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한 번으로 아포칼립스 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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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은은
작품등록일 :
2024.02.26 01:36
최근연재일 :
2024.03.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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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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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7)

DUMMY

4월 23일(7)


단숨에 슬라임 핵까지 관통해버린 돌멩이.


서진은 내심 놀랐다.


위력 때문에 놀란 것도 있지만.

더 놀랐던 부분은 그 정확도였다.


‘이정도까지 정확하게 던질 줄은 몰랐는데···.’


돌멩이는 서진이 의도했던 부분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맞췄다.


‘드래그 스킬이 보조해준건가. 역시 유일 등급 스킬···이라 해야 하나.’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었다.


‘죽이는 방법은 알았어. 근데···.’


서진은 더블 클릭 스킬 덕에 핵의 위치가 훤히 보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핵의 위치를 모른다.

아니, 핵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핵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슬라임은 끈질기게 살아있을 터였다.


‘잘게 조각 내도 잘만 움직이던데.’


교실에서의 일을 떠올린 서진은 시내 쪽으로 고갤 돌렸다.

지금도 수많은 슬라임에게 유린당하고 있는 시내를.


‘그냥 내려갔다간 꼼짝 없이 둘러쌓일거야.’


서진은 아이폰 카메라를 켰다.

공터에서도 시내는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뭐해?”

“미리 봐 둘려고. 우리가 이동할 위치.”


길이 막혀있지는 않은지.

슬라임이 몇 마리나 돌아다니는지.

멀쩡한 건물들은 몇 개나 남아있는지.


여유가 있는 지금 확인해두어야 했다.


“저기 대형 마트. 아직 멀쩡하네.”


아포칼립스 상황이 터지면 가장 먼저 구해야할 자원은 뭘까?

서진이 생각하기엔 식량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생각하는 건 똑같은지.

다들 허겁지겁 달려가서 물건들을 챙겨나오고 있었다.


“식량 챙겨야 하는데.”


서진은 카메라로 해당 위치를 찍으며 말했다.


정해린도 옆에서 카메라를 켰다.

확대 모드로 한 군데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행이다. 파파 경찰서도 무사해.”

“아. 울 집 아파트도.”


서진과 해린에게 있어 중요한 건물들은 소멸을 무사히 피해낸 참이었다.

서진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형···집에 있으려나. 아니다. 오늘 출근한다 했었나? 아 씨, 기억이 안 나.’


형 회사 쪽으로도 카메라를 돌려봤지만.

거리가 먼 탓에 보이진 않았다.


만약 형이 오늘 출근 했었다면.

형은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집으로 오고 있거나 예비군이라고 끌려갔을 지도.’


형을 생각하며, 서진은 머릿 속에 이동 루트를 그렸다.


‘마트 가서 물건 챙기고, 집으로 가서 형이 있는지 확인. 만약 없으면···대피소에 찾아가봐야 하나?’


마트 -> 집 -> 대피소(?)


일단은 집에 도착하는 것까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서진. 마트 들릴 거야?”

“너도?”

“배터리가 없어.”


해린이 휴대폰의 상단 부분을 가리켰다.

5% 남짓 남은 배터리 잔량.


“···파파랑 엇갈리면 안 되니까.”


대형 마트.

마트 안엔 해린이 찾는 보조배터리도 있을 터였다.


서진도 자신의 폰 배터리 잔량을 확인했다.


‘15%. 나도 미리 얻어둬야 겠네.’


둘의 목적지가 일치했다.

아이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가자.”


둘은 공터 출구로 빠져나갔다.


마트까지 거리는 대략 500 미터.


“쭉 갔다간 슬라임 만나니 조심.”


코너를 돌았다.


“여기서 턴.”


도로가 나왔다.


이미 한 차례 아비규환이 벌어진 도로.

수많은 차량이 부서지거나 서로 충돌한 상태였다.

건물을 뚫고 들어간 차량도 여럿 보였다.


망가진 차량이 많았지만 멀쩡한 차량도 그 못지 않게 많았다.

하지만 멀쩡한 차량들도 도로에서 옴싹달싹 못 하고 있었다.

차량을 버린 운전자들 때문에 도로는 이미 꽉 막힌 상태였다.


“슬라임은 안 보여.”


시민들은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대부분이 어디로 도망치는지 조차 모른채 그저 달리고 있었다.


“···간다. 정해린.”

“응.”


마트까지 가기 위해선 4차선 도로를 통과해야 했다.


서진과 정해린은 서둘러 도로를 건넜다.


타다닷-


4차선 도로를 절반쯤 건널 무렵, 경적 소리가 들렸다.


빠아아앙-


서진과 해린의 고개가 돌아갔다.


하얀색 트럭 차량이 언덕길에서 풀악셀을 밟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도로엔 멈춘 차량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트럭은 아랑곳 않고 멈춰있는 차량들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쾅! 쾅!


트럭의 어마어마한 물리력을 못 이긴 차량들은 철쪼가리들을 토해내며 좌우로 갈라졌다.


순식간에 길을 뚫어버린 트럭.

서진과 해린은 잽싸게 옆으로 피했다.


빠앙-!


경적 소리를 내며 트럭은 서진 일행을 지나쳤다.


그 뒤로도 쾅쾅, 소리를 내며 도로에 길을 만들어버리는 트럭.


빵빵-!


도로를 건너던 다른 시민들도 몇 명 있었는데,

트럭은 주저없이 사람을 밀고 지나갔다.

보행이 느린 할머니도 있었다.


트럭이 지나간 길에 빨간 줄이 몇 개 죽 그어졌다.


“미친 새끼!”


그런 말을 하기가 무섭게, 후속 차량들이 따라 붙었다.

검은색 벤츠 차량 두 대와 오토바이 네 대였다.

그것들은 트럭이 뚫어놓은 길을 바삐 따라갔다.


트럭이 지나온 언덕길 너머에서 붉은 슬라임들이 서진을 기웃기웃거렸다.


“야, 저것들 온다. 빨리 가자.”


트럭이 강제로 뚫어버린 길.

그 길을 통해 슬라임이 오고 있었다.


서진과 해린은 마저 도로를 건넜다.


빠르게 이동한 둘.

머지 않아 마트에 도착했다.


마트는 아수라장이었다.


한껏 물건들을 짊어진 채 어디론가로 뛰어가는 여성,

두 딸을 차량에 태우는 남성,

울고 있는 아이.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정해린. 챙길 거만 빠르게!”

“알아!”


서진과 해린은 인파들을 뚫어가며 마트 입구로 진입했다.


마트 안은 더 가관이었다.


쇼핑 카트에 닥치는 대로 쓸어담는 사람.

남들이 물건을 잔뜩 쌓아둔 카트를 통째로 훔쳐 달아나는 사람.


물건들이 휙휙 공중을 날아다녔다.

휴지 뭉치들이 흩날렸다.


다급하게 물건을 털어가는 시민들.

그 모습을 본 서진과 해린도 재빨리 행동에 옮겼다.


자물쇠에 묶여있는 쇼핑 카트를 촉수로 간단하게 끊어버린 후,

둘은 같이 이동하며 챙길 수 있는 식량들을 챙겼다.


“야, 정해린! 라면! 라면!”

“이미 털렸어! 서진! 받아!”


해린은 촉수로 어디선가 웨하스를 가져왔다.


“이게 아직 남아있어?”

“진열대 바닥 쓸어봐봐!”


서진은 해린의 말을 듣곤 진열대 바닥을 손으로 쓸어봤다.

무언가 잡혔다.


“아, 잡혔···!”


참기름이었다.


“···못 먹는 건 아니니까!”


서진은 카트에 참기름을 담았다.


그 뒤로 빠르게 음식 진열대를 체크해봤지만.

소득은 없었다.


식량을 확보하긴 틀렸다 생각한 해린이 마트 안내도를 쳐다봤다.


“가전제품 저쪽이야!”


해린이 왼쪽 너머로 달렸다.

서진도 카트를 끌고 따라갔다.


“비켜요!”

“우악!”


중간중간 진열대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사람들 때문에 카트가 계속 멈췄다.

그럴 때마다 서진은 급하게 카트 진로를 꺾어가며 해린을 따라갔다.


가전제품 쪽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보조배터리는?”

“여기 섹션이라고 했는데···아! 여기!”


보조배터리가 진열되어 있었을 곳을 찾았다.

텅 비어 있었다.


“늦은 건가?”


이미 누가 쓸어간 뒤였다.


“밑에도 없어?”

“···없어!”


제길.

보조배터리가 없었다.


“어쩌지. 폰 꺼지는데···.”


해린이 주변을 휙휙 돌아봤다.


다들 물건을 한 아름씩 안은 채 뛰어다녔다.


그때, 한 남자가 둘에게 접근했다.


“저기, 학생-”

“···뭐에요.”


서진은 슬그머니 카트를 뒤쪽으로 옮겼다.

여차하면 바로 카트를 끌고 도망칠 기세로.


“학생들 배터리 찾는 거, 맞지?”

“!”

“교환하자! 교환!”

“교환요?”

“웨하스!”


남자가 카트 안 웨하스를 가리키며 보조배터리를 들어올렸다.


“웨하스 하나랑 보조 배터리 하나! 아니, 둘! 어때?”

“웨, 웨하스···.”


해린의 눈이 팽글팽글 돌아갔다.


“어, 어쩌지 서진아?”


해린은 고민하고 있는 눈치였다.

휴대폰을 꼭 부여잡고 있는 게 그렇게나 연락이 고픈 모양.


‘당연히 식량 골라야지. 뭘 고민하는 거야.’


서진은 한숨 쉬며 배터리 아저씨를 쳐다봤다.


“안 바꿀 꺼니까. 가세요.”

“에헤이, 그러지 말고 한 번 생각해보라니까? 학생, 부모님께 연락하고 싶잖아.”


배터리 아저씨는 해린을 쳐다보며 말했다.


“부모님도 걱정하고 계실-”

“아저씨, 맞을래요?”

“뭐, 뭐?”

“안 바꾼다고 했잖아. 거기다 고작 배터리 둘? 지금 아저씨 배터리 다 줘도 고민할 판에.”


식량은 곧 무기.


배터리를 식량과 바꿀 생각? 

전혀 없었다.


연락 좀 못 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정 급하면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쓰면 된다.

지문 잠금이야 죽은 사람이 몇 번이고 빌려줄테니까.


배터리는 중요한 자원이긴 하지만.

웨하스랑 바꿀 만큼은 아니라는 거다!


“그, 그러지 말고 학생. 배터리 세 개로···.”


배터리 아저씨가 다시금 협상 카드를 들이미려는 순간.

뒤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서진이 고개를 홱 돌리자 카트 쪽으로 슬그머니 접근하려는 남자 하나가 보였다.


“아저씬 또 뭐야?”


드래그 스킬로 남자를 들어올렸다.

슬그머니 접근하던 남자는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신세가 되었다.


“으악!”

“야, 너! 뭐야! 학생! 갑자기 이러면-”

“하, 시발 한패구나? 아저씨들.”


공중에 떠있는 아저씨와 배터리 아저씨가 서로 눈을 교환하는 걸 보곤 눈치챘다.


물건을 교환하자는 척 접근한 뒤 웨하스를 몰래 훔치려는 거였다.


‘아니면 뒤에서 기습을 하려던 걸수도 있고.’


뭐가 됐든.

뒤를 잡으려 했다는 시도부터 이미 아웃이었다.


서진은 마우스를 쥔 채로 손목을 위아래로 붕붕 흔들었다.


“으아아악!”


공중에 뜬 아저씨가 위아래로 진자운동을 했다.


탈탈탈-


아저씨 잠바 안에 있던 물품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탈곡기가 따로 없네.’


해린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저씨가 바닥에 떨군 아이템을 잽싸게 주워 카트에 실었다.


‘잘한다 정해린.’


서진은 더이상 물건이 안 떨어질 때까지 흔들어준 후, 배터리 아저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게 하면 죽으니까 약하게-’


아저씨를 집어던졌다.

던져진 아저씨는 배터리 아저씨에게 그대로 명중.

두 아저씨는 꼴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히, 히익- 너 설마 고급 스킬···.”

“더 맞을 거에요?”

“제, 제길!”


두 아저씨들이 허겁지겁 일어나 도망치려 했다.


“스톱. 배터리 두고 가야지.”


서진은 마우스로 배터리 아저씨를 잡아당겼다.


탈탈탈-


배터리 아저씨도 공중에서 마구 흔들자 배터리가 우르르 떨어졌다.


일곱 개째 배터리가 아저씨의 주머니에서 나올 무렵, 아저씨를 바닥에 던졌다.

두 아저씨는 질린 눈으로 서진을 바라보다 도망갔다.


마음씨 착한 아저씨들 덕분에 카트 내용물이 풍족해졌다.

아낌 없이 주는 참된 어른의 자세였다.


“보조 배터리 일곱 개. 드라이기. 샴푸. 레고···음식물은 하나도 없네.”


그래서 웨하스를 노리려던 거였나.

근데 해적단 레고는 왜 챙겼던 거지? 그 아저씨.


레고는 카트에서 빼서 휙 던졌다.

이런 건 무게만 차지한다.


해린이 보조배터리를 아이폰에 꽂으며 말했다.


“이제 나가자.”


빨간 카트를 끌고 빠르게 출구 쪽으로 향했다.

인파들이 잔뜩 들어차있는 출구쪽.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가 더 문제였다.

이제는 잃어버릴 게 생겼으니까.


“어떡할까.”


정해린의 촉수로 저 인파를 홍해처럼 가르면 어떨까.


‘그게 낫겠다. 저 인파를 맨몸으로 뚫다간 도중에 물건을 잃어버릴 수도 있어.’


해린에게 말했다.


“정해린. 촉수로 저기-”


그런데 그때,

혼잡한 마트 안.

이질적인 현상이 서진의 눈에 잡혔다.


포카칩이 천장에 붙어있었다.


아니, 단순히 붙어있는 게 아녔다.

슬금슬금 천장을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이 아무 것도 모른 채 바로 밑을 지나가던 순간.

포카칩에서 튀어나온 붉은 가시가 정장남의 등짝을 콱 쑤셨다.


“아악-”


정장남이 비명을 질렀다.

비틀비틀 거리더니 엉거주춤 마트 계산대를 손으로 짚었다.

등짝에 새빨간 장미처럼 울긋불긋 피가 번졌다.


슬라임이 등짝 구멍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

슬라임 - (김박선)

인간을 흉내내고 있다.


액티브 스킬

가시

강탈

고통

+--------------------------------------+


정장남 슬라임의 정보를 확인한 서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통? 뭔 스킬 이름이···.’


궁금해하던 찰나.

마트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정장남의 상태를 확인하곤 경악했다.


“야, 야 저 사람···.”

“헉!”


누군가 소리쳤다.


“괴물이다!”


그 발언과 함께.

마트의 안내 스피커가 시끄럽게 울렸다.


ㅣ확진자 발생.

ㅣ침식을 막기 위해, 해당 구역을 긴급 격리합니다.


이내 마트의 바깥이 흑백의 세계로 변했다.


“···시발?”


격리가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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