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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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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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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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파벌싸움

DUMMY

“여!”


얼핏 중년같아 보이는 남자였다. 허나 자세히 살펴보면 풍성한 수염과는 어울리지 않게 피부가 팽팽하고 윤기가 도는 것이 나이가 진짜로 많은 이는 아니었다.


‘누구야....이건 또.’


용운휘는 그저 잠자코 눈앞의 사내를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흐음.....정신이 성치 않다더니. 정말로 그렇군. 우리 귀염둥이 막내가 이렇게 사형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줄이야.”


“아....사형이셨군요.”


“아아. 됐어. 엎드려 절 받는 기분이니까. 그런 건 사양하지.”용운휘는 몇 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사저는 이 몸을 좋아하고, 이 사형이란 놈은 이 몸을 싫어하는 건가? 어지간히도 꼬인 사형제지간이군.’


딱히 문규나 법도 따위는 없었던 삼재지문이었지만 딱히 분쟁이나 감정적 관계는 없었기에 용운휘는 신기함을 느꼈다.


“사저는 어디 있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흐음....그래. 자네가 무검지경에 이르렀나 시험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하필이면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쩝.”


“.......”


“혹시 자네의 상태를 좀 살펴보아도 되겠나?”


사내는 용운휘의 말도 듣지 않고 다짜고짜 손을 올려 용운휘의 머리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그 순간.


“뭐하고 있는 것이냐!!”


홍령의 비명같은 고함이 들려왔다.


“어이쿠. 사고께서 오셨군요.”


“물었다. 방금 무슨 짓을 하고 있던 거냐고.”


“....이런...그저 사제의 상태가 어떤지 살피려던 참이었습니다.”


“하!!! 의술이라곤 하나도 모르는 네놈이 말이더냐. 지금 누구를 속이려고.”


“이런 너무하시는군요. 아무리 그래도 사형인 제가 사제를 어쩌기야 하겠습니까?”


“이런 썩을 놈이...”


“사고께서는 제가 영 못마땅하신 것 같은데 제가 자리를 비키도록 하지요.”


풍성한 수염의 사내는 유들유들하게 둘러대며 자리를 떠났다.


“다시는 오지 말거라! 다시 그 낯짝을 보인다면 경을 칠 줄 알거라!!”


사내는 홍령의 사나운 말을 들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손을 흔들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갈 같은 것....”


홍령은 치를 떨며 용운휘가 앉아있는 침상의 앞으로 다가왔다.


“어디 이상한 곳은 없더냐?”


“예.”


“.......저 놈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느냐?”


“제 사형이라고 하던데...아닌가요?”


“........사형은 맞다. 사형이기야 하지 형식상으로는 말이다.”


용운휘는 입으로 묻고 싶은 감정을 억누르고 그저 궁금하다는 듯이 홍령을 응시했다. 그는 여전히 머리가 성치 않은 이를 연기하고 있었다.


“쯧....”


그런 용운휘의 눈빛이 눈에 들어온 홍령은 혀를 차며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벽력일무문은 원래 두 개의 무문이 있었다. 검기혼탈무를 익힌 무문과 서하검무를 익혔던 무문. 아니 무문이라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구나. 그저 검무를 익히는 무리였지. 검무를 통해 도를 깨우치려고 했던 벽력일무문은 어느 순간 변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검무라고는 하나 기와 검을 다루는 이상 강호와의 관계는 있을 수밖에 없었고, 검무를 보다 실전적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기류가 본문에 발생했지.”


“그럼....아까 그분은?”


“......서하검무. 아니 이제는 서하검기를 익히는 무문에 속한 녀석이란다. 나와 네 사저와 너는 검기혼탈무를 익히는 무문이고.”


“그분께서는 저를.....저희 쪽을 싫어하시는 건가요?”


“후우.......”


정곡을 찌르는 용운휘의 질문에 홍령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어디까지 말을 해줘야 하는 것인가?’


삼혼을 상한 사질에게 정신적 충격을 주고 싶지 않은 홍령은 꽤나 고민했다.


“그래...사이가 썩 좋지는 않지....”


그녀가 선택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유보였다. 막 자리에 누웠다 일어난 아이에게 쓸데없는 심려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네에...”

‘......어지간히 특이한 곳이군. 아니...아니군. 어떻게 보면 이게 정상일지도 모르겠어.’


용운휘는 밑바닥에 가까운 삼재검문이었기에 그렇게 화목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에 이르렀다. 머리가 비상한 그였기에 세상살이, 강호의 세상이 어떤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쯧......’


용운휘는 마음속으로 혀를 찼다. 그나마 이 정도로 제대로 된 문파라면 적어도 뭔가 다른 풍경이 보일 줄 알았건만.....별로 다른 건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한다면 시장바닥의 시정잡배들의 파벌 싸움과 뭐가 다른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오히려 가진 것들이 많아서 그런 건가?’


내공심법 하나 없이 토납법만을 가지고 억지로 강호생활을 했던 그에게는 배부른 투정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뿌리에서 뻗어 나온 가지와 뿌리가 싸우는 격인가?’


결국 제대로 된 문파라 하더라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 그것을 담담히 마음속에 새긴 용운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일어나느냐?”


“아무래도 안에만 있으니 너무 답답해서요.”


“.......그래. 나가보자꾸나.”


홍령은 잠시 고민하다 허락의 말을 입에 올렸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늙은 그녀 자신은 물론이고 용운휘의 사저도 용운휘를 끝까지 책임져줄 수 없다는 것을. 강호에서는 결국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그녀는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비록 지금 자신이 보살펴 주긴 하지만, 계속 감싸고 돌 수만은 없기에 용운휘가 하고 싶은대로 발걸음을 밖으로 옮기도록 했다.


약당을 나서 정원을 지나가자 넓은 공터가 나왔다. 공터에 들어가기도 전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건....”


공터에 들어가자 눈에 들어온 것은 두 명의 젊은 여자가 무공을 닦고 있는 모습이었다.


“......서하 쪽의 아이들이구나. 네 사...저 뻘이란다.”


홍령은 심정적으로는 전혀 인정하고 싶지 않은지 말을 잠깐 멈추는 기색이었다.


“헤에..”


용운휘는 제대로 된 무공을 견식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점점 다가갔다.


“운휘야.”


홍령이 부르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말이다.


“응?”


두 명의 여자가 시전하던 초식을 멈추고 용운휘 쪽을 쳐다보았다.


“아....”


자신 때문에 멈췄다는 생각에 용운휘가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사저들, 처음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어쨌든 처음 뵙겠습니다.”


이상한 용운휘의 인사에 두 명의 여자는 서로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깔깔깔.”


“.....풋.”


요란한 웃음이 한동안 계속되더니 둘 중 키가 큰 쪽의 여자가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천치가 되었다더니. 정말이었군. 하하.”


“......”


“이 고얀 것들.”


잠자코 있는 용운휘와 달리 홍령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


“아....사고님.”


“너희들 눈에 내가 사고로 보이긴 하는 게냐?”


“.....설마 하니 저희가 존장을 몰라 뵐 수 있겠습니까.”


“하. 너희들의 사제는 안중에도 없는데 내가 눈에 들어온다고?”


“말씀에 어폐가 있으십니다.”


“어폐? 무슨 어폐.”


“엄밀히 말하면 저 천치는 본 문의 소속이 아니지 않습니까. 검기탈혼무를 익히는 자는 반드시 무검지경에 이르고 나서야 본 문의 소속으로 인정받지 않습니까.”


“감히 네년들이 나를 가르치려 드는 게냐? 우리 유파에서도 옛날 옛적에 사라진 문규 따위를 타인이나 다름없는 너희 것들이 들먹여?


“.......”


두 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분위기를 보면 홍령의 말에 전혀 승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후 키가 큰 여인이 입을 열었다.


“아무리 유파가 다르다고 한들 저희는 한 가지에서 나온 한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입니다. 그 사실을 외면하고 저희를 이리 대하시는 건 옳지 못하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너희들의 사제가 되는 이 아이는 그렇게 무시하는 것이고?”


“하아....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저 아이는 자격이 없습니다.”


“자격은 무슨 자격. 저 아이를 받아들인 것이 문주였다. 그 문주가 죽었다고 한들 그 사실이 사라지는 것이냐?”


“......모든 제자들은 하나같이 사문의 무공을 잇기 위해 제자로 선택된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그런데 저 아이만 어째서 달라야만 하는 겁니까. 저 아이는 그저 스승님이 이민족에게 변을 당한 마을에서 데려온 생존자일 뿐이지 않습니까.”


“생존자이건 아니건, 본문의 문주가 제자로 받아들인 아이다. 그것을 본문의 일부분인 유파가 문주가 정한 일을 그것도 십년도 더 지나서 바꾼다는 게 말이 되느냐? 세상 어디에 그런 법도가 있느냐? 그냥 솔직히 말하지 그러느냐. 검기탈혼무 유파의 세를 줄이고 싶다고.”


“.......”


유창하게 말하던 젊은 여자의 입이 닫혔다. 정곡을 찔린 탓에 뭐라 할 말이 없는 그녀였다.


“하. 고얀 것들.”


홍령은 말을 멈춘 사질을 보며 욕했다. 그리고 용운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을 둘러싸고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지 알 것 같았다. 결국 자신은 서하검기를 익힌 파벌에게 딱 맞는 구실이었던 것이다.


“가자꾸나.”


용운휘는 홍령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 듯이 그저 두 명의 여자를 응시했다.


“운휘야?”


홍령은 용운휘가 가만히 서있기만 하자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 아이가 방금 전의 얘기로 충격이라도 받은 것인가?’


홍령이 용운휘의 손목을 잡아 진맥하려는 찰나, 용운휘가 움직였다.


“사저들.”


“.......”


“서하검기를 보여주시지 않겠습니까?”


“뭐...?”

“운휘야,”


세 명의 여인이 동시에 말했다.


“....무슨 생각이지?”


키가 큰 여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궁금해서 말입니다.”


“뭐가.”


“검기혼탈무와 서하검기, 둘 중에서 한 쪽을 택했다면 무언가 얻는 것이 많아서 아니겠습니까?”


“......이미 천치가 되어버린 네가 보면 무얼 알기나 할까?”


“하하. 확실히 모든 걸 잊어버린 제가 본다고 한들 무언가를 얻기는 힘들겠죠. 그저 아까까지처럼 사저들의 검초를 보고 싶을 뿐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처음 보는 무공인데 인상 깊었거든요.”


“훗.”


키가 큰 여인, 왕교운이 냉소하며 검을 치켜들었다.


“그래, 어차피 쫓겨날 바보에게 좋은 구경 한번 시켜주마.”


‘칭찬 한 마디 하니 넙죽 넘어오는군. 쉬운 것...’


용운휘는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검초제일(劍初第一)”


왕교운이 기수식의 이름을 외치며 펼쳤다. 제일의 검초라는 말과 달리 아주 평범한 기수식이었다. 기수식이 으레 그렇듯이 어느 검초로든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서하검기의 일초였다.


“유라돈좌(瀏灕頓挫)”


서하검기중 가장 변화가 심한 초식이 펼쳐졌다. 검초가 사방을 누비다 못해 온 세상이 검으로 가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독출관시(獨出冠時)”


수많은 피어오르던 검들이 한곳으로 모이더니 갑작스레 허공을 갈랐다. 수많은 변화에 사용되던 힘이 단숨에 하나의 검초로 모이니 그 위력을 능히 짐작할만 했다.


“후우우우우.”


세 가지의 연계초식을 펼친 검을 거두고는 왕교운이 긴 숨을 내뱉었다. 서하검기는 총 열 두 초식으로 그 연환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 특징인 무공이었지만 아직 애송이인 왕교운으로서는 세 초식의 연계만으로도 벅찼다. 더군다나 용운휘와 홍령에게 뽐내기 위해 있는 힘, 없는 힘을 모두 끌어다 사용했기 때문에 서서 운기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어떠냐..천치.”


“헤에....대단하군요.”


용운휘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후.”


그 선망어린 눈초리가 기분 나쁘지는 않았는지 왕교운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사저의 검초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해서 하는 말입니다만.....혹시 저와 비무를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뭐?!”


왕교운이 깜짝 놀라 외쳤다.


작가의말

재미있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오늘 중으로 한편 더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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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두 마리의 투귀(鬪鬼) +3 24.04.03 1,336 25 11쪽
20 20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7) +3 24.04.02 1,386 22 11쪽
19 19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6) +3 24.04.01 1,421 24 11쪽
18 18화 강대한 사라자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5) +3 24.03.31 1,496 21 12쪽
17 17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4) +3 24.03.30 1,559 23 11쪽
16 16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3) +3 24.03.27 1,602 22 12쪽
15 15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2) +3 24.03.26 1,835 26 14쪽
14 14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1) +3 24.03.25 2,006 31 11쪽
13 13화 회주 하후악 +3 24.03.24 2,033 36 12쪽
12 12화 순청지기(純淸之氣) +3 24.03.23 2,091 40 11쪽
11 11화 위기 +5 24.03.21 2,048 36 14쪽
10 10화 습격 +3 24.03.20 2,171 40 12쪽
9 9화 운명 +4 24.03.18 2,310 41 12쪽
8 8화 비무 (3) +3 24.03.17 2,267 39 12쪽
7 7화 비무 (2) +5 24.03.17 2,285 36 12쪽
6 6화 비무 (1) +8 24.03.15 2,441 37 13쪽
5 5화 깨어진 틈 +6 24.03.13 2,665 40 12쪽
4 4화 무아시경 +5 24.03.12 2,936 37 11쪽
» 3화 파벌싸움 +6 24.03.11 3,279 36 12쪽
2 2화 새로운 육체 +6 24.03.10 3,926 42 11쪽
1 1화 그저 다른 풍경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10 24.03.10 4,816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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