 실패했다.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몸을 하나하나 차지하고 있는 슬라임만이 있을 뿐이었다.


슬라임에게 먹힌 애들의 숫자는 벌써 절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어어, 나오려 한다!”

“막아!”


4반 애들이 문을 부수며 나오려고 했다.


쾅쾅쾅쾅-


무표정하게 문을 열려는 학생들.

아니, 이제는 학생의 흉내를 내고 있는 슬라임들.


“야! 문 열릴 것 같아! 빨리! 남자애들 더 와 봐!”

“씨발! 문 부서지겠어!”


그때, 안내 스피커가 울렸다.


ㅣ세현고 격리 결과를 발표합니다.

ㅣ세현고 총 인원 535명.

ㅣ현재 감염 인원 268명.


“창! 조심해!”


쨍그랑-


4반 아이들이 깨진 유리창을 통해 기어나오고 있었다.


“못 나오게 막아! 대걸레 같은 거 없어?”


빠져나오려는 슬라임들.

학생들은 이를 악 물고 못 나오게 막았다.


안내메세지는 계속 이어졌다.


ㅣ해당 공간의 감염 수치가 50%를 넘어섰습니다.

ㅣ세현고 격리 불가.

ㅣ강제 소멸 절차로 넘어갑니다.


뭐? 소멸?


대걸레로 아이들이 빠져나오려는 걸 막던 서진은 순간 벙쪘다.


“개새끼들아! 그런 게 어딨어! 우린 성공했잖아! 이 새끼들만 죽이라고!”


한 남학생이 욕짓거리를 하며 소리쳤다.


서진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안내메세지의 말이 번복되는 일은 없었다.


몇몇 학생들이 3층에서 뛰어내리려 창문을 열려 했지만.

창문도 열리지 않았다.


“씨발! 안 열려!”

“정문! 정문으로-”

“거기라고 열리겠냐고! 창문도 안 열리는데!”


ㅣ잠시 후, 소멸 절차에 돌입합니다.


‘끝이라고? 이렇게 허무하게?’


서진의 머리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수를 생각해야 했다.

살아남을 방법을.


지금이라도 지하로 튈까?

서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건물 째로 찌그러져 버리잖아.’


서진은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다.


카드는 총 두 장.


하나는 클릭 스킬이었고.

다른 하나는-


‘격리 카드.’


+--------------------------------------+

격리

접촉한 대상 하나를 일시적으로 격리시킨다.

격리 시간은 최대 30초를 넘을 수 없다.

+--------------------------------------+


‘···해볼 수 밖에 없어.’


서진은 시간 정지 당해 있는 슬라임(박성민) 쪽을 쳐다봤다.


곧장 박성민 쪽으로 달려간 그는-

굳어있는 슬라임을 대걸레로 힘껏 내리쳤다.


대걸레가 우지끈,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부러졌다.

하지만 굳어있는 슬라임에겐 잔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상처가 없어!’


서진은 외쳤다.


“얘들아! 격리 권한! 자기 자신에게 격리를 써!”

“뭐?”


ㅣ잠시 후 소멸을 진행합니다.


“굳는 거야! 30초 동안!”


반쯤은 도박.

하지만 이것 이외에-

소멸을 피해낼 방법이 서진은 도저히 떠오르질 않았다.


그러자 몇몇 아이들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서, 서진아. 난, 난 소멸 카드 골랐···는데···.”


서진이 제시한 방법을 실행할 수 있는 건,

오직 격리 카드를 고른 학생뿐.


소멸 카드를 고른 아이들에겐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


서진은 고개를 돌렸다.


“에잇!”


그때, 한 학생이 격리 카드를 썼다.

학생은 카드를 쥐어든 자세 그대로 딱딱하게 굳었다.


“아! 이젠 몰라!”


그렇게 하나둘 굳어가기 시작했다.


소멸 카드를 고른 여학생이 무릎을 꿇으며 빌었다.


“나, 나 죽기 싫어··· 얘들아, 제발···나한테 격리 써 줘.”


ㅣ소멸이 진행됩니다. 5···4···3···


“···미안.”


서진은 카드를 발동시켰다.

이내 서진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흐윽, 왜 아무도-”


ㅣ소멸.


안내스피커의 마지막 음성과 함께-

학교가 천장부터 찌그러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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