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했더니 검신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4.03.10 12:07
최근연재일 :
2024.07.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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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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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1)

DUMMY

“너냐? 너지?”


용운휘는 검에 대고 말했다. 허나 대답이 들려오지는 않았다.


“빌어먹을.”


채앵!!


용운휘는 쌓인 분노를 터트리듯이 들고 있던 검을 바닥에 박아버렸다. 그리고는 주저 없이 발길을 옮겼다.


[어이!!! 애송이 무슨 짓이냐!!!!]


머리를 울리는 기이한 목소리. 허나 용운휘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알 수 없는 목소리와 용운휘 둘 사이의 기 싸움이 시작되었다.


용운휘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계속해서 걸어갔다.


[멈춰!! 애송아. 내가 잘못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마.]


용운휘는 그제야 다리를 멈추고 돌아왔다.


“너....뭔데?”


[너라니.....감히 네가..]


“여기다 다시 놓고 갈까?


[......]


“그렇고 싶은 모양이군.”


[아....아니다. 편히 하도록 해라.]


“그래서 대답은. 뭐냐고. 너. 귀신 들린 거야? 도대체 뭔데.”


[.....아니 그래도 이 몸 덕분에 몇 번 위험을 피하지 않았느냐....]


용운휘는 아무 말 없이 검을 들어 올렸다.


[아....알았느니라. 말하겠느니라. 용이다. 용.]


목소리의 주인공은 더없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용?”


용운휘는 잠시 어이가 없어 행동을 멈추었다.


“용이라면 뱀의 몸에 뿔이 달린 그거 말이냐? 절에서나 보이는?”


[뱀이라니. 감히 우리 신수(神獸)를 어떻게 보고-]


용운휘는 머리에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자마자 검을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맞느니라.]


용운휘는 긍정의 대답이 들리자마자 바닥에 꽂히려던 검을 발로 차 다시 위로 들어올려 잡았다.


[......네 시조도 미친 년이었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은 말을 하다 멈추었지만 그 뒷말은 듣지 않아도 뻔한 말이었다. 허나 용운휘는 그저 무시하고 다시 말을 걸었다.


“그래서 그 용이 왜 검에 들어가 있는 건데.”


[칼잡이를 보거라.]


들린 목소리에 따라 용운휘가 검의 손잡이를 보았다. 묘한 푸른색이 도는 손잡이였다.


“이게 뭐?”


[내 비늘로 만들어진 것이니라.]


“그래서?”


[......네 시조가 나를 여기에 가둔 것이니라.]


“왜?”


[그거야 그 년이 미친 년이니까지. 뿌드드득.]


이빨 가는 소리에 골을 쑤시자 용운휘가 인상을 찡그렸다.


“미쳤다고?”


[검밖에 모르는 년, 검무에 미친년. 뭘로 부르든 상관이 없다. 그년만큼 미친 년은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꺼다. 거기다 그년은 시작부터가 미친 만남이었다. 흔히 검무의 검초가 어지러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용의 자태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용의 모습을 ㅅ실제로 보고 싶었다니. 그따위 이유로 온 세상을 뒤지고 뒤져 본녀까지 찾아오는 인간이 또 어디 있겠느냐.]


“그래서 왜 가둔 건데?”


[그것도 같잖은 이유였다. 본녀는 이 산에서 신으로 추앙받던 존재였지. 수기를 다스리던 이 몸에게 공양이 올라온다는 이유만으로 본녀를 이 검에 봉인하지 않겠느냐!!]


“공양?”


[오래 전 인간들은 나와 같은 존재를 섬겼다. 비록 내 존재를 모든 이가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가끔씩 나를 볼 수 있는 인간이 내 존재를 알리며 추앙했지. 신과도 같은 존재에게 공양이 올라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더냐. 이 몸이 요구한 것도 아니고!! 그것을 그년이...]


“그 공양의 내용이 뭐였는데.”


[그런 것에 대중이 있겠느냐. 그저 인간들이 바치고 싶은 것을 올렸지. 때로는 식량을, 때로는 고기를, 때로는 인간을.]


“.......”


용운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이해했다. 검안에 있는 존재는, 이 용은 위험하다는 것을. 요컨대 신이라고 해도 언제든 악신과 선신 어느 쪽으로든 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그래서 인간을 받았다고.?”


[그래. 인간들이 처녀를 먹으라고 바치더구나. 내가 인간 따위를 먹어서 무엇 하겠느냐. 차라리 소를 먹으면 먹었지. 인간 따위는 맛도 없고 속이 차지도 않는 것을.]


“.....먹긴 먹었다는 말이군.”


[그래. 어차피 놔줘도 갈 곳이 없는 아이였다. 오히려 그 아이가 도망쳤다면 그 아이를 바친 마을 사람들이 그 아이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야.]


용운휘는 용에게 무언가 결락되어 있다는 느낌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결국은 인간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이겠지.’


무언가 어긋나 평행성을 달리는 인식의 차. 시간이 남는다면 따져 물을 것도 있었겠지만....지금 용운휘에겐 그런 여유따윈 없었다.


“알겠어. 알겠으니까 일단 닥치고 있으라고. 당분간은 굉장히 바빠질 것 같으니까.”


[......]


용운휘의 거친 행동에 무언가 할 말이 있는 용이었지만 그것을 내뱉진 않고 속에 눌러 담았다.



***



용운휘는 용에게서 들을 것을 얼추 들어내자 벽력일무문으로 급하게 발을 옮겼다. 용운휘는 도착하자마자 악령화와 홍령을 찾았다.


도착하고 나서 둘러보니 문파는 꽤나 안정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흉수를 거의 쫓아낸 거나 다름없으니 일단은 한시름 놓는 분위기였다.


용운휘는 고민했다. 이제 막 정신을 차린 악령화에게 자신이 하후악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해도 될지를.


“무슨 일이 있느냐?”


악령화는 용운휘의 낌새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용운휘에게 물었다.


용운휘의 입이 몇 번이고 열렸다 닫혔다. 그로서도 확신이 없었다. 벽력일무문은, 그들은 과연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을 마문일세라는 곳에 바칠 것인가? 그도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인가? 맞서 싸운다고 해도 과연 그런 존재가 다스리는 곳에게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까?


온갖 물음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처음에는 그저 잠시 머물 요량이었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그들은 자신의 속에 들어와 있었다.


자신에게 정을 준 자들. 자신을 믿는 이들. 비록 자신과 싸우긴 했어도 문파를 위하려는 자들. 삼류문파였던 삼재검문과 오랜 역사를 지닌 문파라 해도 결국 다른 것은 없었다. 결국은 사람 사는 곳이었다.


이런 이들을 피비린내 나는 싸움으로 몰고 가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후우우우.”


그렇게 고민하던 용운휘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왜 그러느냐. 쫓던 흉수를 놓친 것이냐?”


자신을 똑바로 보고 물어오는 악령화에게 용운휘는 차마 거짓말을 할 수 없었고, 결국 있었던 일을 털어놓게 되었다.




용운휘에게 설명을 들은 홍령과 악령화는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다. 일다경이 넘는 시간동안 계속 고민하던 그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리고는 홍령이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홍령과 달리 자리에 누워있는 악령화는 손을 뻗어 용운휘의 손을 붙잡았다.


“네가 무엇을 고민하는지는 알겠다. 하지만 넌 우리 문의 제자고, 내 사제다.”


“......”


용운휘는 자신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비록 울지는 않았으나 감정이 들끓었다.


“사람들이 오는구나. 모두의 대답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악령화는 그렇게 말하며 용운휘의 등을 두들겼다.


그리고 곧 홍령의 뒤를 따라 열 명이 넘는 인원이 방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은 들어오기 전 홍령에게 이야기를 들은 탓에 얼굴들이 상기되어 있었다.


“모두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먼저 운을 뗀 것은 악령화였다.


“그걸 물어야 아나?”

“우리 문이 언제부터 그런 놈들에게 굴복하기 위해 있었는지 모르겠군.”

“물을 것을 물어야지. 쯧.”


각양각색의 목소리였지만 그 내용은 모두 똑같았다. 용운휘와 싸웠던 백노경마저 마도일문과 싸울 것을 천명하고 있었다.


“그럼 대답은 정해진 것 같군.”


모두가 용운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들의 얼굴이 고민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용운휘는 자신의 감정이 격동되는 것을 느꼈다. 주먹을 자신도 모르게 불끈 쥘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곧 모두가 머리를 맞대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한 달이라....”


누군가의 입에서 유예의 시간이 흘러나왔다.


“짧군요.”


“힘을 키우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지.”


그것은 자리에 있는 누구나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자리에 모인 이들은 그것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기에, 적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문일세라...”


“애초에 손적이 놈들의 동향을 알아보다가 이용당한 것 아니오?”


“도대체 뭐하는 놈들인지도 모르겠어.”


“듣기로는 교룡신편 하후악이라는 절세의 고수 아래 대 여섯 개의 세력이 모였다던가.”


“쯧. 도대체 이 시골구석의 산까지 먹으려드는 이유를 모르겠군.”


“흑도 놈들의 생각을 어떻게 헤아리겠소?”


목소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열 명이 넘는 인원인데다 자리를 정리해야 할 악령화는 부상 탓에 잠든 지 오래였다.


“근처의 문파들과 연합이라도 해보는 건?”


“대충 소문을 들어보니 우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들이 그들의 휘하 아래 들어갔다더군.”


“......도대체 알 수가 없군. 그렇게 세력을 규합해봐야 맹의 시선이 언젠가는 향할 터인데.”


용운휘는 방안에 이들이 모일 때부터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린 이들이 용운휘를 쳐다보며 물었다.


“사질. 사질 생각은 어떤가? 뭔가 좋은 생각이 있나?”


곡후가 용운휘에게 물었다.


“정면 승부는 무리입니다.”


“......자네답지 않군.”


곡후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후악이라는 그 자. 그자 하나만 놓고 보아도 본문.....이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 정도인가? 허면 사질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대적할 수 없다면 대적할 수 있는 상대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선은 그들이 여러 개의 세력이 합쳐진 거대세력이라면 그것부터 줄여야겠군요.”


“.....줄인다고?”


“사자가 아무리 강한 발톱과 이를 지녔다고 한들 몸속의 벌레는 이기지 못하는 법입니다. 우선은 놈들의 영역 내에서 벌레를 만들어내는 첫 째입니다.”


용운휘는 전생의 경험을 살려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벌레라?”


용운휘의 자신만만한 답에 듣는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수로 놈들의 우무머리들만 줄여나간다면 적어도 싸움이 벌어졌을 때 압도적인 전력의 차는 공격받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막힘없이 답변을 내놓는 용운휘의 모습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그들로서는 마치 눈앞에 있는 용운휘가 노강호(老江湖)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시작은 언제부터 하는 게 좋겠는가?”


자리에 모인 이들은 모두 용운휘의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인원이 산에서 내려가는 것은 놈들에게 들키기 십상이고, 놈들이 약속을 어길 명분을 줄 뿐입니다.”


“그렇군. 그래서?”


“최소한의 인원만으로 오늘 당장이라도 휘저으려고 합니다.”

“소수라...”


“그럼 내가.”

“그럼 내가.”


목소리가 겹쳐 울렸다.


“아니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거야. 내가 가야지.”


서로가 자리를 놓고 다투듯이 경쟁했다. 그리고 곧 누군가의 목소리가 강하게 울려 퍼졌다.


“제가 가겠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백노경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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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7) +3 24.04.02 1,387 22 11쪽
19 19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6) +3 24.04.01 1,423 24 11쪽
18 18화 강대한 사라자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5) +3 24.03.31 1,496 21 12쪽
17 17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4) +3 24.03.30 1,559 23 11쪽
16 16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3) +3 24.03.27 1,602 22 12쪽
15 15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2) +3 24.03.26 1,835 26 14쪽
» 14화 강대한 사자라도 몸 안의 벌레는 이기지 못한다 (1) +3 24.03.25 2,007 31 11쪽
13 13화 회주 하후악 +3 24.03.24 2,034 36 12쪽
12 12화 순청지기(純淸之氣) +3 24.03.23 2,091 40 11쪽
11 11화 위기 +5 24.03.21 2,048 36 14쪽
10 10화 습격 +3 24.03.20 2,172 40 12쪽
9 9화 운명 +4 24.03.18 2,311 41 12쪽
8 8화 비무 (3) +3 24.03.17 2,267 39 12쪽
7 7화 비무 (2) +5 24.03.17 2,285 36 12쪽
6 6화 비무 (1) +8 24.03.15 2,441 37 13쪽
5 5화 깨어진 틈 +6 24.03.13 2,665 40 12쪽
4 4화 무아시경 +5 24.03.12 2,936 37 11쪽
3 3화 파벌싸움 +6 24.03.11 3,280 36 12쪽
2 2화 새로운 육체 +6 24.03.10 3,928 42 11쪽
1 1화 그저 다른 풍경을 보고 싶을 뿐이었다. +10 24.03.10 4,816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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